<신우 이야기> 41. 평범한 일상이라는 축복
1.
호텔 앞........
황태경이 등을 돌리고 서 있다.
구겨진 옷이며, 흐트러진 머리는.......내가 아는 황태경 답지가 않다.
그런 황태경의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황태경에게 나는 한 발 한 발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걸어간다.
내 발자국 소리에 황태경이 돌아봤다.
붉게 충혈된 눈........
그런 황태경의 모습에서.....
예전....내 모습이 떠오른다.
“황......태경......”
녀석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인다.
어느 새 녀석은 내 멱살을 쥐고 있다.
그래, 때려서 풀릴 거라면, 나도 맞고 싶다.
죽도록 맞아서 녀석의 마음이 풀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과연 그럴까.
“강! 신우!! 너! 너!!!”
황태경은 내 멱살을 잡고서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지만,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 뿐,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말도 하지 못한다.
이른 새벽......호텔 앞은 한산하다.
그 사이로 너무나 밝은 겨울 햇살이 비추고 있지만,
그래서 그 햇살에 황태경은 여전히 빛나고 있지만,
녀석의 마음에는 더 이상 햇살이 들지 못할 것이다.
내가......그랬던 것처럼.......
황태경의 눈에서 나를 본다.
나였던 모습을 본다.
난....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못하는 걸.....
그 사랑이 다른 이를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는 걸......
그래서 입 밖으로 ‘사랑’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심장 깊숙이 박아 넣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나는 너무나 잘 안다.
어쩌면 그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내 온 몸에 직접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것인지......나는 안다.
상처 받은 감정이란 놈이 어떻게 내 심장을 칼로 난도질하는지,
그 고통이 너무나 커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고, 어떤 행동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난....늘.....저 자리가 내 자리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충혈된 눈으로, 상처받은 모습으로 그렇게 저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속이 상해도, 주먹을 들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늘 저 자리에서 황태경을 부러워하며,
심장 저 밑바닥까지 도려내는 칼질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역할이
나라고 생각했었다.
이곳으로 오던 날.......
황태경과 나는......전혀 반대의 모습으로 있었다.
황태경의 자리에 내가, 내 자리에 황태경이 서있었다.
-------------------------------------------------------------------------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그걸....찾으러 가볼 거야.
그래서 벼랑에서 뛰어내려 보려구.
뭐가 있나.....
내가 서른이 되었을 때, 적어도 후회는 없겠지.”
그래 그날......난 이런 말들을 했었다.
“......혹시.....나 때문이냐?”
“그래.”
“그렇군......”
녀석은 내 말에 상처받는 듯했었다.
“너와 같이 있을 수가 없어.”
“그 정도.....였나?”
“차라리.....예전 같으면 같이 있을 수도 있었어.
예전처럼....마음껏 너를 조롱하며 비웃으며 때로는 질투하며......무시하며 있으면 되니까......
너의 까칠함을 비웃어 주면 되니까.....
니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기회는 이때다 하고 뛰어들면 되니까......
근데 말이야. 황태경.
내가....살리에리더라. 처음 알았어.
모차르트 옆에서 끊임없이 질투하며 괴로워하며 눈치를 보던......그 찌질이...살리에리더라구.
알고 보면, 황태경 니가 부러웠나봐.
솔직히.......그걸.......인정하기가 어려웠어.
너의 천재성을........인정하는 게.....죽기보다 싫었어.
그래서 끊임없이 너를 끌어내리려고 했어.”
그 날 처음으로 난 황태경에게 내 솔직한 심정을 말했었다.
그토록 부러웠던, 부러워서 미치도록 질투가 났던 황태경에 대해
그 내 마음에 대해....녀석에게 말했었다.
“근데 말이야. 살리에리는 살리에리대로 대단한 작곡가였어.
그가....모차르트를 질투하고 괴로워하고 비교만 하지 않았다면.....
그도....뛰어난 음악가였지.
근데....생각해 보면....사람들은 대부분 모차르트가 아니라 살리에리야.
모두들.....2인자들로....살아가는 거지.
근데....2인자가 나쁜 걸까......그런 걸까.......”
“강신우 니가 그걸 느꼈다면, 굳이 여기를 떠날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
나에 대해서 이젠....별 생각이 없다면 말야.”
“아니야....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리 쉽게 바뀌진 않아.
그냥....천천히 시작하기로 했어.
너를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하기로 했어.”
“인정?”
“그래. 인정.
있는 그대로의 황태경! 사람을 기죽이는 빛나는 천재성!
그걸 인정하기로 했어.
그리고.....그런 너를 따라갈 수 없는 나를,
그리고 그런 너를 질투하는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어.
예전엔 이유를 댔었어.
너를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하면서도, 너를 계속 따라하려 하고 있었어.
그러니 결국 늘 비교만 하게 되더라.”
“비교라.......”
“지금은, 지금 내가 느끼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황태경, 그리고 그만큼 주위를 힘들게 하는 황태경, 거기다.....”
그리고 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너무나 부러웠던 한 마디를 보탰었다.
“......고미녀의..... 심장을 가진....황태경.......”
--------------------------------------------------------------------------------------
고미녀의 심장을 가진 황태경........
물론 황태경이 부러웠다.
황태경의 재능이 너무나 부러웠다.
죽어도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게 부러웠던 것은.......
황태경이 바로 고미녀의 심장을 가졌다는 것.....
그것이었다.
그 이전에 부러웠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내 모든 재능과, 내 모든 재력을 다 바꾸어서라도 갖고 싶었다.
태어나서......처음으로......갖고 싶었던 것.
죽어도.......갖고 싶었던 것.
내 생애 처음으로.........욕심내고 싶은.....유일한 것이었다.
그러한 내 고백 앞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황태경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녀석의 눈빛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착잡했다.
사랑을 얻었는데, 무엇이 그리도 착잡할까 싶었었는데,
이제야 녀석의 눈빛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 것 같다.
내가 고미녀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던 황태경이
그 말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왠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 난.....아마......그때 녀석의 눈빛과 같을 것이다.
“......한 가지만 묻자!”
황태경은 내 멱살을 여전히 잡은 채로 으르릉거리듯이 목소리를 겨우 뱉어낸다.
“말해.”
“강신우! 너! 일본으로 떠났던 이유가.............고....미녀 때문이었던 거냐?”
녀석도.......그 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녀석은 내 표면적인 이유 외에 진짜 이유를 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
“그런데.....그런데......어떻게.....어떻게!!!”
녀석의 목이 메인다.
“잊으려고 했어.
그렇게 속으로 밀어 넣으면 될 거라고.....그렇게 믿었어.
그런데........도저히.......안 되더라.
미녀가........일본에 올 줄은.......정말로 몰랐어.
전부.......내 잘못이야.
미안하다.......”
“그 딴 말 듣자고 이러는 줄 알아?!!!!”
황태경의 눈이 젖어든다.
내 멱살을 놓더니 바로 등을 돌린다.
“어제........”
한참만에 황태경이 입을 뗀다.
그러나 ‘어제’라는 말에 나는 바로 얼어붙고 말았다.
“.........같이...있었어?”
황태경이 묻는다.
같이 있었냐고.......
아이와 내가......같이 있었냐고........
녀석은.......어제.....이곳에 있었다.
“왔었던....거야?”
“같이..... 있었냐고!!!!”
“..........그래.......”
황태경은 나대신 옆에 있던 나무를 주먹으로 때린다.
녀석은.....어제.....왔었다.
그리고.....나와 미녀의 상황을 다 봤을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미녀가 울면서 하던 이야기를......
그리고......우리의 뜨거웠던 마음들을....그리고 그 마음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모습들을.......
모두......보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래, 난 지금 언제나 우월했던 황태경의 자리에 서 있다.
이제 완전히 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고미녀의 심장을.......내가 가졌노라고.......너무나 벅차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나......
난 지금 고통스럽다.
지금.....나는 내 사랑을 이제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지만, 여전히 고통스럽다.
황태경의 상처 앞에서,
황태경의 고통 앞에서,
나 역시 고통스럽다.
“고미녀가....그러는 모습을....처음 봤어.
내 곁에서는 숨 쉴 수가 없다더니......그렇게......니 곁이 좋았던 걸까.......”
황태경이 갑자기 웃어댄다.
나는 그 웃음 뒤로 황태경의 눈물을 보고 있다.
“태경아.......”
“큭큭....난 말이야....두근거림이 사랑인 줄 알았어.
그저 서로 곁에 꼭 붙어 있으면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그게 아니래.
두근거림을 일상으로 만드는 게...사랑이래.
고미녀가 그러더라.
사랑은 삶.........그 자체라고, 사랑은 일상이라고........
우리 어머니도, 나도, 바보 같이 그걸 착각했어.
그래도 난 다행인 건가?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황태경은 웃고 있지만, 목소리는 젖어들어 간다.
“.......어머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미안하다.......”
황태경이 갑자기 날 향해 돌아선다.
“강신우! 잘 들어!!!
난 아직 아무 것도 포기 못하겠어.
지금 당장......놓아준다거나...그러지도 못하겠어.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겠지.
지금은.....놓아줄 수가 없어.
아무리.....어제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해도.......난.....놓을 수가 없어.”
“알아.......”
녀석의 눈이 붉다.
붉은 만큼 또한 젖어 있다.
내 코 끝이 시큰해진다.
“내가 꼴도 보기 싫다는 거 알아.
근데 태경아!!
근데.....나........
너도 못 놓겠다.”
“뭐?”
황태경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니 마음이....풀리지 않을 거라는 거 나도 알아.
때리고 싶다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욕해.
그래도.....그런 식으로라도.......널 놓고 싶지 않다.”
“강신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미친 거냐?
어떤 미친 놈이 지 여자 빼앗아간 놈과 친구가 된다든?”
“그래....나도 알아.
염치없다는 거.
그래도......그래도.......황태경!
난.......너를 놓을 수가 없다.
내겐......황태경...너도 중요하다.”
“뭐가 어쩌고 어째?
강신우!!! 미친 소리 작작해!!!
난 절대로 고미녀 포기 못 해!
그리고...난...절대로 너! 용서 못 해!! 알겠어!!!”
황태경은 화를 내며 차를 타고 가 버린다.
그러나.....난......황태경의 눈을 보고야 말았다.
녀석의 흔들리던 눈을.......
녀석의 흔들리던 마음을 보고야 말았다.
그래, 나라도 미친 놈이라고 생각할 거다.
어떤 미친 놈이, 자기 애인을 가로 챈 놈과 친구가 되겠는가.
나라도.......도저히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러나......내게 황태경은 너무나 중요한 존재다.
그토록 싫어했는데, 그토록 질투했는데,
난.......녀석의 상처 앞에서 나 역시 같은 생채기가 나고 있다.
욕심이다.
너무나 큰 욕심이다.
그래도.......저 녀석을 놓고 싶지 않다.
어떻게.......해야....할까.......
답이 보이지 않는다.
2
호텔 앞은 어느 새 환해졌다.
아침 햇살이 점점 따뜻하게 느껴진다.
시간이....많이 흐른 듯하다.
다시 올라갈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올라가면, 미녀는 금방 알 것이다.
내 마음을 조금은 다독이고.....올라가야겠다.
뭘 하지?
참으로 간사하게도, 미녀를 생각하니, 내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불꽃같은 것이 피어오른다.
누군가는 상처받고 있는데,
인간은 결국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기적인 존재다.
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미녀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게 또 한 번 벅찬 감동을 준다.
미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기로 한다.
3
그가 오질 않는다.
벌써 이렇게 보고 싶다.
어쩌면....서서히 불안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서 나갔다 올게.
갔다 와서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일단 이거 먹고 있어.
미녀야, 사랑해. - 신우」
그의 메모를 도대체 몇 번째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이 메모를 열심히 보고 있으면, 그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지.......
요즘 나는.....내가 아닌 것 같다.
아!!!! 휴대폰!!!!
혹시나 해서 휴대폰을 보니, 역시나 꺼져 있다.
그가 전화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꺼져 있다니.......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보지만, 배터리 부족으로 다시 꺼지고 만다.
어쩌지.....
그 순간 다른 전화기가 울린다.
신우 형이다!!
내 전화기가 안 되니, 룸으로 전화한 듯하다.
“신우 형? 어디예요?”
“.....................”
너무나 당연히 신우 형일 거라고 생각하며 받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이 없다.
프런트에서 전화 온 건가?
급했던 내 마음을 탓하며 다시 일본어로 전화를 받았다.
“もしもし?”
“...........하아......”
깊은 한숨 소리......
혹시?
“.........나야........”
그였다.
그 사람 앞에서 난......신우 형이냐고.......그렇게 함박웃음으로 전화를 받았던 거다.
“..................태경....형님......”
“형님? 넌....아직도 형님이야?
난........너 같은 동생 둔 적 없어.”
“죄...송합니다.”
“뭐가, 뭐가....그렇게 죄송한데?”
형님의 목소리가 자꾸 멈칫 멈칫한다.
뭔가.....억지로,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듯이, 그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휩싸인 듯하다.
“정말...죄송합니다.”
“고미녀!!!”
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뭔가에 맞아서 멍이 시퍼렇게 드는 것 같다.
“고미녀!!!”
“예......”
“미녀야!!!!! 미녀야.........”
그는 그저 내 이름만 부른다.
그의 목소리로 듣는 내 이름이 너무나 아프다.
수화기너머로 그의 한숨이, 그의 흐느낌이 들린다.
그의 흐느낌을 따라.....나도....같이 흐느낀다.
감히 이 사람 앞에서 울면 안 되는데,
이 사람이 상처받은 건데,
내가 나쁜 여잔데.....
마치 내가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처럼,
내 울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고미녀........왜 아무 말이 없어?
너.....우냐?”
“죄송..흑....죄송합니다. 정말.....흡...죄송합니다.”
“죄송하다구? 그 말밖에 할 게 없니?”
“정말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하아......고미녀! 나......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근데, 고미녀! 너...나한테 미안해 할 거 없어.”
“그게 무슨?”
“왜냐하면, 왜냐하면 미녀야!
고미녀는 나한테 잘못한 게 없거든.
왜냐하면.......넌......내게 돌아올 거니까......그러니까......”
아니라고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말하고 싶지만, 난 입을 뗄 수가 없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젖어 있어서,
그의 한숨 소리가 너무 깊어서,
그의 숨결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난.....도저히 그 말을 할 수가 없다.
몇 번이나 말을 끊어서 하는....그의 주저함 앞에서, 젖어있는 그의 목소리 앞에서,
난.....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다.
“고미녀, 난 말이야.
나....너 아니면 안 돼.
그래서.....나...너 놓을 수가 없어.
지금...니가..다른 남자와 있다 해도, 난....못 놓겠어.
그러니까...고미녀...니가 다시 돌아와.
한국에 가 있을 테니까......그렇게 있다가....다시 내게로 돌아와....”
“형님!! 전....그럴 수가....”
“고미녀!!!! 난...니가 돌아온다고 믿고 있을 거야.
나도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으니까.......
나도......니가 있어야 살 수 있으니까....
나도.....미녀야!!! 나도........!!!
니가 있어야 돼.
나도.....음악 외에는...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어.
내게도 어린 시절은......버림받았어.
그러니까....나도....나도 좀 이기적이면 안 될까.
니가 돌아온다고.....그렇게 믿고...기다리면 안 될까.........
미녀야..........사랑해......정말.........사랑해.........”
나도....좀 이기적이면 안 될까......
내가........신우 형에게 했던 말.....
그 말을.......이 사람이 되풀이 하고 있다.
아.........
이 사람.........어제 다 보고 있었던 거다.
“혹시...어제...어제....”
“아무 말도 하지마. 아무 말도 안 들을 거야.
나......그냥......열심히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너도 어서 돌아와.”
돌아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그는 돌아오라고 한다.
그러나 갈 수 없다고....안 된다고........잔인하게 말할 수도 없다.
그도 이미 알 텐데........
내 마음이 이미 어디로 흘렀는지....
아마 알고 있을 텐데........
더 잔인하게 내 입으로 다시 말해줄 수가 없다.
나는......
내 생애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그 선물은.......고통과 함께 주어졌다.
그러니.......
견뎌야 한다.
4
“미녀야!!!!”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내 앞에 거짓말처럼 이 사람이 서 있다.
자꾸만 눈물이 맺혀서 보고 싶었던 이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의 손이 내 눈물을 닦아낸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있었니?”
걱정으로 가득찬 그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미녀야......너....혹시.....”
“태경 형님이.......전화...를 했었어요.”
“.....................”
그가 아무 말이 없다.
아니 그는 내게 어떤 말도 물어보지 않는다.
내 어깨를 끌어당겨 가만히 안아준다.
그리고 내 등을 따뜻하게 쓸어준다.
마치......힘든 일을 겪고 집에 와서 우는 아이를 달래주듯이
그렇게 따스한 손길로, 가만히 안아준다.
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내 앞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나를 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위로가 될 줄은.......몰랐다.
“왜.......안 물어 봐요?”
“힘들었을 테니까........
그래도.....이렇게 견뎌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내 품에 안겨 있으니까........
그걸로 감사해......난.......”
“바보군요. 당신.....”
슬픔도, 죄책감도, 이 사람의 품안에서 사그라든다.
신이 벌하신다 해도,
그저 이 사람과 함께라면 기꺼이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신께서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하셨으니.......
그러니.......
이 사람은....저에게 꼭 주시길.......
너무나 이기적이라 해도, 전.......이 사람만 제 곁에 있다면,
어떤 시련도.....달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저에게 견딜 수 없는 시련은 부디 주시지 마시길......
“미녀야, 후회.......안 해?”
이 사람이 내게 후회하느냐고 묻는다.
도대체 무얼 후회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후회할 수 있는가.
나는 그의 품속에서 나직이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원장 수녀님이......보물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어떤 땅에서 엄청난 보물을 발견했대요.
그 사람은 집과 재산을 모두 팔아서 보물이 들어 있는 그 땅을 샀대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도대체 얼마나 큰 보물이길래, 집도 팔고, 집에 있는 물건도 다 팔아서 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리곤 상상했었어요.
내게도.....그런 보물이 생길까?
그럼...나는 가진 게 없는데 무엇을 팔까?”
“그래서?”
“그 다음은 없어요.
그저....난....그런 보물을 살 수 없겠구나. 체념했어요.
내가 가진 게 없으니......아무 것도 가질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사실....그 이야기는......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어린 나에게.......그 보물은......
큰 집이 되기도 하고, 부모님이 날 찾아오는 꿈이 되기도 하고.......
예쁜 옷과 인형이 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
그가 아무 말이 없다.
내 어깨를 좀 더 깊이 안는 걸 보면, 그는 지금 마음 아파하고 있는 것 같다.
“후회하느냐고 물었죠?
큰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의 집과 재산을 다 팔아서 그 보물이 있는 땅을 사지요.
집과 전재산을 주고 그 보물을 얻는다 해도 아까울 수가 없어요.
도리어 내 돈이 모자랄까......그것만 걱정될 뿐,
집이 없어지는 것도, 모아놓은 돈이 없어지는 것도 아까울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당신은.......내게 그런 존재예요.
내겐....가진 게 없으니........집 대신, 재산 대신
난.....상처와 고통으로 지불해야 하나 봐요.
그래도......이렇게 아파도, 그 사람을 그렇게 상처준다고 해도......
당신을 놓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 평생을 두고......그 값을 치를 거예요.”
“......미녀야........”
그가 나를 품 안에서 떼어 놓으며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다.
그의 눈빛만 봐도 알 것 같다.
지금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의 가슴이 얼마나 먹먹한지......
알 것 같다.
나도......그러하니까.......
“......같이 치르자. 그 값........”
그의 미소 앞에서 나도 미소 짓는다.
그래.....이 사람을 얻는 거라면, 더한 일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
당연히.....그럴 수 있다.
“근데....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문득 돌아보니, 침대 옆에 쇼핑가방이 한 아름 놓여 있다.
“쇼핑.....하셨어요?”
내 물음에 그가 살짝 당황하는 것 같다.
“아......그게......”
“어?!!!!!”
뭔가 싶어 무심코 열어본 쇼핑백 안에는 여자 속옷이 들어 있었다.
순간 내 눈 앞에 보이는 이것을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어...어.......이거........”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바로 쇼핑백 안으로 밀어 넣었다.
뭔가 화려하고, 레이스도 많은.........사실........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지는.......
그런 것들이었다.
“저......그게..........필요할 것 같아서.....샀어.
다시.....숙소로 가기도....뭐하고.....그래서....백화점 간 김에.......”
그도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난......뭔지 모르게 얼굴에 열이 올라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여분으로 몇 벌 샀어.
대충 맞을....거야.”
대충 맞다니?
사이즈를 어떻게 알고?
“사이즈는......어떻게.....?”
나도 모르게 물었는데,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진다.
헉!!!!!!!!!
미쳤다. 정말이지 내가 미쳤지!!!
그걸......물어보다니......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아......저.....그러니까....아....갈아입고.....올게요.”
대충 그가 주는 쇼핑백을 쥐고는 화장실로 뛰어들어 갔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뛰어댄다.
생각나면 안 되는데.......
자꾸만 어젯밤 일이 떠오른다.
그의 손길이, 그의 입술이 자꾸만 생각나서 자꾸만 당황하게 된다.
겨우 갈아입고 나왔더니 그가 가방을 챙기고 있다.
“맞지?”
“아.....네.....”
그의 말에 다시금 열이 올라온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응.”
간다고? 어딜? 혼자?
“혼자서요?”
“아니....같이 가야지.
내 여자친구랑........“
여자친구?
아.....그렇지.......
여자친구........
난.....그의 여자친구지.
“오늘....그냥.....무작정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려구.”
“하고 싶었던 일?”
“그래.
여자친구 옷도 사주고, 음......속옷도 사주고......
그리고 단 둘이......1박 2일로 여행도 가고......”
“예? 여행요?”
“응........우리...둘이서만.....여행가자.
내 여자친구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거든.”
그의 얼굴에서 설렘이 보인다.
약간은 붉어진 볼 사이로 그의 미소가 아름답다.
누군가에게는 참 평범하게 주어지는 일이,
그와 나에게는 한 번도 갖지 못한 특별함이 된다.
5
그의 손에 이끌려서 신주쿠 역으로 향했다.
어디 멀리라도 가는 건지 도쿄 도심을 도는 JR 지하철이 아니라 오다큐센 철도역 쪽으로 가고 있다.
“어딜 가는 거예요?”
그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꼭 잡은 채 기차표 판매소로 들어간다.
箱根(はこね) free pass.
그의 손에는 2장의 프리패스권이 들어있다.
“하코네? 하코네 가는 거예요?”
하코네라면 나도 귀가 닳도록 들었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
하코네를 다녀오지 않았으면 일본을 다녀왔다고 하지 말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을 만큼.....유명한 곳인데
그가.....이곳에 가자고 한다.
미소 짓는 그의 얼굴 뒤로 난......또 여러 가지 걱정을 하고 있다.
그저......즐거운 여행을 하자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연인들이 하는 평범한 일들에 불과한데,
나에게는.....그에게는.....
이렇게 평범한 일들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일이다.
우리에게도......이런 축복 같은 평범한 일상이 주어질 수 있는 것인지......
겁이 난다.
플랫폼으로 굉장히 이쁜 기차가 들어온다.
온통 분홍색에 뭔가 비싸 보이는 분위기다.
특급 로망스 기차라고 전광판에 크게 글자가 나오고 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그 기차에 올랐다.
“이거......너무 비싼 기차 아니에요?
더....싼 차도 있을 텐데.......”
“공식적인 첫 데이튼데.......
신칸센은 안 되더라도, 이 정도로는 모셔야지.”
보통 기차와는 달리 의자 등받침이 굉장히 높았다.
분홍색으로 뭔가 공주풍의 분위기에 등받침도 높고,
두 자리씩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는 그 칸의 맨 뒷자리로 데려가 나를 먼저 안으로 앉혔다.
등받침대가 높아서 편하기도 했지만,
자리에 앉고 보니 마치 작은 방에 둘이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이...기차....이름도 신기하고, 의자도 신기하네요.”
“그럼......로망스 기찬데......
연인들의 로망이잖아.”
“예?”
“이 기차가 연인 전용이라구.”
그러고 보니 드문드문 앉아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연인 사이로 보였다.
그나마도 자리에 앉고 나니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정말......저번에 오사카 갈 때는 한이 맺혔어.”
갑작스런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 뭐가요?”
“버스 의자 말이야.
이인용 의자면 확실하게 팔받침대 없이 두 사람이 같이 앉을 수 있게 해 줘야지....
그 때 불편해 죽을 뻔했잖아.”
뭐가 불편했냐고 물으려다가 그 때 상황이 떠오르자 내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묻지 않아도.....알 것 같다.
어둠 속에 내 입술을 찾던, 뜨거웠던 그의 숨결과 감촉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그의 입술이, 그의 손길이......왜 이렇게 부끄러우면서도 자꾸 떠오르는지.....
여자들 중에도 변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내가.......변태가 아닌지.......
내 스스로가 의심스럽다.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난....아무 말이나 물어본다.
“근데.......하코네까지.....얼마나 걸려요?”
“아마.....1시간 넘게 걸릴 걸?
그래도 신칸센 빼고는 이게 젤 빨라.
중간에 서는 곳 없이 바로 직통으로 가거든.”
“네.”
“왜? 혹시 배고파?
기차 안에 스낵바 있는데, 거기 가서 뭐 좀 먹을까?”
“아니에요. 전 아침을 많이 먹어서 괜찮아요.
오빠가......시장하시면 같이 가서 뭐 먹어도 되구요.”
“.........어?”
갑자기 그의 얼굴이 굳어버린다.
“배고프시면, 같이 가도 된다구요.”
“아니.....그게 아니라........”
“네?”
“너....방금.....뭐라고.....한 거야? 날.....뭐라고......?”
“아.........”
“다시......말해....줄래?
내가......제대로.....들은 거 맞니?”
얼떨떨해 보이는 그의 표정 앞에서 난.....다시 한번 그를 부른다.
“네. 맞아요. 신.우. 오.빠.”
그는 다시 듣고서도 믿기지 않는 눈치다.
뭔가 멍한 듯하면서도, 그의 입은 자신도 모르게 해맑게 웃고 있다.
“......미...녀야......갑자기.....왜......”
“그냥......그렇게 부르고 싶었어요.
예전에 연습도 했고.......
그리고........당신을......이제....형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어?”
언젠가부터 이 사람을 ‘신우 형’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었다.
어쩌면 ‘좋은 형’이 아니라 ‘좋은 남자’가 되고 싶다던 그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그를 좋은 형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았다.
내 심장은.....그를.......이제....좋은 형으로 부르지 않으니까......
태경 형님이 그렇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도, 절대로 부를 수 없었는데,
이 사람에게만은 그가 요구하지 않아도 그렇게 부르고 싶다.
내 마음이....자꾸....이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가 보다.
누군가를 부르는 말도......사실은.....심장이 움직여야....가능한 일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그 언젠가.....배웠던 시구처럼........
누군가를 부르는 말은 특별한 ‘이름’이 되고, 그 특별한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사람은 내게 ‘꽃’이 되는 것인가 보다.
그러니....그 특별한 ‘이름’은.....결국.....심장이 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난....지금....이 사람을....내 심장이 시키는 대로...불러보려 한다.
“당신은......나만의.....남자니까.......
그러니까........형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일단 오빠라고 부를게요.
나중에는.......정말.....내 남자라고.......다르게 부를 거예요.”
내가 언제 이렇게 낯이 두꺼워진 걸까.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밖으로 소리내어 이 사람이 내 남자라고.......
그렇게 말해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지금은.......적어도.......오빠라고........부르면서 시작하고 싶다.
“아..........정말 미치겠다.”
그가 갑자기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는다.
“오.....빠?”
“나 어떡하냐? 미녀야........”
“예?”
“나........지금.........너무 설레서......참지를 못하겠어.”
“네? 오ㅂ? 흡!”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이 먹혀버렸다.
아직 기차가 출발하지 않아서 여전히 사람들이 통로 쪽으로 지나다니고 있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뒷목을 잡고 그에게로 끌어당긴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놀라서 내가 몸을 뒤로 빼자,
그는 어림도 없다는 듯, 내 허리를 깊이 안아서 자신의 몸에 바짝 붙였다.
내 등은 이미 창에 바짝 붙어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그는 자꾸만 더 깊이 내 입술 안으로 들어와 내 감각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었다.
그의 혀의 감촉은 다시금 내 이성을 놓게 했다.
누가 지나가든지, 누가 흉을 보든 상관이 없었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그의 숨결에 그저 빠져들고만 싶다.
그의 혀가 자꾸만 더 깊이 들어와 내 혀와 얽혀들었다.
내 혀를 간질이며, 끊임없이 빨아당기고 있다.
자꾸만 입속에서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아.........
남들이 있든 없든 이제 개의치 않게 돼버렸다.
이 세상에 그와 나밖에 없는 듯이 그의 품에 자꾸만 깊이 안겨들었다.
어느 틈엔가.....기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입술을 뗀다.
참으로 웃기게도......내 입술에서 멀어지는 그의 입술이 아쉽기만 하다.
내가....언제부터 이랬던 건지.........
그가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진다.
그리고는 내 입술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낸다.
그 감촉에 자꾸만 몸이 바르르 떨린다.
그의 시선이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도저히 안 되겠다.”
“어!!!! 지금...!!! 지금...뭐하시는 거예요?”
“쉿!!!!”
갑자기 그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내 허리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와 마주보도록 그의 다리 위에 나를 앉혔다.
뭔가....자세가...아주 묘했다.
아니.......너무 야했다.
“잠깐만요!! 사람들도 있는데.......”
“어차피.......저 사람들도 다 이러고 있을 걸.......”
“예? 아......!!!”
그는 그대로 나를 깊이 끌어안으며, 다시 뭐라고 말하려는 내 입을 막아 버린다.
그와 나 사이에는 한 치의 틈도 없다.
온 몸으로 그가 느껴졌다.
부끄러우면서도 뭔가 자꾸만 내 발끝을 저릿하게 한다.
내 안으로 깊이 들어오는 그의 입술을 느끼며, 한 가닥 남아 있던 이성의 줄을 나 역시 놓아버리고 만다.
이 세상에 이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
정말 오랜만에 올립니다.
10월 안에 마무리하려면 부지런히 써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오늘도 28장이나 썼는데, 원래 하려던 이야기의 반 정도밖에 못 썼네요.
어쩔 수 없이 한 회가 또 밀리게 되는 건지.......
왜 이렇게 수다스럽게 길게 적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태경이의 마음에 대해서, 그리고 신우의 마음에 대해서
자세히 쓰고 싶었답니다.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10월에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주일에 한 편은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길.......(__)
'미남이시네요 > (미남) 신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우 이야기 44 - 해 뜨기 전, 가장 차가운 시간 (0) | 2010.11.10 |
---|---|
신우 이야기 42 - 연리지(連理枝):당신의 뿌리에 닿겠습니다 (0) | 2010.10.06 |
신우 이야기 39 - 밖이 어두워지면 창은 거울이 된다 (0) | 2010.08.13 |
신우 이야기 38 - 모든 동화는 해피엔딩이다 (0) | 2010.08.10 |
신우 이야기 37 - 집착과 사랑의 경계에 서서 (0) | 201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