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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 이야기 42 - 연리지(連理枝):당신의 뿌리에 닿겠습니다

그랑블루08 2010. 10. 6. 06:23

<신우 이야기> 42. 연리지(連理枝):당신의 뿌리에 닿겠습니다


 

 

 

  




1.




입술이 불타오르고 있다고 느낄 때쯤, 발자국 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대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웃음을 참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얼굴이 확하고 달아오르는 것 같다.

나는 황급히 그를 밀쳐내고는 창가 쪽 자리로 서둘러 내려와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까봐 겁나기도 하고,

솔직히 아까 그런 야한 자세로 키스를 나눈 이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겁난다.


“아....진짜.....”


“뭐?”


“아니에요.”


“어이~ 고미녀!!!”


갑자기 그의 손이 내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려세운다.

역시나 짓궂은 표정이다.


“이봐! 역시 고미녀! 알고 보면 예전에 껌 좀 씹은 거 아니야? 풋,,,,,”


혼자서 뭐라고 말하더니 혼자서 좋아한다.

껌을 씹어?


아...진짜...이 사람.......

뭔가 진지한 듯하면서도 이렇게 장난꾸러기 같이 굴 때는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혼자서 신나게 큭큭 대고 있지만, 내 얼굴은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는지 열이 오르고 있다.


“그.만.하.시.죠.”


“이봐~~! 진짜라니까.....큭큭큭....”


난 짐짓 삐진 척 창밖만 뚫어질 듯 노려보고 있었다.


“음........오늘 계획 중 하나는 했군.”


“네?”


나도 모르게 이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그의 진지한 눈과 마주하고 말았다.

진중한 그의 눈과 부드러운 미소가 어우러져서 또 내 마음을 한껏 뒤흔들어 대고 있었다.


“하고...싶은 거.......생각해 봤거든.

 어쩌면....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건지도 몰라.

 아주.....예전부터.........”


“무슨?”


“이런 거........”


그는 약간 쑥스러운 듯 눈을 피하며 웃더니 내 손을 깍지까지 끼며 꼭 잡는다.


“손은.....많이 잡았던 거 같은데.......”


“그래.......그랬지.

 근데.......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

 니 손을 아무때나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니 손을 잡으면 니가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이 사람......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내가.....이 사람을 보고 있지 않았던......그 시절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때.....제가....어땠어요?”


늘 물어보고 싶었다.

이 사람이 내 심장에 박히기 시작하면서,

이 사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그 날들에 이 사람의 마음이......어떠했는지

자꾸만 알 것 같아서.....가슴이 먹먹해 지던 날........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어땠는지.....

당신을.....얼마나 많이 아프게 했는지......


내 말에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눈을 바라본다.

따뜻하다.

그런데 난 왠지....그 따스함이 아프게 느껴진다.

이 따스함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당신이 이렇게 아프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그랬다면, 다른 그 사람도 지금처럼 다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어땠냐구?”


따스한 미소를 짓던 그가 갑자기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고미남이...”


그는 말을 하면서 갑자기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어......이거 아닌데....피해야지?”


“예?”


갑작스런 행동에 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미간을 찌푸렸다.

뭘 피하라는 말인가?

그의 손을 피하라는 말인가?


“풋........그래.....이거였어.”


“예? 도대체가...무슨 말인지......”


“이거였다구. 

 내가 바랐던 거........

 내 손길을........

 나도 모르게 너에게 다가가는 내 손길을......

 니가 피하지만 않아주길......그렇게 바랐어.”


이상하다.

그는 날 향해 웃고 있지만, 난.....그 미소가 자꾸만 아프다.


“내가......피했었어요?”


“풋......그래......

 처음엔 내가 머리에 손만 갖다 대도 질겁하며 피했지.

 그러다......계속 쓰다듬었더니 나중엔 포기하는 것 같더라.”


내가.....그랬었던가.......

내가 기억하는 그의 손길은 늘 따스했었는데......

마치...어린 동생을 쓰다듬는 듯한 그의 손길이 따스해서 그의 곁에 있는 게 좋았었는데.......


“포기가 아니에요.”


“어?”


“포기가 아니라구요.”


“그럼......뭐였어?”


“따뜻했어요. 아주 많이........

 당신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이상하게 힘이 났어요.

 당신이.....그렇게 날 길들였잖아요.

 당신 손길이 없으면 불안하도록,

 당신 곁에서 당신의 손길을 느껴야지만 편안할 수 있게

 당신이 그렇게 길들였어요.”


아까까지 그렇게 장난을 치던 그 사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지금은 그저......내 가슴을 자꾸만 저릿하게 울려대는.......

저렇게 깊은 눈매를 보여주는.....한 남자만 내 앞에 있다.


“많이........아팠죠? 나 때문에.....”


그는 내 말에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어느 틈에 그는 내 손을 자신의 얼굴로 가져가 입술을 대었다.

내 손등 위로 부드러운 그의 입술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아니.........행복했어.......아주 많이........”


여전히.....그의 입술은 내 손등 위에 내려앉아 내 가슴에 바람을 일게 한다.





2




한참이나 걸릴 것 같았는데, 곧 오다와라 역에 도착할 거라고 안내를 한다.

그는, 주섬 주섬 일어나려는 나를 앉히더니, 모자와 썬그라스를 건넨다.


“어? 이거 뭐예요?”


“잊었어? 우리 위장했던 첫 데이트.”


“첫 데이트?”


아........그 날?

사장님이 사우나 가자고 했던 날인 듯하다.

그가 나를 끌고 밥을 먹자며 구해줬었다.

그러면서 내게 신종플루라도 걸린 듯 연기를 하라며, 마스크까지 건넸었다.

아........그 날은....내가 지금 이 사람과 이렇게 될 거라고는......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때는 이 사람의 눈을......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아무렇지도 않게 볼 자신이 없다.

인연........

언젠가 돌아보면 그 낯설었던 순간들도 다 쌓여서 ‘인연’이란 걸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언젠가......또 오늘을 돌아보며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람은 매일의 현재를 쌓아서 미래를 만들어가지만,

미래의 눈으로 현재를 보면, 그 어떤 것 하나도 허투로 지나는 일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변장 아닌 변장을 하고 오다와라 역에 내리고보니 바로 앞에 또 다른 기차가 서 있었다.

온통 빨간색인 독특해 보이는 기차였다.


“아! 저거 바로 타야 돼. 가자!”


그는 내 손을 잡고 곧 출발하려는 빨간 기차에 올랐다.

우리가 타자마자 기차가 출발했다.

다행히 앉을 자리는 충분했다.


“이 기차, 좀 특이한데요?”


“음...좀 특이하긴 해. 등산열차라서.....”


“등산열차? 그럼 산을 올라가는 거예요?”


“응. 이거 되게 신기하다? 기다려봐.”


기다려보라고 해놓고서는 그는 아무 말 없이 창밖만 열심히 쳐다본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기차는 점점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우리는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저 아래 보이던 나무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기차가 섰다.


“어? 섰네.”


“뒤를 잘 봐.”


“뒤요? 어어.....?”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보던 나는 갑작스레 뒤로 가는 기차 때문에 짧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어.....뒤로 가요. 이 기차.

 왜 이래요? 실컷 올라와서는?”


“고미녀! 강원도에......가본 적 없어?”


“네.....사실....그다지 돌아다녀보지 못했어요.”


“그래? 그럼 잘 됐네. 오늘 신기한 거 다 해보겠네.”


약간은 시무룩해지는 내게 그는 다시 힘을 북돋아준다.


“강원도 쪽에도 이런 기차가 있거든?

 기차로 산을 올라가려면 한 번에 올라가기 힘들어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면서

 그렇게 힘을 내서 위로 올라가는 기차가 있어.

 이 기차도 똑같은 거야.”


“예?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한다구요?

 뭐하러....열심히 올라왔는데 뒤로 가요?

 올라온 게 아깝잖아요.”


갑자기 신우 형이 내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아야!!! 뭐예요?”


흘기는 내 눈을 그는 웃음으로 받아친다.


“귀여워....진짜.....어떡하냐. 너 이렇게 귀여워서!!!

 너 나중에 거울 한번 봐.

 니가 입 내밀면서 얼굴 온만상 찡그리고 있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너도 귀여워서 죽을 거다.”


“에? 자기 얼굴이 귀여워 죽으면 정신에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풋....큭큭큭큭........그래....그건 그래.....큭큭큭큭”


한동안 계속 그가 큭큭 대며 웃는다.

그가 나를 비웃고 있다는 게 아주 명백한데도, 난.....그가 이렇게 시원스레 웃는 게 좋다.

그는 적어도 내 앞에서는 늘.....진짜 웃음을 웃었다.

난 자꾸만......이상하게도...이 장면들을.......

거꾸로 가고 있는 기차 안에서 그가 마음을 담아 웃고 있는 이 장면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언젠가.....미래에 꼭 꺼내 보고 싶은 사진처럼......

내 마음에 박아둔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그 상대가.......이 사람이기를.......

그래서 이 사람에게 이 이야기들을 웃으며 전할 수 있기를........

그러한 마음들을 담아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꼭꼭 새겨둔다.


“신기해요. 뒤로 가는 거........”


“나도 그래. 그래서....시간이 되면.......꼭 다시 오고 싶었어.”


“자주 왔었어요? 하코네?”


“아니.....이번이...세 번째인가?”


“그랬구나. 근데 언제 왔었어요?”


“처음은.....어렸을 때.....왔었고.......

 두 번째는.......A.N.Jell 나와서....혼자 일본에 왔을 때.....

 어느 순간.....죽을 것 같아서........

 하루 무작정 연습실을 뛰쳐나와서 이곳에 왔었어.”


그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무엇 때문인지....누구 때문인지 아니까......그래서....더.....마음이 아프다.

나는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손을 잡아주는 것이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된다는 걸.....난 알고 있다.


“그래서.....마음이 풀렸어요?”


“글쎄......

 그냥......어디를 갈까 무작정 고민하다가 닛코보다 하코네가 가까워서 갔던 거 같아.

 어린 시절.......산도 좋았던 것 같고, 숲도 좋았던 것 같고,

 신기한 기차들도, 케이블카도 있었으니......

 그저.....마음을 비우기에 좋지 않을까.....생각했었어.

 근데....이 등반열차를 탔는데, 갑자기.....머리를 쾅 치더라.”


“예?”


“뭘 그렇게.......앞으로만 가려고 그러느냐고.......

 이 기차를 타니까.......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사실은.....나......황태경을 정말 많이........부러워했었거든.”


“...................”


태경 형님 얘기에 난 그의 눈을 볼 수가 없어서 눈을 내리깔고 그의 손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냥......예전부터 부러웠지만.......

 그 녀석의 재능도 부럽고, 미친 듯이 곡 써대는 그 열정도 부럽고,

 절박함도 부러웠고......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너........

 고미녀의 심장을 가진........황태경이 미친 듯이 부러웠어.”


“그건.......”


“알아.......괜찮아.

 내겐.......지금 미녀가 내 곁에 있는 걸로 충분해.

 아니.......내게는 과분해.

 미녀야, 넌 내게 말했었지? 왜 그렇게 열심히 곡을 쓰냐고......

 그건 말이야.......내 열등감 때문이었어.

 황태경에 대한 열등감을 그렇게 노력으로 이기고 싶었어.

 절대로 못 쫓아가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었어.

 그래서......너에게......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었어.

 그리고......그렇게......내 그리움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싶었어.

 미치도록 니가 보고 싶을 때, 미친 듯이 더 곡을 써댔어.

 보고 싶어 죽어버릴 것 같아서.......곡이라도 쓰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써 댔어.

 그런데.......아무리 곡을 써대도.......아무리 밤을 새워도,

 니가 그리워서......고미녀가 보고 싶어서.......

 잠을 잘 수도, 곡을 쓸 수도 없을 때가 있었어.

 곡을 쓸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던......그런 시간들이.....있었어.”


아..........

나도 아는데, 그것 때문에 그토록 가슴이 저렸었는데,

그의 입으로 듣는 이 이야기는, 내 심장에 자꾸만 생채기를 낸다.

마치.....내가 그를 잃어버린 것처럼, 마치 내가 그를 다른 이에게 빼앗긴 것처럼,

그를 볼 수 없었던 그 순간이,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던 그 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온다.


“어어.......너....울라고 이 이야기하는 거 아닌데.......”


“그냥....그냥요. 가슴 아파서요.

 나도.......나도 아주 많이 아팠었는데,

 뭐 때문에 답답하고 숨이 막혔는지 알지 못했었는데....

 왜 그렇게 발이 시렸는지.......몰랐었는데.......

 그게.......당신을 볼 수 없어서, 당신이 내 곁에 없어서였는데....

 근데......근데......

 당신은 나보다 더.......아팠을 테니까.......”


썬글라스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빨개진 내 눈이 그에게 그나마 덜 보일 테니.......


“내가 아팠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니가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았던 그 날.......

 내 자신이.....형편없고, 초라해 보이던 그 날........

 내 인생이 너무나 한심해 보이던 그 날.......

 이 등반열차를 탔는데, 이 기차를 타고는........한참을 울었어.

 정말 바보 같이.....펑펑.......울었어.”


이토록 강해 보이는 이 사람이 울었다고 한다.

내 손에 이렇게 힘을 줘서 잡아주는 이 사람이.......울었다고 한다.

나..... 때문에.........

바보 같은 나 때문에........

지 감정 하나 제대로 몰라 헤맸던 이 미련곰탱이 같은 나 때문에........

이 사람이 울었다고 한다.


“웃기지만........이 기차가 날.......위로해 주는 거 같았거든.

 저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한 번에 앞으로만 올라갈 수는 없는 거라고.......

 더 잘 올라가기 위해서 더 많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이 기차가 그걸....가르쳐....주더라......”


그의 목소리가 조금....젖어있는 것 같다.


“10분 올라왔는데, 그 이상으로 내려가는 거야.

 20분이고 30분이고 내려가는 거야.

 정말......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근데......그래야 저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대.

 그렇게 이 기차는 올라갔다가 올라간 거 이상으로 내려갔다가 몇 번이고 그렇게 하면서

 마침내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라.”


난......이 사람의 말을 들으며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몇 번이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그는 내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그렇게 앞으로 쭉쭉 나가는 게 아니라고.....

조금 올라간 거 같으면 어김없이 더 한없이 내려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그러나 그 내려가는 것은 더 많이 올라가기 위해서 내려가는 것이라는 걸.....

그는.....내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와 나도........우리의 관계도 그러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이제 겨우 서로가 함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또 한없이 저 나락으로 내려갈지도 모른다고.....

그러나.....두려워 말라고......

더 많이 올라가고, 더 많이 성장하기 위해,

올라온 것보다 좀 더 내려가는 거뿐이라고.......

그는.......내게......위로해 주고 있었다.


“힘들 때.......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생각될 때.......

 신우....오빠와 같이 탔던.......

 이 등반열차........꼭.......기억할게요.”


그가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래, 꼭 그래야 돼!! 알았지?”


“치잇~~! 꼭 어디 갈 것처럼 그렇게 말해요?

 신우 오빠.....늘 내 곁에 있을 거잖아요. 그렇죠?”


그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손이 더 강하게 내 손을 잡아준다.





3




고라라는 곳에 도착해서 우리는 등산열차에서 내렸다.


“신우 오빠.....혹시 등산 열차 태워주고 싶어서 여기 온 거예요?”


“그럴 리가?”


“예?”


“자.....기대하시라.”


등산열차를 내리고 나니 이번에는 7-8명 정도 탈 수 있는 로프웨이라는 것이 있었다.

전체가 다 유리로 되어 있어서 사방을 훤하게 다 볼 수 있었다.

등산열차로 산 정상까지 올라온 줄 알았는데, 이건 장난에 불과했다.

엄청난 높이까지 로프가 연결되어 있어서 그 로프를 따라 운행되는 로프웨이를 타고 더 높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래에는 내가 생전 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였다.

설원으로 뒤덮여 하얀 산들 사이로 하얀 연기가 군데군데 올라오고 있었다.


“우와!!! 저거 뭐예요?”


“하꼬네가 아직도 살아 있는 화산이라서 저기 아래에 유황이 끓어오르는 거야.

 화산 가슨가? 올라오는 걸걸? 이거 때문에 여기 온천이 유명하잖아.”


“와와!!! 저 화산 비슷한 거 처음 봐요.

 진짜...연기가 나네. 이러다 폭발하는 거 아니에요?”


“풋~ 고미녀 너무 좋아하는데?

 사진 찍을까?”


“네!!!”


주변에 사람이 앉았거나 말거나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아...안타깝다. 얼굴로 꽉 차서 밖에 풍경이 하나도 안 나와요.”


“풍경은 따로 찍으면 되지.”


“에엣~ 모르시네.

 자고로......자신의 얼굴을 박아서 풍경을 찍어야 다녀왔다는 인증이 되죠.”


“뭐, 인증?”


그는 내가 하는 짓이 웃기는지 자꾸만 피식 웃음소리를 낸다.


“저....사진 찍어드릴까요?”


“아....한국분이세요. 예 한 장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사진 찍고 노는 걸 앞 쪽 의자에서 지켜보던 두 여자 중 한 사람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야 사진 찍어주면 좋다 싶어서 그럴 듯하게 포즈를 취했다.


“좀 더 다정하게 붙어 보세요.”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어깨를 감싸 안고는 거의 안다시피해서 사진을 찍는다.


“풋~ 사이가 굉장히 좋으시네요.”


그의 모습이 웃겼던지,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이 큭큭 댄다.


“음...그러게요. 제가 너무 좋아해서.....탈이죠.”


그는 넉살 좋게 받아 쳤다.


“저...근데.....혹시 누구 닮았다는 말....안 들어보셨어요?”


우리 사진을 찍어준 사람의 일행인 듯한 여자가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알아본 건가 싶어서 머리가 쭈뼛 섰다.

모자도 쓰고, 썬글라스까지 껴도 역부족인가?

나야 괜찮다고 해도, 이 사람은 큰일인데......

걱정하는 사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친다.


“네. 많이 들어봤습니다. 이름이 뭐더라. 아....한국에 엔젤인가 뭔가 하는 그룹 있다면서요?

 거기 어떤 멤버랑 닮았다고 하던데......

 제가 일본에 좀 일찍 유학을 와서....잘 몰라요.”


“어? 들으셨구나.

 강신우라는, 옛날 에이엔젤 멤버랑 정~~말 많이 닮으셨어요!!!

 전....혹시 강신우씨가 아닌가 했어요.”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물고는 아예 신우 오빠 곁에 올 기세였다.


“풋~~ 그 친구, 잘 생겼나 보죠? 나랑 닮다니.....”


“예? 예....”


그의 잘난 척에 말을 걸어오던 여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찌푸려진다.

그 이후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을 다물어버린다.

처음에는 긴장하고 이 사태를 지켜보다가 그 상황이 되자, 난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입을 겨우 틀어막고 있었다.


“자기 입으로 본인이 잘생겼다고 말하면 좋아요?”


그의 귀에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사실이잖아.”


그의 천연덕스러운 반응에 기가 막히다.


“그거 알아요?

 신우 오빠....이럴 때, 저엉말~!!! 황태경씨 닮은 거!!!”


“그래서......싫...어?”


개구쟁이 같은 그의 표정.....

어쩌겠나 싶다.

그래도.....좋은데.......

솔직히.....잘생긴 건 사실이니까......


“아니....너무너무 좋아요. 헤헤”


진짜....팔불출 커플 콘테스트라도 나가봐야 할 듯하다.





4





하코네....참 희한한 곳이다.

타는 것들만 무수히 갈아타고 있다.

그것도 온갖 종류를....차례대로......

기차 종류도 여러 가지, 케이블카네, 로프웨이네 뭐네

정말 타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렇게 아시 호수를 배를 타고 건너서야 드디어 타는 것 없이 내 발로 뭍에 내려섰다.


“정말...여기 희한한 곳입니다.

 어떻게 뭔가를 계속 타고 다녀야 합니까?”


“어?”


“예? 왜 그러세요?”


“너....말투가......”


“제 말투가 왜요?”


“완전히....고미남이야.”


“예~~에?

 제가 고미녀지, 고미남입니까?”


“큭큭......아니...예전에 처음 우리 연습실로 왔을 때,

 어리버리하던 그 고미남 같다구......”


이젠 포기다.

이 사람은 오늘 하루종일 나를 놀려먹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아까 오와구다니 화산구에 갔을 때도,

검은 계란을 가지고 난리도 아니게 싸웠다.

싸웠나? 아니 일방적으로 이 사람에게 당했다.

5개에 500엔 하는 계란을 사서는, 홀수라며 난리를 치더니 한 봉지 더 사와서 먹으라고 성화였다.

개수 똑같이 맞춰서 먹어야 한다고 온갖 난리를 다 피웠다.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을 만큼 난리를 쳐서

결국 10개의 반인 계란 5개를 다 먹느라 지금도 속이 더부룩하다.


“도대체 아까 왜 그랬어요?

 지금 소화 안 돼서 죽을 것 같잖아요.”


내가 투덜대보지만, 그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하다.


“그런 게 있어.”


“아니, 그런 게 뭐냐구요?”


오늘따라 자꾸만 그가 놀려대니까.....마치 나는 애라도 된 듯 자꾸만 안달나게 된다.


“저 앞에 가면 얘기해 줄게.”


“저기 어디요?”


“내가....꼭 보여주고 싶었던 곳에 가면......”


배에서 내려 왼쪽으로 꺾으니 바로 울창한 숲이 이어졌다.

엄청나게 큰 거목들이 빽빽하게 길을 이루고 있었다.

웅장하고도 곧은 거목들이었다.


“삼나무야.”


“아........정말.......똑바르게 컸어요.

 어떻게 이렇게 크죠?

 꼭.....<반지의 제왕> 나라에 온 거 같아요.

 이 길을.....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예?”


“이 길 끝에 있기는 한데, 이 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는 내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간다.

곧 봄이 된다고 해도, 여전히 이곳은 산등성이 위라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래도 이 설원 속에서도 삼나무는 푸름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 크고 곧을까......

저렇게 흔들림 없이 어떻게 자랄 수 있었을까.......

참으로 놀라울 뿐이었다.

걷는 것만으로도........겸허해 지는 듯했다.

몇 백 년은 된 듯한, 그 오롯이 올곧게 커 온 저 나무들 앞에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천천히 그 길을 걸었다.

사람들은 간간이 스칠 뿐, 한산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 나무들의 성실함과 올곧음을 배우며 그렇게 말없이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저 앞에 작은 신사 같은 게 보였다.


그 신사 앞에는 그렇게 빽빽한 삼나무 숲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는 두 나무가 서 있었다.


“다...왔어.”


신사에 가자는 것이었나?

신사 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그는 내 손을 이끌고 신사 앞에 서 있는 두 나무 앞으로 갔다.


“여긴.....왜?”


“잘 봐......이 나무들.......”


저 숲길을 걸어보며 봤던 그 삼나무 두 그루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나무들과 아주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뿐.....

그 두 나무 역시 아주 크고, 굵고 그리고 올곧았다.


“삼나무 아닌가요?

 아!!!!!!!!!!”


그 순간이었다.

그저 다른 나무들과 같은 삼나무가 아닌가 했는데.......

아......그 두 나무는 이어져 있었다.


“이 나무들....이 나무들....지금 이어져 있는 거 맞죠? 그죠?

 이거....이름이 뭐더라.....아...연...?”


“여느리지 맞스므니까?”(연리지 맞습니까?)


이런 나무를 뭐라 하는지 기억날 듯 말 듯한데, 서툰 한국말이 옆에서 들렸다.


“네?”


“여느리지....아니, 연. 리지”


내 옆에 언제부터 계셨는지 한 할머니가 서 계셨다.

족히 일흔은 넘으신 듯 보이시는데, 이곳에 혼자 등산모를 쓰고 우리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국분.....이세요?”


할머니는 내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님니다. 저는 일본 사라무 임니다.”


“아...근데 한국말 하시네요?”


할머니가 편안하게 미소를 다시 지으셨다.


“一人で来たんですか?”(혼자 오셨습니까?)


그때까지 아무 말이 없던 그가.....할머니를 향해 여쭤본다.


“はい。そうですよ!”(네, 그렇습니다.)


“夫君は......?”(부군께서는?)


“ご主人は 40年前に死にました.”(남편은 40년 전에 죽었답니다.)


“あ......しつれしましだ。すみませんでしだ.”(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心配しないです.いいです."(걱정 말아요. 괜찮아요.)

 もうずいぶん前の事です.(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남펴는, 한국 사람이무니다.”(남편은 한국사람입니다)


“한국 사람? 아.....그러셨군요.”

 

아마 저 분의 연세가 일흔이라고 해도, 40년 전이라면 이미 서른의 나이에 혼자가 되셨다는 건데.......

그래서 여전히....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저렇게 얼굴에 그리움이 피어나나 보다.


“두 사라무 부부....이무니까?”(두 사람은 부부입니까?)


부부?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의 손이 내 손을 세게 잡았다.


“네. 신혼부부입니다.”


신혼부부?

그의 말에 또 내 볼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그의 말을 들으시던 할머니는 아주 밝게 웃으셨다.


“아가씨의 남자, 本当に(정말) 조은 사라무 이무니다.”

(아가씨의 남자,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예?”


“箱根 杉並木, 여느리지 앞, 혼인하무니다. 행보구 하무니다.

(하코네 삼나무 숲 연리지 앞에서 혼인하면, 행복합니다.)

 誓えば, 一生幸せに生きて行くことができます.(맹세하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할머니는 왼쪽에 있는 조금 더 굵은 나무에게 다가가 마치 사람에게 하듯이 살갑게 쓰다듬었다.


“내 나무자의 나무이무니다.”(내 남자의 나무입니다)


할머니의 말은 마치 내 나무의 나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고 보니 받침 발음이 안 되는 일본 사람들에게 남자는 나무와 비슷하게 들릴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할머니는 40년 동안 저 나무를 보며 남편을 그리워하며 사셨을 것 같다.

그리울 때마다 이곳에 와서 저 나무를 쓸어보셨을 것 같다.


“杉がどうして真っ直ぐか分かりますか?(삼나무가 왜 곧은지 알아요?)”


답을 구하는 내게 할머니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씀을 해 주셨다.


“それはすべての根が繋がれているからです.(그건 모든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根がお互いに堅たく堪えていて雨風が吹いても杉は倒れないでこんなに正しく大きくなることができます.

(뿌리가 서로 단단히 버티고 있어서 비바람이 불어도 삼나무는 쓰러지지 않고 이렇게 올바르게 클 수 있답니다.)”


할머니는 몇 번이나 나무를 쓰다듬으시더니, 우리에게 꼭 이 나무 앞에서 맹세하고 가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아주 느릿느릿 삼나무 숲 길 안으로 걸어 들어가셨다.

서서히 해가 지는 가운데 삼나무 숲 길 사이로 노을의 빛들이 스며들었다.

우리가 할머니를 정말 만난 게 맞는지 의심이 될 만큼.....

저 노을빛들 사이로, 할머니는 천천히 사라지시는 것처럼 보였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이거였어요. 연리지....나무?”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본다.

웃음도 장난기도 없다.

아까까지 내게 장난치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알고 있었어요? 삼나무의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


“아니......몰랐어.

 그냥 이 나무 둘만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어.”


삼나무........놀라웠다.

이토록 크고 웅장하게, 그러면서도 이렇게 곧게 자랄 수 있었던 게, 저 땅 아래에서 그렇게 서로를 굳건히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라니.......

높은 고산지역에 엄청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랄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뿌리가 서로를 지탱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내 눈 앞에 이 두 나무는, 그 뿌리가 지상위로 올라와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감춰진 채 땅 속에서만 연결되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했나 보다.

이렇게 땅 위에서까지 서로에게 닿아서 저렇게 한 나무로 이어지고 싶었나 보다.


뭔가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는 것 같다.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몇 백 년을 두고 서로를 지켜주고 지탱해 주며 결국에는 하나가 된 이 나무들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만 얽히지 않고, 저렇게 곧고 크게 거대한 나무로 자라났다는 것이,

그 오랜 세월을 두고 자라왔음에도 아직도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뭔가 울컥하게 한다.


그가 나를 나무 바로 앞으로 데려가서 내 두 손을 맞잡았다.


“오....빠?”


“미녀야, 사실 너에게 이 나무, 꼭 보여주고 싶었어.

 그저 하나처럼 살고 있는 이 나무들이 너무 좋아보였는데,

 저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니까 더 짠한 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도 더......의미 있는 나무인 것 같아.”


난....그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이 나무들 앞에서 괜시리 경건해지고 있었다.


“미녀야, 이 나무들도 하나가 되느라 굉장히 많이 아팠을 거야.

 이 두 나무들만 떨어져 있느라 비바람을 견뎌내는 게 정말 힘들었을 거야.

 그래도 어쩌면 이 나무들, 다른 나무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비바람을 견뎌내느라

 이렇게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을지도 몰라.

 그리고....다가간 만큼, 아주 많이 상처가 났을지도 몰라.

 그래도 말이야. 이 나무들......결국에는 밖에서 불어대는 바람도, 비도 이겨냈으니까......

 그리고 생살을 찢고 하나 되는 아픔도 견뎌냈으니까......

 이렇게 멋지게 곧게 자라날 수 있었을 거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있다는 거,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있다는 거......

 그렇게 믿고 이겨냈을 거야.

 그러니까.....그러니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다.

그는 지금......믿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서로의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

비바람이 치더라도, 홍수가 닥치더라도, 이겨낼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이 나무들 앞에서 맹세하고 싶은 거다.


“알아요. 그럴게요. 저 나무들처럼.......

 저렇게.......

 당신의 뿌리에 닿을게요.

 그렇게 끝까지 견뎌낼게요.

 아프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당신도......꼭 이겨내요.“


“미녀야......절대로 잊지마.

 난......어떤 상황에서도 널.....떠나지 않아.

 난.......늘......니 옆에 있을 거야.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난.....저 나무와 같을 거야.

 그러니까......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고, 상처투성이가 된다고 해도,

 절대로.......잊지마.

 내 심장은, 내 영혼은.....늘......고미녀......곁에 있을 거야.”


난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할게요. 꼭.....오늘을......이곳을, 저 나무를.....기억할게요.

 흔들릴 때마다, 힘들 때마다

 꼭.......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게요.

 당신의 마음이 이곳에 있고, 내 마음이 이곳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반드시 기억할게요.”


그래, 기억할 것이다.

내가 저 나무처럼 몇 백 년을 저렇게 올곧게 자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 것이다.

아무리 나를 흔들어대어도 굴하지 않고, 한번 바람에 맞서 볼 것이다.

그가 나를 단단히 붙들고 있으니......

나또한 그를 단단히 붙들고 있으니.......

그것을 믿을 것이다.


지금........내 눈을 깊이 바라보는 이 사람의 눈을 꼭 기억할 것이다.

언젠가.......또 다시 찾아올......인생의 둔턱 앞에서.......

나는........지금 나를 바라보는 이 사람의 눈을 꼭 기억할 것이다.

처음 이 사람을 만난 이후, 늘 한결 같았던 이 눈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담아내는 이 눈동자를,

나를 향해 끊임없이 떨리며 다가오는 이 눈빛을,

영혼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울림을 담아낸 깊게 깊게 가라앉는 저 짙음을,

나는 꼭 기억할 것이다.


연리지........

이제 내가.....당신의 뿌리 깊이 닿겠습니다.



 

 

 

 

http://blog.naver.com/lemonjin7088/70093140451  사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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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회 부분은 사실 41회에 썼어야 할 내용인데,

쓰고 보니 역시나 양이 많아서,

나눌 수밖에 없었던 거 같습니다.

42회만 25장이니........


그래도....별 내용 없이 길이만 길어지는 듯해서 송구스럽습니다.

늘어난 수다만큼 몇 회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

끝까지.....함께.....해 주시겠지요?


오늘도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