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44 - 해 뜨기 전, 가장 차가운 시간

그랑블루08 2010. 11. 10. 17:59

44. 해 뜨기 전, 가장 차가운 시간


 

 

 

 

 

 

 

 

 

 


바람이 분다 - 이소라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가사 출처 : Daum뮤직

72




1





もしもし...”


<강신우!!!!! 너 어디야!!!!>


“어! 마실장님...무슨 일로?”


<너 지금 어디냐니까?!!!

 너 하코넨가 뭔가 거기 있는 거야?>


“예? 어떻게 아셨어요?”


<뭐야!!! 진짜야~~!! 정말 미치겠다!!!

 신우야!! 너 정말 왜 이러냐? 어?

 너....설마 설마.......

 미녀도.....같이 있는 거야?
 아니지? 그건 아니지? 그지?>


“......................”


<강신우!!! 말 좀 해 봐!!!!>


“죄송해요.”


<너너...설마....진짜야? 정말이야?

 진짜 거기.....미녀랑 같이 있는 거야?>


“그렇게....됐어요.”


<하....진짜 돌아버리겠네.

 너 그럼.....그것도 진짜냐?

 도쿄 무슨 호텔 앞에서 태경이도 만났냐?>


“!!!!!!!!.......네.”


<후우......이제야 상황 판단이 되네.

 너는 정말 믿었는데.......니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자기 관리 철저한 니가.......천하의 강신우가.......하아....이거 어떡하냐...진짜!!>


“죄송하지만, 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해 주세요.”


<후~~ 이건 내가 말하는 거보다 니가 직접 인터넷 상황을 봐야 돼.

 그리고 어떻게 할 건지, 바로 연락하고.

 또, 최대한 빨리, 그리고 사람들 없을 때 사람들한테 들키지 말고, 도쿄로 돌아와.>


“네.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래.......>


이런 것이었을까.

‘순간’은 그야말로 순간이었다.

신은 인간에게 놀라운 감각을 주셨다.

징조라는 사인을 통해서 스스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하사하신 듯하다.

그러니.......미녀와 함께 하는 순간에도

그렇게 심장을 뛰게 하고, 내 몸의 모든 피를 들끓게 하는 그 순간에도

그토록 무언가가 불안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마치 아주 무거운 돌덩이를 심장에 매달고 있는 것처럼......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것을 지금 나는 실체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떤 표정으로 미녀를 봐야 할지 고민이 된다.

보지 않아도, 확인하지 않아도,

아이는 내 목소리에서 불안함을 이미 감지했을 텐데.......

내 불안을 아이에게 주고 싶지가 않다.


“신우...오빠......무슨 일...있어요?”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에서 이미 아이는 뭔가를 눈치채고 있는 듯하다.

아이는 흔들리는 내 눈을 찾아 헤맨다.

난 아직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는데, 아이는 지금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라며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미녀야........”


“네?”


아이의 목소리가 떨려나온다.

시트를 목 위에까지 끌어올려서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아직은 아이의 볼에 발그레한 열정이 남아 있다.

내 여자.........

나의 입술에 반응하고, 내 손길에 떨려 하는

진정 나의 여인........

이젠 아이에서 완연한 여인으로 내 숨을 막히게 하는 존재........


내가.......너를 놓고 살 수 있을까?

내가 너 없이......살 수 있을까?


“집착....일까?”


“예?”


내 손은 이미 연한 홍조를 띠고 있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고 있다.


“나.....말이야........

 나.........

 지금........나.....너에게 집착하고 있는지도 몰라.”


“신우 오빠.........”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내 말이 아이를 불안하게 하고 있겠지.


내 마음을......내 심장의 소리를........

전한다 해도, 다 보여준다 해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나를 이해할 수가 없는데.........

이미 난 내가 아닌데,

이토록 미치도록 집착하다 못해, 너무나 두려운데........

그러한 마음을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이 너무나 깊어지면, 이토록 불안해지는 것일까.........

그런 걸까?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이 아이의 눈빛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아이를 끌어당겨 내 품 속으로 잔뜩 끌어안았다.

아이의 심장소리가 내 심장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아이의 존재가 내 품에 있다는 것을 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자꾸만 힘을 주어 안아본다.


“사랑해.......미녀야........”


아이가 미소 짓고 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이의 미세한 움직임도, 난 놓치지 않는다. 아니 놓칠래야 놓칠 수가 없다.

내 모든 감각은 오로지 이 아이를 향해서만 열려 있어서

아주 작은 움직임도, 아주 작은 반응도 모두 알아내고야 만다.


“저두요.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해요.”


“다행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전혀 불안하지 않은 척,

마치 평상시와 마찬가지인 척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품에서 떼내었다.

내 행동이 뭔가 이상했겠지만, 아이는 나를 향해 웃어주고 있다.


“미녀야, 잠깐만 로비에 가서 인터넷 확인하고 올게.”


“무슨 일...있는 거죠? 그쵸?”


“무슨 일은.......? 없어. 그런 거....”


“신우 오빠!!! 저도 감이 있다구요.

 마실장님이 뭐라고 한 거죠?

 우리....여기 있는 거......아시는 거죠? 맞죠?”


누가...이 아이에게 둔하다고 했을까.......

미녀 역시 뭔가를 느끼고 있다.


“음........그렇게 됐어.

 그게......사실은......내가 알려줬어.

 그러니까.....신경쓰지 않아도 돼.

 어쨌든.......나한테 뭐...중요한 메일을 보내셨다는데,

 그거...확인하고 답해 줄 게 있어서.......나갔다 올게.

 급하다네.”


“정말....이에요?”


여전히 석연치 않아 한다.

그래도 난 대충 얼버무리고 방을 나왔다.


뭘까......

이미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다른 쪽에서 터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터질 줄은 몰랐다.

 


포탈서비스 검색순위에 황태경 강신우 불화, 강신우 일본, 강신우 여자 세 개나 링크되어 있었다.

심지어 황태경 강신우 불화는 검색어 1위였다.

베스티즈며, 디시갤이며, 다음 텔존이며 난리가 나 있었다.

클릭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겨우 겨우 ‘황태경 강신우 불화’를 클릭해 보니, 사진이 떠 있었다.

관련 기사며, 블로그 글이며, 트위트며 수백 개가 떠다니고 있었다.


사진에는 황태경이 내 멱살을 잡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황태경이었고, 강신우였다.

이건....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호텔 앞이라는 것이 너무나 명확했다.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미국에 유학갔다던 강신우가 왜 일본에 있는 거냐는 의문에, A.N.Jell 내부 불화에,

별별 이야기가 다 있었다.

명확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 우리 둘 사이의 불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물론 몇몇 글에서는 왜 호텔 앞이냐는 의문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었지만,

이정도면,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 혹시나 싶어서 베스티즈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말들이 많은 곳이니, 네티즌들이나 팬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별 이야기 없나 싶다가 엄청난 조회 수에 몇 천 개의 댓글이 달려 있는 글이 있었다.


<강신우 하코네 여자>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인가?

케이블카에서 만났던 사람들.........

역시나......들켰던 건가?


만약 일본에 있다는 것만 들키지 않았다면,

황태경과의 사진이 유포되지만 않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상황이었는데,

하필이면 도쿄에서 황태경과 우격다짐하는 사진이 올라오는 바람에 이 모든 것들이

아귀가 맞아떨어지고 말았다.


역시나........사진 찍어준 한국인들인 것 같았다.


하코네에 여자랑 같이 놀러왔다는 증언........

그 아래로 이 근처에서 만났던 긴가민가 하던 사람들까지 댓글이 대거 붙어 있었다.

아이폰 때문에 얼마든지 실시간으로 바로 글을 올릴 수 있으니 요즘은 겁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제........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아버지가......그냥 계시질 않을 텐데............


일단 마실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신우냐?>


“예. 봤습니다.”


<너!!! 어쩔 거야?>


“내일 새벽에 첫 차로 바로 도쿄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가서......좀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미녀는 어쩔 건데?

 너....미녀 때문에 태경이랑 싸운 거야?

 그럼.......태경이가 사라진 것도.......너 때문인 거야?>


“하아....죄송합니다.

 그런데......황태경은.....도착했습니까?”


<말도 마라. 한국에 도착했다고는 하는데, 녀석 도착해서는 잠적이다.

 그나마 한국에 돌아온 거라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문제는 공항에서도 태경이를 많이 본 모양이야.>


“안 사장님은요?”


<난리났지!! 지금 어떻게든 내가 무마시키고 있는데....될지 모르겠다.

 너도 알다시피........강회장님........아무래도 움직이실 것 같다.>


“알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꼬이냐? 진짜?

 아~~ 나도 모르겠다.

 난 처음부터 너랑 미녀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아 몰라 몰라!!!

 그건 그거고.....그건 너희 둘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이렇게 팀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건 문제가 돼.

 게다가 잘못하면 씨엔블루까지 불똥이 튈 수 있어.>


“종현이 쪽이랑은......연관된 기사가 없던데요.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말이 좀 있었거든. 예전부터......

 그 뭐냐......도쿄에 한국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씨엔블루 정용화가 에이엔젤 강신우랑 많이 닮았다고 말이야.

 말은 안 했지만, 누가 디시갤에 씨엔블루 공연 사진을 올려서는 닮은 꼴 테스트를 했거든.

 워낙 어둡게 나왔고, 모자까지 쓰고 있었지만, 그게 씽크로율 90% 이상이 나왔어.

 그래서 약간 의심들을 하고 있었지.

 일단 회사차원에서 삭제하고 관리시켰는데, 우리 네티즌들이 보통이냐?

 CSI 뺨치는데......어차피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건..........몰랐습니다.”


<그래.......어쨌든 일은 터졌고, 이쪽에서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대처해볼 테니....

 너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니 스스로 길을 모색해 봐야 할 거야.

 그리고....최악의 사태로는 기자회견을 해야 할 수도 있어.

 아니면, 다른 큰 건이 터져주면 좋은데......

 웬만한 걸로는 무마되기가 힘들 것 같다.

 이번은.......빠져나가기에는 너무 명확해.

 어쩌면.......>


“예?”


<미녀 일까지....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는데.......>



그건 정말 몰랐다.

아무래도 일본에 있다 보니, 한국만큼 인터넷이 빠른 것도 아니고

호텔 쪽이 아니면 한글이 깔려 있는 곳도 잘 없었다.

또 숙소에서도 웬만하면 한국 쪽 기사는 안 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터넷 기사와도 멀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토록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나...답지 않다.

정말이지 나답지 않다.

정말....왜 이러냐....강신우!!!






2





아무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아무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도,

서로를 품은 사람들은 알지 않을 수 없다.


방으로 돌아와 보니, 침대는 완전히 정리되어 있었고, 미녀는 겉옷을 다 입은 채로 짐도 풀어놓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던 미녀가 겨우 입을 뗐다.


“갈까요?”


“........응.”


아이는 괜찮냐는 말도,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도 묻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미소를 머금더니 내게 다가온다.

나를 품 안 가득 안아주고 있다.

작은 어깨로, 작은 품으로, 그래도 열심히 나를 안아주고 있다.

이 작은 어깨가, 이 작은 품이 왜 이리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나를 안고 내 등을 쓸어내린다.

아이의 손이 스칠 때마다 따뜻함이 전해져온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죽을 것 같이 숨이 막히는 이 순간.

아이는 내게 다시 위로를 건넨다.


아이는 괜찮다고도, 다 잘 될 거라고도.......

그런 손에 잡을 수 없는, 허황된 말들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존재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그렇게 온몸으로 말해준다.

그래......그러한 아이의 마음이 내 불안한 마음을 자꾸만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


그렇게 밤이 가고, 새벽이 오는 듯했다.

입에서 한기가 나온다.


“춥다! 난로라도 틀어야겠어.”


전통 료칸(일본식 여관)이라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부둥켜안고 있느라 추운 줄도 모르고 있었다.


“곧....해가 뜰 것 같은데, 이렇게 춥네.”


아무 말 없는 아이가 불안해서 나는 자꾸 뭐라고 말을 뱉고 있다.

분주히 불을 지피는데, 아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보다 더 추워지진 않을 거예요.”


“어?”


“지금이 제일 춥다구요.”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불을 지피다 말고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창밖으로 저 끝, 하늘 아주 저 끝 검은 빛과 푸른빛이 섞여 있는 듯한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곧....동이 틀 거니까......지금이 제일 추운 거예요.”


아이는....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렸을 때요. 오빠랑 엄청나게 싸웠어요.

 <성모의 집>도 나갈 거라고, 어린 마음에 문 밖에서 밤을 보냈어요.

 4월이었는데, 봄이라도 밤은 참 추웠거든요.

 평생....그 때만큼 추웠던 적은 없었어요.

 아무리 아무리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아무도 날 찾아주지 않고,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뜨질 않는 거예요.

 정말 너무너무 추워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고집은 있어서 들어가진 않았어요.

 엉엉 울면서, 너무너무 춥다고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하늘이 파래지는 거예요.

 점점 밝아지는데, 아.....이젠 안 춥겠구나....그 생각만 했어요.”


미녀의 어린 시절.....

미녀는 다시 아픈 기억 하나를 끄집어내었다.


“근데요. 그때 알게 됐어요.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이 아주 캄캄한 밤일 거라고....

 새벽 3시나 4시쯤일 거라고 생각들 하잖아요?

 근데....사실은 아니에요.

 정말 정말 추운 시간은 바로.....지금처럼 해 뜨기 직전이에요.”


“해 뜨기 직전?”


“네. 해 뜨기 직전! 너무 추워서 포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가장 추운 시간과 해가 뜨는 시간은 붙어 있다는 거예요.”

 

“붙어 있다?”


“신의.......섭리 같은 거......

 어린 마음에 그런 걸 느낀 거 같아요.

 아주 춥고 마음까지 시린 그런 날들과,

 따뜻한 해가 뜨는 날들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구요.

 그러니 힘든 날이 많을수록,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 날이 많을수록

 그래서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

 어쩌면 그 순간은 지금 해가 뜨기 직전, 내게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기 직전이라는 거예요.”


그래...나는 이 아이에게 “믿음”을 얘기했다.

이 아이가 흔들릴까봐 걱정을 하며, 마치 내가 이 아이보다 한참은 어른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이는 지금 내게 가장 힘든 날과 가장 밝은 날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고,

지금 이렇게 춥고 시린 만큼 곧 해가 뜰 거라고,

따뜻한 햇살이 내게 비출 거라고 얘기한다.

아이의 말 때문에, 자꾸만 내 울대가 칼칼해진다.

뭔가가 울컥하니 올라오는 것 같다.


이 아이를 만난 건, 정말 신의 축복이다.





3





워낙 이른 새벽기차를 타고 왔더니, 도쿄역에 내려서도 여전히 햇살은 저 아래에서 길게 내려쬔다.


이제 아이를 보낼 시간이다.


“미녀야, 넌 우리 숙소로 가 있어.”


“신우...오빠는요?”


미녀는 순간 놀라는 듯했지만, 뭔가 짐작하고 있었던 듯 금세 차분해졌다.


“난.....아무래도.....호텔에 가 있어야겠어.”


“같이...숙소로 가면.....안 돼요?”


“그러고 싶지만......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숙소로 가면, 우리 팀에도....뭔가.......문제가 될지도 몰라.

 내가 따로 나와 있으면, 해결하기가 더 좋을 거 같기도 하고.........“


“금방.....연락할 거죠?”


“당연하지. 연락할게. 기다리고 있어.”


아이의 눈은 연신 불안하게 흔들렸다.

내 눈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어 보였다.


그렇게 아이는 주저주저하며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시 우에노 역으로 돌아왔다.


호텔 앞에서 전화가 울린다.


아.버.지.


올 것이 왔다.


“예. 아버지.”


<니가 묵은 호텔이다.>


“예. 저도 도착했습니다.”


<그래? 일찍 왔군.

 그럼 10층 라운지 커피숍에 있을 테니 올라와라.>


“예.”






4





“저 왔습니다.”


“그래. 니 방법은 뭐냐?”


아버지는 의외로 기분 좋은 듯이 보인다.

차라리 이렇게 되길 바라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한다? 허어~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을 수가 없지.

 큰 사건에는 더 큰 사건을 쳐서 무마시키는 수밖에.”


“더 큰 사건요?”


“그래.”


더 큰 사건.......

이곳까지 오면서 내가 무마할 수 있는 선에서의 큰 사건들을 생각해 봤다.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어쨌든 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일단 무마시키는 게 급선무지.”


아버지는 지금 히든카드를 꺼내려 하고 있다.

눈빛에서 이미 그는 자신이 승리했다는 걸, 자신이 이기는 패를 쥐고 있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당신의 아들이 결국 당신 앞에 목에 줄이 매인 채로 왔다는 걸, 즐기고 계시겠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떤 기회도 더 이상 없을 수도 있다.


“군대 가라. 이미 입영 신청은 해 뒀다.”


이건 무슨 말인가?

입대?

지금?

그야말로 얼척이 없는 순간이다.

그것도 이미 신청을 해뒀다니, 아버지는 지금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일이 흘러가는 걸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 입영 신청이라뇨? 그건 본인이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뭐,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자식은 외국에 있으니 부모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거고.”


“잠깐만요. 이 일은 불과 어제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 당장 가라는 건, 꽤 오래 전에 신청을 해놓으셨다는 겁니까?”


“그래!!! 니가 하도 정신 못차리고 있길래, 계속 이러면 보내버리려고 했다.

 정신을 차린다면 대충 학교 걸어두고 연기해 둘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 건, 다....니 탓이다.”


내 탓!! 그래 알고 있다.

알지만, 분한 마음은 자꾸만 목을 칼칼하게 한다.


“그래서, 제가 입대를 해야 한다, 그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전 성인입니다. 제가 아버지 말씀을 그대로 따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허~!!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니가 지금......뭔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리고 니 멋대로 행동하면 그 후폭풍은 누가 감당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내가.......그렇게 호락호락 살아온 걸로 보여?”


그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그야말로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떤 방식까지 취할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후폭풍.......

나를 결국 그 후폭풍이라는 걸로 옭아맬 생각이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


“좋습니다. 입대하겠습니다.”


“뭐?”


내가 바로 승낙을 하자 도리어 아버지가 놀란다.


“진심이냐?”


“입대할 테니......저랑 거래하시죠.”


“뭐? 거래?”


“네.”


“니가 아예 간이 배 밖에 나왔구나.

 지는 패를 가진 놈이 뭐가 있어서 거래를 한다는 거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죠. 장사치의 아들이잖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거래는 성립된다. 이것이 장사치 아닙니까?”


난 지금 무리수를 두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장사치는 장사치로 대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무언가를 쥐고 있는 듯이 행동해야 한다.

거래란....얼마든지 성립될 수 있다.

내 패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것을 보여주면 될 일이다.

상대가 혹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것에 달려있을 뿐이다.


“얻는 게 없으면 흥정을 하지 않는다.”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얻는 게 없는 흥정에는 뛰어들지 않습니다.”


“좋다. 어디, 니 패가 뭔지 까볼 테면 까봐라.”


걸려들었다.

이것으로 후폭풍을 막을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적어도 나 혼자 안고 갈 수 있기를......

마른 침을 삼키며, 줄기차게 나는 바라고 있다.





5. 





그에게서는 이제 연락이 없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내 전화도, 종현 씨의 전화도, 그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그와 헤어지며 돌아오는 길.......

난 한 가지만 생각했다.

제발........감당할 수 있는 시련이기를.........

오로지 그 기도만 했다.


사실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의 표정이, 그의 눈빛이, 그의 떨림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불안해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알고 나면 감당할 수 없을까봐, 그래서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어쩌면 감당 못하는 내 자신이 그에게 다시 짐이 될까봐 묻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오니 다들 아무 말이 없다.

종현 씨는 내 어깨만 두드려주고, 다들 내가 혼자 있게 해 준다.

아마........무슨 상황인지 혼자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거겠지.


인터넷을 클릭하는 내 손이 떨린다.

무슨 일일까.......

대충 뭔가 짚이는 일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하코네의 일이 알려진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아이돌이었으니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포털 사이트 첫 화면, 내 예상을 깨고 황태경 씨와 신우 오빠의 기사가 떠 있다.

주먹다짐.........?

도대체 예상외의 검색어였다.

관련 기사만 수 백 개에 달한다.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근데 왜!! 황태경 씨와 신우 오빠가 엮인 건지 도대체가 알 수 없다.

그 중 한 기사를 클릭하자,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호텔 앞이었다.

그것도 어제 아침........


황태경 씨가......모두 지켜보았고,

또 신우 오빠도 만났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주먹다짐을 했다는 걸........

그 사진은 보여주고 있었다.


호텔 앞 그것도 이른 새벽이었다는 점에서 말들이 많았다.

게다가 3대 의혹이라며 의문투성이라는 식의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호텔 앞이고 그 호텔 앞에서 이른 새벽에 두 남자가 싸웠다는 거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3대 의혹은 오롯이 신우 오빠에게 쏠리고 있었다.

왜 잘 나가던 A.N.Jell을 떠났는지,

그리고 왜 미국을 간다고 하고서 일본을 갔는지,

또 왜 호텔 앞에서 이 두 남자는 마치 애인을 두고 싸우는 듯한 행동을 보였는지,

엄청난 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 하코네에서 신우 오빠와 내가 함께 있는 걸 본 사람들의 증언 때문에

점점 신우 오빠가 황태경씨의 여자를 빼앗은 것처럼 기사가 꾸며지고 있었다.

또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신우 오빠와 닮았다는 기사까지.....

그야말로 의혹투성이였다.

더 나아가 이제 네티즌들은 <강.진.요>라는 카페까지 만들어서

강신우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다음 아고라에 서명까지 하고 있었다.


여자, 배신, 거짓말, 그야말로 아이돌 스타로서는 최대한 나쁜 루머가 그에게 퍼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블루밴드에게까지 배신밴드라며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한 상태에서 이렇게 나쁜 루머로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게

그것도 나 때문이라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게 했다.


강신우 배신, 강신우 여자, 강신우 거짓말, 에이엔젤 불화설, 에이엔젤 여자


그야말로 내 사람 이름 옆에 붙어 있는 말들이

내 사람을 정죄하고 있었다.

모든 건 나 때문인데,

실시간 검색어에 글자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그의 이름이

저런 단어들과 함께 있는 것들이, 정말로 죽기보다도 더 싫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그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없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다.

분명 연락한다고 해 놓고서는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다.

불안감은 자꾸 마음을 짓누르고, 마치 바위가 내 심장에 얹힌 듯이 숨이 막힌다.


“미녀야!!! 이리 와봐!!”


“어?”


방안에 쳐박혀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던 내게 종현씨가 다급하게 다가와서 끌어냈다.


“왜? 무슨 일이야?”


또 다시 심장은 불안하게 뛰기 시작한다.


“아무래도.....형......기자회견 하나봐.”


“뭐? 무슨 기자회견? 어디서?”


“지금.......형은 도쿄에서 하고, 이어서 한국에서 태경이 형이 할 건가봐.”


“뭐?”


아무 소식도 없이, 아무 언질도 없이 갑자기 기자회견이라니,

그것도 일본과 한국 동시에 이루어진다니......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아무리 내가 아이돌 비슷한 걸 겪어봤다고는 해도, 이러한 소동들이 도저히 내 머리로는 납득이 되질 않는다.


“종현 씨!!! 이번 일이 그렇게 심각한 일이야?

 이렇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기자회견을 할 만큼, 그렇게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일이야.

 태경 형님.....팬도 많고, 에이엔젤 한국 아이돌 최고의 그룹이잖아.

 팬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래도 이렇게 크게 얘기해야 하는 거야?

 게다가 신우 오...아니 신우 형도 에이엔젤 그만뒀잖아.

 근데, 그 둘 사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게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는 거야?”


내 어리석은 물음에 종현 씨가 입을 잠시 다물더니 한숨을 쉰다.


“한국.....아이돌이잖아.”


“어?”


“한국 아이돌.......이미지 메이킹으로 먹고 사는 아이돌.......

 음악을 하고 싶어도, 적어도 괜찮은 이미지도 만들어놓고, 팬들의 입맛에 맞게

 그럴 듯하게 있어야 하는 아이돌.......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져도, 자신이 피끓는 청춘이라는 걸 잊은 채로,

 팬들밖에 없고, 애인 같은 건 키우지도 않는다고 외쳐대야 하는 아이돌이야.”


“그래도........”


“태경이 형이나 신우 형이나.......둘 다 지금은 한국 최고 스타야.

 태경이 형은 그야말로 마에스트로 아버지에, 천재 싱어송라이터, 여자를 싫어하는 결벽증.......

 그런 것들로 이미지메이킹한 거야.

 신우 형 역시 마찬가지고.

 중요한 건 말이야.

 태경이 형이, 그리고 에이엔젤이 열심히 그렇게 아이돌로 스타가 되어 줘서,

 우리가......우리 밴드가 이렇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무슨 돈으로, 돈도 안 되는 우리 밴드를 지원해 주겠어?

 태경이 형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팬들의 기호에 맞게 그렇게 맞춰주고 있는 거지.

 난......태경이 형이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황태경 씨가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고, 그 돈으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이제서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지금 이 일은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는 두 스타에 대한 이야기야.

 적어도 아무리 태경이 형이 까칠하다고 해도, 팬들에게는 이미지메이킹을 잘해서, 의리 있고 실력 있는 그룹으로 만들어 놨는데,

 그래서 신우 형이 나갈 때도, 별 문제 없었어.

 아쉽지만 신우 형의 공부를 위해서 보내주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놨었어.

 그런데......지금은.....그 이미지들이 완전히 깨져버린 거야.

 게다가 아이돌이라는 환상, 의리와 실력, 순수함.....뭐 그런 이미지들이 깨지고 나면,

 팬들이 팬으로서 그대로 있을까?

 지금 에이엔젤 팬들에게는 음악도 좋았지만, 그들의 이미지 자체도 큰 역할을 했을 텐데........”


그래, 그럴 것 같다.

만약 음악을 좋아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에이엔젤은 팬들이 좀 더 좋아하는 음악을, 그리고 퍼포먼스를 했었다.

그리고 가식적인 의리까지 보여주곤 했었다.

지금 태경 형님과 미남 오빠의 불화도 팬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미녀야, 조금 심하게 말할게.

 그냥 현실 자체를 너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에이엔젤, 그야말로 천사 그 자체, 순수함 그 자체였어.

 마치 다비드처럼 깨끗한 천사의 이미지.

 그런데.........이른 아침, 호텔 앞에 두 남자가 있었어.

 한 남자는 초췌한 표정으로 눈에 핏발까지 섰고, 다른 남자의 멱살을 잡고 있었어.

 대부분의 사람은 호텔에서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는 걸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신우 형은.....하코네에서 여자랑 같이 여행을 다니고 있었어.

 친구를 배신한 거고, 게다가 호텔에서 여자와 함께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1박 이상을 여자랑 같이 여행하고 있었어.

 이제 갓 스무 살을 넘은 철모르는 젊은 애들이 조금은 더러운 스캔들에 휩쓸린 거야.

 소문은 무서워. 진실은 어디에도 없어. 아니, 진실은 필요 없어.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아.

 그저 소문만, 스캔들만 자꾸 더럽게 퍼지고 말아.

 지금 이 상황.........결국 에이엔젤 이미지가 깨지고 말았다는 거야.

 에이엔젤이 무너지면, 우리 회사도 무너져.

 그리고.....곧 나오려고 했던, 다른 그룹들도........

 또........우리도..........”


이미지.

무섭다.

사람이 사는 곳에, 사람이 아닌 것을 자꾸만 들이대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꾸 누군가의 틀에 맞추려 한다.

도대체 누가 그 틀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누군가는 그 틀에 끼여서 죽어가고, 또 누군가는 그 틀에 끼인 자들을 소비한다.

그리고.....그들은 아름다웠던 이십대의 청춘을 다 바친 후, 서른도 되기 전에 버려진다.

그 때가 되면, 누가 버린 것인지도 알지도 못한 채로 버려지고, 새로운 누군가가 그 틀에 다시 갇히게 된다.


그래서.........그 사람이 두렵다고 했었다.

에이엔젤에 있으면, 자신의 서른이 상상이 되질 않아서,

그래서.......이곳으로 떠나왔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그 틀을 깨고 싶어서.........

살고 싶어서.......

자신의 서른을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 사람이, 그리고 내가, 그리고 종현씨가, 모두가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

서른을 상상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노래를 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우리의 노래를 위해서 틀에 갇혀 있었던 거다.

황태경 씨는 그곳에서 우리의 서른을 위해 자기 자신을 틀 속에 가두었던 거다.


세상에 가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의 서른은........

우리가 품고 싶은 서른은........

이토록 어려운 곳에 있는 것일까.






6. 





<<자! 지금부터 에이엔젤의 전 멤버였던 강신우의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강신우 군의 이야기부터 듣고 기자님들의 질문을 받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신우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심려끼쳐 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말도 안 되는 오해들이 난무해서 그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태경이, 아니 에이엔젤의 황태경 군과 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왈가왈부하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

 태경이 여자친구를 제가 빼앗았고, 그 때문에 황태경이 제게 주먹질을 했다는 이야기부터,

 제가 에이엔젤을 배신하고 따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모 밴드에 들어갔다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사실이고, 어떤 부분은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태경이와 얽힌 문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태경이와 주먹다짐하는 그 문제의 사진은 사실 맞습니다.

 그러나 여자친구 때문이 아니라, 제 입대 때문입니다.”


<아니, 강신우 씨! 입대하시는 겁니까?

 언제 입대하시는 겁니까?>


<그럼, 황태경씨는 강신우씨가 입대하는 데 왜 화를 낸 겁니까?>


<정말 여자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까? 일본 내에서 여자분과 함께 여행 다니는 걸 목격한 증인들도 많습니다. 그건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자 죄송합니다. 잠시 장내 정리를 하겠습니다.

  지금 질문을 하지 마시고, 강신우씨가 말씀을 다 하신 후에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강신우씨 계속 말씀해 주십시오.>>


“예. 말씀드린 대로, 이틀 후 바로 입대를 하게 됐습니다.

 많이 놀라신 줄 압니다. 태경이도 쇼크를 받은 듯했습니다.

 또 아무 말 없이 입대를 혼자 결정한 것에 대해서 많이 섭섭해 했습니다.

 태경이는 제가 음악 공부를 위해서 에이엔젤을 떠나겠다고 해도 모든 걸 받아줬습니다.

 왜냐하면 다시 와서 함께 할 거라는 걸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 갔던 것은,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회사 소속의 밴드에 들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제 취지는 처음부터 신인으로 서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밴드를 하고, 밴드에서 부를 곡을 직접 만드는 걸 연습하고 싶었습니다.

 태경이에 비해서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 늘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욕망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태경이는 뮤지션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천재 뮤지션입니다.

 그러나 천재지만,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성실한 노력가입니다.

 그래서 태경이는 제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곡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피땀 흘리는 노동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태경이는 저를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제가 갑자기 입대를 한다고 하니, 그것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하니,

 그것도 제게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다른 이에게 들었으니 더욱 화가 났던 겁니다.


 그리고 여행하는 걸 보셨다는 분들도 저와, 제가 좋아하던 사람이 맞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런 관계가 아니라 그저 아직은 좋아하는 마음만 품은 시작하는 단계였습니다.

 사실 입대한다는 이야기도, 태경이뿐만 아니라 그 여자분에게도 그때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저는, 그 날 여행이 처음이었고, 당일날 돌아왔습니다.

 사실 그 여행은 이별여행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 입대를 얘기했고, 그 사람과 저는 길이 달라서 서로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아서, 서로 꿈도 다르고 길이 다르니 헤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 여자분은 일본에 사시는 일반 여성분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분이니, 이제 그 여자분에 대해서는 그만 말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자, 한 분씩 손을 들고 질문해 주십시오.>>


<예. **데일리의 최**기자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굳이 갑자기 입영을 결정한 이유가 뭔지 알고 싶습니다.>


“그건.......다녀와야 한다면, 빨리 가야할 것 같아서입니다.

 이런 말씀까지 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어머니께서 이번에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원래 건강도 많이 안 좋으셨고......

 그래서 아버지와 상의한 결과,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괜찮으실 때, 빨리 군대를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이 나서 그렇게 결정내렸습니다.“


<아버지라면? 에이엔젤이 소속되어 있는 자회사의 최대 주주이신 강현국 회장님말씀이죠?

 혹시 아버지의 힘으로 지금 이렇게 무마하려는 건 아닌가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지금 강신우씨 어머니께서는......>>


“아니,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아버지께서도 이번에 굉장히 실망하셨습니다.

 태경이를 믿고 있는데, 저와 태경이가 서로 오해가 있어서 이런 식으로 기사화되고 있으니

 많이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께서 원래 많이 편찮으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술까지 병행되면서 더 힘들어지셨습니다.

 솔직히........제가 사람들에게 집 얘기를 잘 못합니다.

 아무리 제가 가장 아끼고 존경하는 태경이라해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성격은 아버지 성격을 닮은 거라, 저 역시 어쩔 수 없나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월남하셔서 어려운 중에 부산에 정착하셨고,

 아버지 역시 어려서부터 부산에서 터를 잡으셨습니다.

 아무래도 고향을 떠나 어렵게 사시다 보니, 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어려서부터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태경이와 저의 오해는 풀렸고, 태경이 역시 지금은 저를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사실.....화를 내는 것도,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일본에 있다는 그 여성분과는 왜 끝내신 겁니까?

 정말 황태경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까?>


“네. 황태경씨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자료 어디에도 태경이와 여자분의 사진이나 증거자료는 없을 겁니다.

 태경이와 저만의 개인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과는 거의 시작하는 단계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에이엔젤도 나왔고,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물두 살의 건장한 청년입니다.

 당연히 좋아하는 마음도 품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건이 좋지 않아서, 그대로 접기로 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귈 여건도 되지 않고, 어머니도 아프셔서

 뭔가 관계를 지속시키기에는 제 여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도 저의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자자.....이제 의문은 해결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기사들....잘 써주시구요.

   지금 강신우 군은 이제 이틀밖에 없습니다.

   부산에 계신 가족분들과 남은 시간을 보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스타이기 전에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걸 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기자회견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





지금 이게 무슨 말인가.

난......멍청하게 인터넷 화면을 보고 있었다.

간혹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뭔가 턱턱 끊기는 듯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오해할 만큼, 내용 전달이 이상할 만큼 전달이 안 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난 지금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

도저히 저기에서 말하는 강신우가, 내가 아는 강신우가 맞다고 말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아주 예전.......알지도 못하는 그 때,

텔레비전을 돌리다가 문득 본 에이엔젤의 모습처럼,

그저 낯설고도 먼........

그 시절의 사람 같았다.


“이게..........무슨.......상황이야? 종현씨.........

 뭔가.....뭔가.......”


“미녀야!! 이건....그래! 이건 그냥 기자회견용이야.

 저렇게 무마하려는 거야.

 그러니까 놀래지 마.

 곧 연락 올 거야. 걱정마.”


종현씨는 힘을 줘서 말하고 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는 감추지 못하고 있다.

뭐지? 지금?


“괜히 봤다. 이거!! 전송 속도도 안 되고, 인터넷 방송으로 다운 받아 보니까....

 뭔가 이상해.

 그래.....미녀야, 신경 쓰지 마!!! 그냥 대외용이야.”


그저 내 귀에는 한 마디만 자꾸만 맴돈다.

길이 달라서, 꿈이 달라서.....헤어지기로 했다.

어차피....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거........뭐지?


멍청하게 주저앉아 있는데, 종현씨가 내게 휴대폰을 내민다.


“미녀야!! 전화 왔어!!!! 정신 차려!!!!”


모르는 번호가 떠 있다.


혹시 그 사람인가?


“여보세요?”


<고미녀씨입니까?>


“예. 그런데요?”


<지금 씨엔블루 숙소에서 나와서 지하철 역쪽으로 걸어나오십시오.

 다른 멤버들에게는 알리지 마십시오.>


“네? 지금 누구시죠? 무슨 말씀이세요?”


<강신우씨가 찾습니다. 아무 말도 말고, 그냥 나오십시오.

 지하철 역쪽으로 걸어오면 검은 리무진이 있을 겁니다.

 고미녀씨가 오면 창문을 내릴 테니, 바로 타십시오.>


“네? 네? 여보세요?”


전화는 바로 끊겼다.

종현씨가 부르는 것도 듣지 않고, 나는 바로 뛰쳐나갔다.

미친 여자처럼........골목 끝으로 뛰어나갔다.

정말로......검은 차가 있었다.

나를 보자 앞 창을 내리고 누군가 손짓으로 타라고 한다.


문을 열고 타보니 내 정면에 검은 썬그라스를 낀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아니, 내 남자가 앉아 있다.

검은 양복에, 검은 썬그라스에, 차가운 모습으로 앉아 있지만, 내 남자다.


“시....신우......오빠!!!!”


“출발하시죠!”


내가 불러도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저 창문을 두드리며, 앞에 탄 남자 둘에게 출발하라며 건조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마치 첩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창문으로 가려져 있고,

마치 응접세트 같은 차 안에는 그와 나뿐이다.

움직이는 커피숍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무슨........일....이에요?”


“.....................”


“신우 오빠!!!!!”


“들었지? 나......입대한다.”


“지금.......무슨 소리예요?

 좋아요. 입대하는 것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다 좋다구요!!

 근데.....기자회견에서.....내 얘기한 거 맞죠?

 그 말......진짜 아니죠? 그냥.......기자회견이라서 그랬던 거죠? 그렇죠?

 군대 가도....2년이니까......아무 것도 아니에요.

 나.....기다리는 거 정말 잘 해요.

 그러니까......신우 오빠가 나한테 얘기했던 것처럼.....

 그렇게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거죠? 그죠?

 그래서....그렇게 믿으라고 한 거죠?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그랬던 거죠?”


“................헤어....지자.”


순간........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무슨 말이나 있었던 건지........

머리가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린다.


“뭐...라....구.......요?”


 

“고미녀, 헤어지자.”


“신우 오빠!!!!!!”


“이제 끝이다. 너와 나. 여기서 끝이야.

 기자회견에서 들은 거 그대로야.

 우리......제대로 시작한...적도 없고.

 여기서 이쯤에서 끝내자.”


“신우 오빠? 내가 못 기다릴까봐 그래요?

 내가 힘들까봐? 나....기다릴 수 있어요.

 나....흔들리지 않고 신우 오빠만 바라보고 있을 수 있어요.

 면회도 가고....아...싫으면 면회는 안 가고, 편지만 쓸게요.

 그러니까......”


“나......그렇게 남 생각하는 이타적인 인간 아니야!!

 내가 필요하면 하는 거고, 내게 필요하지 않으면, 끊어내는 거야.

 너!!! 고미녀 너!!!!!

 이제.......질려.”


건조한 그의 대답.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듯한 그의 목소리.

그의 눈은 검은 안경에 가려져서 무슨 빛을 띠는지, 전혀 살필 수도 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양, 얼어붙기만 한다.


“내가.......마음이........변한 적이...있어서....

 그래서....그런 거예요?

 그건.....정말......사랑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랬던 거예요.

 존경하는 것과, 스타를 좋아하는 거......

 그런 것과 사랑을 헷갈려서......그래서 그랬어요.

 그러니까........이러지 말아요. 이렇게 무섭게 그러지 말아요.

 나.......흔들리지 않으니까...흑......그러니까......

 이렇게 무섭게........이러지 말아요.”


“아니야! 고미녀! 난...너에게....헤어지자고 말했어!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너에게 질.렸.기. 때문이야.

 잊었어? 고미녀? 팬들이 붙여준 내 별명?

 심장 부재 왕자!

 왕자인지는 모르겟지만, 적어도 심장 부재라는 말은 맞아.

 너........태경이에게서 뺐는 거........재미있었어.

 근데 뺐고 나니까......더 이상 흥미가 없어졌어.

 게다가 일도 터졌고.

 더 이상 너 때문에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가 않아.

 이젠......내 자리로 돌아가야지.

 이만큼 놀았으면 됐어.”


“강신우!!!!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이야!!! 지금 거짓말하는 거야!!!!!

 강신우는......이런 사람 아니야.......왜 이래요? 정말 왜 이래요?”


“나.....원래 이랬어.

 여자....가지고 놀다가........지겨워지면 버리는......

 뭐, 아버지랑 똑같은 종류의 인간이지.

 

 이제......다 왔군.

 자....이 정도 인사까지 해줬으면,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봐.

 이만 내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 좌석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차문을 연다.


“고미녀 씨, 내리시죠.”


그 사람은 내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난 낯선 사람의 팔에 이끌린 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떠나버렸다.


길바닥......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나는 겉옷도 입지 못하고, 한 쪽 신발은 어디로 간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렇게 미친 여자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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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습니다.

늘 같은 변명 같아 죄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31쪽 짜리란 걸.....좀 길었다는 걸로 양해해 주시길.....


물론 이 따위 내용으로 길어봤자라고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ㅠㅠ


오늘 저는 아주 철면피처럼, 제 생전 처음으로 독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이제 1년 여 동안 끌어온 이 이야기가 종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아직 여전히 몇 편 남았으나,

그래서 올 해 안으로 끝내고 싶은 열망은 가득하나,

또 어찌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저...아주 이기적이고 찌질해서.....

오늘은...좀....하소연을 좀 할까 합니다.

시간도 없고, 일도 많습니다.

너무 밤을 새서 주말 며칠은 한 쪽 눈이 완전히 빨갛게 충혈되고, 그래서 며칠간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원래 렌즈를 끼는데, 며칠은 아예 눈도 못 뜨고 있었고,

쳐밀려 오는 일도 겨우겨우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아주 많이 회의가 들고 기운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오늘 이야기는 이제 가장 최악의 사태로 치달아 버렸습니다.


계속 진행하는 게 맞을까......

이제 읽으시는 분들도 없을 거다....라고 자꾸만 주저 앉고, 편한 쪽으로 타협해 버리고 싶습니다.


그래서요.

읽고 계시면, 아직까지도 읽고 계시면, 마무리를 원하시면,

그러하다고.......

나 지금 읽고 있다고......

말씀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아주 찌질한 것도 알고, 저 역시 이런 멘트, 정말정말 싫어했습니다.

지금도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그러나........제가.....한계 상황에 왔나봅니다.

그래서.....아주 찌질한 부탁 드립니다.

읽으셨으면, 계속 읽으실 거라면,

읽고 있다, 계속 읽겠다라고.......그저 흔적만 남겨 주세요.

물론........댓글 다는 거 힘드시다는 거 압니다.

그런 큰 욕심 부리는 거 아니구요. 그저 읽고 있다 그 말씀 하나면 됩니다.


계속 쓰는 게 맞는지.....

누구를 위하여 쓰고 있는지......

제 스스로....힘이 빠지고 있어서 이러나 봅니다.


사족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 아줌마가 요즘 좀 힘든가 보다....그저 그렇게 생각해 주시길......


(내일이 되면, 또 엄청 부끄러워져서......지울지도 모르겠습니다.ㅠㅠ

 저는 회의 들어갑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