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잔상

그랑블루08 2010. 8. 14. 00:54

 

 

 

 

혹시 그런 적 있으세요?

10년도 더 된, 15년도 더 된, 20년도 더 된....

아주 오래전 일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 장면이 마치 드라마처럼 떠올라서

10년 전에는, 15년 전에는, 20년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그런 적 있으세요?

 

 

아주 오래 전......

한 15년 전이었을까요?

 

아주 조용한 친구가 있었더랬죠.

당시...전 교회 주보에 4컷 만화를 연재하고 있었죠.

그 친구는....편집장이었죠.

아주 조용한 친구였었죠.

많은 친구들 중 한 사람었죠.

 

근데.....군대에 간...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었죠.

밤 시간에, 공중전화카드를 몇 개를 써가며 전화를 해댔죠.

 

그 시절.........

제겐...친구가 아주 많았더랬죠.

선배들도, 후배들도, 친구들도.....

다들......절....씩씩한 친구로 생각했더랬죠.

그래서......편지도, 전화도....많이 받고, 많이 해줬었더랬죠.

그래서......그렇게 생각했더랬죠.

 

그 조용했던 친구가......왜 그리 전화를 해대는지 몰랐더랬죠.

많이 심심하구나....그런 생각을 했더랬죠.

그렇게 그 친구의 전화를 편하게 받아주며, 수다를 떨었더랬죠.

30분이고, 1시간이고......전화를 하다보면,

전....걱정을 하곤 했었죠.

이렇게 오래 해도 되냐고....

걱정만 했었더랬죠.

 

그렇게 그 친구가.....군대 있는 동안....열심히 전화를 받아줬었더랬죠.

별 말 없이.......그 친구는 듣고만 있었더랬죠.

어렸던...전...그저 그런가 보다 생각했었더랬죠.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몇 달 전.....문득......그 상황이 떠올랐더랬죠.

그 나이의 눈으로 봤을 때는 몰랐던 장면을,

서른일곱 살의 눈으로 보니.....보이는 게 달랐죠.

 

남편에게 물어봤죠.

왜....그랬던 거 같애?

 

남편은.......웃긴다는 듯이...짧게 대답했죠.

 

뭐, 좋아했네.....

 

그랬나?

 

전혀 몰랐던 시절, 전혀 몰랐던 사실....

15년이 지나서....

갑자기 떠오른 잔상이....

그 당시 상황을.....다시 보여주네요.

 

 

 

무의식은.......모든 장면을 다 담아내고 있나 봐요.

그래서....그 무의식들은...꼭꼭 숨겨두었다가......

뭔가....계기가 발생하면,

그렇게 밖으로 떠오르나 봐요.

 

 

15년 전.....그 장면이......

이제야 보이네요.

 

그 친구가...날 좋아했었는지는......

지금도 몰라요.

 

그러나........그 때는 느끼지 못한...무언가를.....

15년이 지나니.......

보이네요.

 

 

"잔상"

 

인간의 눈은...보고 싶은 것만 보지만,

인간의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모든 걸....담아내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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