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It's not your fault.

그랑블루08 2010. 8. 25. 23:39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아주 많이 긍정적이라고......

그래서 곁에 있으면 아주 많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건, 사실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예전에 난....아주 많이 세심하고 민감한,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았던......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리 긍정적이지도 못했고,

뭔가가 많이 우울했었다.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내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될 때도 많았다.

혼자 있는 것이 좋았고, 내 속을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다.

뭔가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서는, 난 내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대해야 했다.

 

어떤 식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다가왔고,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들은 떠나갔다.

나에 의해서든, 그 사람들에 의해서든.......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소위 인맥 관리라는 걸....할 줄 모르는 나는.....

그렇게 쉬운 만남과 이별을 양산해냈다.

 

12년 전......

내 인생에서....가장 어두웠던 시기......

그 시기가 왔었다.

 

우울증.....

아마....그랬던 것 같다.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굉장히 위험했던 시기였다.

처음으로....죽고 싶다고......생각했던,

하루 하루.....죽여달라고 말하며 살았던...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루 하루.....나는 말라갔고,

운전을 하며, 늘....사고를 꿈꿨다.

어떤 방식으로 죽으면 좋을까....상상을 하기도 했고,

이대로 사고가 나서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그렇게 끔찍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제발 죽여 달라는 기도를........적어도.....3~4달은 한 것 같다.

 

어느 순간........핸들을 잡고 있던 내가.....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다.

그 때 처음 느낀 증상이었다.

극도로 흥분해서 눈 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정말로 눈을 뜨고 있지만, 눈 앞이 하얗게 변해 가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정말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인간은 근본 살고 싶은 욕망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1년 이상 가요를 듣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이라도 슬퍼 보이는 노래는 듣지 않았다.

감상적이 되지 않으려 죽자사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 즈음, 1년 간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

일을 마친 후 텅빈 집에 혼자 들어가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늘....늦게 들어가서도 잘 수가 없어서,

주구장창 비디오를 봤다.

12시쯤 들어갈 때, 비디오 가게에서 3~4개의 비디오를 빌려 가서는

매일매일 밤새도록 비디오를 봤다.

그리곤 동이 터와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심각한 불면증에, 심각한 우울증......

그렇게 의미 없는 영화들을 미친 듯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냈다.

낮에는 멀쩡한 척 일도 하고 다녔지만, 밤은 거의 폐인처럼 지냈다.

불면증과 우울증과 싸우면서.....그렇게 나 자신을 놓으며 살고 있었던 그 시절.....

굿윌헌팅을 만났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를 봐서 볼 것도 없다 싶어 아무 기대 없이 빌려와서는

틀어놨던...영화가 굿윌헌팅이었다.

그런데........그 날을....난 잊을 수 없다.

 

로빈 윌리암스가 맷 데이먼에게 외치던....

It's not your fault!........

수십 번도 더 외치던 그 말에........

내 속에 응어리들이 다 터져버렸다.

그 영화가 12시 집에 들어와서 처음 튼 영화였는데,

난.....동이 터서 아침이 되도록...울었다.

그렇게 울어 본 건...정말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아니......그렇게 많이 운 건...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로빈 윌리암스는...그 말을 내게 하고 있었다.

It's not your fault.....

그 말이 나를.......그 괴로웠던 시간에서 놓여나게 했다.

 

어제.......인터넷 기사에서 김제동의 말을 보자.....이 날이 떠올랐다.

김제동 역시.....그 말에 너무나 많이 울었다고....

자신이 가슴에 상처로 남았던 것들을...놓을 수 있었다고....했다.

김제동의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 날의 그 경험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나도...내 상처를....놓을 수 있었다.

내 잘못이라 생각했던......그래서 내 자신에게 엄청나게 실망했던.....

그 마음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몇 주 후, 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상처입은 치유자........."

 

로빈 윌리암스 역시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맷 데이먼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었다.

모든 치유자는....이미 그 상처를 미리 겪어본 사람이라 한다.

나 역시 그래서.....상처와 고난이 많은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을 해 본다.

모든....상처 입은 치유자들......

 

그래서.....나 역시...."It's not your fault"라고 외치고 싶어서....

이리도....되지도 않는 글을 열심히 적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

상처 입었기 때문에....그래서 이해하고 받아주고 위로할 수 있는 그런...치유자로 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글로 위로하고, 이해하고 받아주고 토닥이고

그렇게 함께 성장하고 싶은 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목적인 듯하다.

 

많은 아픔이 있었지만,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러나......그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난....지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에서....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어떠한 상황도......용서받고,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얼마든지 사람은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마음에서부터 일어나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내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서.......알고 있고, 믿고 있다.

 

It;s not your fault.......

 

그리하여...난...늘......평안을 꿈꾸고, 평안을 말하며, 평안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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