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이 학교에서는 맨날 쪽지 시험을 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삶이 이렇게 팍팍하다니......ㅠㅠ
사실....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견뎌내야 할 부분이라 어쩔 수가 없다.
학부모 설문 조사 등에 시험이 너무 많고, 숙제가 너무 많다고 항의는 해보고 있으나,
또 어떻게 되려는지.......
어쨌든 힘을 키워서 학부모 회에 들어가야 되나 고민 중이다.
근데 오늘 윤이가 또 <바른 생활> 시험을 쳐서는 들고 왔다.
우리 윤이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점수를 받더라도 당당하다는 점이다.
뭐, 처음부터 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선생님이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자, 모두들 꼭 100점 맞아야 합니다."
우리 윤이는 손들고 이렇게 말했단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 0점 맞아도 된다고 했어요."
여튼....이 일 이후로 우리 윤이는 찍혔다.
윤이는 30점을 맞든, 60점을 맞든, 100점을 맞든 늘 당당하다.
점수는 뭐, 당연 버라이어티하다.
참...특이한 건, 윤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것 중 하나가, 틀린 답 고치기다.
정말.....특이하다.
같이 문제 풀고, 뭐가 답일까 다시 고민하는 게 재미있단다.
틀린 답을 고쳐가는 것이 숙제니 안 할 수는 없으나, 윤이가 재미있어 하니 그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다.
근데 오늘 윤이의 답은.....틀렸지만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답이 맞다고 생각한다.
가끔 윤이는 정말 정답이어야 하는 오답을 체크해서 올 때가 있다.
이번은 진짜......이 답을 체크한 윤이의 성격이 그대로 보여서 넘 웃기면서도 좋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내 책상은 더러운데 짝의 책상은 깨끗할 때 어떠한 기분이 들겠습니까?>
1) 짝이 얄미울 것이다.
2) 짝에게 창피할 것이다.
3) 짝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4) 짝의 책상도 더럽게 해 줄 것이다.
5) 짝이 내 책상을 부러워 할 것이다.
우리 윤이의 정답은?
"3) 짝이 자랑스러울 것이다."였다.
정말 윤이다운 답.
그 다음 윤이의 말이 더 웃긴다.
"근데 엄마 이건 아무리 봐도 답이 뭔지 모르겠어.
3번 말고는 답이 없어."
내가 봐도 그렇다. 3번이 답이다.
2)이 정답이라는 건, 그야말로 비교의식을 조장하는 것이다.
다른 이가 더 잘 된 걸 보고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한다는 건, 일종의 비교의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윤이는 그야말로 웃기지 않는가.
자신은 더럽게 했는데, 짝이 깨끗하게 해 놓으니,
너무 대단하다며 박수쳐주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단다. ㅋㅋㅋㅋㅋ
참 웃기게도, 난 이런 윤이가 내 딸이라 자랑스럽다.
이런 성격을 가져서, 이렇게 순수하게 다른 사람이 잘 하는 걸 박수쳐주고 대단하다고 말해 주는,
심지어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 윤이가 내 딸이라서 참 좋다.
어쩌겠는가....그 엄마에 그 딸이겠지.
이것이 바로 <짝이 자랑스러울 것이다>를 선택한
우리 딸의 <바른 생활>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정말....한참 웃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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