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48 -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두는 법

그랑블루08 2011. 2. 17. 04:45

<신우 이야기> 48.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두는 법



 

 

 

 

 

 

 

16

 

 




1







“우리랑, 같이 하면 안 돼?”


종현 씨가 집 근처까지 찾아 왔다.

근처 커피숍에 가서 앉자마자, 종현 씨는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닦달한다.


“종현 씨까지 왜 이래?”


“미녀, 니가 우리 팀에 있었으면 좋겠어.”


“하아.......종현 씨, 나는.... 생각 안 해 주는 거야?”


내 말에 종현 씨가 입을 다물고 내 눈치를 살핀다.


“미안하다.”


“그러라고 한 말은 아니야.”


“그런데, 미녀야, 계속 미안해할래.”


“응?”


“미녀 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나도 알아.

 우리도.......니 곁에서 봤잖아.

 그런데 말이야. 그래, 솔직하게, 이기적으로 말해 볼게.

 미녀가 우리 팀에 안 들어오면, 우리 곡 발표하기도 어려워.”


“아니, 발표해도 돼. 단지 작사, 작곡가로만 들어가면 되는 거잖아.

 다른 사람 곡도 많이 발표하잖아. 그렇게 해. 그러면 되잖아.”


“하아....그래 그래도 되지. 그러면 우리는 그룹일 뿐, 밴드는 아니야.”


“뭐?”


“미녀야, 알잖아. 우리는 밴드야. 씨엔블루는, 우.리.의. 밴.드.야.”


그래, 지금 종현 씨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안다.

이 사람들 때문에 밴드가 뭔지 알게 됐으니까.

밴드란 색깔이라는 거. 그 밴드만의 음악 색을 가지고 음악을 한다는 거.

알고 있다.

다른 이의 곡으로 가져와서 할 수는 없는,

자신들만의 색채로, 자신들만의 곡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을 그려내는 것.

한 사람의 음악이 아니라, 어우러져서 한 가지 색채를 내는 게 밴드라는 것.

알고 있다.

지금 종현 씨는 씨엔블루라는 밴드 안에 ‘나’라는 존재가 이미 들어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음악 속에 이미.....미녀가 있어.

 너라는 존재가 없는 씨엔블루는, 씨엔블루가 아니야.”

 

종현 씨는 내게 내 개인적인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들어오라고 한다.

음악을 위해 나라는 개인은, 개인의 감정 따위는 접어달라는 그런 부탁을 내게 해오고 있다.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절대로 가지 않을 거라고, 다시는 노래 부르지 못한다 해도,

그 사람에게 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쉽게 흔들리고 있다.

그건.......그 모든 것 앞에서 내 앞에 있는 이들이

바로 블루밴드라서.....그래서 그럴 것이다.


에이엔젤은.....노래 부르는 게 참 좋다는 그저 막연한 즐거움을 줬었다.

그런데 블루밴드는.........내게 숨 쉴 수 있게 해 줬다.

음악이 혼자서 벽을 치며 하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가르쳐줬었다.

그리고 음악이 어떤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가르쳐줬었다.

그 힘 때문에, 난....지금까지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안다.


“하아.........알았어....

 종현 씨가......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고맙다!! 미녀야!! 진짜 고맙다!!!!”


종현 씨는 내 손을 잡고 연신 흔들어댄다.


“근데.....하나만 대답해 줄래?”


“어?”


“있지. 종현 씨도 사실 안 사장님께 계속 지원받은 거잖아.

 근데 이거....나름 배신 아닌가?

 갑자기 왜 그.....그러니까 다른 회사 쪽으로 가겠다는 거야?

 그 이유는 듣고 싶어.”


나는 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이름을 뺀다.

내 입으로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말년 휴가 때였나? 형이 일본으로 전화를 했었어.”


말년 휴가?

아.......부산에서 만났던 그 때였던 것 같다.

그는 휴가를 나와서 이 모든 걸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리고는 딱 한 마디 하더라.

 ‘이종현! 너! 나 믿냐?’

 무슨 소리냐고 난 계속 물었는데, 형은 계속 그렇게만 묻더라고....

 자기 믿냐고.......

 그래서 뭐라 하겠어. 믿는다고 했지.

 그러면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이든지,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무조건 자신을 따라와 달라고.....그러더라.”


목이 탄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목이 탄다.

뜨거운 커피를 목에 들이부었다.

커피가 내려가면서 마치 화상이라도 입는 듯이 따끔거린다.


“야!!! 왜 이래? 너....뜨거운 거 막 삼키다가 식도암 걸려!!

 게다가 노래하는 사람이!!!”


그 말에는 아랑곳없이 종현 씨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그래서......

 어떤 상황이든지......무조건 믿고 따라가는 거야? 그게 나쁜 길일 수도 있는데?”


종현 씨가 순간 입을 다문다.

어쩌면 내 목소리가 너무 날카로웠는지도 모르겠다.


“미녀야.......너......지금....나 비난하는 거지?”


“아니야, 그런 거. 난 그냥.......어떻게 사람을 믿을 수 있나 그런 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넌 사람을 못 믿는다는 거야?

 아니면, 신우 형을 못 믿겠다는 거야?”


그래, 난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어쩌면 난....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아주 어려서부터 늘 한결 같은 대답을 해왔던 것 같다.

난.......사람을 믿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어쩌면....한 순간......딱 한 번........사람을 믿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강신우였을 뿐........

그리고 지금, 강신우를 믿지 못하게 된 지금은........

이제 난......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것이겠지.


“...............둘.....다........”


“미녀야........”


“종현 씨, 난 말이야.

 무조건 믿는 거, 그런 거 못 해.

 만약에 뭔가를 해 주기를 바란다면, 적어도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설명해서 납득이라도 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구?

 그게 적어도 사람이 해야 할 일, 아니야?”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아까 왜 그리 목이 탔는지.......

적어도 이런 일을 벌이려면 미리 얘기도 하고, 설득도 하고 해야 하는데,

내게는 그 어떤 제스츄어도 취하지 않았다.

설명도, 설득도 없었다.

그저 통보와 강압.

그것밖에 없었다.

적어도 종현 씨에게는 묻기라도 한 거 아닌가.

이런 일을 벌이기 몇 달 전에 이미 얘기한 거 아닌가.

적어도 사람이라면, 내게도 물어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자꾸 눈이 뜨거워지는 거 같다.

이러다 우스운 꼴만 보일까봐, 커피 잔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미녀야.....니가 어떤 마음인지.....알 거 같다.

 근데 어쩌면, 설명을 듣는다고......설득될 거 같지도 않아.

 그건 어차피 말뿐이니까........”


“무슨 소리야?”


“내가 신우 형에게 믿는다고 말했던 건, 신우 형의 말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거지.

 솔직히 말할까?

 신우 형이 내게 믿을 수 있냐고 말했을 때는,

 아니 믿어달라고, 따라와 달라고 말했을 때는,

 자신이 내게 어떤 말을 하더라도 믿어달라는 거였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신우 형은 지금부터 거짓말을 하겠다는 거야.”


“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머리 나쁘니까.....쉽게 말해줘.”


“잘 생각해봐.

 신우 형은 내게 어떤 상황이든지 무조건 자신을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어.

 그때 그때 진실하다면, 그때 그때 설명하고 납득시키면 돼.

 근데 신우 형은 지금 그럴 수 없다고,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다르게 행동하고, 말하게 될 거라고.....

 내게 미리 설명했던 거야.

 그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하든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믿지 말라는 거야.”


“종현 씨....난.....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그래, 나도 어려워. 나도 솔직히 형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어.

 근데......한 가지는 알아.

 신우 형의 음악은 진실했다는 거.

 그 누구보다 진실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했다는 거.

 형은 음악 없이 살 수 없다는 거.

 그런 것들은 말한다고 알게 되는 게 아니잖아.

 형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했는지,

 옆에서 봤으니까........믿는 거야.

 그러니까.......오로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그렇게 음악을 이용하진 않을 거야.

 누구보다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누구보다도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그걸 믿어.”


부정하고 싶지만, 나 역시........알고 있다.

그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본 것이라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다.

그의 에너지가, 그의 열정이 어떻게 우리 밴드에게 영향을 줬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어떻게 우리의 음악으로 변화했는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미녀야,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거야.

 형이 뭔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거.

 근데 그 싸움의 상대는 어쩌면 형의 아버지인 강현국 회장님인 거 같다는 거.”

 

“직접.......들은 거야?”


“아니, 형이 절대 그런 말할 사람이 아니지.”


“그럼, 어떻게 알아?”


“그냥......그런 생각이 들어서.

 때로는 표현된 말이 더 거짓일 때가 많으니까........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고 그 사람을 관찰하면,

 진실이 보일 때가 있어.”


필요에 의한 관계.

그가 아버지와 싸우는...그 사이에 나도 끼여 있는 건가.



난.........이제.......정말로.......사랑하지 않는다.






2





종현 씨가 Ahn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아마 안 사장님과 다 같이 얘기하면서 계약서를 쓸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연습실 짐이나 정리할 겸, 연습실로 올라갔다.

점심시간쯤이라 다들 식사를 하러 갔는지 없었다.

흩어져 있는 악보들 챙기다가 키보드 앞에 악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음을 따라 불러보다가 결국 키보드 앞에 앉고야 말았다.



널 기다리다 문득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있다고~


널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어

어느 날 하늘이 맑아지면

마치 떠났던 날처럼 가만히 너는 내게 오겠지~

내 앞에 있는 너.......



대충 따라 불러본 노래가 굉장히 잔잔했다.


“노래.....좋지?”


“....황태경 씨!”


언제 왔는지 황태경 씨가 키보드 앞에 서 있었다.


“새로 만든 거예요?”


“아니.....미녀는 모르겠구나.

 이거 좀 된 건데, 이적 선배님 꺼. 예전에 패닉 활동하실 때 노래야.”


“그랬구나. 굉장히 좋네요.

 이걸로 리메이크 하는 거예요?”


“아니......음악 프로에 나가는데, 뭐 선후배 가수들 특집이라나.....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곡, 연습해 봤어.

 제르미나 미남이도 좋다고 하고......”


그의 말을 들으며 코드를 짚어본다.

잔잔한 음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미녀야! 가지 마라.”


“네?”


“힘들면 하지 말라구.”


“들으....셨군요.”


“아무도 너한테 강요할 수 없어.

 미녀 니가 안 기획사에 있겠다면, 내가 계약서 쓰게 해줄 게.

 굳이 억지로 안 가도 돼.”


“아니 갈 거예요.”


“왜? 가기 싫어했잖아.”


“내가 가장 힘들 때 받아줬던 팀이니까.

 그들이 필요로 하면 가고 싶어요.”


한동안 황태경 씨는 아무 말도 없다.

그러더니 기타를 꺼내들고 노래를 부른다.




기다리다



널 기다리다 문득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 있다고~


널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어

어느 날 하늘이 맑아지면

마치 떠났던 날처럼 가만히 너는 내게 오겠지~

내 앞에 있는 너


니가 다시 나를 볼 순 없을까

너의 두 눈 속에 나는 없고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 같은 미소만

희미하게 남아서 나를 울게 하지만

너는 다시 내게 돌아올 거야

너의 맘이 다시 날 부르면

주저 말고 돌아와

니 눈앞에 내 안으로

널 안아줄 테니



니가 나를 돌아볼 수 없을까.....


황태경 씨는 내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한다.


너는 다시 내게 돌아올 거야......

주저 말고 돌아와..........


가사가 내 심장을 쳐댄다.

지금 내 앞에서 내 눈을 바라보며 노래 부르는 이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더 잘 알아서.......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 이 노래를 누구 때문에 부르고 있는지......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가 어떤 마음일지......그가 어떤 심정일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요.”


어느 틈에 눈 안 가득 뿌옇게 되었다가 볼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미안해요......정말.......미안해요.”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미소가 슬픈 것인지, 어떤지는 눈물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순간 그의 손이 내 볼에 와 닿았다.


“이건.......미안한 일이 아니야.”


그는 그저 그렇게 조용히 내 눈물을 닦아준다.


“황태경 씨, 많이 변한 거 알아요?”


“왜? 인간 됐다고?”


“그런 게 아니라.......”


“나도 알아. 나도.......조금씩......알겠거든.

 아무리 떼를 써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아무리 포기하려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그리고 아무리 기를 써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뭐, 그런 것들을 나도 알게 된 거겠지.

 그래서......”


“네?”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된다면,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두는 거........

 나도, 너도........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두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두는 법..........”


“그래.......그러니까 울지 마.”


그의 손이 다시 내 볼에 닿았다.


“둘이.......너무 공개적인 거 아니야?”


갑작스런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 사람이 문 앞에서 나를 노려보며 서 있다.


“너야말로 너무 경우 없는 거 아니야?

 적어도 노크 정도는 해줘야지.”


황태경 씨 역시 일어서며 그 사람을 노려본다.


“훗~ 미안하군. 방해해서.......

 근데 너무 짜증내지 마.

 곧 회의라서.........고미녀 씨를 데려가야 되거든.”


그의 말은 분명 황태경 씨를 향하고 있는데, 그의 눈은 여전히 나를 뚫어질 듯 노려보고 있다.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황태경 씨 나중에 얘기해요.”


“같이 가 줄까?”


“내가 애도 아니고......혼자 갈게요.

 어차피 가면 종현 씨도 있어요.”


“그래, 나중에 전화할게.”


황태경 씨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옆 얼굴이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게 뻘줌할 정도로 그는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황태경과 헤어지는 게 싫어?”


긴 복도를 지나는데 그가 갑자기 툭하고 던진다.


“뭐라구요?”


“그렇게 헤어지는 게 싫으냐구? 눈물까지 흘리며 난리더군.”


“하아~! 지금 황태경 씨........아니 됐구요.

 울든 말든, 강신우 씨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아니, 우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요?”


그 순간 그가 내 팔을 잡더니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아야!!!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래! 우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난 분명히 말했어. 아무 데서나 울지 마.”


“강신우 씨!!! 내가 당신 소속사로 들어간다고 했지.

 노예가 되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당신이 내게 그런 거까지 간섭할 자유는 없다구요!!!”


“아니, 있어.”


그 순간 난 심장이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이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내 볼을 쓸어내렸다.


“절대로 다른 놈 앞에서 울지 마.”


그의 목소리는, 그의 표정은 분명 화가 나 있는데,

그의 손길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지금 내 눈 앞에 이 사람이 서 있는 건 맞는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손길은 그의 것이 맞는지,

정말 그가 내 볼을 쓰다듬고 있는 것인지,

나 자신도 의심스러웠다.


“둘이, 뭐해? 회의 안 들어가?”


종현 씨가 계단 쪽에서 우리를 봤는지 부르고 있었다.

다행히 벽이 그늘을 만들고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가고 있었어.”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바로 등을 돌려 계단 쪽으로 걸어가 버린다.

아니......그에게는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놀라고, 여전히 여린 나 자신이 화가 날 뿐이다.

입술 사이로 피 맛이 느껴진다.


...........너의 두 눈 속에 나는 없고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 같은 미소만

희미하게 남아서 나를 울게 하지만........


노래만이 처량하게 떠다닌다.






3





연일 우리 문제가 기사화되면서 에이엔젤 팬들이 거의 내 안티로 돌아서고 있었다.

사실 이번 에이엔젤 활동에 들어가면서부터 안티들이긴 했다.

황태경 씨랑 무슨 사이일까봐 더 난리였던 것이, 이제는 배신 아이콘이 되고 있었다.

심지어 황태경 씨와 강신우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배신녀 이미지였다.

계속 원색적인 얘기로 인터넷이 도배가 되자, 회사에서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온통 관심은 소위 삼각관계였다.


“강신우 씨, 왜 에이엔젤 활동을 안 하시는 겁니까?

 황태경 씨와 정말 사이가 나쁜 건가요?”


기자의 질문은 우리가 예상한 바로 그것이었다.


“태경이와 저, 사이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전 독립했을 뿐입니다.”


“그럼 고미녀 씨는 왜 에이엔젤에서 갑자기 씨엔블루로 옮긴 겁니까?

 솔직히 아시고 계시겠지만, 황태경 씨, 강신우 씨와 삼각관계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완벽한 오햅니다.

 고미녀 씨는 에이엔젤 고미남 씨의 쌍둥이 동생이라 이번 활동에만 객원으로 같이 활동했을 뿐입니다.

 직접 작사, 작곡을 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구요.

 또 얼마든지 다시 에이엔젤에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구요.”


“그런데 그건 소속사가 달라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물론 Ahn 엔터테인먼트와 저희 회사가 엄격히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동반자 위치에 있고, 안 사장님과는 각별한 사이입니다.

 씨엔블루 활동에 있어서도 두 회사가 모두 공평하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수익배분을 같이 한다는 겁니까?”


“예. 그런 셈입니다. 기획과 홍보, 판매 부분을 나누어 담당하게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2AM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2AM도 기획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하고 있지만, 원소속은 JYP 엔터테인먼트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다시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입니다.

 씨엔블루가 일본에서 활동한 것으로 아는데요,

 원 멤버들이 있는데, 굳이 한국에서는 새로운 멤버인 고미녀 씨를 넣는 이유가 뭡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씨엔블루는 일본에서 이미 몇 년 간 언더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활동했던 곡을 상당수 가져와서 활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미녀 씨는 예전에 이미 일본에서 씨엔블루와 함께 활동했었고,

 또 일본에서 활동했던 곡들의 상당수가 고미녀 씨의 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 활동 때, 아예 같이 활동하자고 부탁했던 겁니다.”


“그 부분도 의문입니다. 왜 굳이 고미녀 씨의 곡으로 하는 겁니까?

 밴드라면, 밴드멤버들이 만든 곡으로 밴드의 색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바로 그 부분 때문입니다.

 밴드라면 밴드 멤버들이 만든 곡으로 밴드의 색깔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고미녀 씨는 바로 씨엔블루의 색깔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밴드의 색깔은 단 한 명의 멤버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종현이가 제일 먼저 깃발을 세우고, 거기에 정신이와 민혁이가 구조를 만들어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어가서 살을 붙여갔고, 그 이후 고미녀 씨가 아름다운 색채로 덧입혔습니다.

 고미녀 씨가 바로 우리 씨엔블루를 씨엔블루라는 이름을 걸 수 있게 완성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함께 있어야 진짜 씨엔블루입니다.”

 

“답변 잘 들었습니다. 왠지 고미녀 씨가 블루를 칠한 장본인인 것 같습니다.

 그럼 또 다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왜 에이엔젤의 강신우라는 본명을 버리고, 정용화라는 가명을 쓰시는 겁니까?”


“일본에서 발표한 곡들에 정용화라는 예명을 썼습니다.

 저작권 문제도 있고, 또 제 자신이 새로운 멤버로 새롭게 활동한다는 의미에서

 정용화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씨엔블루의 정용화라는 이름이 더 알려져 있습니다.”


“자, 이번 기자회견은 여기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은 의례적인 형태로 끝이 났다.

강현국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원천 봉쇄를 해버려서 기자들이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다른 흥미로운 질문들이 있어서인지 바로 삼각관계로 넘어가버렸다.

그렇다고 뭐 대단하게 해명이 된 것 같지는 않지만, 객원이라는 의미로 어느 정도 덮일 것 같기도 했다.

사실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도 없지만.


그러나 한 가지 말은 계속 내 머리 속을 둥둥 떠다닌다.

내가 씨엔블루의 색을 입혔다는 말.

정말일까.

편의상 한 말이겠지만, 왠지 자꾸만 그 말이 남는다.

어쩌면 종현 씨의 말처럼,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일지 모른다.






4. 





기자 회견을 마치고 단합대회가 있다며 회사 사람들과 우리 팀이랑 같이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의 2층을 통째로 빌려서 2층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 팀은 2층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오픈형 룸으로 잡았다.

분명 문이 있으나, 들어가 보니 1층 무대는 볼 수 있도록 오페라 공연장 2층처럼 되어 있었다.

요즘은 정말 가지가지 상술만 발달한다 싶다.

돈 있는 날라리들을 위해 이렇게 만든 듯했다.

위에서 지켜보다가 괜찮은 여자들이 있으면 부킹 넣으라는, 클럽의 자가발전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 것도 몰랐을 내가, 이런 것들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내 자신도 놀라울 따름이다.


술이 들어오고 웨이터는 우리 눈치를 본다.

아마 나 때문에 부킹을 하는지 마는지 궁금해서겠지.


“나 신경 쓰지 말고 놀아.”


내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란다.


“무슨 소리야!! 누나!!! 우릴 뭘로 보고!!!”


민혁이는 아예 손까지 저어보인다.


“뭘로 보긴...... 건장한 청년으로 보지.”


“헉!!! 누나 왜 이래? 막.....무서워.”


“풋~~~! 시크한 누님 컨셉이야.”


“뭐?”


내 말에 정신이와 민혁이 둘 다 넘어간다.


“누나!! 그런 말들 누구한테 배웠어?

 완전......누나 다 버렸네.”


“영화에서.....”


“영화?”


“응. 누구는 글로 배웠다는데.....난....실전은 아니고 영화에서...듣다 보니 이렇게 되네.”


그렇겠지. 내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 줄은 몰랐겠지.

참 웃기게도, 이런 대화법을 영화를 보다 배웠다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아마 정신이와 민혁이는 적응이 안 되는 눈치였다.

종현 씨는 저번에 만나서 내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 상태고,

저 사람은..........하아.......모르겠다.


내가 입을 다무니, 다들 또 눈치를 본다.


“어이!! 건장한 청년들!! 내려가서 한 판 풀어야지?”


갑자기 종현 씨가 정신이와 민혁이를 끌고 1층 스테이지로 나가려 한다.


“어....내려가게? 나도.....같이 가.”


지금 저 사람과 둘만 있으라는 건가.

같이 있어도 숨이 막히는데, 둘만 남는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내가 따라 일어서려 하자, 종현 씨가 나를 도로 앉힌다.


“넌.....여기 있어야지.”


“뭐?”


“이제 같은 팀인데, 둘이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 좀 하지?

 다른 멤버들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자, 니들은 가자!!!!! 오늘 언니야들 물도 좋던데 놀아봐야지!!”


“뭐야? 형!! 지금 언니야들이랑 놀겠다는 거야?

 아오이 누나한테 전화한다?”


“시끄러!!!”


종현 씨는 나만 버려둔 채 결국 정신이와 민혁이를 끌고 나가 버린다.


어색한 침묵.......


그는 계속 술만 마시고 있고, 나는 1층 스테이지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황태경 씨였다.

이 어색함 속에서 구해준 황태경 씨가 고마워서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황태경 씨”


<괜찮아?>


“안 괜찮으면요?”


<허~~! 고미녀 많~이 컸다!>


“당연하죠. 이제 저도 설 쇠면 스물넷이에요.”


<참......많~이 늙으셨네요. 스물네 살!>


“뭐예요?”


<어디야? 클럽이야?>


“네.”


<재밌어?>


“하아......설마요.”


<나도 가고 싶다.>


“됐거든요. 나중에 따로 가세요.”


<고미녀도 없는데 뭔 재미로 따로 가?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나네. 우리도 단합대회 날 첫키스 했잖아.>


“황태경 씨!!!!!!!!”


<알았어. 알았다구. 끊을게. 몸조심 하고, 술 많이 마시지 말고!!>


“풋~ 걱정마세요. 저 원래 술 약하잖아요.”


<그래. 또 전화할게. 끊어.>


“네.”


이럴 때보면 황태경 씨가 더 오빠 같다.

정작 미남 오빠는 덤덤한데, 황태경 씨가 더 살갑게 챙겨준다.

그런 살가움이 마음을 좀 풀어준다.

느슨해진 마음으로 물을 마시다가 내 눈 앞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또 다시 나는 이 사람의 눈앞에서 얼음이 되고 만다.


“.....데자뷰,,,,,,,”


“네?”


그의 눈이 나를 매섭게 쏘아본다.


데자뷰?

그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무언가가 반복되고 있다는 건가?


둘이 이렇게 남은 거.......정말 숨막힌다.

그의 시선이 점점 더 숨막히게 한다.

테이블에 놓인 양주는 이제 거의 바닥이다.


바람을 쇠든, 집에 가든 도저히 이곳에 더 이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그가 나를 보든 말든 일어섰다.


“고미녀!!!”


“저, 먼저 가볼게요. 이렇게 취해서야........무슨 단합대회니, 앞으로 계획이니 얘기할 수가 있죠?

 나중에 술 깨고 맨 정신으로 보죠.”


가방을 챙겨 일어서는데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묵직하게 잡아챈다.


“고미녀!!!!”


그의 손이 무자비하게 끌어당겨서 나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 사람 옆에 주저앉다시피 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는 내 말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내 손목을 더욱 세게 잡는다.


“아!!”


고통스러울 만큼 힘을 주는 그의 손에, 놓여나려고 이리 저리 비틀어보지만 어림도 없다.

그는 그렇게 내 손목을 잡은 채, 자신의 잔에 또 한 잔 채워넣고는 그대로 원샷해 버린다.


“도대체.......왜 이래요?”


“.........고미녀....너.......황태경이랑......정말......사귀는 거야?”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가 물은 게 맞는지, 아니 내가 들은 게 맞는지........


“뭐라...구요?”


“황태경이랑!! 사귀냐구!!!!”


“하아.........”


기가 찬다. 그걸 이 사람이 물을 이유는 없다.

어떻게 감히......내게....그걸 물을 수가 있는가!!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내가 누구를 만나든, 누구를 사귀든,

 강신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구!!!!”


“뭐?”


그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이젠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다.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구!!!!”


“못! 놔! 아니 안 놔!”


“강!신!우!”


그가 갑자기 소파 등받이 쪽으로 나를 밀친다.

그리고는 내 한 쪽 손은 여전히 잡힌 채로 소파에 밀어붙여서 꼼짝도 할 수 없다.

그의 다른 손이 내 턱을 잡고 자신을 보게 한다.

그의 힘에 밀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점점 가까이 오는 그의 얼굴만 황망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자유로운 한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지만, 그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손목은 시큰거리고......그의 힘에 꼼짝은 할 수 없고.......

귀가 울릴 정도로 음악은 울려대고 다들 술에 취해 미쳐가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지금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화가 난 건지.......

나로서는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지금 이 순간....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의 눈이 바로 앞에, 그의 얼굴이 내 바로 앞으로 다가와 있다.

내 눈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내 입술 쪽에 머문다.

설마 하는 순간, 내 입술에는 이미 그의 입술이 닿아 있었다.

술내음이 그대로 내게로 밀려들어온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도 그의 입술은 너무나 집요하게 내 입술을 빨아 당긴다.

고개를 흔들어보지만, 그의 손이 내 턱을 꽉 쥐고는 꼼짝도 할 수 없이 만든다.

그의 혀는 저돌적으로 내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난 이를 꽉 깨물고 있지만, 그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순간 그가 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


순식간에 그의 혀는 내 안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내 안을 헤집고 다닌다.

도망다니는 내 혀를 잡고는 고통스러울 만큼 놓아주지 않는다.

더 이상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저 그가 하는 대로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그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한다.

내 혀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간질이기 시작했다.

엉기고 풀면서 내 안 깊숙이 들어와 건드리고 지나간다.

자꾸........소리가 날 것 같다.

내게서 나는 소린지, 그에게서 나는 소린지,

새된 소리가 누군가의 입에서 자꾸만 새어나온다.

그의 혀가 너무나 부드럽게 나를 유린하는 동안, 그의 손은 나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른하고, 간지러워서 등 뒤로 저릿함이 흘러내린다.

옷 위로 그의 손길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의 입술에, 그의 혀에, 그의 손길에, 자꾸만 정신을 놓을 것만 같다.

어느 틈에 그의 손은 내 브라우스 단추를 열고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뜨거운 손길을 맨 살에 느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지금 뭐하니!!!! 뭐하는 거야 고미녀!!!!


한쪽 손으로 테이블 위에 걸리는 아무 거나 들고 그의 얼굴에 뿌렸다.


촤악~~!!


얼음과 물이 그의 머리 위로 튀어 다닌다.


그의 머리카락에서 물이 툭툭 떨어진다.

그의 머리카락이 젖고, 그의 얼굴에서 물이 흐른다.


“,,,,뭐...하는 거야? 지금!!!

 내가......내가 그렇게 우스워?

 소속사 대표면.....다야?”


내 반응에 당황한 듯한 그를 밀치고는 일어섰다.


“할 말 있으면, 날 밝을 때, 맨 정신으로 하시죠.

 강.신.우. 대.표.님!!”


일어서서 한 걸음 내디디려는 그 순간,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다시 잡는다.


“강신우 씨!!!”


“니가.......니가 알아?

 내가.......2년 동안......어떻게 살았는지.......니가 알아?”


그 말에 다시금 울컥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게 말이 나간다.


“그럼......당신은 알아요?

 내 2년이 어땠는지........?

 그러니까.....그냥.......이렇게 모른 척 하고 살자구요.

 나.....이제....2년 전......그 어리버리하던.....고미녀 아니야!

 참 고맙게도, 참.....많은 걸 알게 됐거든요.

 덕.분.에.”



돌아섰다.

그렇게 아주 웃기는 모양새로 돌아섰다.


정말 최악이다. 고미녀!!!

정말 정말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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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회 드디어 올립니다.

다음 회는 3월이 되어야 할 듯합니다.

2월 말까지 프로젝트 마감이 있어서, 사생결단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3월은 되어야겠네요.


요즘은 예측이 불가능 상황이라 솔직히 저 역시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어요.

언제 올릴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갑자기 일도 많아지고, 책임자도 바뀌고......

일대 대란입니다.

그 상황에서 업무파악 안 된 책임자는, 새로 생기는 일이나 문제는 전부 다 저에게 해결보려 하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이런 상태로 연재를 계속 하는 게 맞는가......

엄청난 갈등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끝은 보아야 할 듯합니다.

기다려 달라는 말씀도, 계속 봐달라는 말씀도 죄송해서 못 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저는.....꼭 끝낼 거라는 겁니다.

한 달에 한 편일지라도 꼭 쓰겠습니다.

3월 중순이 넘으면 어느 정도 일도 많이 끝낼 수 있어서, 그 이후에는 2주에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여전히 봐 주시고 계시는 님들,

또 여전히 찾아와서 기다려주시는 님들,

감사합니다.

평안하소서 (__)



+) 원래 뒷부분은 써 둔지 꽤 됐었는데, 야밤에 쓰다가 좀 수정하게 됐습니다.

   직장에서 일 때문에 밤새다가 <신우 이야기>를 오늘은 올려야 될 것 같아서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쓰다 보니 뒷부분 내용이 좀 많이 바뀌었네요.

   키스 직전에서 물맞고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키스 하고 진해진 상황에서 물 맞는 걸로.......

   새벽이라 이런가 봅니다. 그러려니 하소서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