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49 - 나는 오직 어제를 산다

그랑블루08 2011. 3. 25. 00:17

 

<신우 이야기> 49. 나는 오직 어제를 산다.

 

 

 

 

 

 

 

 

* 아래의 배경음악을 들으며 읽어주세요.

 

 

71

 


사랑은 비를 타고 - CNBLUE

창가에 흐르는 빗물에 숨겨놓은 그댈 떠올리고
가슴에 흐르는 눈물로 그대를 지워보곤 하죠
이 소리를 듣고 있죠 비를 좋아하던 그대도
나를 기억하나요 비가오면 나는 그댈 그려요

# 사랑은 비를 타고 내려 추억은 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소리에 또 그댈 떠올려요
눈물은 비를 타고 내려 기억은 비를 타고 흘러
굳은 가슴 적셔 놓고 떠나가네요 비를 타고

그댄 비를 보면 비를 닮아 슬퍼진다고 말했죠
우리의 사랑도 이젠 비를 닮아 버린 얘기이죠
그댄 떠나갔어도 나를 기억해줘요 (나를 기억해줘요)
그리움이 많아서 차오를 때 비가 부를 테니까

#

나를 잊었더라도 (나를 잊었더라도)
다시 기억해줘요 (다시 기억해줘요)
그리움이 많아서 차오를 때 비가 부를 테니까

#’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어디서든 웃고 있기를
비를 닮아 슬픈 사랑 그만 하기를
이것만은 잊지 말아요 그댈 사랑하는 바램이
비를 타고 그대 곁에 내릴 테니까

#


가사 출처 : Daum뮤직

 

 

1

 

 

 

 

 

아침부터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고 일찍 준비하라고 한다.

미니 쇼케이스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전에 할 모양이었다.

 

“저......그럼 이까지 태우러 오시는 건가요?”

 

“그럼요. 당연하죠. 한 1시간 드리면 될까요?

어차피 화장이나 옷은 행사장에서 준비하시면 되니까......

위치 때문에 고미녀씨 댁부터 돌아야 해서 조금 일찍 부탁드려요.”

 

매니저는 자신의 말만 하고 바로 끊으려고 한다.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으려는 매니저를 붙잡았다.

 

“저어기......죄송한데요.

그럼, 씨엔블루 멤버들...전부 한 차로 가는 건가요?”

 

이 질문을 하는데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보통은 그래야 하는데, 오늘은 아니구요.

정용화 형님은 개인적으로 차타고 오시겠대요.

아마 종현씨랑 같이 올 거 같아요.

고미녀씨하고 정신씨, 민혁씨, 이렇게 태워서 갈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참....뭐가 이렇게 한시름 놓는 건지........

어차피 행사장에서 만나는 건 당연한 건데도,

좁은 차 안에서 같이 있다는 건, 이상하게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나마 따로 온다니 다행이다 싶기도 한데, 금세 다시 걱정이 몰려온다.

어떻게.......그를 보지?

그 사람을 떠올리자마자 바로 어제 일이 떠오른다.

 

도저히 알 수 없었던 행동.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자꾸만 피부에 와닿는 느낌들.....

따뜻하고 익숙했다.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감각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입술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 사람의 온기가 어떠했는지,

그 사람이 내게 다가오면, 어떻게 내 심장이 뛰는지,

기억은 잊었으나, 내 몸의 감각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술은, 여전히 그 사람의 것이었지만,

그 사람은 아니다.

익숙한 감각과 익숙한 온기도, 여전히 그 사람의 것이지만,

지금 그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슬펐다.

 

 

 

 

2

 

 

 

 

화장을 다 하고, 코디네이터 언니랑 같이 옷을 갈아입고 오니, 그가 와 있었다.

모르는 척, 거울 앞에 앉아 다 된 화장을 고치는 척을 한다.

어차피 겪어내어야 할 일이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처음이 힘들 뿐, 내일은 조금 덜 힘들 것이다. 그리고 모레는,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적어도 오늘보다는........쉬울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아니 아직은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일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이미 다 된 화장을 계속해서 고쳐댄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약간은 쉰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 것은, 그래서 들고 있던 아이새도우 붓을 떨어뜨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미녀!”

 

올 것이 온 것일까.

그가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가 내 앞 근처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안 순간,

난 자꾸만 겁이 난다.

 

“왜 그러시죠?”

 

내가 듣기에도 날이 선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더 차갑게, 더 냉정하게, 아무리 외쳐대도 그에게는 우스워 보일 것 같다.

 

“잠깐만 얘기할 수 있을까?”

 

결국 그가 따로 얘기를 하자고 한다.

어제에 대한 얘기일까.

도대체 무슨 얘기가 남아 있을까.

변명이라도 하겠다는 것일까.

자꾸 답답하기만 하고 피하고만 싶다.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그는 먼저 대기실 문 밖으로 나간다.

그를 따라 계단 옆 통로로 따라간다.

앞서 가는 동안 그는 아무 말이 없다.

통로 끝에 다달아서야 그가 돌아섰다.

구석지고 후미져서 다른 사람들이 볼 염려는 없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 싶다.

그저 사무적인 얘기만, 공식적인 얘기만 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앞으로는 멤버들 있을 때 얘기했...”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가 뭐라고 말을 했다.

 

“미안해.”

 

그 말을 이해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네?”

 

뭐에 대해 미안하다는 건지......

그 미안함이 무엇에 관한 건지, 듣는 것이 자꾸 겁이 난다.

 

“어제......정말 미안해. 술에 취해서였다고 해도, 그건......정말 아니었어.

내가.......잘못했어.”

 

미안?

술에 취해서?

혹시나 했던 말을 직접 내 귀로 들으니,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지금 내게 어제 일에 대해,

어제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것이다.

실.수.라고.........

그래.......실수였다.

나도 당연히 알고 있다.

내가 겁이 났던 것......

이 사람과 따로 얘기하는 것이 겁이 났던 것은,

바로 이 얘기를 들을까봐서 그랬나 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쿨한 척,

그 정도쯤은 이제 고미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웃자.

웃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 같다.

나를 뚫어질 듯 바라보는 이 사람의 눈에, 지금 내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정말.......어색하다 못해 바보 같겠지.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다.

또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고미녀, 착각하지 말자.

쿨하게 말하자.

지금 내 심장이 어떻든, 내 마음이 어떻든, 신경 쓰지 말고,

마지막 자존심 정도라도 지켜보자.

 

“후우~~! 알겠어요. 그렇게 사과하시니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돌아섰다.

그는 모를 것이다.

내가 이 말을 뱉기 위해서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쿨한 척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모를 것이다.

 

그는 나를 예전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를 예전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사람은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어떤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너무 비슷해서, 아주 조금은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착각할까봐, 그는 아주 단호하게 실.수.라고 짚어주고 있는 것이다.

 

“.........안 될.....것......같은.......데........”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린다.

아니, 그의 목소리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내 마음의 착각이 일으킨 환청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생각하지 말자. 고미녀.

그렇게 난 그 장소를 떠났다.

 

 

 

 

 

 

 

 

“.........난.........안 될 거........같다.............미녀야...........”

 

 

 

 

 

 

 

3.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내 머리에 남은 마지막 장면은 싸늘하게 돌아서는 모습, 그것이었다.

자그마하고 애처롭기만 하던 그 어깨가 차갑게 돌아서는 것을, 그 차가움이 엄청나게 내 가슴을 시리게 하는 것을,

그 기억만 남아 있다.

 

 

“웬 술을 그렇게 마셔? 괜찮아?”

 

누가 내게 말을 걸고 있는지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내가 어떻게 잠에서 깼는지 겨우겨우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어......떻게 된 거야?”

 

“나 참!! 진짜.......도대체 뭐야?

둘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하아......물어서 뭣하겠어.

형은 그저 뻗었을 뿐이고, 미녀는 혼자 집에 가버린 거뿐이고,

난 이 집에 형을 들쳐매고 오느라 생사를 오갔다는 거 정도?”

 

“미안하다.”

 

“그 말 듣자고 한 소리는 아니고.

여튼 형 괜찮아? 기억은 나?

내가 안 깨우면, 형 도저히 안 일어날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깨웠어.

아까 매니저.......이름 뭐더라? 아 그래, 김정훈. 걔한테서 전화왔는데,

오늘 신문 인터뷰 있다더라.”

 

“응.”

 

“형........”

 

갑자기 수다스럽던 종현이 녀석이 나직하게 나를 부른다.

그래서 딴청을 피우고 있던 나 역시 녀석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난 여전히.......형 믿어.”

 

“........고맙다.”

 

“근데.......조금만.......쉽게 갔으면 좋겠어.”

 

쉽게........

그게 가능할까...........

나도.......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4

 

 

 

 

정훈이 녀석이 닦달하는 바람에 인터뷰장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아니 늦지 않은 게 아니라, 도리어 너무 일찍 왔다.

도대체가 매니저가 안 맞는 녀석인지, 아니면 너무 잘 맞는 녀석인지

2시간 전에 행사장에 도착하게 만든다.

물론 신인이니 당연한 자세라고도 할 수 있지만, 녀석은 마치.....예전의 아이를.....보는 것 같다.

아니.....이제 아이가 아니다.

화장을 하고, 긴 머리를 풀어 내린 그녀는 이제 정말로 아이가 아니다.

차가운 향내를 풍기는 여인.......

 

아까부터 망설이고 있다.

도착하자마자부터 그녀는 내 눈을 피한다.

아니, 나라는 존재가 없는 듯이 행동한다.

분명.......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내 심장은 자꾸 긁혀댄다.

 

주먹을 쥔 손에 식은땀이 흐른다.

내 앞에 있는 이 여자 때문에 자꾸만 긴장이 된다.

 

“고미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많이 달랐을까?

내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그녀의 눈빛은........2년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

자꾸 비교만 해대고 있는 나 자신을 탓해 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생채기가 나고야 만다.

 

“왜 그러시죠?”

 

그녀의 목소리에 이미 날이 서 있다.

 

“잠깐만 얘기할 수 있을까?”

 

내 말에 잠깐 그녀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지나간다.

주저하는 듯한 표정, 그 표정에서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끼고 만다.

 

대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계단 옆 통로로 걸어갔다.

그녀도 조용히 나를 따라왔다.

계단 옆 모퉁이 벽으로 갔을 때, 몇 번이나 침을 삼키고 몇 번이나 주먹을 쥐어보고 나서야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앞으로는 멤버들 있을 때 얘기했...”

 

“미안해.”

 

“.....네?”

 

“어제......정말 미안해. 술에 취해서였다고 해도, 그건......정말 아니었어.

내가.......잘못했어.”

 

그녀는 멍하니 나를 한참 바라본다.

그러다가 서서히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표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언뜻 스쳐간 그 표정 속에서 그녀가 다친 듯한, 표정을 본 것도 같다.

내 말에....다시.....상처받은.......걸까........

 

“후우~~! 알겠어요. 그렇게 사과하시니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또다시 차갑게 돌아서고 있었다.

그녀에게 내 대답 따위는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정신차려라고 온 몸으로 그녀가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나는......여전히 그곳에 서 있다.

 

“.........안 될.....것......같은.......데........”

 

아무 것도 듣고 있지 않은, 듣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를 향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새어나간다.

 

 

나는........나는.........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왜 이렇게 안달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리 모른 척하려 해도,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아주 명확하게 떠오른다.

그녀........

 

 

 

 

“.........난.........안 될 거........같다.............미녀야...........”

 

 

 

 

 

5

 

 

 

 

왜 열받았나........

그래, 너무나 당연히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조급해 하고 있는지도, 내가 왜 이렇게 안달나 하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녀가.......태경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경이의 노래를 들으며, 태경이에게 기대고 있었다.

 

내 머리 속에서 핀 하나가 뽑히는 기분이었다.

 

너는 다시 내게 돌아올 거야

너의 맘이 다시 날 부르면

주저 말고 돌아와

니 눈앞에 내 안으로

널 안아줄 테니

 

천하의 황태경이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녀의 눈은.......황태경만 보고 있다.

그때였다.

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은.....

그래서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느낌은......

 

내가 황태경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내가.....그녀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옹졸한 남자 하나가 서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걸까 싶은 순간에, 황태경의 손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그랬다.

난.....이미 그 순간 미쳐버렸다.

 

“둘이.......너무 공개적인 거 아니야?”

 

 

갑작스런 내 목소리에 미녀는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놀란 듯한 그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정말로.....뭔 일이라도 있었던 듯이.......

 

“너야말로 너무 경우 없는 거 아니야?

적어도 노크 정도는 해줘야지.”

 

황태경은 흥분해 있는 나를 마치 조롱하듯이 노려본다.

 

“훗~ 미안하군. 방해해서.......

근데 너무 짜증내지 마.

곧 회의라서.........고미녀 씨를 데려가야 되거든.”

 

내 말에 미녀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뭐가....그렇게 당황스러운 거지?

그녀의 표정이, 그녀의 당황함이, 자꾸 나를......미치게 한다.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황태경 씨 나중에 얘기해요.”

 

“같이 가 줄까?”

 

“내가 애도 아니고......혼자 갈게요.

어차피 가면 종현 씨도 있어요.”

 

“그래, 나중에 전화할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동안, 미녀의 손목을 잡고 나가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나마 그 정도의 이성은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었으면, 황태경과 끝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황태경과 헤어지는 게 싫어?”

 

참고 참다가 결국에는 그녀에게 내뱉고야 말았다.

 

“뭐라구요?”

 

“그렇게 헤어지는 게 싫으냐구? 눈물까지 흘리며 난리더군.”

 

“하아~! 지금 황태경 씨........아니 됐구요.

울든 말든, 강신우 씨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아니, 우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요?”

 

내게.....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그 말이 왜 그렇게 화가 나게 했을까.

왜 그렇게 내 이성을 흔들어버렸을까.

나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 팔은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야!!!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래! 우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난 분명히 말했어. 아무 데서나 울지 마.”

 

“강신우 씨!!! 내가 당신 소속사로 들어간다고 했지.

노예가 되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당신이 내게 그런 거까지 간섭할 자유는 없다구요!!!”

 

“아니, 있어.”

 

그래 싫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의 빈틈에 자리잡는 게 싫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는 게 싫었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걸.......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기적인 거 안다.

나도 안다.

그러나.......아무리 머리로 다짐하고 생각해도 안 되는 게 있다.

 

혼자서 미친 듯이 갈등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 모든 감각은 그녀를 향하고 있다.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그녀에게서, 청아한 향이 퍼져온다.

분명 화가 나 있는데, 분명 미칠 듯이 들끓고 있는데,

내 손은 그녀의 볼로 향해 있었다.

미친 놈이라고........이성은 판단하고 있었지만,

내 손의 감각은 멈추지 말라고, 아니 멈출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그대로 심장까지 단번에 전해진다.

내 기억보다도 더.......

아니 기억된 감각은 감각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릿해온다.

내 손끝이 그리움을 맛보고 있다.

그래서.......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내 손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천천히, 그녀의 볼을 쓸어내렸다.

 

“절대로 다른 놈 앞에서 울지 마.”

 

나는 단숨에 2년을 뛰어넘어, 한없이 따뜻했던 한 순간으로 돌아가버렸다.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우스울 지경으로, 난 2년 전, 따뜻했던 어느 날에 서 있다.

그래서 그 때처럼 너무나 우습게도, 당당하게 질투라는 녀석을 그녀 앞에 내세우고 있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녀석도, 그리움의 감각 앞에서는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

내게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다.

그녀라는......절대적인 시간.

난.

그날.

그 시간 앞에.

멈춰 있다.

 

“둘이, 뭐해? 회의 안 들어가?”

 

종현이 녀석이 부르지 않았다면, 난......그날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은 그녀의 입술만 훔쳐보고 있었고, 단숨에 내 입술은 그녀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보였다.

그녀의 눈빛이 얼마나 경멸을 담고 있는지,

얼마나 경악하고 있는지,

그래서 문득 바라본 그녀의 눈을 계속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가고 있었어.”

 

그리고는 도망치듯이 그녀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당장에라도 그녀를 안고 싶어하는 내 마음에게서 멀어져야 했는지도 모른다.

 

 

 

 

6

 

 

 

 

회의 시간 내내 나는 헤매고만 있었다.

종현이는 계속 왜 그러냐며 툭툭 쳐대고, 고미녀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이성을 찾을 수 없는 나 자신에게 화만 날 뿐이었다.

종현이에게 대충 연습 일정과 스케줄에 대해 얘기하라고 해 놓고는 결국 나오고야 말았다.

머리라도 식히지 않으면, 일이라도 낼 것 같았다.

나라는 놈이 언제 이렇게 활화산처럼 들끓어댔는지......

왜.......그녀 앞에서는 이 모양인지........

옥상의 바람이 아무리 차도, 머리에 열은, 아니 심장의 열은 식지를 않는다.

 

“......내게 했던 말, 잊지는 않았겠지?”

 

내 곁에 황태경이 와서 선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빌딩들 사이를 여유롭게 보고 있다.

녀석은 지금 내게 확인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

 

“그 때 그 말, 여전히 유효한 거야?”

 

유효하냐고?

2년 전......내가 했던 말이?

그러기에는, 그 말이 유효하기에는, 내가........너무 이기적이다.

 

“........이미.....시간 지난 거 아닌가?”

 

“하~! 강신우!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황태경의 목소리가 격하다.

 

“........미안하다.”

 

“별로 미안한 목소리가 아닌데?”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할 수 있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게 숨을 쉬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불행히도, 지금 숨을 쉬고 사는 형편이 못 된다.

극한에 내몰려서 뒤로 발을 딛을 틈도 없다.

그런 내게 왜 이기적이냐고 말해도 나도 어쩔 수 없다.

그저......살고 싶다.

숨이라도 쉬고 싶다.

 

“하아......강신우!! 널 만나면 말야.

두들겨 패주고 싶었어.

만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2년 동안......너 때문에 아파하는 걸 보면서....

계속 그 생각만 했어.”

 

아파하다........

아파했구나.........

알고 있지만, 정말로 그랬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은 실감이 난다.

날더러 정말로 이기적이고 되먹지 못한 인간이라 해도 좋다.

솔직히........그녀가 아파하지 않을까봐 겁이 났다.

지독하게 아프더라도, 지독하게 앓기를 바랐다.

너무 아파서, 너무 지독하게 아파서,

도저히 잊어버릴 수가 없도록........

지독하게 아프기를 바랐다.

적어도 아픈 동안만은 나를........나라는 존재를 잊지는 않을 테니.......

누군가.......날 향해 돌을 던져도 좋다.

내 진심은 그랬다.

매일 매일 기도했다.

그녀가....2년 간.......계속해서 아프기를............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그런 이기적인 기도를 했다.

난.........미친 놈이다.

 

“......하아........

내가 미친 건지, 강신우 니가 미친 건지 모르겠지만,

널 직접 보고 있으니........또 그러지도 못하겠다.”

 

녀석이 나를 본다.

녀석의 눈이 깊어졌다.

2년 동안 어른이 되어버린 황태경이 나를 놀라게 한다.

그런 나를 보던 황태경은 다시 소리를 친다.

 

“미친 놈! 그러니....그 딴 소리는 왜 한 거야?”

 

“.........그 때는 진심이었어. 아마...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말할 거야.”

 

그래......난........지금 이 모든 상황을 알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말할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서....다시 또, 나는 황태경에게 같은 말을 할 것이다.

또 다시 나는 나 자신을 과신하며, 내 사랑이 엄청나게 큰 양 어쭙잖게 말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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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기 전 황태경에게 전화를 했다.

 

 

“태경아........”

 

“야, 이 미친 놈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군대? 미쳤냐?”

 

“내가.....원했던 것도, 준비했던 것도 아니야."

 

“하아....정말....!!!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너희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살겠다고?”

 

“태경아..........부탁한다.”

 

“뭐?”

 

“미녀...........잘........부탁해.”

 

“야~~~!!! 이 자식이...정말 사람 돌게 만드네.

뭐? 고미녀?

고미녀는 원래 내 여자였어.

니가 빼앗아간 거라고!!!!“”

 

“알아........나도.........그러니까....잘 부탁한다고....”

 

“야!! 강신우!!!!

고미녀한텐 제대로 해명하고 가는 거야?”

 

“아니...안 돼.....”

 

“뭐? 뭐가 안 된다는 거야?”

 

“태경아!! 미녀 많이 힘들거야.

아니, 어쩌면, 나한텐 외로워서 잠깐 흔들렸을지도 몰라.

태경이 니가..........니가..............”

 

“강신우!!! 그래 말 잘했다.

그래, 고미녀 너한테 잠깐 흔들린 거야.

너 없는 동안, 너 그렇게 무책임하게 도망간 동안, 내가 미녀 다시 찾을 거야.”

 

“그래.......잘 해줘라........부탁이다.”

 

“야!!! 강신우!! 너 미친 거야?”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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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통화를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내 이성이 시킨 내용이었지만, 내 심장은 안 된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랬다.

아이를 위하는 길은....한 가지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는 잊혀지면 그만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적어도 황태경 옆에서 아이가.....숨을 쉴 수 있다면,

아이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난 착각을 한 거다.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랑을 하고 있는 양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 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을 것처럼,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가 죽을 것 같아도 상관없다고......

아이만 행복하다면 된다고.......

그런 엄청난 착각을 했다.

 

내 사랑은 그리 대단하지도, 아름답지도, 위대한 것이지도 못했다.

난........너무나도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었다.

난........나 하나 숨쉴 수 있으면, 나 하나 살면 그만인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죽도록 아프기를......

뼛속 깊이 아파하기를.......

그 아픔을 절대로 놓지 못하길.....

기도했다.

 

벌을 받아도 좋다.

나쁜 놈이라고 욕해도 좋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저......살고 싶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 만난 내 사랑은 이기적이었다.

나는,

나를 희생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 만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 그녀를 놓아줄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

그것을......사랑이라 말하기도 불경스럽다 해도 상관없다.

 

둘 중 하나다.

내가 죽거나.......살거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래서 어제 클럽에서 나는........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황태경과 통화하며 웃고 있는 그녀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치 데자뷰처럼, 내게 생채기를 낸다.

2년은 참을 수 있었다.

돌아올 수 있으리라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아온 곳에는 2년이 아니라, 그 이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가장 아팠던 순간으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와 황태경을 바라봐야 했던 그 지독했던 순간이, 데자뷰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2년 동안 생각했다.

 

황태경만 아니면 된다.

황태경만 아니면 된다.

 

오로지 한 가지 생각이었다.

 

그건 일말의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이 남아 있어서 든 생각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이기적이라 해도, 또다시 황태경의 여자를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니......

그렇게.......그 아픈 순간에 황태경에게 모든 걸 맡겨 놓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으니까....

일말의 양심이 남아서, 제발 황태경만 아니길......

바라왔었다.

 

그러나.....내 바람은 무참히 꺾여버렸다.

그녀의 곁에는 황태경이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처럼, 그녀는 황태경을 보고, 황태경에게 안기고, 황태경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미녀....너.....황태경이랑.....정말......사귀는 거야?”

 

“뭐라....구요?”

 

“황태경이랑!! 사귀냐구!!!!”

 

그녀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질문일 것이다.

만나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하고 있는 질문이니.....

헤어졌으면서, 그토록 차갑게 차버렸으면서, 다른 남자와 사귀냐며 구질구질하게 구는 전남자친구라니.......

그러나......난......이기적이다.

난......지금 나만 살 궁리를 하고 있다.

살고 싶으니까.......

숨쉬고 싶으니까........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을.......직접 듣고 싶었다.

 

“하아........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내가 누구를 만나든, 누구를 사귀든,

강신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구!!!!”

 

“뭐?”

 

그때였을 것이다.

그나마 잡고 있던 양심이라는 끈을 놓아버린 것은......

그렇게 지독하게 이기적인 나라는 인간을 정면으로 드러낸 것은.......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구!!!!”

 

“못! 놔! 아니 안 놔!”

 

“강!신!우!”

 

그 다음은 생각나지 않는다.

내 욕망이 시키는 대로, 그대로 내 몸이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 바로 앞에는 놀란 듯, 화가 난 듯, 그러면서 두려워하는 그녀의 얼굴이 말갛게 보일 뿐이었다.

내 손에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잡혀서 묘한 감각을 준다.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사람.......

화가 났다는 것도, 순간 잊어버리고 말았다.

맑은 눈에 조금씩 차올라오는 눈물도, 조금씩 떨려오는 그녀의 어깨도 무시하고야 만다.

상처받고 깊어진 눈과 차가운 듯 슬퍼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나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술에 눈이 간 순간, 이미 내 이성은 완전히 내 욕망에게 지고 말았다.

그녀의 입술을 머금은 순간, 내 갈등 자체가, 그래도 남아 있던 일말의 양심이라는 녀석의 외침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부드럽고, 촉촉했고, 저릿했고.......그래서......슬펐다.

난........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있다.

그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너무도 야비하게, 너무나 무자비하게, 너무나 이기적으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그녀의 입술을 훔쳐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 이기심에 그녀를 가져버렸다.

아니, 그녀를 더 깊이 가지고 싶었다.

나의 혀로, 나의 입술로 그녀를 맛보고 있지만, 그녀의 입술을 훔치는 그 순간은 자꾸만 과거로 흘러가 버린다.

현재가 될 수 없는 그녀 때문에 나는 자꾸만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고 더더 깊이 안아버리고 말았다.

순간은 순간일 뿐, 내 손에 잡을 수가 없어서, 그 감촉도, 느낌도, 모두 잡아두고만 싶었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의 감각보다도 더 심장을 뛰다 못해 터지게 만드는 그녀의 입술 앞에서 나는 내 모든 이성을 놓고 말았다.

지금 혀로 맛볼 수 있는 그녀 앞에서, 나를 미치게 만드는 그녀의 입술 앞에서,

기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기억은 절대로 아무 것도 아니다.

현존하는 그녀 앞에서, 현재 시간 속에 내 감각 앞에 있는 그녀 앞에서,

기억은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그 순간 미쳐버렸다.

그녀가 내게 얼음물을 붓지 않았다면, 나는 끝을 보고야 말았을 것이다.

 

감각의 순간은 단숨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말을 그녀에게 하고야 말았다.

내가.....감히 그녀에게......

2년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느냐고.......물었다.

 

내......이..........처절하고도 지저분한 싸움의 끝은.......

삶이 될지, 죽음이 될지........

나도 알 수가 없다.

 

 

 

 

 

7

 

 

 

 

“강신우 씨! 아, 아니죠. 죄송합니다.

정용화 씨! 소속사 문제와 씨엔블루 결성은 굉장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까부터 비슷한 질문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니 쇼케이스를 여는 형식을 취한다고 했더니, 취재진이 생각보다 몰렸다.

나는.....판에 박힌 말들을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내뱉고 있다.

 

“오늘 쇼케이스 전에 맛보기로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그러고보니 저희가 들은 바로는, 곧 발매될 이번 타이틀 곡이 정용화 씨가 군에 있는 동안 작곡한 거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약간 들려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어차피 쇼케이스까지 보기가 어려우니, 인터뷰 하고 바로 기사를 작성할 모양이었다.

 

“예. 이번 타이틀 곡은 군에 있는 동안 만든 곡이 맞습니다.”

 

“정용화 씨! 실제로 군생활을 굉장히 힘들게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백두산 부대인가요? 게다가 GOP 근무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

위험하지는 않으셨습니까?”

 

“군이라는 곳이.......위험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여기 계신 분들도 다 다녀오셨을 테니.....저만 힘들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 같습니다.”

 

“아.....저희 OO 신문사에 제보가 왔는데요. 정용화 씨가 군 생활 동안 여러 선행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군 복무 중 사고가 있었다던데요?“

 

“아.......예. 선행이나....뭐 그런 건 잘못된 소문인 것 같네요.

GOP 근무 중에.......불미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원래 다니던 길이 아니었는데, 그 때 밤에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바람에

후임병이 길에서 미끄러지면서 묻혀 있던 지뢰를 밟은 사고였습니다.”

 

내 말에 다들 순간 한탄 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사고로 후임병은 오른쪽발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전 무사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럼.....그런 생사를 오가는 군 생활 속에서 곡을 쓰며 버티신 거군요.”

 

“음.....어떻게 보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이 타이틀 곡도.....그 날.....후임병을 업고 내려 와 육군 병원으로 이송한 후, 만든 곡입니다.”

 

“아....왠지 사연이 굉장한 곡입니다.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는 기타를 매고 그 날의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 씨엔블루

 

 

창가에 흐르는 빗물에 숨겨놓은 그댈 떠올리고

가슴에 흐르는 눈물로 그대를 지워보곤 하죠

이 소리를 듣고 있죠 비를 좋아하던 그대도

나를 기억하나요 비가 오면 나는 그댈 그려요

 

사랑은 비를 타고 내려 추억은 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소리에 또 그댈 떠올려요

눈물은 비를 타고 내려 기억은 비를 타고 흘러

굳은 가슴 적셔 놓고 떠나가네요 비를 타고

 

그댄 비를 보면 비를 닮아 슬퍼진다고 말했죠

우리의 사랑도 이젠 비를 닮아 버린 얘기이죠

그댄 떠나갔어도 나를 기억해줘요 (나를 기억해줘요)

그리움이 많아서 차오를 때 비가 부를 테니까

 

나를 잊었더라도 (나를 잊었더라도)

다시 기억해줘요 (다시 기억해줘요)

그리움이 많아서 차오를 때 비가 부를 테니까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어디서든 웃고 있기를

비를 닮아 슬픈 사랑 그만 하기를

이것만은 잊지 말아요 그댈 사랑하는 바램이

비를 타고 그대 곁에 내릴 테니까

 

 

 

예상치 못했는 듯, 다들......뻥한 눈치였다.

이런.....서정적인 곡이라 생각지도 못한 것 같다.

 

“아.......왠지.......짠한데요. 조금은 예상 밖입니다.

정용화씨.......이 곡에 얽힌 사연을 듣고 보니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아름다운 서정이 더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혹시.......이 곡에 얽힌 이야기를 좀 더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날은.........제.......생일....이었습니다.”

 

순간.......종현이 옆에 앉아 있던 미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쩌면 돌아와서 처음으로 그녀가 내 눈을 마주한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비를 타고 내려 추억은 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소리에 또 그댈 떠올려요

눈물은 비를 타고 내려 기억은 비를 타고 흘러

굳은 가슴 적셔 놓고 떠나가네요 비를 타고

 

 

누군가는 어제, 오늘, 내일을 산다.

또 누군가는 오늘만을 산다.

다른 누군가는 내일만을 위해 산다.

 

나는,

오직,

어제를 산다.

 

내게는, 오늘도, 내일도, ‘어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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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리네요.

이상하게........49회를 올리는데.......울컥합니다.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정말......다행입니다.

아주 오랫동안......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무거웠는데,

이렇게 쓸 수 있어서.......정말로 다행입니다.

 

혹시, 여전히 읽고 계신다면, 정말로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