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삶/영화나 드라마나 뮤지컬이나

[드림하이] 누구나 자신이 캔디인 줄 안다

그랑블루08 2011. 2. 17. 19:48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있다.

요즘이라 말하기도 애매하기는 하다.

본 지는 겨우 2주 좀 넘은 것 같은데......처음 시작할 때는 보고 싶지가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 탓이긴 하겠지만,

JYP에서 관여하는 게 싫었던 것 같고,

발연기자들만 뭉쳐놓은 듯해서 더욱 아웃오브 안중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수지와 수현이지만, 그래도 다른 인물들이 그닥이라

아이돌 광팬들이나 보는 드라마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여전히 예전 사건 때문에 한 소속사와 그 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려서

더 보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몇 주 전, 직장 동료이자 십여 년을 알아온 언니가 내게 <드림하이>를 보라고 권해주었다.

그 언니의 말이 굉장히 특이했다.

 

고혜미와 윤백희가 꼭 너랑 예전 걔 같아.

 

그 말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고혜미와 윤백희.

고혜미빠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혜미와 친했던 백희가

서서히 변하는 과정이 내게는 무척 흥미로웠다.

 

이사장 앞에서 오디션을 볼 때,

고혜미는 언제나처럼 고고했고,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자신이 최고라 생각했다.

자신이 너무 뛰어나서 모든 이들을 쩌리 취급하는

고혜미의 태도는,

 

나처럼 대단한 사람이 이런 찌질한 곳에 왔는데

니들이 날 안 뽑고 배겨?

이런 데 서 있는 거 자체가 쪽팔린다.

 

이거였다.

 

 

어려서부터 부잣집에, 고급 교육을 받으며 줄리어드 음대에 합격가지 한 부잣집 딸내미가,

하루 아침에 망해 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아이의 태도는 자신의 주변 사람, 주변 환경 모두를 비하해버렸다.

 

이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그 상황 자체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혜미는, 자신의 친구를 비하하며 자신을 높였다.

 

사실 이 때까지도 수지의 뾰로통한 연기가 귀여웠고, 툴툴대는 것도 재미있었다.

백희...좀 안 됐네. 그 정도였달까.

 

 

 

 

 

 

 

 

믿었던 고혜미에게서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들은 백희는 그야말로 절치부심, 와신상담으로 탑 소속사에 스카웃까지 되기에 이른다.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와, 혜미 때문에 안 됐다는 이야기로 백희는 더욱더 눈부시게 착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이미지메이킹 되기 시작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

백희는 혜미에게 보란 듯이 말한다.

 

나를 무시하고, 삼류라고 말해 준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그 말을 고스란히 혜미에게 전달되었다.

어쩌면 혜미를 각성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말을 들은 후, 그제서야 혜미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난.....내가 하니고, 캔디인 줄 알았는데, 나예리고 이라이자였어.

 

기린예고로 오면서부터 혜미는 엄청난 왕따에 괴롭힘에 생활고까지 안 당해본 어려움이 없었다.

그 이전에 부유했던 삶과 대조되면서, 이 아이의 괴로움은 더욱 부각되어

이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는 상관 없이 안 됐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런데, 백희의 말을 통해 혜미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

어서 성공해서, 사채빚도 갚고, 결국 자신의 꿈인 성악도 할 거라고 꿈을 이루어가는 하니이자 캔디라고 생각해 왔지만,

알고보니, 정작 자신은 주인공도 아니고, 그저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역에 불과했다는 자각.

 

 

친한 언니가 내게 이 드라마를 보라고 했을 때, 고혜미와 윤백희를 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했을 때,

난.....예전 내가 겪었던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그저 윤백희가 악역이겠군. 성공을 위해 온갖 짓을 다 저지르겠군. 뭐 그 정도로 생각했었다.

언니는, 윤백희가 정말 착했는데 괴물로 변해간다고, 그 모습이 정말로 예전 걔를 떠올린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야말로 착각하고 있는 거....아니야?

하니고, 캔디인 줄 아주 심각하게 착각하고 있는 것.

 

늘 억울하다고 말해왔지만, 알고보면 나야말로 어떤 면에서는 악역이 아니었는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철부지 시절......정말....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 반성이 된다.

또, 이 드라마를 보면, 그래도.....내가 지금은 예전에 비해, '사람'이 되었구나....싶기도 하다.

 

백희가.....작곡 표절까지 하는 상황은........내가 겪었던 그 상황과 너무나 유사했다.

예전에 그런 상황을 겪을 때는, 그저.....상대가 너무나 욕심을 부렸다고, 상대가 나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이렇게 객관적인 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보다보니,

나도 어쩌면 혜미와 같이...저랬을 수도 있겠다는....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주인공일 거라고.......

어리석었다.

난......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 조연이었을 수도 있다.

 

<드림 하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살고 있는 삶과 너무나 유사해서,

그들의 꿈도, 그들의 삶의 방식도, 너무나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과 비슷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다.

그래서, 남편도 나도 이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삼동이에 대한 이야기, 강오혁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틈나는 대로 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