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 김수현
나의 꿈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죠
더 이상 남은 게 없어
모두 포기할까 했었지만
다시 일어나요
한 걸음 한 걸음 오늘도
조심스럽게 내디뎌요
가슴 가득히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은 채
비틀거리고 흔들려도
난 또 한 걸음을 내디뎌요
언젠가 만날 내 꿈을 향해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닐지
두려움이 날 자꾸만
망설이게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멈추지 않는 울림이 날
앞으로 이끌죠
언젠간 만날 내 꿈을 향해
<드림하이>
온 가족이 열심히 보는 드라마다.
남편까지 시간 맞춰 <드림하이> 본방사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편이나 나나 둘 다 무지 바쁘다.
늘 1~2월, 7~8월이 바쁜 우리는, 특히 연초는 1년 중 가장 바쁜 때다.
남편과 나는 날짜를 정해 놓고 번갈아 가면서 야근을 한다.
남편은 야근을 하더라도 9~10시면 집에 들어오니,
나는 저녁쯤에 집에 가서 아이 저녁과 숙제를 봐주고,
남편이 들어오면 나는 다시 직장으로 나간다.
요즘 내 퇴근 시간은 새벽 3~4시 정도.
예전엔 새벽 5시가 넘어서였지만, 나도 늙었는지 일을 싸들고 가더라도 3~4시 정도에는 집에 가려한다.
남편이나 나나 같이 마감을 앞두고 있다보니,
남편도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집에 들어가는 새벽 3~4시에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아니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부부의 대화 시간은 늘 이 때다.
일 얘기, 미래 얘기, 그리고....<드림하이>에 대한 얘기......그런 이야기들을 잠도 자지 않고 둘이서 하곤 한다.
<드림하이>에 빠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편과 내가 이리 빠져든 건 동질감 때문이었다.
오디션을 하는 모습들,
누군가 먼저 캐스팅되는 모습들,
그 캐스팅은 실력도 중요했지만, 운도 많이 작용하고.......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늘 불안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들......
가수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모습과, 남편과 나는 참 많이 닮아 있다.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 아이들이 꿈을 좇는 방식, 좌절하고, 또 다시 꿈을 꾸는....그 삶 자체가 우리와 같았다.
우리는 <드림하이>에서 우리 자신을 보고 있었다.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바로....이 드라마였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늘 불안하고 또 그만큼 긴장되고, 또 그 이상으로 기대되는......그러한 삶.
바로 우리의 삶이었다.
불안한 미래만 빼면, 남편과 나는 아주 복받은 사람들이다.
적어도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의 꿈과 관련된,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이다.
물론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옆길로 새고 있어서 고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로 업을 삼아 돈벌어 먹고 사는 사람은 참 드물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불안한 미래라는 것도 사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닐까 한다.
박진영이 예전 <무릎팍 도사>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연예인은 가만히 있으면 완전히 도태된다.
계속 열심히 뛰고 달려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뿐이다.
남편이나 나나 바로 이런 삶을 살고 있다.
연예인들처럼, 달리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리는 삶.
계속 긴장하며 열심히 뛰고 달려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하는 삶.
우리의 자리는 늘 불안하다.
안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약점이 되기도 하고, 또 강점이 되기도 한다.
달려야 하니까, 좀 더 성실해야 하니까, 또 좀 더 큰 꿈을 꾸어야 하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이.....어쩌면 우리를 더 꿈꾸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쉽게 길을 찾으려 하기도 한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쓰기도 하고, 그럴 듯하게 꾸며 대기도 하고, 또 사람을 통해서 뭔가 이루어보려고도 한다.
그리고......실력과는 상관 없이 꼭 그런 사람들이 잘 된다.
<드림하이>는 이런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줬다.
백희는 표절을 했고, 그래서 앞선 듯 보였으나 결국 무너지고 만다.
가수가 꿈인 아이가 청력을 잃고 이명이 들린다.
무대에서 노래도 부를 수 없다.
그러나 그 아이는 벽에 부딪쳤다고 멈추지 않는다.
길이 막혀 있다면 돌아서 간다.
무대는 준비된 사람, 자격이 있는 사람 앞에서
한없이 관대하고 부드럽다.
자격이 없는 사람 앞에서 한없이 무섭고 매섭지.
조금이라도 준비에 나태하거나 비겁했다면
그것 역시 무대는 귀신 같이 알아낼 거다.
그리고 야유를 보내겠지.
- <드림하이> 12회 강오혁 선생의 대사 중 -
강오혁 선생은 아이들에게 "무대의 자격"에 대해 말한다.
준비된 사람에게 무대는 열려있다고 말이다.
나태했다면, 성실하지 못했다면, 술수를 부리고 있다면,
그걸 귀신 같이 알아낸다고 말이다.
이 말을 믿고 싶다.
내가 서 있는 이 무대에도......그렇다고 믿고 싶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나 역시.....길이 막혀 있다.
내 꿈으로 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벽이 높다.
그래서 돌아서, 넘어서, 혹은 다른 길을 또 찾아서 다시 가려 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남편이 이런 말을 한다.
인디언 부족처럼,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된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기우제를 지내면 100%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
그건 그들이 비가 올 때까지, 몇 날이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우제를 지낸다는 이야기.......
그러니.......오늘도 나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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