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렇게 돌아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지금 돌아가는 이 길만을 생각하면 된다.
추석은 잘 쇠셨나요?
잘 쇤다라는 의미는 아줌마가 되고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잘 견디고, 즐겁게 잘 지낸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사실......추석 연휴동안은 무조건 직장일을 놓아야 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차라리 더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아침, 점심, 저녁 챙기고, 또 각종 음식을 하고, 전을 부치고, 튀김을 튀기고, 나물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고, 혹은 열심히 들어주고, 열심히 맞장구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 연휴가 끝나고 해야 하는 일들은 눈 질끈 감고 잊어버리고, 그저 몸을 움직여 일하는 이 일이 저에게는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잘 못해서 스트레스였던 이 명절 일들이 아주 익숙해져버린 걸 보면,
저도 어느새 진정한 아줌마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 끙끙대고 있는데 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파주에 사는 친군데, 아직 안 올라갔다네요.
그래서 몇 년만에 이 오랜 친구를 만났습니다.
17년차 친군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그래서 친구란 세월이 묻어 있는 단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사는 지역이 다르고, 자식 키우기 바쁘고, 그래서 자주 볼 수도, 연락을 자주 할 수도 없지만,
각자의 무게를 끙끙대면서도 열심히 지고 살고 있습니다.
이 친구를 통해서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들 참 힘들다.......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는 게 아니라,
모두들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힘든 무게를 내려놓지 않고,
열심히 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이 친구는 글을 쓰던 친군데, 지금은 시댁 가정 때문에 글을 쓰지는 못하고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기도 바빠서, 저녁 아홉 시만 되면 지쳐 쓰러진다는 그 말에,
다른 건 그 어떤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삶의 무게가 무거워서 하루 하루 그렇게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고 말하는 그 친구의 말에,
전.....이상하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그 누구도 쉬운 짐은 없다고,
다들 각자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하루 하루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다고,
그 친구를 보며 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일 또 큰 일 하나를 치러야 해서, 마음의 여유도 없었는데,
추석 전까지 매일 직장에서 밤새며 일했지만,
여전히 일이 잔뜩 쌓여 있어서 내일 일을 잘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삶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모두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멀리 보면 답답해지고 막막하지만,
지금 눈 앞에 주어진, 오늘 하루의 일을 끝내면서 살면,
또 살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멀리 보며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보아야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이 앞에 있어서 숨이 막힐 때는
이렇게 오늘,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을 해내면서,
하루하루 살아보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까지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날은 그 다음날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
내일 걱정은 내일 할 수 있도록, 오늘 밤은 쉼이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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