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 - 귀환(歸還)

그랑블루08 2012. 6. 1. 00:29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

 

 

 

 

+) 배경음악 틀어주세염.....

 

 

 

 

 

 

 

 

 

 

 

 

 

 

 

 

1

 

 

 

 

 

 

 

 

 

 

“누구.......세요?”

 

 

여전히 붉은 머리에 밝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다.

너무나 맑은 모습으로, 예전.......성곽에서 보여주던 그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그녀였다.

벤치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목발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다리가 불편한 것도 전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기억 속에서 늘 힘없이 휘어져 있던 발목은 이제 단단히 땅을 짚고 있었다.

그렇다.

2년은..........그녀에게 2년은 이토록 모든 것이 회복될 수 있는, 회복되어버린.....시간이었을 것이다.

세계는.......내가 없더라도 돌아간다.

그녀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내 시간만.....2년 전....어느 순간에 멈춰 있다.

 

 

하아..............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한숨에, 그녀가 나를 의아한 듯이 쳐다본다.

 

 

“혹시........새로 오신.....근위대장....님......이세요?

오빠한테......들은 것 같은데.........”

 

 

그녀의 눈은.....나를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2년 만에 돌아온 내가.....그녀에게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모르...시겠습니까?”

 

 

혹시나 싶어서, 정말 혹시나 싶어서 다시금 조여오는 심장을 누르며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녀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단 몇 초가 지났을 뿐인데, 주먹을 쥔 손에는 식은땀이 차올라온다.

 

 

그래도........내 얼굴을 보면, 그래도 기억...하시지 않으실까........

 

 

“예전에......제가........그쪽을.....본 적이 있었나요?”

 

 

그쪽.........

나는 그녀의 기억 한 켠에도 존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봤던 후원에서, 그곳 그 벤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나만 2년 전 어느 순간에 놓여 있다.

그녀는.....혼자서....이미 그 어두웠던 시간에서 벗어나서,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은....시경입니다........공..주님.......”

 

 

재신은 이상했다.

아까부터 자신을 가슴아픈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이 사람 때문에, 마음이 자꾸만 이상했다.

누구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분명 그의 태도는 이상했다.

근위대원이라면, 당연히 내게 제대로 인사부터 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흔한 경례조차 하지 않았다.

무례하다면, 무례하다고 해야 하는데, 그의 표정이 너무 아파보여서, 그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와...나를....착각하는 건지..........

 

그런데 그가 분명 공주님이라 불렀다.

나를 안다. 그는 분명 나를 알고 있다.

그런데.....이상했다.

그의 태도가 이상했다.

그의 태도는, 일개 근위대원이 한 나라의 공주에게 대하는 태도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네?”

 

 

그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얘기한다.

소위, 대위...뭐 그런 직위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다짜고짜 자신의 이름을 얘기한다.

 

뭐지? 이 사람?

 

 

“저......은...시경.........돌아왔습니다.”

 

 

‘공주님께’라는 뒷말은.........삼켰다.

입밖으로 뱉어서는 안 된다고.......꾹꾹 삼켜넣었다.

목울대가.....얼얼하다.

자꾸.....눈주위가 뜨거워지는데, 자꾸......목이 얼얼한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은시경은 억지로 꾹꾹 삼켜넣는다.

 

그녀는....나를 모른다.

그녀는....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내 심장은 지금........날카로운 칼로 난도질당하고 있다.

 

 

 

 

 

 

 

2

 

 

 

 

 

 

 

“근데...........”

 

 

“공주님!!!!!”

 

 

공주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려는 순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동욱씨?”

 

 

동욱씨?

근위대원의 옷을 입고 공주님을 보며 뛰어오는 한 남자.

그를 바라보는 공주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마치.......힘든 순간에 구원이라도 만난 것처럼, 편안한 미소가 하얀 얼굴 가득히 피어올라왔다.

 

 

저 미소는....저 표정은.....분명......내가 많이 보던 것이다.

저 편안해 보이는, 안심하는 표정은.........늘.......내게만.........보여주셨었는데.........

공주님은...지금 그런 표정으로 다른 남자를 보고 계신다.

 

 

“아니, 공주님 나오시면, 저한테 먼저 말씀하셨어야죠!!!”

 

 

동욱이라 불렸던 근위대원은 공주님께 아무 스스럼없이 말을 건넨다.

시경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뭐야? 자기가 바빠서 옆에 없었으면서.....

나한테 책임전가하는 거예요?”

 

 

“아..아닙니다. 공주님 일이라면, 제가 무슨 수를 내서라도 무조건 공주님께 왔죠.

이렇게 혼자 가시는 게 어딨습니까?”

 

 

“나 참......이것보세요. 김동욱 대위! 나 이제 잘 걷거든요?

의사 선생님께서도 많이 걸어다니라는데....왜 이래요?”

 

 

“그래두요. 공주님! 저번에도 무리하셔서 며칠 앓으셨잖아요.

공주님 아프신 건, 저...정말 심장 떨려서 못 봅니다.

제가...죽는 것 같다구요!”

 

 

“아 진짜!!! 동욱씨!! 좀!!! 그렇게 말하면.......”

 

 

공주님이 그를 약간 흘겨보더니, 시경을 흘깃 본다.

다른 사람 앞에서 너무 가까운 척 하지 말라는........그런 표정이다.

그 다른 사람은....바로.....나였다.

 

 

“아!!! 죄송합니다!!!

어!!! 혹시!! 은시경 소령님!! 맞으시죠?

와~~!! 영광입니다. 이번에 근위대장님으로 복귀 명령 받으신 거 들었습니다.

근위대 제2중대장 대위 김동욱!! 근위대장님께 인사드립니다!!!!”

 

 

근위대 제2중대장 대위 김동욱.........

 

비슷하다.

그의 지위도, 위치도, 역할도....모두....너무나 비슷하다.

마치 데자뷰처럼, 그와 그녀에게서........내 모습이 투영된다.

나만 사라진....미래의 어느 시간에 와 있는 것 같다.

 

 

아버지께선 말씀하셨었다.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이 중요하다고.........

눈 앞에 닥친 상황은 그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없었던 그 2년은........모든 것이 다 변해버렸다고......

나의 별도, 나의 시간도, 나의 사랑도, 나의 미래도.......모두........사라져버렸다고........

 

 

그리고 또 한번 진정한 진실에 눈을 뜬다.

그녀에게는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중요했던 건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곁에서 그녀를 아끼고, 마음을 다했던 그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그 사람이 꼭 나였을 필요는 없었다고.........

그것을 2년이 지난 후에서야 비로소 나는.....내 눈으로 ‘현실’이라는 냉정한 실체를 보게 된 것이라고........

 

 

그 진실 앞에서 눈앞이 뿌옇게 변해 온다.

시경은 재신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섰다.

 

 

“어...잠깐만요.”

 

 

공주님께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리지만, 시경은 돌아볼 수가 없었다.

2년 만에 만난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도저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그녀 앞에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돌아서서 가는 시경의 귀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제...들어가세요. 공주님.”

 

 

“알았어요. 목발 좀 주워 줄래요?”

 

 

“안 됩니다.”

 

 

“네?”

 

 

“제가....안아서 모셔다 드릴게요.”

 

 

“뭐야!! 이 사람!! 내가 걸어가겠다니까요?”

 

 

“안 됩니다. 공주님. 지금도 발이 이렇게 혹사당했는데, 제가 절대 용납 못해요.”

 

 

“이것 봐요!! 김동욱 씨!! 어어어.........뭐야!!!!!”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공주님의 목소리에 순간 시경은 뒤를 돌아보았다.

김동욱이 공주님을 벤치에서 안아 올리고 있었다.

 

 

저 자식이!!!!!!!

 

 

순간 시경은 이성을 잃고 걸음을 떼는데, 갑자기 재신의 두 팔이 김동욱의 목을 감싸 안는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내 기억에, 내 머리에, 내 심장에 새겨져 있는 한 장면이......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다른 남자가 있는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공주님!”

 

 

“왜요?”

 

 

“그렇게 보시면.......심장 떨려요.”

 

 

“김.동.욱.씨!!! 장난치지 말아요!!!!

나....대한민국 공주예요!!!!”

 

 

“그러니까요. 그래서.......제가...공주님을....”

 

 

“김.동.욱.씨!!! 경고예요.

한번만 더 그런 소리 하면, 전담 경호 바꿀 거예요.

나...진짜 장난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그래도...진심이거든요.”

 

 

“아...진짜 이 사람.....정말 못 말려........”

 

 

뭐지.......

지금........뭐지?

공주님과 저 놈은.....도대체 뭐지?

이 불안한....이 마음은.......도대체....뭐지.........

 

 

저 자리에 내가 있었는데, 분명.....저 자리엔...내가 있었는데.......

이제 그 곳엔........내가 없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난.....나는......

이제.....공주님에게 어떤 존재도 아니다.

그래서.......아.프.다.

 

 

 

 

 

 

 

 

3

 

 

 

 

 

 

 

“봤어? 재신이.......”

 

 

재하는 어렵게 재신이 이름을 올린다.

은시경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로 봐서는......본 게 틀림없다.

 

 

“.........예.”

 

 

분명.....눈이 젖는 것 같았는데.......

하아......진짜...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잠시......군에 갔다 올래? 힘들면.”

 

 

“........아닙니다.”

 

 

은시경은 재하와 눈도 못 마주친 채 고개를 푹 숙인다.

감정을 숨기려 하지만, 목울대가 자꾸 움직인다.

저...바보 같은 놈이.........

 

 

“잠깐.....파견 갔다 오면.......”

 

 

“아닙니다. 전하. 여기에.......궁에......있겠습니다.”

 

 

시경은 여기, 궁이라는 말에 울컥한다.

내게 궁은......궁이라는 의미는..........그 사람을 의미하니까........

 

 

“재신이........재신이도.....살아야 했어.

그러니까.......지도 살자고......살아야 하니까.......저렇게 된 거야.

널.......까맣게 잊어야.......지가 사니까.........

그러니까.....저 놈이...저렇게....”

 

 

“압니다. 전하.....

괜찮습니다. 저.”

 

 

재하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뭐가 괜찮은지....지금......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세상을 다 체념한 듯한 표정을 하고, 뭐가 괜찮은지 묻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 답답한 놈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다 알 것만 같아서, 속이 터지는 것 같은 재하였다.

 

 

“은시경! 미안하다!!”

 

 

갑작스런 재하의 말에 시경이 고개를 들어 재하를 본다.

 

 

“나, 솔직히..........재신이가 널 잊어줘서 고마웠어.

어쩔 수 없어. 난........재신이.......어떻게 될까봐...재신이까지 보내게 될까봐.......

그래서...무력한 왕이 될까봐..........정말 무서웠어.

그 놈이.......저 바보 같은 놈이......지...팔목을 그었을 땐.....정말.....정말.......”

 

 

재하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인다. 재하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겁이 난다. 그 낭자하던 피를.......하얗다 못해 파랗던 재신이의 얼굴을........ 재하의 손이 떨린다.

 

 

“전하.........”

 

 

“미안하다. 그래도.......널 잊어서....그 놈이 살 수 있었어.

내가 나쁜 놈이다. 널 잊도록, 널 기억 못하도록, 내가....내가 그렇게 만들었어.”

 

 

그랬다. 몇 번의 자살 시도 후, 재신의 무의식은 모든 기억을 가두어버렸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했지만, 재하는 이번이 기회라 여겼다. 그리고.......은시경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은시경을 언급하는 것도 금기였고, 그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이 기밀이 되었다. 그렇게 재하는 은시경을 지웠다.

시경도 재하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자신을 지워내야 그녀가 산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전하.....그래도.....공주님께서 살아계시지 않습니까?

전.......그걸로.....충분합니다.”

 

 

제가.....공주님을 볼 수 있으니까......그 분의 미소를 볼 수 있으니까......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래서.........그래도 제가.......살아난 것이......감사합니다.

지금 느끼는 심장의 고통도........이 숨막히는 괴로움도, 미칠 것 같은 질투도,

모두.......살아있으니까.......살아서 느끼는 거니까........그걸로....충분합니다.

 

고개를 숙인 시경의 볼에서........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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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시경이가 폭풍 질투하는 거, 엄청 괴로워하는 거...그리고 싶어서

공주님이 너무 아픈 거 같아서.....그게...막 닥빙이 되니까...속상해서

그래서.....시경이 좀 괴롭혀 보려고........이러고 있다.

 

 

 

 

2년이 지난 시점.

그 동안 시경은 죽다가 겨우 살았고.....

공주는 자살 시도 후, 단기 기억 상실 내지 해리성 장애....

그래서 공주는 은시경을 잊고 살아가게 되고,

김동욱 대위는 대놓고 공주님 좋다고 따라다니는 전담 중대장.

민들레 가족에 나왔던 김동욱 씨 특별 출현.

 

 

이거......좀 진행될 듯한데.......

이렇게 시작하려니 걱정이다.

 

<그들의 하루> 급 마무리 시키고 다신 안 써야지 싶었는데,

결국엔 또다시 이러고 있다.

공주님과 은시경 소령을...내 방식대로 마무리하고 보내고 싶나봐.

정신과 상담 받는 대신....상플 쓰면서 해결해야겠다.

 

 

 

허접한 글 읽어주신 님들 감솨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