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3
+) 배경음악 틀어놓고 봐주세염.
1
미친 새끼!!!!!
시경은 화를 참지 못하고, 나무에다 대고 주먹질을 하고 만다.
시경의 주먹은 바로 터져버리고 피가 맺힌다.
그러나....시경은 그 정도의 아픔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정말....미치지 않고서야.....그 딴 말을.......공주님께..........
하아.......은시경! 진짜.....미친 거냐..........”
은시경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정말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자신이 아닌 것만 같았다.
공주님께........감히......그 따위 말을 하다니,
도대체 왜......
근위대원과 연애하느냐 라니.....
김동욱 대위와 연애하느냐고.....
그따위를 왜 물은 건지.....
은시경은 도저히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화가 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가 화를 낼만한 자격이나 있는 것인가.
내 주제에.........
그러나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내게만 보여주던 표정을....다른 남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 편안한,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는 것이,
정말 싫었다.
게다가.....그 놈의 태도는....마치 공주님과 자신이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를 보던 공주님에 대해 그 자식은 수컷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왜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를 보느냐는 태도.
그런 그 놈에게 공주님은 눈치를 보셨다.
아마.....내가 빡 돌아버린 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왜......그녀가....그 놈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왜 그 놈은 그렇게 당당하게 심통을 부릴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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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가지고...노시는 겁니까?
장...난감처럼.........
그렇게 처음엔 흥미를 느껴서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버리는.........
그런........장난감처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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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왜 그랬는지...알고 있다.
머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알아버렸다.
결국........난.........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거다.
난....기억도 못하는 그녀에게 화를 냈던 거다.
버려진 장난감이 돼버린 나 자신에게 열 받아서, 그녀에게 화를 내고 말았던 거다.
왜.....나를 버리셨냐고........
왜.....내가 아니냐고.......
굳이 나일 필요는 없었던 거냐고.......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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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은시경 씨.
예전에....내가.....당신을......가지고 놀다가 버렸나요?
맞아요. 나.........싫증나면 버려요.
그래서요?
내 취향이 군인이라서........뭐 문제라도 있나요?
아.....그렇지.
김동욱 대위도, 은시경 씨 당신처럼 버려질까봐.........안 돼 보여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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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싫증나서 버렸다고.......
취향이 군인일 뿐이라고.......
화가 나서 한 말이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내가 거기에 있었을 뿐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거기에 있었더라면, 그 사람이 그녀의 관심을 받았겠지.
지금처럼.......
마치....내가 그녀에게 뭔가 대단한 존재나 된 줄 알았다.
가장 약했던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 바로 그때 내가 옆에 있었을 뿐이다.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내 두 귀로 듣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녀에게 내가......아무 존재도 아니라는 것이......너무 아프다.
난.......살아 돌아올 이유가...........없어진 것 같다.
2
근위대장 집무실에 들어와서도 은시경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멍청히.........앉아 있기만 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지만, 시경은 깨닫지 못한다.
똑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한참동안 더 나고서야 시경은 문소리를 인지한다.
“네.”
정신을 가다듬고 문쪽을 바라보던 시경은 순간 얼음이 된다.
그곳엔.......휠체어를 탄 공주님이 계셨다.
자기도 모르게 시경은 벌떡 일어섰다.
“들어가도....되죠?”
자신을 보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는 시경이 답답해서 재신은 자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
당황한 시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주님 앞에 가서 섰다.
화가 나셔서, 도저히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나 화가 나셔서 오셨겠지.
자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무례하다 못해 불경스러운 말씀을 드렸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은시경이었다.
그런 은시경을 재신은 물끄러미 본다.
이상하다. 이 사람......
아까는 분명 고집스럽고 단단하게 말을 내뱉더니, 지금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나............사과하러 왔어요.”
“예...예?”
은시경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사과라니.......누가 누구에게....
공주님께서 나에게?
잘못한 건 난데....왜...공주님이?
“죄...죄송합니다. 아깐....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시경의 말에 재신이 작게 풋...하고 웃는다.
“맞아요. 은시경 씨. 아깐....분명히 주제넘었어요.
솔직히........근위대원이........
아니...은시경 씨는 근위대장님이시지만, 그래두요.
공주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죠.”
“정말......죄송했습니다.”
의외로.......사과는 잘 하네.......
잘못에 대한 인정은 빠른 편인가..........
재신은 오길 잘 했다 싶기도 하다.
3
사실 은시경이 나가고 나서, 재신은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
분명 기분 나쁜 건 자신인데, 왜 저 사람이 더 상처받은 얼굴로 나가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나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다.
날...언제 봤다고,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저렇게 나쁜 말을 하는 건지....속이 상했다.
내가 옆에 있는 남자들이나 후리는 정신 나간 여자라고 생각한 건지.....
그것도 생각해 보니 화가 난다.
“공주님....괜찮으세요?”
옆에서 시종 들던 궁인 하나가 재신에게 말을 걸었다.
“어?”
“공주님 안색이 별로 안 좋으셔서요,
게다가 한숨도 계속 쉬시고........”
평소와는 다른 공주의 표정에 걱정이 되는 궁인이었다.
늘 공주님은 그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따뜻하게 대하시는 분이셨다.
예전 한 때는 굉장히 날카로운 적도 있으셨다고 하지만, 그건 다리 다치시고 나서 상처가 너무 커서 그랬던 거라고 궁인들은 얘기하고 있었다.
그 후, 재활 받으시면서부터는 다치시기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모두들 너무나 좋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뭔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셨다.
“미안....나도 모르게 자꾸.....화가 났나 봐. 신경 안 써도 돼요.”
“무슨...일이신지......”
늘 곁에서 걱정해주는 궁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재신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나가도 된다고 손짓을 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가는 궁인 한 명을 잡았다.
“저, 잠깐만...나....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말씀하세요. 공주님.”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궁인인 만큼, 재신은 물어보기로 했다.
“나......그러니까...나에 관한 소문이......뭔가......안 좋게 났나요?”
“예~에? 안 좋게라니요? 도대체 누가 그런!!!”
“아, 아니..그게 아니구요. 그냥 궁금해서요. 진짜 났다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런 건 절대 없습니다. 공주님을 다들...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시잖아요. 공주님은......우리나라 아이돌 연예인과 마찬가지세요.
팬클럽까지 있으신 건...아시죠?”
“네....근데...혹시...나랑 김동욱 대위랑....이상한...소문 같은 거...있어요?”
“아.....그건........”
“얘기해 주세요. 내 일이니까...나도 당연히 알아야죠.”
“그러니까...그게......”
“얘기해 줘요.......괜찮으니까.......”
“사실은........저희야 당연히 아닌 줄 아는데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혹시....그런 거 아니냐고.........”
“진짜...그렇게...생각...하는군요........”
이때까지 재신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다들......호위 맡다 보면 친해지니까...대충 그렇게 생각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요즘 재신도 불안하기는 했다.
김동욱 대위가 요즘 들어서는 더 자신에게 감정 표현을 하는 것 같았다.
원래...그런 사람인데.....
남들이 보면, 날 너무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에휴,,,,,,,,,
“공주님.....대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너무 걱정 마세요.”
“...그러게요. 김동욱 씨가......원래 좀....분방한 사람인데, 그래서 그러는 거뿐인데.......”
“공주님....근데......”
“응?”
“김동욱 대위님........그냥...그러시는 건....아닌 거 같아요.”
“무슨 소리예요?”
“원래...성격이 그러신 게 아니라.....정말로....공주님 많이 좋아하세요.”
“네에?”
“이런 말씀까지 드려도 될 지 모르겠는데........지금...근위대 안에서 공주님 좋아하는 대원들이 많거든요.
근데 김동욱 대위한테 걸리면 난리가 난다네요.
공주님 사진 가지고 있다가 뺏긴 대원들도 있고.......
김동욱 대위가 자꾸 그러니.......다른 대원들 입장에서는 공주님과 대위님이...무슨 사이신가.....싶기도 할 것 같아요.
또......”
“또? 계속 얘기해 봐요.”
“그게......공주님께서......김동욱 대위님껜 좀 다르게 행동하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다르게라니.......?”
“다른 대원들께는 공주님께서 좀.....일정 거리를 유지한다고 해야 할까요?
좀 범접하기 어려운 포스 같은 걸 보여주시는데,
김동욱 대위님께는 굉장히 편해 하시는 게 느껴지거든요.”
“편하게?”
“네. 잘 웃으시고.....편하게 대하시고........
그런 소문이 난 것도 아마 그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알았어요.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이제 나가 봐요.”
결국 그가 말한 게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남들 눈에....김동욱 대위와 사귀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공주가...한 나라의 공주가.....
근위대원이랑 시시덕거리는 걸로 보였을 수도 있다.
수치다.
그는 근위대장이니까........그의 입장에선 근위대원의 명예가 근위대의 명예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난....그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유치하게 그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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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은시경 씨.
예전에....내가.....당신을......가지고 놀다가 버렸나요?
맞아요. 나.........싫증나면 버려요.
그래서요?
내 취향이 군인이라서........뭐 문제라도 있나요?
아.....그렇지.
김동욱 대위도, 은시경 씨 당신처럼 버려질까봐.........안 돼 보여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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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미쳤구나. 이재신.
싫증나서 버렸다니......
처음 본 사람한테.......버렸다니.......
정말......내가 미쳤지.
그 사람은 정말 황당했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 가지고 놀다 버렸다고 했으니....
그것도, 오빠가 그렇게 아낀다는....죽었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그 근위대장을........
노리개처럼, 장난감처럼 다루다 버렸다니.......
재신은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다.
왜 자신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그가......오해하고 있다는 것이 찝찝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실제로는 사귄다고 대답한 게 될 지도 몰랐다.
결국 자신의 말을 정리해보면, 자신과 김동욱 대위는 사귀고 있고, 원래 자신은 군인을 좋아해서, 계속 갈아치우면서 사귄다?
아아아아악!!! 미치겠네!!! 정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재신은 밖으로 나왔다.
“공주님? 어디 가시게요?”
“근위대장 집무실로 갈 거예요. 지금, 당장.”
그렇게 지금 재신은 은시경을 마주하고 있다.
4
은시경은 죄송하다며,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미안해요.”
그런데 그런 그에게 공주님이 사과를 하고 계셨다.
“예?”
놀라서 고개를 든 시경의 눈앞에 공주님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말이 심했어요.”
“그건....제가...공주님을 화나게.....”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래도.....그렇게 반응한 건....분명 제 잘못이에요.”
“공....주님........”
“나도...왜 그랬는지.....잘 모르겠어요.
되게 화가 났던 것도 맞구요. 억울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말을 막 함부로 했어요.
은시경 씨는 근위대장님이시니까.......근위대원들의 기강을 생각하면,
당연히 분명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만 생각했어요.
미안해요.”
공주님은......여전히....당당하셨다.
성곽에서 미안하다고 하셨던......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잘못을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인정하셨다.
여전히......공주님은........나를 설레게.....하신다.
자꾸만......반하게, 그래서....당신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게......하신다.
“어쨌든......처음에...약간 꼬였었지만,
다시.......시작하죠.
은시경 근위대장님. 저, 이재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재신은 시경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시경은 놀란 듯 가만히 있다가 자신도 오른손을 내밀어 재신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그녀의 손이.......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감각 속으로 파고들었다.
“어...어? 이거 왜 이래요?
다쳤어요?”
멍하게 있는 시경에게 재신이 그의 오른손을 살피다가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예?”
“이거요. 손등이 왜 이래요? 화나서 한 대...쳤어요?”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이거...완전히.....피까지 났는데?
이봐 이봐!! 여기......가시 같은 것도 박혔잖아.......”
공주님이 계속 자신의 손을 잡고 살펴보자, 은시경은 손을 빼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어색하게 서 있었다.
“이리 와서 앉아 봐요.”
재신은 시경을 책상 옆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는 밖에 나가서 구급상자를 하나 구해 왔다.
“제가...제가 하겠습니다.”
“무슨 수로? 은시경 씨...오른손 쓰는 사람 아니에요?
오른손 다쳐놓고선....어떻게 하려구.......”
공주님이 자신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집게로 가시를 뽑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릎과 맞닿은 채로, 그녀에게 자신의 손을 맡기고 있으니, 시경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이 자신의 바로 앞에 있다.
늘 자신을 설레게 했던.....은은한 라벤더 향이 그녀에게서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가시를 뽑고, 소독약을 바르면서 “아프겠다. 좀 쓰릴 거예요.” 라며 뭐라고 조곤조곤 얘기를 하고 계셨다.
“안 아파요? 아플 것 같은데...역시 근위대장님이라 다르신가.....잘 참으시네요.”
맑은 공주님의 목소리가 시경의 귀를 감아 돌며, 심장 저 안으로 가서 내려 앉았다. 자꾸만 시경의 가슴에 바람이 인다.
그녀의 향기가,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손길이, 시경을 자꾸만 들뜨게, 설레게 한다.
마치....예전...가장 행복했던 어느 순간에 가 있는 것처럼,
그 속에서 그녀의 시선과, 그녀의 마음을 받던......그 순간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다시는 오지 못하리라...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생각했던, 그 순간, 그 시간이...지금 선물처럼 주어진 것 같았다.
시경의 손을 잡고, 약을 말리며, 후후...불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시경은 자꾸만 설렌다.
단 한 번, 맛 보았던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바로 앞에 있었다.
따뜻하고 촉촉했던 그녀의 입술.
너무 부드러워서 가슴이 서걱대기까지 했던 그녀의 입술이었다.
자신의 생에는 절대로 오지 못할 순간이라고, 그녀의 입술을 맛보면서도 생각했었다.
시경은....그러나....점점 차올라오는 욕심이 두려워진다.
난....얼마나....참을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만으로....정말......만족할 수 있을까......
이렇게 욕심이란 놈은 나를 비웃고 있는데......
자꾸만, 이 욕심이라는 놈이 제어가 안 될 정도로 커가기만 하는데......
난....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까........
지금도......저 입술을 가지고 싶어서.....이토록.....미치겠는데.......
하아...........
“어? 아파요?”
한숨 소리에 그녀가 놀란 듯 나를 쳐다본다.
“아...아닙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공주님이 반창고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시경은 결국 마음에 묻어둔 한 마디를 꺼내놓고야 만다.
“공주님........”
“네?”
“...김..동욱 대위에게도........이렇게....해 주셨습니까?”
질문하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일지.......시경은 질문해 놓고서도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을 말갛게 쳐다보는 그녀의 눈을 보자, 얼마나 자신이 바보 같아 보일지.....그녀가 뭐라고 생각할지....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죄...죄송합.....”
“아니요!”
“네?”
“김동욱 대위에게....이렇게 해 준 적 없어요.
그리고.......”
뭔가 그녀의 표정이 단호해 보여서 시경은 잠시 긴장한다.
“나.....김동욱 대위와....연애하는 거...아니에요.”
“예?”
갑작스런 공주님의 말에 시경은 뭔가 멍해졌다.
내가...오해할까봐...그러시는 건가.......
“생각해 보니, 이 얘기를 안 했네요.
나도 참......아니라고 얘기하러 와 놓고서는.......
나......그 사람과 안 사겨요. 그리고.....사귀는 사람, 연애하는 사람도 없구요.
하아...나 참....지금...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공...주..님.......”
“그리구요. 이렇게 해 주는 거........오빠들 말고는.......
은시경 씨가.......처음이에요.”
“예?”
처음이에요...........
그때도 그러셨다.
처음이라고.........처음불러주는 노래라고......
그렇게 내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 놓으셨다.
지금도 그러신다.
처음이라고........저렇게 아름답고 맑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으신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시경은 속에서 뭔가가 툭....끊기는 듯했다.
시경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왼손으로 그녀의 볼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손끝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볼이 만져진다.
감각은 거침없이 시경의 심장으로 전해져, 정신없이 뛰게 만든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아.......은시경....지금 뭐하는 거야...........
시경은 그녀의 눈을 보며, 순간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인지하기 시작했다.
시경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재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이제 다 됐네요.
이제...가 볼게요.”
재신은 치료한다고 잡고 있던 시경의 손을 놓으려 했다.
그런데.......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니....손이 놓아지지 않았다.
그의 손이 재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재신은 빼내려고 힘을 주었다.
그러나....그의 손은 재신의 손을 더 힘주어 잡았다.
놓아줄 수 없다는 듯이, 가지말라는 듯이........
그의 손은 재신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거......뭐지?
이 사람......도대체.....왜?
재신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갑자기 그가 손을 놓았다.
재신은 텅 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에서는 자신의 손을 꽉 붙잡던 그의 손의 감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다.
“제가....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시경은 어느 틈에 일어나 있었다.
“예? 아니에요. 같이 온 궁인과 가면 돼요.
시간도 늦었고........쉬세요.”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단정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에 재신은 입을 닫았다.
그냥...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 사람의 말을....따라야 할 것 같은.....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수행한 궁인들을 쉬라고 돌려보낼 때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
저 아래에서.....그래도 된다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라고......
자신도 알 수 없는.......누군가의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상해....뭔가 이상해.......
자신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은시경이나, 재신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감정의 선이 팽팽하게 서 있는 것 같았다.
시경도, 재신도........사실은......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재신의 방에 당도했다.
“고마워요. 그럼 쉬세요.”
“......공주님.......”
재신은 이 사람이 또 이런다 싶었다.
그의 낮은 목소리.......
낮게.......뭔가......절절해 보이는 목소리.......
그가 부르는 “공주님”이라는 말에는....그런 감정이 배여있는 것 같았다.
“네?”
“........다른 근위대원들에게는..........이러시지.....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뭘요?”
재신은 갑작스런 시경의 말에 당황이 되었다.
뭘? 말인가?
뭘.......이러면 안 되는 건지.....
자신이 실수한 게 있는 건가 싶어서 재신은 당황이 된다.
“........치료...해 주시는....거.....”
“아.........그건.......”
“그럼, 쉬세요.”
재신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시경은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시경이 가버리자, 재신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뭐야.....혼자 말하고 가버리고....아 진짜......”
재신은 빨리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서 욕실로 씻으러 들어갔다.
씻으면서도, 계속...아까......은시경의 눈빛이 떠올랐다.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그의 손을 잡고 치료해 주는 동안, 그는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너무나 따가워서 긴장까지 되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 싶었다.
자기 손을 잡고 이것저것 약도 바르고 있으니, 신기해서 보려니 싶었다.
그래도...나는 공주니까....공주의 치료를 받는 것도 영광일 테고.......
그러나 이상했다.
보통 그러면, 고개를 숙이거나, 뻘쭘해 하거나 다른 데 쳐다보는 게 당연한 건데.......
굉장히 예의를 차리는 사람 같던데, 그는 단 한 번도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내가 불편해서 긴장될 정도로, 그는....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숨 소리에 놀라 바라본 그의 눈은........정말이지......뭐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무언가가 일어나기 직전의 눈빛....
아...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재신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볼에 느껴지던 그의 손길이 떠올랐다.
그 사람...도대체 왜 그랬지?
머리카락을 올려주던 손길.....
그냥...머리카락이 내 눈을 찔러서 그랬나...싶기도 하지만,
그의 손은 내 볼을 부드럽게 만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스친 건가......싶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감각이 너무나 선명하다.
하아..........
아, 몰라 몰라! 잠이나 자자!!
재신은 머리를 흔들며, 방의 불을 껐다.
침대에 눕기엔 창밖으로 달이 너무 밝았다.
답답한데 문이나 열어 놓을까 싶어서 창으로 갔다가 재신은 순간 호흡을 멈췄다.
“뭐야!! 저 남자!!!”
창밖......아래에서........그 남자가 서 있었다.
2층 재신의 방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그 남자가 서 있었다.
한참...지났을 시간........
그 시간 동안....그는....저기 서 있었단...걸까.......
도대체......왜.........내 방을 보는 거지.........
도대체......왜..........
밖에서 서성이는 그 남자도,
그 남자가 지켜보는 걸 알아버린........재신도,
모두........잠들기 어려운....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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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스압..작렬이네요. 오늘은....19장이 넘네요. ㅠㅠㅠㅠ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갑작스럽게 늘어난 조회수에 엄청 겁내고 있는 중입니다.
보러 오셨다면, 작게라도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감솨....
그리고 갤에서 오신 횽들은...갤스럽게 대해주시길......
저도..그러겠슴돠!
어제 하루종일 출장에, 오늘은 마감하는 일에.....
깅깅대다 보니, 늦었습니다.
사실...제가 매일 쓰는 것은 직장맘인 사정상 힘든 일인데......
일단 최선을 다해 보겠으나...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능.....
어쨌든.....비루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여....(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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