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의 꿈
차마 버리고 두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짐이 된다
그의 삶에 질주하던 초원이 있었다
지친 것들을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생각한다
한 꽃이 지면 세상을 건너듯이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하겠지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때 머물렀던 것들이 병이 되어 안긴다
아득한 것은 초원이었던가
그렇게 봄날이 가고 가을이 갔다
내리감긴 그의 눈이 꿈을 꾸듯 젖어 있다
몸이 무겁다
이제 꿈길에서도 유목의 길은 멀다
-박남준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중에서-
어쩔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한다는데,
때로 이렇게 몸을 무겁게 한다.
이젠 좀 놓고 살고 싶은데,
늘 이렇게 놓지 못하고 있어 마음을 괴롭힌다.
왜 이렇게 쉽게 실망하고, 쉽게 힘들어하는지
뭐 그리 삶에 기대가 많은지
원래 인생이란 오르락 내리락인 것을,
뭘 그리 조바심을 내는지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면 될 것을,
버릴 수 없다고 움켜진 것들,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두면 될 것을,
놓지 못하고 버리지 못하여
이렇게 무겁게 매달고 있으니
그 무게만큼 더 내려가고 있는지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그러한 것은 그저 그러한 것이다.
안 되는 것은 또한 안 되는 것이다.
숨이 막히는 것들도 그저 숨이 막히는 것들이다.
모자라는 것 역시 모자랄 뿐이다.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하겠지.
이 또한 견뎌야 하겠지.
후회되고, 자조하고 싶어도,
이 또한 견뎌야 하겠지.
그만 하고 싶어도, 이제 덮고 싶어도,
이 또한 견뎌야 하겠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한정 없이 가라앉는 마음을 붙들고,
또 무릎을 꿇으러 가야겠다.
무릎을 꿇고 나면 괜찮아질까.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게 마음이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심한 오르락내리락.
나의 주기들.
작은 일에 기뻐하지만, 또 사소한 일에 심하게 좌절한다.
나라는 사람의 됨됨이가, 크기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걸 어떡하겠는가.
그것 역시 견뎌내야 하는 것을.
그래도 언제나처럼 내려가면 올라오는 날들이 있다.
그러니 이 역시 견뎌내야 하는 것을.
오늘 밤, 무릎 꿇으러 가야겠다.
다녀왔다.
무릎을 꿇고 나니 알게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있었지만,
내가 좀....맘이 아팠나 보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좀 속상했나 보다.
그래, 내 길이 아니라면,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니 돌아서 돌아서 가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내 길을 아주 정확하게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그러니, 오늘 좀 울었더라도 괜찮다.
오늘 좀 속상해 했더라도 괜찮다.
다 알고 계시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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