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0 - 혼란

그랑블루08 2012. 6. 30. 07:56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0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읽어주세요.

1. 조권 - Just a kiss

2. 에피톤 프로젝트 - 우리의 마음

3. 에피톤 프로젝트 - 믿을게

 

 

 

 

 

 

 

 

 

 

 

 

 

 

 

1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랬을까....

 

 

생각을 멈추고 싶지만, 이미 살아나버린 감각은 세포 하나하나까지 일으켜 세운다.

왜 그랬을까 보다는 남겨진 느낌이 강하게 일어난다.

아직도 입술에 그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얼얼하다 못해 따갑기까지 하다.

 

 

재신은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져본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했던 그의 입술을 떠올리자 순식간에 그 느낌이 살아난다.

그 사람이 맞는지, 강직하게 자기 일만 하던, 올곧은 말만 하던 그 사람이 맞는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던 걸까.

내 탓인 걸까.

 

 

머리는 더 이상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오로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도저히 분석될 수 없는 감정과 감각만이 자꾸만 살아날 뿐이다.

온 몸이 자꾸 간질간질하다.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다시금 저릿한 기운이 온 몸에 흐르는 것 같다.

 

 

하아........

 

 

“공주님!!!”

 

 

“네..네?”

 

 

운전하던 동욱씨가 자신을 룸미러로 보고 있다.

 

 

“괜찮으세요?”

 

 

“아...네. 괜찮아요.”

 

 

“추우신 거 아니세요?”

 

 

“네?”

 

 

“계속 자켓을 꽉 쥐고 계시길래......”

 

 

“자켓? 아.......”

 

 

“.....근위 대장님.....옷입니까?”

 

 

“아...네.......밤바람이 싸늘해서.......”

 

 

재신은 그제서야 자신이 여전히 은시경의 옷을 덮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지금 그 옷을 자신의 가슴께 부분에서 꽉 쥐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춥지 않은데, 분명 얼굴에 열이 여전히 오르고 있는데,

그런데 재신은 그 옷을 벗을 수가 없다.

자신이 지금 왜 이러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옷이 주는 온기를 벗고 싶지 않았다.

재신은 고개를 숙여 옷의 체취를 끌어당겼다.

그 사람의 체취가 난다.

 

 

스킨향........

이 향 때문이었나.

그가 자꾸 생각나는 건, 자꾸 아까 기억이 떠오르는 건.

 

재신은 옷을 끌어당겨 더 꼭 쥐었다.

자신을 꽉 껴안던 그의 품이 떠오른다.

 

 

재신은 눈을 감았다.

 

 

 

 

 

 

 

 

 

2

 

 

 

 

 

 

 

 

“죄송합니다. 공주님께서 오늘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셔서......”

 

 

궁중실장님은 자신이 더 미안해하시는 듯하다.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혹시......아프신 건.....아니십니까?

몸살 기운이 더 도지신 건 아니신지......”

 

 

“피곤해 하시긴 하시지만, 감기 기운은 없으세요.”

 

 

“예. 알겠습니다.”

 

 

궁중실장은 시경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복도 저편으로 걸어갔다.

시경도 이곳을 떠야 하는데,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한숨도 자지 못했다.

가슴이 설레서, 또 한편으론 가슴이 저려서,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밤새 고민했다.

뭐라 말씀드려야 할까.

진심이었다고, 그 마음은 당신을 향한 것이라고, 바로 말씀드려버릴까 싶기도 했다.

이미 아시지 않으셨을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시길 바라면서, 동시에 모르시길 바라기도 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젯밤도 밖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녀의 불 꺼진 방을 쳐다보며,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이곳에 서 있으면서도, 공주님을 뵙고 싶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그녀를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오로지 공주님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유 그 하나로 달려왔다.

 

 

그러나 설레던 순간이 지나고 나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녀가 화를 내면, 그래서 내가 보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마음을 알고 나니 내가 보기 싫다고, 부담스럽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영창에 가는 건 두렵지 않다.

그러나 그녀 곁에 있을 수 없다면, 바라보는 것도 안 된다면, 나는 살 수 있을까.

어제, 이를 악물고 참았어야 했나.

 

 

하지만...시경은 알고 있다.

또 다시 그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은 똑같았을 것이다.

심장 속에서 터져버린 고백이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것을.

더 이상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만큼 자신의 사랑은...자신의 마음은......숨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하아..........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공주님.......

 

 

한참을 서 있다가 결국 시경은 돌아섰다.

복도에 그의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재신의 귀에도 복도를 울리는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아까 궁중실장님께서 은시경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지, 벌써 1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이 사람은 밖에 서서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도대체 이 남자는 왜 이러는 건지.

 

 

재신은 알고 있었다.

어젯밤도 그가 찾아왔다는 것을.

그때도 밖에서 자신의 방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아침에 세탁해 온 그의 자켓이 얌전하게 개어진 채 그녀의 협탁 위에 얹혀 있었다.

재신은 자신도 알 수가 없다.

그가 왔으니, 바로 주면 되는데, 굳이 그를 만나지 않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똑같은 옷인데, 근위대원이면 누구나 입는 옷인데, 난 왜 이 옷이 그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잡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근위대장을 표시하는 배지가 자켓 가슴 부분에 달려 있다.

그의 것이라고 알려주는 유일한 부분.

 

 

그는 내게 와서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죄송하다고, 자신이 정신을 잃었다고, 그런 말을 할까.

공주님께서 판을 만드신 거니, 공주님 책임이라고 말을 할까.

그렇게 첫사랑을 사랑한다더니,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를 자기 첫사랑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걸까.

그게 가능한가.

머리에서 또 한 번 폭풍우가 지나간다.

 

 

재신은 자꾸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려고 한다.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야.

 

 

애써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멈춰보려고 한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저 앞만 보자 싶다.

이틀 후에는 제주포럼에 가야 한다.

이렇게 흔들릴 여유는 없다.

정신차려야 한다. 이.재.신.

그렇게 자신을 다잡는 재신이었다.

 

 

 

 

 

 

 

 

 

 

3

 

 

 

 

 

 

 

 

재신의 방에서 돌아오던 시경은, 갑작스런 재하의 호출에 급히 재하의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재하의 화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이것들이!! 미친 거 아냐? 우릴 엿 먹였다 이거지?

우리가 물로 보여? 이 개 같은 것들을!!!! 아우~~! 빡쳐 진짜!!!!”

 

 

그 앞에서 비서실 차관이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하. 부르셨습니까.”

 

 

“아우~!!! 열 받아!!!! 이 개새들을 어떻게 족치지? 진짜 빡친다 빡쳐!!!”

 

 

“전하.”

 

 

은시경이 한 번 더 부르자 그제서야 재하는 은시경을 본다.

 

 

“은시경!! 아우...잠깐 있어봐.

어이 차관! 넌 일단 언론에 싹다 뿌려!!

아무 것도 아니다, 괜찮다. 애들 장난이다, 뭐 그런 얘기 뿌리고.

아, 그래 직접 찍은 사진도 올려.”

 

 

“전하, 하지만 문제는 이미 각국에서 문제 삼을 겁니다.

그게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한국문제에 안티 걸고 싶은 단체에서는 호기일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들이 분명 언론으로 물고 뜯을 겁니다. 아무래도 연기를....”

 

 

“아이씨!! 그게 그 새끼들이 원하는 거라니까. 우리 못하게 하는 거!!!

아~ 진짜 빡치네!!!”

 

 

재하가 갑자기 의자에 앉더니 창 쪽으로 등을 돌린다.

한참을 씩씩대며 숨을 고른다.

비서실 차관도, 은시경도 벌서듯이 그저 서서 기다리고만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차분하고 냉철한 목소리가 들린다.

 

 

“생각해 봐야 돼. 적들이 노리는 게 뭔가.

그것들이 뭘 원하는가. 우리에게 그따위 자작극이나 벌이며 장난질을 치고 있는 이유가 뭔가.

단순히 겉모양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무슨 방해가 있나,

생각해 봐야 돼.”

 

 

재하는 생각이 끝난 듯 다시 그들을 향했다.

 

 

“일단 차관 넌, 언론에 아까 말한 대로 풀어.

우린 일단 시간을 가지고 판단해 봐야 돼.

신중하게, 아주 신중하게, 역에 역까지 생각해 봐야 되니까 시간을 벌자.

어차피 지금은 그대로 열어도 욕 나올 거니까, 각국 대사들, 참석자들, 아, 그래 군수용품 사업자들 전부한테 연기한다고 돌려.

이번 사태가 우리가 역이용할 방법으로 언론플레이해 보자고.

어디, 지들이 날 이길 수 있나 해보자고.

나 이재하야. 아이큐 187. 멘사 회원! 그것들이 날 물 먹여?

그렇다고 착각할 뿐이지.

같은 상황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야.

이 이재하가 보여주지. 그게 뭔지. 언론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래, 일단 차관은 일 진행되는 대로 나한테 보고해.”

 

 

“예. 전하.”

 

 

차관이 나가고 나자, 은시경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전하, 혹시 제주 포럼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래. 진짜 산 하나 넘으니 또 산이다. 내 참.”

 

 

“군산복합체 다국적 기업들 입장에서 좋은 판매처를 빼앗기는 건데, 그냥 넋 놓고 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우리가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으니까, 지들도 슬슬 움직이는 거지.

김봉구 그 자식 그렇게 가고 나면 좀 나을까 싶었더니, 산 넘어 산이다. 진짜!!!

근데, 진짜 김봉구 죽은 거 확실하지? 알고 보면 살아 있는 거 아냐?”

 

 

“확실하게 믿을 만한 정보였습니다. 측근에 의해서 사살되었다고 했습니다.”

 

 

“그쪽에서 서로 짜고 그랬을 수도 있잖아.”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클럽 M도 일단 몸을 사리고 있고, 지금 나섰다가는 자기들한테 좋을 게 없습니다.

김봉구가 자회사에 끼친 손실이 천문학적인 숫자라서, 일단은 몸을 사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그 미친 놈이, 지 무덤을 팠지.

쉬쉬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클럽 M이 이 정도네 하고 광고까지 하고 다녔으니......내부에서 당할 줄 알았다, 내가.”

 

 

“제주 포럼은 그럼 미뤄지는 겁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참, 같잖아서.....

말이 돼? 이 시대에 폭탄? 그것도 제주공항에?

진짜 어이가 뻥 터지네. 지가 뭐 윤봉길 의사야?

도시락 폭탄? 미친 것들!!!!

이것들이!! 아오! 또 열 받네.”

 

 

“그럼! 폭탄이 발견된 겁니까? 제주 공항에?”

 

 

“차라리 발견됐으면, 이렇게 빡치지나 않지.

아오~ 진짜....그냥 애들 장난이다. 완전 장난.

터지긴 뭘 터져. 뇌관도 제대로 없고, 애들 문방구에서 사는 그런 거다.

나 참, 열 받아서 진짜. 내가 다 쪽 팔린다 정말!!”

 

 

“그럼, 아무 문제없다고 그대로 진행해도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이따위 상황인데, 누가 오겠냐고.

포럼 당일에 터질 수도 있다느니, 그러고 있을 거 아니야.

그거겠지. 니들은 아직도 위험하다. 그러니 무기를 계속 사라.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다, 이따위로 지랄들을 해대겠지.”

 

 

“그러면, 제주평화포럼은 취소되는 겁니까?”

 

 

“지들이 그걸 원할 수도 있지. 그렇게 원하는 대로 해줄 이유야 없잖아.

잘 이용해서, 이것들을 오게 만들어야지. 어떻게든.

어쨌든 이번 근위대 호위 조정 다시 해야겠다.

새로 짰던 편성표도 바꾸고.”

 

 

“예.”

 

 

 

똑똑.

 

그때 방문이 열리며 재신이 들어왔다.

시경은 재신을 보자 놀란 듯 그녀를 빤히 본다.

재신은 애써 시경의 시선을 피하며 재하만 바라본 채 입을 뗐다.

 

 

“어! 오라더니, 얘기 중이었네.

나중에 다시 올게.”

 

 

“아니야. 어차피 같은 얘기니까 같이 하자.

재신아, 제주 포럼 취소됐다.”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제 이틀 뒤였는데, 갑자기 왜? 뭐 때문에?”

 

 

이번은 남북한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포럼이었다.

남북한 군사적인 차원에서의 병합을 어느 정도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는 자리였다.

사실 양해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깝기는 했다.

또한 재신은 그걸 제대로 감동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책임이 막중했던 곳이었다.

 

 

“제주 공항에 폭탄 테러한댄다.”

 

 

“뭐? 언제? 포럼 당일날?”

 

 

“아니, 이미 발견했어. 오늘 아침에.

기도 안 차는 게, 애들 장난질 같은 거였다는 거지.”

 

 

“그게 아닐 수도 있잖아. 다른 걸 수도.”

 

 

“아~~주 친절하게도, 그 장난감에 No 제주포럼이라고 아주 적절하게 적혀 있었다는 거지.”

 

 

“그럼, 범인은 잡은 거야?”

 

 

“그래, 그게 또 웃긴다. 잡긴 잡았지. 너무나 어설픈 놈으로 말이야.

PEACE를 외치는 또라이 새끼더라. 예전에 소련에 당한 무슨~~스탄인이라나 뭐래나........어딘지도 정확하게 모르겠다.

보고하는 놈이 제대로 모르니, 여튼 무슨무슨 스탄인이다.”

 

 

“뭐?”

 

 

“근데 그 놈이, 재미로 그냥 그래봤단다. 자기는 Boom의 B도 모른단다.

그런 또라이 새끼 때문에, 이 중요한 걸 취소하다니, 내가 진짜 빡~쳐서!!!

그냥 싫어서 한 마디 했댄다. 꼬.뮤.니.즘이 싫댄다.

내가 얼척이 없어서. 우리가 언제 그걸 하겠대?

왕실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그쪽으로 갈 리가 있냐? 그것들은 무뇌아냐? 아후 빡쳐.

당장 통일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협력을 하겠다는 건데, 별 미친 것들이 다 방해를 해대니......내가 진짜 열받아서.”

 

재하는 열이 받아서 거의 씩씩대고 있었다.

 

 

“그래도.....그렇다고 해도, 개최는 안 되겠네.

누가 오겠어. 실제 사실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들인데.

아니지 보고 싶은 대로 없는 사실도 지어내서 만드는 인간들이지.

아주 잘 됐다 싶겠네.”

 

 

재신은 재하의 얘기를 듣고 보니, 제주 포럼은 일단 당일날 개최되는 게 무리다 싶었다.

 

 

“어휴~~그러니까 말이다.”

 

 

“설마, 김봉구.....살아 있는 거야?”

 

 

재신도 재하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너나 나나 참. 어떻게 된 게 우리 둘 다 트라우만가 보다.

나도 딱 그 생각부터 했는데.”

 

 

재하는 생각했다. 정말 김봉구, 우리에게 엄청난 트라우마구나.

 

 

“그건 확실히 아닙니다.”

 

 

그때까지 가만히 서서 듣고만 있던 은시경이 입을 열었다.

재신도 그제서야 시경을 바라본다.

 

 

“측근이 확실하게 사살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확실한 거예요? 뭔가 꾸미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재신은 여전히 불안한 듯 살아있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추론을 해본다.

 

 

“아닙니다. 그쪽에서 시신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또 미연방 쪽 이중스파이에게서 정확하게 들은 이야깁니다.

클럽 M 쪽에서 자회사를 위해 직접 사살한 듯합니다.

요즘 클럽 M 사업 방향만 보더라도 김봉구의 의지와는 완전히 반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 재신아, 그건 확실할 거다.

은시경이 말하는 거면, 확실해.”

 

 

“응. 그러면 난 그냥 궁에 있으면 되는 거야?”

 

 

“당분간은 그렇지.”

 

 

“그럼, 다시 열게?”

 

 

“어떻게든 이쪽에서도 물 먹여야지. 지들이 무산된 줄 알고 승리에 취해 있을 때, 확~~끼얹어야 되지 않겠냐.”

 

 

“그래 오빠라면 확실히 하겠지. 알겠어.”

 

 

“그냥 좋게 생각해. 너도 사실 며칠 앓아서 몸도 안 좋았잖아.

그 사이에 해쓱해졌잖아. 좀 쉬면서 몸도 회복하고, 준비도 더 하고.”

 

 

“몸은 괜찮아. 일단 알았어. 그럼 난 나갈게.”

 

 

“참, 근데 재신아, 문제가 하나 남긴 했다.”

 

 

“응? 뭐가?”

 

 

“그게.....에휴......궁으로 누가...... 아, 아니다. 그때 가서 생각하자.”

 

 

“뭐야? 말하다 말고. 얘기해 봐. 뭔데?”

 

 

“됐다. 확실하지도 않고. 여튼 가서 쉬어.”

 

 

“뭐야....진짜.....알았어. 갈게. 고생해.”

 

 

시경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나가는 재신을 보자, 재하는 뭔가 촉이 온다.

그래서 나가는 재신을 다시 잡았다.

 

 

“어이, 이재신!!”

 

 

“아, 뭐야~ 왜 자꾸 나가려면 잡고 그러는데?”

 

 

자꾸 불러대는 재하에게 결국 재신은 짜증을 낸다.

시경과 같이 있기가 너무 어색해서 어서 나가고 싶은데, 계속 재하가 잡으니, 그것도 은근히 열이 오르는 재신이었다.

 

 

“너네, 데이트는 잘 했냐?”

 

 

“뭐? 무..무슨 소리야?”

 

 

재하가 능글거리며 데이트라고 하자, 재신은 열이 확 오른다.

 

 

“얘가 왜 이래 놀래? 성곽은 잘 갔다 왔냐고 묻는 거잖아.”

 

 

“어...어? 어.....”

 

 

재신이 말을 버벅거리는 순간, 시경도 눈을 굴리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이거, 또 뭐야. 이것들.......또!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은시경 이거, 순진한 척하면서 진도 팍팍 나가고 있는 거 아니야?

 

 

이것들이 이제는 서로 눈도 못 마주친다.

심지어 시경은 목까지 벌겋게 물이 들었다.

문제는 뻔뻔한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재신의 얼굴도 붉어지고 있다.

 

 

어쭈~~이것들이!!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뭔가 분명...꽤! 진도가 나갔다.

뭐? 꽤?

 

 

재하는 자신이 유추해 놓고도, 열이 확 오른다.

 

은시경 이 새기가......설마.......

 

 

“나 갈 거야. 이제 붙잡지 마.”

 

 

재신은 이번에는 재하가 부르든 말든 상관 안하겠다는 태도로, 카트라이더를 타듯이 쏜살같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가버린다.

 

 

“뭐야, 쟤 왜 저래?

둘이 왜 그래? 성곽에서 뭔 일 있었어?”

 

 

“아니, 아닙니다.”

 

 

은시경은 뭔가 당황한 듯이 대답했다. 그 모습이 영 이상하다.

 

 

“은시경, 너 혹시.....”

 

 

“죄송합니다. 전하.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은시경은 재하의 허락도 제대로 듣지 않고, 바로 뛰어 나가버린다.

 

 

“야야!! 은시경!! 저게 대한민국 국왕을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저게 죽다 살아오더니, 간이 배밖에 나왔지!!

아우! 빡쳐!!!”

 

 

이래저래 열이 솟구치는 재하였다.

 

 

 

 

 

 

 

 

4

 

 

 

 

 

 

 

 

시경이 뛰어나와보니, 공주님이 저 앞으로 수행궁인들과 같이 가고 계셨다.

 

 

“공주님!! 공주님!!”

 

 

갑작스런 목소리에 재신이 돌아본다.

 

 

“무슨 일이죠?”

 

 

은시경이 달려오자, 옆에 있던 수행궁인들은 알아서 빠져준다.

그들이 근처에 없는 것을 보자 그제서야 은시경은 말을 이었다.

 

 

“공주님.......저...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난.....없어요.”

 

 

시경이 어렵게 꺼낸 말에, 재신은 단칼에 베어버린다.

 

 

“예?”

 

 

“은시경 씨에게서 아직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

 

 

시경은 지금 공주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냥 듣기 싫다가 아니라, ‘아직’이라고 하셨다.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예요. 아직은.....은시경 씨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아직은........

화가, 나신 건가?

은시경은 공주님께 사죄하는 게 우선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은.시.경. 근위대장님!!!! 전,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을 텐데요. 분명!!”

 

 

시경은 어렵게 운을 떼는데, 공주님은 굉장히 단호했다.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재신은 단호하다 못해 날이 선 듯 보였다.

시경은 재신의 날카로운 태도에 당황이 된다.

 

화가 정말 많이 나셨나......

 

시경은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나중에.....제 옷, 받으러 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뭐라도 말을 걸 심산으로 시경은 옷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적어도 옷 때문에라도 얘기를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자켓....궁인 편으로 보낼게요.”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은시경 씨!!! 내 말이.......무슨 뜻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예요?”

 

 

“...................”

 

 

“지금 돌아가서 바로 보내겠다구요.”

 

 

재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난 너랑 말하기 싫다. 라고.

난 너랑 같이 있기도 싫다. 라고.

 

재신은 바로 돌아서 간다.

그 때 뒤에서 시경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옷........."

 

 

재신이 다시 시경을 돌아본다.

 

 

"분명 이미 세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가지고 계신 겁니까?"

 

 

"네?"

 

 

"세탁실에서 바로 보내셔도 됐을 텐데, 왜...가지고 계셨습니까?"

 

 

재신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무슨 말로 대답을 해야 하나.

낯설지가 않아서.......아니 뭔가 익숙해 보여서........

남의 옷인데.......이 남자 옷인데, 내가 왜 이 옷을 계속 가지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재신은 그러나 그 말을 할 수가 없다.

재신 스스로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거죠?”

 

 

“..................”

 

 

시경은 말이 없다.

그러나 공주를 바라보는 시경의 눈빛은 애가 탄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가 아주 많이 이상하다.

 

재신은 시경을 내버려둔 채, 휠체어를 몰아서 공주궁으로 향했다.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재신을 시경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정말 자신은 무슨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공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해 주시길 바랐던 걸까.

물어주시길 바랐던 걸까.

자신에게 한 고백이냐고, 알아주시길 바랐던 걸까.

아니면, 공주님도 마음 한 자락 내게 흥미를 느끼시게 되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걸까.

 

 

 

 

 

사실 시경은 오늘 아침에 세탁실에 갔었다.

옷을 맡겨두셨을 것 같았다.

예상은 맞았다.

그런데 이미 세탁을 끝냈는데, 공주님께서 다시 가지고 가셨다고 했다.

 

 

세탁실에선 바로 내게 보내겠다고 공주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공주님께서 굳이 가져가셨다고 했다.

아마 직접 주시려는 모양이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내게 말했다.

 

 

그저 세탁실에서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겠지만, 시경은 하루종일 가슴이 떨렸다.

혹시나,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마음에서 나와서 자꾸만 누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아........

 

 

시경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공주님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힘줄이 새파랗게 튀어나오도록 꼭 쥐고 있었다.

튀어나오려는 자신의 욕망을 잠재우려고, 몇 번이나 이를 꽉 깨물었다.

 

 

큰일이다, 정말 큰일이다.

 

 

시경은 두려워진다.

공주님이 화내고 있는데, 자신의 눈에는 공주님의 입술밖에 안 보였다.

그 입술을 맛보고 싶다고,

다시금 그 숨결을 느끼고 싶다고,

너무나 자극적이던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고 싶다고,

자신의 욕망은 자꾸만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도 달려가서 그녀의 팔을 나꿔채어 자신의 품안 가득 안고 싶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정말 미칠 것 같다.

이젠 정말 터져버렸다.

 

 

그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 그 바닥이 어떠한 모습인지는 시경도 잘 알고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 시경은 이미 자신의 바닥 저 밑의 심연의 자신과 마주했었다.

 

 

 

 

 

 

 

 

 

 

 

 

5

 

 

 

 

 

 

 

 

꿈을 꿨다.

아니, 그것이 꿈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그녀가 있어서, 좋았다.

이곳에 있고 싶었다. 그녀와 함께.

만약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에게 마음껏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았다.

그녀에게 아무리 키스해도 괜찮았다.

그러다 미친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어도, 괜찮았다.

그곳에서 나는......그저 한 마리 수컷이었다.

언제나 그녀는 늘 내 아래에서 헐떡거리며, 나를 받아들였다.

헐떡이는, 신음하는 그녀를 보며, 미친 듯이 더 그녀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시경씨....하아 하아.......시경씨.....”

 

 

그녀의 색스런 신음소리도, 내 이름을 부르던 그 교태스런 목소리도, 나를 더욱더 미치게 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안고, 또 안고, 몇 번이나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지러지듯이 나를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만하자며 애원하는 그녀를 더욱더 몰아붙여 내 욕망을 채우며, 그녀의 몸을 미친 듯이 탐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감히”라는 말은 없었다.

오직, 그녀의 몸에 미쳐있는 짐승 같은 나와, 숨에 차 헐떡이는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워서 색스러운 그녀의 벗은, 희다 못해 투명한 몸만이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감히”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래서 나의 가장 밑바닥에 감추어 두었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녀를 내 욕심대로 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남자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안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을 분출하고 싶은 남자.

그녀의 몸을 하나하나 만지고 싶은, 욕망에 들떠 있는 남자.

그래서 그녀의 몸에 자신을 새겨 넣고 싶은,

이 여자는 내 거라는 소유욕을 보이고 싶은

그런, 지독한 남자였다.

 

 

그래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분명 알고 있었지만,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그녀와 영원히 같이 있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전하의 그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러고 싶었다.

 

 

야! 이 자식아! 재신이가 손목을 그었다. 너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 그녀에게 내 욕망을 터뜨리던 나 자신을 완전히 깨어버린 목소리는, 바로 이거였다.

그 목소리는 순식간에 내가 지금 이렇게 미친듯이 그녀를 탐하는 공간이 거짓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그 소리는 바로 나를 현실로 데리고 와 버렸다.

 

 

전하께서 하셨던 그 말씀을........

내 정신을 붙들게 만드셨던 그 말씀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그 고통스러웠던 말씀을.......

먼 곳에서 울려오던 그 목소리가 현실감으로 바뀌던 그 순간을.

다시 살아 돌아온 그 순간 나는 지옥을 맛봐야만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목소리 하나 낼 수가 없었다.

전하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전하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어떤 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괜찮으냐고....그녀는 살아있냐고.....

그 어떤 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온 몸에 힘을 주었지만, 그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펑펑 오열하고 싶었다.

그녀는.....괜찮은지......나의 공주님은 무사하신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삑삑삑 삐삑 삐삑 삐삑 삐삑 삐삑

 

 

반복적인 기계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 어!! 뭐지? 뭐야?

은시경!!! 너 울어? 야! 이 자식아!!! 너 들은 거야?

재신이 손목 그은 거 들은 거냐고!!!!

너, 듣고 있지? 분명 듣고 있는 거 맞지?”

 

 

손목 그었다는 말에 다시 눈물이 흐른다.

속에서는 미친 듯이 역류하며 난리를 치지만, 내 몸 어느 한 구석도 움직이지 못한다.

 

 

“심장은 왜 이렇게 뛰는 건데? 어?

너, 너...깨어난 거지? 그지?

재신이, 그래 재신이 때문이지, 너?

야!!! 재신이 살았어. 재신이 살아 있다고.

그러니까 어서 너도 일어나라고.

그래야.....흑흑...그놈도.....살...거 아니냐...흑흑..........”

 

 

전하께서 결국 울음을 터뜨리셨다.

나 때문이었다.

전하께서 슬퍼하시는 것도, 공주님께서, 나의 공주님께서 손목을 그으신 것도,

모두 나 때문이다.

 

 

일어나야 한다. 공주님께 가서 고백해야 한다.

분명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다시 돌아가서 고백해야 한다.

아아......나의 공주님께.........

 

 

 

“어...어...이거 뭐야....야야!!! 의사 불러!! 당장 불러!!!!!

은시경!!! 야!! 은시경!!!

이거 맞지? 이거 봤지? 봤어? 봤잖아!!!

이 자식....손가락......오른쪽 손가락.....어엉엉...움직였..어어엉...다고.......

야, 이 자식아......야 이 자식아.......

내가...내가....너 때문에...아우씨..진짜...너 때문에.....

이 자식아...........”

 

 

전하께서 나를 붙들고 우신다.

나도 운다.

전하께 불충해서 울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꼼짝도 못하는 나 자신에게 열 받아서 운다.

그것은 내가 총을 맞은 지 6개월이 되었던 때였다.

 

 

그렇게 나는 지루하다 못해, 거의 진전이 없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하나씩 깨어났다.

손가락을 겨우 잠깐 꼼지락거리는 것에서 옆 손가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겨우겨우 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입에는 여전히 산소호흡기가 씌워져 있어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의식은 있지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간 어느 날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미음은 섭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씹어 먹는다는 거야?”

 

 

“아닙니다. 전하. 그건 불가능합니다.

식도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끼워서 음식을 넣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진행해야 음식에 적응을 하고....”

 

 

“잠깐, 식도에 구멍을 뚫어?”

 

 

“예. 전하.”

 

 

“안 돼! 그건.”

 

 

“예? 전하, 하지만, 그렇게 음식물에 적응해 놓지 않으면, 장기 기능이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모든 장기는 움직여야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식도에 구멍 뚫으면, 노래는....노래는 할 수 있어?”

 

 

“예?”

 

 

“저 자식......노래하는 놈이야. 노래해야 된다고.”

 

 

“성대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재하는 그 와중에도 시경의 목소리를 걱정했다.

비록 ‘소녀’를 불러서 항아까지 혹하게 했지만, 저 자식 분명 재신이에게 불러주고 싶을 텐데.....

도저히 목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경은 재하의 삼엄한 명령 아래, 아주 가는 호스를 목에 달면서 산소호흡기를 떼게 되었다.

목에 구멍이 나 있어서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경은 입모양만으로 자신이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을 재하에게 물었다.

 

 

전하......공주님은요........괜찮으십니까........

 

사실 재하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시경이 무엇을 묻고 싶었는지,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잘 살고 있어. 걱정 마. 이제 다신....그런 짓 안 해.

너만, 너만 일어나면 돼.”

 

 

누워 있는 시경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런 시경을 보다 재하는 고개를 돌렸다.

재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하루 하루 시경은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호스를 떼고 입으로 조금씩 씹으며 음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했고, 식도에 뚫렸던 구멍도 서서히 막혀갔다.

여전히 바람이 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경이 물은 첫 마디는 이거였다.

 

 

“전..하....김...봉...구...는........요........?”

 

 

“죽었어. 그놈은 그럴 줄 알았어. 지 측근이 쐈단다. 것도 엄청나게 많이.

근데 알 수 없어. 그 미친 또라이 새끼 자작극인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어서 니가 일어나서 알아봐야 될 거 아냐.

엇 놈이 얽혀 있는지 모르는데, 내가 너 말고, 누구를 믿겠냐고.”

 

 

“예....전...하.......”

 

 

“근데, 너 나한테 진짜 묻고 싶은 거....그거 아니잖아.”

 

 

재하는 알고 있었다. 이 자식이 지금 누구를 생각하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그래서 자꾸만 미안해지는 재하였다.

 

 

“공....주님.....괜찮...으....세...요.....?

 

 

“그동안 왜...안 물었냐?”

 

 

“전....하를.....뵈면, 알.... 수....있....었....습니다....

전하.....께서.....평..온...해...보이.....셨으니..까.....”

 

 

그랬다. 전하께서는 더 이상 울지 않으셨다.

늘 평온해 보이셨다.

물론 조금은 나를 안타깝게 보시기도 하셨지만, 분명 평온하신 편이셨다.

그래서 공주님께서 괜찮으실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나의 지난한 재활은 시작되었다.

10개월 가까이 누워 있었던 몸이 바로 움직여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엄청난 대수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활은 그만큼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전하는 나를 미국에 데려다 놓으셨다.

최고의 기술진과 병원, 게다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의사들까지 팀을 짜서 내 곁에 두셨다.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전하 외에 내가 왜 아무도 볼 수 없었는지를.......

내가 기다리는.....그 사람을 왜 볼 수 없는지를.......

그런데 다행이었다.

그녀가 이런 나를 볼 수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숱한 수술들을 치러낸 어느 날, 나는 그녀의 기사를 보았다.

 

 

<서울ㅇㅅ병원 신경외과 전XX 교수팀, 줄기세포 척수손상 환자 수술 성공>

 

 

제목을 보자마자 그녀가 떠올랐다.

공주님께서 혹시!!

 

 

기사에서는 하지마비 척수환자 10명에게 자가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부위에 주입해 그 중 3명에게서 일상생활이 개선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중 한 명은 그 이전부터 손상된 척수에 자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직접 찔러 넣어 주입하는 임상실험을 극비리에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결과가 아주 호전적이라고 기사는 밝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곧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있었다.

 

 

혹시...혹시.....

 

 

왠지......공주님이 아니실까 싶었다.

오래지 않아 시경의 바람은 기사로 드러났다.

몇 주 간이나 공주님 기사로 도배가 되다 시피 했다.

모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뉴스, 신문 할 것 없이 한국의 미모의 공주에 대한 얘기로 가득 찼다.

비운의 공주에서 기적의 공주로 탈바꿈했다는 등, 기사들이 수백 개씩 쏟아졌고,

전세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었다.

 

 

그녀의 케이스는 아주 희귀한 경우라고 했다.

누구는 기적이라 했고, 누구는 현대의학의 승리라고 했다.

 

 

그녀의 신경 세포가 미약하나마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주입된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는 상처 치유가 매우 급진전되어, 그녀가 이제 목발을 짚고 일어서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모든 기사마다 아름답게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이 실렸다.

목발을 짚고 있는 그녀의 사진, 늘 힘없이 휘어져 있던 그녀의 발목은 꼿꼿이 세워진 채, 발은 땅을 단단히 밟고 있었다.

몇 번의 재수술 끝에 그녀는 그렇게 밝게 웃으며, 두 다리로 서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6개월이 흘렀을 때, 이제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되기 시작했을 때, 재하는 시경에게 물었다.

 

 

“한국...돌아갈래?”

 

 

“..............”

 

 

“은시경!”

 

 

“아닙니다. 여기 있겠습니다.”

 

 

“왜?”

 

 

“여기에서 말씀하셨던 일, 하겠습니다.

클럽 M쪽 상황이나 김봉구 일,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야! 너 재활한지 얼마 됐다고. 이제 겨우 제대로 걷고 일상생활 하잖아.

그건 나중에 해도 돼. 임마!!”

 

 

“아닙니다. 어차피 그쪽에서 제가 죽은 걸로 아니까 일하기가 훨씬 편할 겁니다.

여기에서 좀 알아보겠습니다.

이중스파이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이럴 때 만나는 게 훨씬 안전할 것 같습니다.”

 

 

“재신이는? 재신이는 안 볼 거야?”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싸해 온다. 수술 받은 심장이 또 다시 요동을 친다.

 

 

“아닙니다. 완전히 회복돼서 복귀할 때까지 뵙지 않겠습니다.”

 

 

 

전하는 안타까운 듯 나를 보셨다.

전하의 눈에서는 뭔가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 듯했다.

그러나 끝내 전하는 내 어깨만 두드려주시고는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그곳에서 재활을 하며, 치료를 받으며, 틈틈이 일을 하며, 7개월을 보냈다.

김봉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른 군산복합체에 대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었다.

있으면서 이중 스파이들의 루트도 많이 개척할 수 있었다.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죽은 은시경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하께서 유일하게 믿는 은시경.

그래서 전하는 나를 보내셨다.

지금도 그러했다.

 

 

그렇게 나는 복귀를 준비했다.

 

 

“은시경, 너, 돌아가면, 근위대장해야겠다.”

 

 

“예? 전 그냥 중대장으로....”

 

 

“사람이 없어.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근위대장석이 공석이야.

전직 근위대장님께서 건강상 퇴직하셨는데, 넣을 사람이 없다.”

 

 

“제가 그 자리를 맡기에는 너무 어리고, 경험도 부족합니다.”

 

 

“뭐, 어떤 경험이 부족한데?

스파이 돼서 목숨 걸고 들어가서 고문 받는 거?

아무리 고문 받아도 절대로 자기 왕 배반 안 하는 거?

아님, 왕 대신 죽는 거?

뭐? 뭐 어떤 경험이 부족한데?”

 

 

“전하.......”

 

 

“니가 와서, 날 지켜야 될 거 아니야.

내가, 너 살렸다고. 너 살린다고 나도, 죽는 줄 알았다고.

그러니까 너도 와서 날 좀 도와야 될 거 아니야!!”

 

 

“그럼 제게 합당한 자리로 주시면.....”

 

 

“아니면 비서실장 할래?”

 

 

“전하!!!”

 

 

“그게 아니면, 군말 말고 근위대장직 맡아.

지금 전체 통솔하고 처리할 인물이 없다.

니가 잠시 맡는 거라고 생각해.

그냥 근위대장 대리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일 좀 맡아.

나도 좀, 믿는 놈, 옆에 좀 데리고 있자.

너, 벌써 2년이야. 알아?”

 

 

“....예. 전하.”

 

 

대리로 일만 하라는 말씀에, 잠시 임시직이라면 가능도 하다 싶었다.

 

 

“그런데 은시경, 내가 너 재활하는 데 충격줄까봐 얘기 못한 게 있다.”

 

 

“예?”

 

 

벌써부터 심장이 떨리기 시작한다.

뭔가가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를 보는 전하의 눈이 안타까워보였다.

뭔가 말씀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 듯했다.

그건 분명 공주님 얘기일 것이다.

 

 

아니, 수술에 성공하셨다는 얘기부터 이 불안은 계속 되었다.

늘 슬픈 예감은 맞는 법이다.

그녀가....이제 일어섰으니까.....

이제...그녀는 예전처럼 더욱더 반짝거리실 테니까.......

그녀에게 알맞은 남자들이 구애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도 이제 좀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실 것 같았다.

 

 

그러니....너는 그런 재목이 아니라고......

그런 말씀을 하실 것 같았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직접 듣게 되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재신이가, 널....기억하지 못해.”

 

 

“예...예?”

 

 

“너에 대한 기억, 잃어버렸다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럴 리가.......나를 기억 못하신다고....공주님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내게 노래 불러주셨던 것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내 품 안에 안겨서 내 이름을 부르셨던 것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나를 좋아한다고, 일개 근위대장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그 가슴 떨렸던 고백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그리고 내 손을 붙잡고, 나를 의지하며 울던 그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신다.

무엇보다, 그 날 후원에서 내 뺨에 입을 맞추셨던 그 기억도,

내가 이성을 잃고, 그녀의 입술을 빼앗아버렸던 그 기억도,

어느 것도 그녀에게는 없다.

 

 

공주님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신다.

그것은 곧, 그녀가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말과 같았다.

그녀는.....나를 모른다.

 

 

 

아....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생각했었다.

내가 아무리 외국에 있다고 해도, 그녀가 안다면, 달려왔을 텐데........

그녀라면, 나를 봐주러 와주셨을 텐데.......

그리고 전하라면, 내게 물어보시지도 않고, 그녀에게 말씀하셨을 텐데.....

내가 살아있다고, 가서 보고 오라고 말씀하셨을 텐데.......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가.....나를 모른다.

그녀에게 나는.....모르는 사람이다.

 

 

 

 

숨이 꽉 막혀 온다.

 

 

“으윽.......”

 

 

“은시경!! 야!! 은시경!!! 괜찮아!!

밖에!! 밖에!! 빨리 의사 불러! 빨리!!!!!”

 

 

심장이 발작을 일으킨다.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자신은 못 받아들인다고.......

이성이 아무리 감정을 누르려 해도,

감정이란 놈은 바로 내 육체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버린다.

 

 

그렇게 그 시간들을 겪어내어, 이곳까지 왔다.

그런데.......그런데........

내 감정은 커져만 가고, 제어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불쑥불쑥 나와버린다.

 

 

꾹꾹 눌러두었던 무게만큼, 더 세차게, 더 강하게 밖으로 뿜어져나와 버린다.

 

 

그래서 괴롭다.

내 마음이, 이제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내 마음대로 제어가 되지 않아서 너무나 괴롭다.

 

 

내 여자라고, 내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어서,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고 싶어서,

사랑한다고, 미친 듯이 말하고 싶어서,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이젠 내가 무섭다.

나라는 놈이, 나라는 놈의 욕망이 너무나 무섭다.

 

 

 

 

 

 

 

 

6

 

 

 

 

 

 

 

 

전화가 울렸다.

염동하였다.

 

 

“왜? 전하께서 부르시는 거야?”

 

 

“근위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뭐야? 무슨 소리야?”

 

 

 

 

 

 

 

 

 

 

 

 

 

 

은시경은 뛰었다.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 갔다.

 

 

그렇게 문을 벌컥 열었을 때,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 자신이 있었다.

화면 속에 웃고 있는, 설레 하는.........은시경 자신이 있었다.

 

 

공주님처럼 멋지고 당당해져서 다시 돌아올게요.

그리고 꼭 와서 직접 말씀드릴게요. 사랑한다고.

충성!

 

 

 

그녀의 눈이 문에 서 있는, 어찌할 바 몰라 얼어붙은 듯이 서 있는 살아있는 은시경을 향해 꽂혔다.

 

문을 잡고 있는 시경의 손이 떨린다.

 

 

 

“이..거.....이거.......뭐예요?

이거............뭐야?”

 

 

“공...공..주..님.........”

 

 

화면 속에서 은시경이 웃고 있었다.

팔을 올려 거수경례를 하면서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너무나 설렌 표정으로,

온 몸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담아 전하고 있었다.

 

 

 

 

 

 

 

 

떠도는 무렵

 

 

저 길 끝에 있을까 설레이며 헤매었지

마음속의 길을 버린 지 나 오랜 일이었으나

달려갔었지 별이 내리는 먼 산너머

길에 나서면 길은 언제나 나를 먼저 가로질러 갔고

나 내가 걸어온 길에 갇혀 길 밖에 버려지고는 했다

삶이 내게 드리운 그늘로 무너져가던 무렵이었다

 

- 박남준,『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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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9회에 내용을 뒤로 미루는 바람에, 10회는 줄여 써도 32장이네요.

너무 지루할까 싶어 걱정입니다.

그들의 2년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시경이가 깨어나서 재활하는 모습은, 제 사촌동생의 모습을 좀 투영시켰습니다.

그리고 공주님 줄기세포 수술 성공은, 5월 3일자 신문기사로 나온 실제 얘기를 좀 가공한 것입니다.

의학이 알고보면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은시경이 사지를 헤매며 깨어나지 못했을 때의 상황 때문에 놀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은시경이 대한민국 건장한 군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은시경도 남자입니다.

그것도 아주 아주 건강한 남자.

아, 물론 이때는 몸이 안 좋았지만요.

의식적으로 올바르게 사는 것과, 자신의 무의식은 또다른 것인 듯합니다.

의식적으로 눌려있는 만큼 무의식은 더 깊고 욕망에 쌓여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니 깨어날 수도 없었겠죠.

마치 영화 <인셉션>의 깨고 싶지 않은 꿈처럼요.

 

 

제 글 너무 많이 느리고 지루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읽어주시고, 댓글로 힘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약속 지키려고, 밤새 달렸습니다.

이렇게라도 말씀 안 드렸으면, 저 오늘 올리는 거 포기하고 자버렸을 것 같아요.

미리 약속드려놔서 올릴 수 있었다능....

저도 이제 잠깐이나마 눈을 붙여야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세요.(__)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댓글 다셨다면, 지우시지 마시길.....

    지워진 댓글을 보면, 상처 받는다능...ㅠㅠㅠㅠ

    계속 보고 있다는 짧은 말씀에도 아주 많이 용기를 얻는 한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길.....(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