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가 다른 은신상플들과 다른 점은, 공주님이 기억을 다시 잃는다는 거 그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답답해 하신다.
왜 공주님은 기억을 잃어야 하셨을까.
게다가 기억상실증이라는 진부한 설정이라니.
아직도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다.
공주님의 기억이 빨리 돌아와야 은시경도 덜 괴로울 것이다.
나 역시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이 진부한 설정을 선택한 건, 오로지 공주님의 원래 모습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당당하고, 또 그러면서도 사람을 따스하게 바라볼 줄 아는 참 괜찮은 여자.
그런 공주님을 다시 그려내고 싶었다.
다리를 다친 이후, 계속 울고 있는 공주님이 참 안타까웠다.
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늘 누군가의 짐이 되어야 했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주눅들어가던
공주님의 모습이 참 아팠다.
그러다 은시경이 죽으러가는 것도 모르고, 키스에 설레하던 모습도, 즐겁게 기대하며 기다리던 모습도,
그리고 홀로 남겨진 후, 영상편지를 혼자서 봐야 했던 그 공주는, 정말 제정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런 공주님은 끊임없이 울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러워하면서 세상의 모든 짐을 홀로 쥐고 가야 할 것이다.
그게 싫었다.
그래서 공주님의 기억을 리셋시켰다.
그렇게 내 글의 공주님은 좀 더 밝아지실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영상편지를 봤지만, 그녀는 기억을 아직 찾지 못했다.
오로지 공주님의 아픈 상처를 없애주고 싶어서,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억은 제거되었다.
그러고 나니, 조금 쓰기가 낫다.
또 하나, 공주님의 기억을 제거하고 나면, 두 사람의 관계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건 완전히 개취지만, 난 개인적으로 여자가 좋아서 달아맺히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여자가 먼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한다.
좋아한다고 남발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른 ㅎㅈㅁ 작품을 보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도 있었지만, 늘 여주가 남주를 좋아해서 절절매는 게 진짜 싫다.
아마 내가 나쁜 남자를 싫어해서일 수도 있다.
여주가 도도하길 바라나 보다.
심지어, 공주님이다. 그런데 공주님이 아무리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또 은시경이 마음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주님이 은시경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정말 싫었다.
이건, 뭐 개취니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성향들이란 있는 거니까......
내게 은시경 캐릭은 정말 NO.1이지만, 지금도 너무 절절하고,
배우 조정석 씨가 은시경 코스프레라도 할라치면, 가슴이 먹먹해져 버리지만,
그래도, 내 글에서는, 적어도 이 글에서는 공주님이 갑이어야 한다.
적어도 내 글에서는 은시경이 공주님께 매달려야 한다.
죽도록 매달리다 못해, 죽도록 가슴아파야 한다.
참 말도 안 되는, 보는 사람 심장 타들어가게 만드는 설정이지만,
나도 쓰면서 은시경 때문에 가슴이 저려서 글을 멈추고 한참을 먹먹하게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은시경은 뒤에서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며, 심장을 뜯으며, 질투하며, 그렇게 지켜보는 사랑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취향인 것 같다.
남자의 지켜보는 사랑이, 절절한 사랑이라는 판타지가, 내게는 진정한 로망인 듯하다.
글을 쓰면, 늘 이렇게 된다.
내가 쓰는 모든 남자들은, 다 이렇게 된다.
늘 그런 남자들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은시경도......그렇다.
어쨌든, 공주님의 기억은.......여전히 오리무중...........
공주님은 혼란스럽고, 공주님의 기사는 죽도록 가슴 앓이 중, 이제 자기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단계.
그러하다.
이 글은 그저 나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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