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바다, 태종대, 다시...

그랑블루08 2012. 7. 29. 22:10

 

 

 

 

 

수요일날 다녀온 태종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어쨌든 잘 다녀온 듯하다.

이렇게 폰으로 찍은 사진일 망정, 이렇게 올려놓고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날 가지 않았다면, 아예 못 갈 뻔했는데, 이왕 이래 된 거 잘 다녀왔다 싶다.

여기 다녀오는 바람에, 혹은 밀린 일들 때문에, 그 후폭풍은 어쩔 수 없다 싶다.

 

태종대.

부산을 가자는 말은 있었지만, 어차피 운전자 마음대로였다.

직장 동료들은 자신들이 왜 태종대에 가야 하는지 몰랐지만, 결국 도착하고 나서야 한 마디씩 했다.

은시경 때문이야?

 

어쩌겠나, 어차피 운전자는 나였고, 내 마음이었으니.

부산을 가면 늘 해운대나 광안리를 가고는 했다.

언젠가부터 태종대를 안 가고 있었다.

예전엔 참 자주 갔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태종대를 가보니, 기억도 가물가물이었다.

 

너무 더워서 도저히 전망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은, 우리의 연식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40분간 유람선을 타고 태종대 주변을 도는 걸로 모두 만족했다.

역시 바다는 바다였다.

걷지 않고, 배타기를 잘했다고 모두들 다행이라 여겼다.

 

태종대에 와서 한번도 배탄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잘 했다 싶다.

동료들은 넌 은시경 있었던 데 가봐야 되지 않냐고, 혼자서 걸어서 산타고 다녀오라 했지만, 거절했다.

어차피, 내게 있어서, 은시경은 이미 돌아와 있으니 상관없다며, 시크하게 패스해 줬다.

 

여튼 은시경 덕분에, 15~6년 만에 태종대에 와 본 것 같다. 아니 더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묘미는 떠나는 맛도 있고, 다시 돌아오는 맛도 있고,

또 이렇게 곱씹어보는 맛도 있는 것 같다.

 

신께서 바다를 주신 건,  정말 다행이다.

인간에게 숨쉬고 살라고, 이렇게 거대한 푸름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

하늘을 보며, 하늘을 담은 바다를 만지며, 저 멀리 보라고 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거의 이틀 반 정도를 집에서 쉬었더니 확실히 회복이 되는 것 같다.

몸도 많이 좋아졌고, 마감도 있고, 망설이고 있는데, 남편이 내보낸다.

대충이라도 마무리하라고, 나중에 후회할 걸 아니까, 지금 나가서 하고 오라고......

심지어 몸 좀 괜찮아지면, 출장도 취소하지 말고 다녀오자고 한다.

자기 생각에는 곧 괜찮아질 것 같다나.....

정말 독한 남편이다 싶다.

내가...무너지는 꼴은 볼 수가 없단다.

독한 건지, 나를 위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또 나와서 일하고 있다.

 

마치 공주님께 "노래는 다시 안 하십니까...."라며 푸쉬를 하던.....돌직구가 떠오르는 장면이랄까.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란다.

제대로 못해도 좋으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꼭 하라고 밀어낸다.

 

늘 내 멋대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또 내가 더 나서서 일 크게 벌이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마지막에 움츠러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남편이 나를 이렇게 밀어댄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순간에, 난 남편의 말을 듣고 있다.

 

가서 하고 와. 너 안 아파. 넌 어차피 금방 다 하잖아. 그러니까 다 하고 와.

 

남편 말을 듣고 보면, 늘 그런 것 같다.

남편이 나를 믿는 건지, 아니면 나를 훈련?시키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난 진짜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남편 말을 따른다.

 

나, 아픈데? 병원에서 아프다 그랬어? 쉬어라고 그랬어.

 

뭐 이런 말을 주섬주섬 하더라도,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멀쩡하다며, 약 먹었으니 다 나았다는....얼토당토 않는 말을 해대며,

어차피 가만히 앉아서 일하고 오면 되지 않느냐고....이틀이면 끝난다고, 끝내고 오라고,

남편은 나를 푸쉬한다.

 

이번 마감이...단순히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게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남편은 내가 나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또 오늘...이렇게 나와서 이러고 있다.

끝내야지.

잘 하든, 못 하든, 끝내야지 싶다.

 

이틀 동안 푹 쉬었으니, 회복되고 있을 거고, 남편 말대로 별거 아닌 일에 이렇게 호들갑 떨지 말고,

일이나 끝내고, 운동이나 꾸준히 해야 할 일인 듯하다.

 

 

어쨌든, 바다......

그 때문에 어떤 출혈이 있었다고 해도, 잘 다녀왔다 싶다.

 

그래서 오늘도 또 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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