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나이가 들수록

그랑블루08 2014. 5. 3. 16:58

 

 

 

1박 2일로 경주에서 놀고 있다.

어제 저녁에 와서 호텔에서 놀다가 산책로를 걸었고,

오늘은 테디베어 박물관과 호수 근처에서 놀고 있다.

 

테디베어 박물관은 제주도에서 많이 가다보니, 굳이 경주에서까지....싶었다.

그런데 워낙 윤이가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경주만의 느낌이 있는 듯하다.

너무 기대를 안 해서 그런 건지, 제주도보다 낫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제주도보다 규모는 적지만, 그래도 뭔가 유머가 있달까.

신라를 테디베어로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4디 영화도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했고.....

 

호숫가에서 윤이는 자전거를 탔고,

다시 경주월드 쪽으로 넘어와서 아빠랑 같이 ATV 자동차를 타러 간 사이,

나는 커피숍에 앉아 라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블록질을 하고 있다.

 

예전엔 경주는 늘 당일치기였다.

워낙 가깝다보니, 잠시 잠깐 오는 곳이었다.

남편과의 첫 데이트도 이곳이었고, 늘상 편하게 밥먹으러 오기도 하는,

당일치기로 노는 곳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참 느낌이 다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이런 오랜 고즈넉한 도시가 좋다.

너무 개발이 돼버린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오랜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좋다.

 

예전엔 밤이 되면 급히 집으로 돌아가기 바빴는데,

1박을 하기 시작하니, 밤이 다시 보이기도 한다.

콜로세움에서 운치 있게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좋고,

자정, 고즈넉한 밤에,

호숫가 산책로를 걷는 것도 참 좋다.

 

일상과 삶, 의무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일탈을 해보는 것이 쉼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캠핌장이었던 것 같은데 넓은 공터 잔디밭에 누워 아이와 남편과 함께 바라본 하늘은...참....고즈넉했다.

떠가는 구름을 보며, 세 명이서 누워 있는데,

평안을 절로 느낄 만큼, 잘 왔다 싶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가까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쉼을 누릴 곳이 있다는 것이 참..다행이다 싶다.

결국 이럴 바에야, 회원권을 끊는 것이 싸게 치일 듯해서, 그것도 일을 쳐버렸다.

 

좀....누리고 싶달까......

소소한 삶들 중에서, 직장의 골치 아픈 일들도, 정리해고네 뭐네 시끄러운 이 상황 속에서,

누릴 수 있을 때 누리자라며, 그냥 질러버리는,

이 대책없는 나는......이렇게 생겨먹었나 보다.

 

남편에게 말했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리자.

언제 짤릴 지 모르는데.....

 

남편은...헐~이라더니, 둘다 대책없는 이 동갑내기 부부는 일을 치고 만다.

 

개미가 아니라, 베짱이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추워질 날들을 대비해서 모으고 절약하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 부부는 정말 대책없다.

지금 누릴 수 있다면, 지금 누리자는 주의로......

그렇게 살고 있는 듯하다.

하나가 일을 치면, 옆에서 말려야 하는데,

이건 뭐, 옆에서 서로 더 부축인다.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돈 모을 새도 없이 늘...그렇게 다니곤 했다.

이젠 돈이 안 되니, 국내로.....

그래도 떠남이 힐링이 된다.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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