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늘의 소리

100일

그랑블루08 2012. 8. 6. 17:43

 

<태종대에서 찍은 바다 위 하늘 사진....하늘인지, 바다인지, 그 경계를 알 수가 없다.>

 

 

 

4월 27일 시작한 100일이 8월 5일로 끝이 났다.

처음 시작할 때는 붙잡은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중반, 어느 순간, 그 목표는 사라졌고, 그저 나자신을 위해서, 나 자신의 낮아짐을 위해서 이어졌다.

100일 동안 저녁 9시부터 그 다음날 오후 12시까지 음식을 끊으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려 했으나,

역시 일에 치이면서 처음 의도한 대로는 못한 것 같다.

금식이 굶식만 된 것 같아 몹시 아쉽다.

 

나를 닦고, 나를 세우고, 내 도전을 재정비하고, 나 자신을 낮추고, 그래서 엎드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나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것이 무척 아쉽다.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 듯해서, 아주 많이 아쉽다.

 

그 사이, 몸도 많이 약해졌고, 튼튼했던 살도 조금은 빠졌고,

나 자신의 의지는 조금 강해진 것 같고, 아, 그 사이에 아프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몸이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100일을 채웠다. 그 끝을 보았다.

남편도 같이 시작했지만, 남편은 1달 반 정도 같이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

자신은 체질상 안 되겠다며.

그리고 나머진 나 혼자 이어갔다.

회식 자리에서도, 꿋꿋이 물만 마시며, 독하다는 온갖 욕을 다 들으며, 내 결심을 지켜보았다.

 

13년 전인가....그 때 처음 해봤던 이 100일을 내가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시작할 때는 조금 다른 목표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100일을 마무리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내 자신이 그렇게 성장한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닦여진 것도 아니고,

100일을 하기 전이나, 후나 똑같은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단단해진 게 아닌가, 싶다.

내 몸이 가벼워졌듯이, 내 마음도 가벼워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욕심의 무게를 조금은 버린 듯도 하다.

 

물이 흐르듯이 사는 법을, 이 100일 동안 조금은 익힌 듯도 하다.

흐르는 물처럼, 흘러 흘러 가다보면,

어마어마한 푸른 바다를 만날 거라는,

그런 믿음을 갖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멈추게 하시는 이유도, 가게 하시는 이유도, 묵묵하게 있어야 하는 이유도, 또다시 뛰어야 하는 이유도,

반드시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꿈은 꾸되, 욕심은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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