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삭이는 법이 있다면, 정말 배우고 싶다.
어떻게 하면, 이 화를 잠재울 수 있을까.
그래, 이유가 있었을 거다,
어떻게든 내가 이해해보자....라고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화가 난다.
너무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외부로 화를 표출하는 성격은 아니다.
특히 가족 외의 사람들에게 화를 잘 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 좋다는 이야기도 인사치레로 많이 듣는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폭발해 버릴 땐, 나 자신도 감당이 안 된다는 거다.
그 감당이 안 되는 걸, 늘 남편이 다 당해야 했으니, 남편과 윤이 외에는 내가 폭발하는 걸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친정 어머니께도 화를 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버지와는 불같이 부딪쳤지만, 엄마에게 난 늘 순한, 착한 딸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내가 분노를 폭발하고 있다는 건, 이 화가 쉬이 잠재워지지 않을 거라는 거다.
그래서 나 자신도 걱정이 된다.
로테이션 근무를 끝내고 다시 돌아오자마자 일들은 팍팍 터지고 있다.
관행들. 그놈의 관행들.
그것들이 원리, 원칙 위에 있다.
은근 슬쩍 나 하나쯤 하고 섞여든다.
그리고선 뭘 그리 원리, 원칙을 따지느냐고, 느물느물거리며 이야기한다.
순서도 없고, 예의도 없고, 원리, 원칙은 더더욱이 없고,
그런 자기들 편한 대로 처리해 버리는 관행들.
그것에 정녕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까지 직장에서 야근을 하다가, 결국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이제서야 집에 들어왔다.
원리와 원칙.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은근슬쩍 넘어가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놈의 나라는 원리와 원칙을 어기고, 대충 관행으로, 대충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미덕인 줄 안다.
그것이 어떻게 미덕인가.
그것은 사기와 거짓일 뿐이다.
그리고는 말한다.
거참, 되게 꼬장꼬장하네.
그렇다. 난 꼬장꼬장하다.
원리, 원칙대로 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내일 결국 나는 그.들! 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될 것이다.
불이익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해볼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분노가 삭지를 않는다.
화를 잘 내는 성미가 아니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내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된다.
내일도, 어쩌면, 난 끝까지 내달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화내지 말고, 원리 원칙대로 꼬장꼬장하게 해결하고야 말겠다.
내일 어쩌면, 그들은 나의 가장 단호한 면을 보게 될 것이다.
바늘 하나 들어올 틈이 없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화, 이 놈의 화.
어서 이놈의 불이 좀 꺼졌으면 좋겠다.
화를 삭이는 법, 그런 건 없다.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태워 보는 것.
그러나 적어도 지금 내 화가 정당한 것인지, 좀 더 냉철하고 차갑게 들여다 보는 것.
그리고 원리, 원칙에 맞게 독하게, 꼬장꼬장하게, 단 하나의 틈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