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하루

그랑블루08 2012. 9. 6. 01:09

 

오늘 하루 유난히 피곤하다.

안 피곤하다면 사람이 아니모니다, 가 아닌지.

 

직장맘으로서의 내 삶.

화, 목은 늘 야근을 하고 월, 수, 금은 내가 아이를 본다.

나와 남편의 분업은 나름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직장생활은 남편보다 내가 더 바쁘지만

윤이를 위해서 월 수 금 저녁만은 꼭 집에 오려 한다.

물론 엄청 바쁠 때는 집에서 애보고 남편이 밤에 들어오면 남편과 바톤 터치를 하고

다시 직장에 나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바쁘긴 하지만 나도 참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오늘 하루.

출근해서 하루종일 일하고 시달리는 와중에

직장 내공간 이사 정리에

이일 저일에 어깨까지 뻐근하다.

이삿짐도 계속 내가 조금씩 가지고 올라가기 때문에

간만에 힘을 썼는지 근육도 무리를 한 것 같고.

 

수요일은 윤이가 영어학원에서 늦게 오는 날이라 8시까지 집에 오면 된다.

퇴근을 하고나서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고

애 데리고 와서 밥을 한다.

6시에 학원에서 간식을 줘서(물론 간식비는 따로 내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8시에 집에 와도 애는 배가 고프지 않다.

애는 숙제를 하고 난 밥하고 찌개끓이고 반찬하고

기진맥진 상태에서 애와 함께 밥을 먹는다.

먹고 나서는 윤이가 그네 타고 싶다고 해서

애랑 같이 밖에 놀이터에 가려는 찰나 아빠가 왔다.

잘 됐다 싶어 아빠랑 윤이를 같이 놀이터에 보내고

난 다시 냉장고 대충 정리하고 재활용쓰레기 일반쓰레기 음식 쓰레기까지

대량의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집에 돌아온 딸내미 다시 남은 숙제 시키고 나도 잠시 폰으로 서핑.

애는 조금 놀다가 느즈막히 씻고 자고

나는 벌레 일까봐(1층이라 확실히 벌레는 많다. 그래도 아파트 1층 사는 거 넘 좋다. 로비층이 밑에 있어서 사실상은 2층인 셈)

남아 있는 설거지를 하고

이제 숨돌리려고 보니 지금 이 시간.

 

그리고 피곤해 하면서도 난 지금 이렇게 폰으로 내 구질구질한 일상을 끄적대고 있다.

 

늘 고민이다.

주변에선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야 한다는데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도록 고민만 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기는 한데

코딱지만한 집을 어른 두 사람이 있는데도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른다는 게

남편도 나도 내키지 않는 것 같다.

다들 마음에 드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도 하니

그냥 내가 하고 만다 싶기도 하다.

 

남편이 부지런히 집 청소며 쓰레기 분리며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건 청소지 정리가 아니니까

결국엔 내가 해야할 일은 여전히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엄마 나 쥬스 줘.

엄마 나 요거트 줘.

 

또 윤이가 불러대면 난 재깍 아이에게 갖다 주고는 한다.

오늘은 윤이가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내가 자꾸 엄마한테 뭐 달라고 해서 귀찮고 힘들지?

 

아니. 엄마 딸내민데 엄마가 키워야지.

 

생각해보면 엄마도 날 이렇게 키웠던 것 같다.

도와주시는 분 부르셔도 됐을텐데 혼자 힘으로 늘 다하셨다.

내 손에 물도 묻지 않게 엄마가 다하셨고

결혼할 때까지 늘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다녔다.

그때 엄마가 그러셨다.

시집 가면 너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미리부터 시키기 싫다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결혼하기 전까지 꽤 편안하게 산 것 같다.

결혼하면서부터 완전히 내 인생이 뒤집혀졌지만.

 

내 일상.

다른 사람들처럼 딱 그만큼 바쁘고 그만큼 피곤하고 또 그만큼 구질구질하다.

구질구질한게 인생이지

인생이 깔끔하다면 그건 정말

사람이 아니모니다

아바타이모니다.

 

어쩌겠는가.

숨이 턱턱 막히는 거 같아도

또 살아지는 게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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