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단편·조각

(은신/단편) 그는 왜 고개를 돌리고 있을까 (상)

그랑블루08 2012. 9. 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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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종영된 후, 내 기억으로는 조배우가 트윗에 올려준 사진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급한 김에 폰으로 저장을 해두었다가, 어제 카페 100일 축하 글 쓰려 사진을 고르는데 이 사진이 있었다.

 

처음 이 사진을 보면서 궁금했었다.

왜 은시경은 고개를 돌리고 있을까.

밤에 찍은 흐릿한 사진이라, 두 사람의 표정을 완벽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상상플러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건, 역시 내가 은신러이기 때문이겠지.

 

촬영 외 사진이겠지만, 나는 이 사진 역시 은신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상상을 해보고 싶었다.

 

그는 왜 고개를 돌리고 있을까.

그의 손은 왜 평상시와는 달리 주먹을 쥐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공주님은 담담한 듯하면서도 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까.

 

공주님의 어떤 말이 은시경을 슬프게 한 게 아닐까 싶다.

 

상상을 해 본다.

재강 전하도 살아계시고, 재하는 왕제로 여전히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있고,

공주님은 잠시 다니러 오신 것처럼 그렇게 다녀가시려 하고........

재하의 약혼식이 끝나고 공주님은 이제 돌아가시려 하는 상황.

그러나 그 사이 공주님과 은시경 사이에는 뭔가......알 수 없는.....둘 만이 느끼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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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께서 갑자기 은시경에게 성곽에 가고 싶다고 한다.

성곽에서 노래를 불러주신 이후, 둘 사이는 뭔가 특별해져 있었고,

그 말씀에 은시경의 가슴은 두근거리기만 한다.

성곽. 처음 공주님을 좋아한다는 걸, 확신하게 된 순간의 그 장소.

왕제님의 약혼식도 끝나고, 그 사이 몇 번 홍대에도 동참해 주고, 거의 싸움 수준이었다고 해도, 조금씩 서로에게 맞추며 이해하게 된 어느 날.

공주님은 은시경에게 문자를 보낸다.

나, 울 오빠한테 허락 받았는데, 나랑 같이 성곽에 갈래요?

 

그 문자를 보고, 또 보고, 볼 때마다 설레기만 하는 은시경은, 공주님이 만나자고 하신 그 시간까지 가슴만 두근대고 있다.

근위대원들은 누구를 데려가야 할 지 고민하는 시경에게 공주님의 전화가 울린다.

 

"은시경 씨. 열 시에 만나는 거 알죠?"

 

"예. 공주님, 그런데 근위대원은 누구를......."

 

"무슨 소리야? 둘이서 가야지.

 은시경 씨 차 있죠? 은시경 씨 차로 가요. 알겠죠? 오빠한테도 다 허락받았으니까 걱정 말고.

 열 시에요. 열 시?"

 

"공..공주님!!"

 

뭐가 그리 급한지 공주님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신다.

둘이서라는 말이 시경의 머릿속을 울려댄다.

공주님과 단 둘이서.

저번 성곽에 갔을 때도 둘이서였지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그때는 근위대원들과 함께 였다.

단지 성곽까지 올라간 게 나였을 뿐.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공주님께서 다른 근위대원들 없이, 오로지 둘.이.서라고 하셨다.

마치 데이트를 신청하시는 것처럼, 그런 불경한 생각을 떠올려서도 안 되는데....

그래도 시경의 심장은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뛰고 있다.

 

공주궁 앞에서 서성이는 내내,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누르며 시경은 생각했다.

마치.......데이트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마치.......애인을 기다리는 남자 같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경죄지만, 자꾸 입에서는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걸, 시경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 은시경 씨, 일찍 왔네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 아닙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오실 줄 알았는데, 공주님의 복장은 정장스러웠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스커트와 scarlet의 자켓은 그녀를 더욱 빛나보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론 고혹적으로 보이게 했다.

 

"왜요? 왜 그렇게 봐요? 뭐, 이상해요?"

 

공주님을 뚫어지게, 멍하니 보고 있는 그를 의아하다는 듯, 공주님께서 자신을 보시자, 그제서야 시경은 정신을 차린다.

공주님을 옆자리에 태우고 운전을 하는 동안, 시경의 정신은 자꾸 멍해진다.

긴장이 돼서 침 삼키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혹여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까봐, 침도 마음대로 삼키기가 어렵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토록 떨었는지.......

언제부터 자신이 이토록 공주님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차안. 이 작은 공간 안에 공주님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이 이토록 자신을 긴장시킬 줄은 몰랐다.

아니다. 알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공주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떨렸었다.

혹시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 전체가 뜨거워지고는 했다.

행사에 공주님을 호위하러 나갈 때도 그랬었다.

운전중인 근위대원이 있었지만, 그녀의 바로 앞에 앉아있으면서, 얼마나 떨고 있었는지 모른다.

혹시나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까, 긴장한 채 앉아 있고는 했다.

그러나 그녀가 창을 바라보는 것을 보면, 또 이상하게 한숨이 쉬어지고는 했다.

 

지금은, 그런 상황보다도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옆에 그녀가 앉아있다.

이 공간에는 그녀와 나, 두 사람밖에 없다.

그녀의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는 듯하다.

 

앞을 보고 있지만, 시경의 신경은 온통 그녀를 향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부터 시경은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찬다.

 

"은시경 씨, 더워요? 땀 봐."

 

공주님의 손이 시경의 이마를 스쳤다.

순간 시경은 얼굴을 옆으로 홱 피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의 온기는 뚜렷하게 느껴졌다.

 

"어, 미안해요. 난...땀이 났길래......"

 

"아닙니다. 공주님.

 공주님 손.....버리십니다."

 

"풋.....버리길 뭘 버려......"

 

공주님은 뭘 그런 걸로 그러냐며 웃으시더니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신다.

 

"아닙니다. 제가......"

 

"시끄러워요. 사고 안 나게 운전이나 열심히 해요."

 

공주님은 손수건으로 내 이마의 땀을 닦아주신다.

그녀의 손수건에서 엷은 허브꽃 향이 나는 것도 같다.

공주님은 모르실 것이다.

공주님께서 이렇게 해주시면 해주실수록 계속 더 땀이 날 거라는 걸.....

이미 내 등뒤는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다는 걸.....

 

저번에는 혼자 뛰어갔던 길을, 공주님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다.

마치 공주님의 뭔가라도 된 것처럼, 설레다 못해 심장이 경련을 일으킬 것 같다.

공주님 모르시게 심장을 누르며, 진정하라고, 끊임없이 되뇌어보지만, 그녀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심장은 이미 내것이 아니게 된다.

그녀와 나만의 공간. 그녀와 나만의 시간.

이곳은 아마 늘 이 사람만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밤을, 이 시간을, 이 공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 곳을 떠올리는 그 시간에도 이 사람을 볼 수 있기를........

기도처럼, 한 발 한 발 딛고 가는 이 걸음마다 그 바람을 소리없이 가슴으로 외쳐본다.

 

그때처럼 공주님은 또 올라가시려고 끙끙대신다.

나는 또 그때처럼 공주님을 그 자리에 올려드리고 올라섰을 때는 이미 공주님께서는 성곽 벽에 앉아 계신다.

또, 늦어버렸다.

겉옷을 벗어드려야 했는데, 또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바보처럼 어영부영하다가 결국엔 그녀 옆에 어색하게 앉았다.

 

 

"와....역시 여기가 명당이야.

 별 봐요. 별. 엄청 많아."

 

"예."

 

"풋~"

 

"왜 웃으십니까?"

 

또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하고 나는 어색하게 질문을 던지고야 만다.

공주님이 나를 바라보시며 또 다시 웃으신다.

나는 그 웃음 앞에서 또다시 바보 같이 멍해지고만 있다.

 

"나, 영국 가면, 은시경 씨가 단답형으로 대답한 것만 기억날 것 같아요.

 예, 아니면 안 됩니다....뭐 그런 거?"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인지가 되지 않았다.

머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심장은 바로 저 아래로 쿵 하고 떨어져 버린다.

무슨 상황인지 알기도 전에, 이미 심장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그리고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

 

영국........

아, 그래.......

그녀는 영국으로 돌아가셔야 했다.

그래야 했다.

그런데, 왜 난......그걸 까맣게 잊었던 걸까.

마치 그녀가 이곳에 계속 있을 것처럼, 그렇게 여겼던 걸까.

조금만 생각했어도 알 수 있었는데, 왜 난 그걸 몰랐던 걸까.

모르고 싶었던 걸까.

바보 같이...바보 같이......

적어도 알았다면,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아무 준비도 없이, 바보 같이.......이렇게 쿵 떨어지는 심장도 어떻게 하지 못한 채,

담담한 척 표정 관리도 하지 못한 채, 충격받은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숨을 참고, 침을 삼켜도, 뛰어대는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다.

이 불안함을 진정할 수가 없다.

 

"영국.........가십니까?"

 

정말 한참만에, 겨우 겨우 뱉어내었다.

그녀는 아셨을까. 지금 내 심정을.......알아채버리셨을까.

 

"응. 가요."

 

하아.......

차가워진 밤공기 사이로, 하얗게 입김이 나가고 있다.

 

"언제......가십니까?"

 

"내일 아침 비행기예요."

 

입술을 깨물었다. 그 깨문 입술이 바들바들 떨린다.

어떻게 내가 모를 수가 있지. 어떻게.........

적어도 내가 공주님 전담 경호인데, 어떻게 내가 이때까지 모를 수가 있다는 건가.

어떻게.....

 

"전, 공주님 전담 경호를 맡은 제2중대장입니다.

 어떻게 제가.....공주님 일정을 모를 수가 있죠?"

 

아무리 담담하게 건조하게 말하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목소리가 떨려나온다.

감출 수가 없다. 그 사이로 스며드는 감정까지 내가 제어할 수가 없다.

 

"미안.......해요."

 

왜, 미안하십니까.

제게 뭐가 미안하십니까.

왜 또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십니까.......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들을, 저 목 위까지 터져나올 듯한 말들을, 시경은 애써 꾹꾹 눌러넣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갑자기, 결정했어요.

 아무도 몰라요. 사실 결정.......어제 내렸어요.

 가야할 것 같다고.....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큰오빠한테 가서 얘기했어요.

 엄마도, 작은 오빠도 모두 어제 알았어요.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요.

 알잖아요. 나,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거.......

 그래서 내일 아침에 조용히 가려구요."

 

"그래도......제게는......얘기하셨어야죠."

 

시경은, 담담하게 앞을 쳐다보며 얘기하고 있는 재신을 바라본다.

말간 얼굴이 불빛을 받아 더 반짝이는 것 같다.

아......난.....이제......어떻게 해야 하나........

시경의 가슴에는 이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녀가 떠난다. 그녀가.......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신다.

그런데....나는.......나는.........

 

"왜요?"

 

공주님이 시경을 바라보신다.

아까까지 장난스럽게 미소짓고 있던 표정이 진지해져 있다.

그녀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자, 시경은 또다시 숨이 막혀 온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 속에 자신이 보였다.

이토록 선명하게, 자신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묻고 계셨다.

왜, 자신에게 말해야 하는지.....

나는 무어라 말해야 할까.

나는.....내 마음은......

 

"제가.........."

 

"................"

 

"제가.......공주님.......전담 호위니까요."

 

"풋............"

 

진지하게 기다리고 계시던 공주님의 표정이 한순간 뭔가 탁~하고 풀어지신다.

뭔가 허탈해하시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럼 그렇지. 니가 그렇지....그런 표정이랄까.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속에 묻어둔, 그 말을, 그 감정을 어떻게 그녀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난......공주님을 호위하는 일개 근위대원일 뿐인데.......

 

"은시경 씨답네요. 그 대답."

 

다른 말을 하고 싶었다.

다른 말을........그러나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도 이토록 빛나는 공주님인데, 내가 감히, 내 따위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는 분이 아니니까.......

그러니까.........지금 저 안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이 감정의 자락을 보여서는 안 된다.

죽을 힘을 다해 시경은 자신의 마음을 누르고 또 눌렀다.

 

"우리 오늘 여기서 인사해요."

 

"무슨....말씀이십니까?"

 

"내일, 은시경 씨는 나오지 말아요.

 우리, 여기서 안녕, 하자구요."

 

안녕...이라고 하신다.

그 말이 울컥하게 만든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신다.

목이 메어서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은시경 씨, 고마웠어요.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홍대로 나 잡으러 다녀야 하고, 나 때문에 오빠들한테 혼나야 하고,

 그래도 늘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든든하게 있어줘서 고마웠어요."

 

공주님은 나를 바라보시지도 않고, 앞을 보며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고마웠어요.......

그녀의 그 말이 이토록 아플 줄 몰랐다.

그런 그녀를, 그녀의 얼굴을 나는 아프게 내 가슴 속에 박아넣을 뿐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애써 외면해오고 있었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그녀를 가슴에 품었구나....내가 이 사람을 심장에 새겨넣었구나...

그렇게 느낀 그 순간, 이미 이 순간을 예견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다음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늘 지금을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를 볼 수 있다고, 그녀가 내게 미소짓고 있다고, 내게만 그녀가 다가오고 계신다고,

늘 내게만 그녀는 특별하다고, 다른 근위대원들이 아니라, 늘 나만 불러주신다고.......

그 순간만을 생각하며, 가슴 설레했다.

오늘도 그랬다.

둘이서 가자는 말에 그토록 떨었었다.

마치 내가 그녀의 특별한 사람이 된 마냥, 행복했다.

행복하다 못해, 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오늘 이곳에서 '안녕'을 말씀하신다.

난......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고마운 존재....미안했던 존재......

공주님은 따뜻한 사람이니까,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시니까....내게도 그런 친절을 베풀고 계신 것뿐이었는데,

나라는 어리석은 놈은, 마치 내가 특별한 존재라도 된 줄 알았다.

정말 바보 같이....어떻게 감히....그런 생각을......

 

그녀의 '안녕'이라는 말 앞에서 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단 한 마디라도 하면, 눈물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그녀가.....그녀가.......

 

"은시경 씨는 정말 내게 든든했어요.

 그래서 아주 많이 고마워요."

 

그 말씀에 나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들켜버릴까봐, 그녀에게 내 눈물을 보이게 될까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녀가 절대로 돌아보실 수 없도록, 내 얼굴을 보실 수 없도록,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울컥거리는 가슴을 주저앉히려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검은 하늘, 별들이 반짝이는 밤, 난 그녀에게서 이별을 듣고 말았다.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는, 가장 가슴아픈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이곳은........가장 설레면서도, 가장 가슴 저린 곳이 되고 말 것이다.

 

하아........

 

참으려 해도, 억지로 몇 번이나 참으려 해도, 결국에는 이렇게 감정의 자락이 새어나가고야 만다.

 

 

 

"공주님........."

 

한참만에 겨우 공주님을 부른다.

공주님이라고 뱉었을 뿐인데, 벌써 울컥해진다.

 

"네."

 

"오늘........왜.......이곳에 오자고 하신 겁니까?"

 

몇 번이나 참고, 몇 번이나 안 된다고 나를 주저앉히다가 결국에는 내뱉고야 말았다.

무엇을 알고 싶은 건지, 그조차도 모른 채로, 나는 질문을 하고야 만다.

비겁하게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왜 자신만 따로 이곳에 부르셨는지......단순히 오고 싶은데 자신이 편해서 그러셨는지....

아니면, 혹시나.....정말 혹시나......다른.......마음이 있으셨던 건지........

 

"......................."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공주님........."

 

"은시경 씨에게는........따로........인사하고 싶었어요."

 

또다시 시경의 심장은 또 다른 의미로 뛰기 시작한다.

 

"왜요? 왜 제게 따로 인사하고 싶으셨습니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늘 내가 먼저 고개를 돌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고개를 돌린다.

 

"무슨.......대답이 듣고 싶은 거예요?"

 

공주님의 말씀을 듣자, 순간 정신이 든다.

난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 무슨 말씀을 듣고 싶었던 것인가.

뭔가......난 특별하다는 말? 아니면 내게 다른 감정이 있다는 말?

공주님도.......나처럼.......같은 마음이시라는.....그런 말?

 

".......하아..........죄송합니다. 공주님. 제가 주제 넘었습니다."

 

"은시경 씨........"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셔야 됩니다."

 

"은시경 씨....난...난........."

 

그녀가 무어라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 듯했지만, 시경은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더 있다가는 자신이 어디까지 갈 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더 이상은........

 

시경이 성벽에서 내려와 재신을 향해 손을 내밀자, 재신도 한숨을 쉬며, 그의 부축을 받으면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 한 마디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재신은 아무 말 없이 운전대만 잡고 앞만 보며 운전을 하고 있는 시경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넬 수가 없었다.

운전대를 꽉 쥔 그의 주먹에 힘줄이 나오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그를 보며,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섭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한 자신의 마음을........내비칠 용기도 없어서, 재신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따금씩 들리는 그의 한숨소리에 순간 가슴 떨려하며, 그렇게 앉아있는 것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차가 궁 안으로 들어섰다.

궁에 도착하면, 그는 늘 재신의 차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그는 도착하고 나서도,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알 수 없는 중압감에 재신은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렇게 엄청난 긴장감 속에 앉아있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재신은 자신이 한심해졌다.

이 남자는.......나를 한 나라의 공주로 볼 뿐이다.

아까도 그랬었다.

자신은 공주 전담이라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는 분명하게 말했었다.

뭘 기대하는 거야......바보 같이.......

그는........내 명령이니까......같이 간 거 뿐이야.

그렇게 같이 있었던 거 뿐이라고.

든든하다고 느낀 건.........그냥 나 혼자만의 느낌일 뿐이야.

그는 자신의 책임을 다했을 뿐이야.

바보 같이....왜 이래......이재신!!

 

그랬다.

재신이 갑자기 영국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지금 앞만 뚫어지게 보고 앉아 있는 이 남자 때문이었다.

사실 공부를 끝내는 건 당연한 거였다.

이제 거의 다 되어 간다.

물론 쓰던 논문을 마무리하려면 6개월 안에 될 지, 아니면 1년이 걸릴지는 모른다.

지도교수님과 상의를 해봐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거였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며칠 전........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비서실장님, 좋은 소식 있던데요?"

 

큰오빠 집무실에 놀러갔다가 오빠랑 오랜만에 떠들고 있는데, 비서실장님이 들어오셨다.

결제서류에 싸인을 하던 오빠가 비서실장님께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예? 전하. 무슨 말씀이신지......."

 

"왜 이러세요? 실장님.

 은시경 중대장. 지금 중매 쪽에서 난리도 아니라던데요."

 

중매라는 말에 재신은 순간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제 자식놈이 미천해서......"

 

"미천하긴요. 저번에 서울고법 대법관 쪽에서 중매 제의가 들어온다고 들었는데......아닙니까?"

 

"아.......들으셨습니까? 학교 선배님 되시는데, 이번에 선배님 여식과 만나게 해보자고 하셔서......"

 

"맞네요. 안 그래도 은시경 중대장, 괜찮다고 생각했는데.......역시.

 은시경 중대장이 사시까지 통과한 걸로 아는데, 맞죠?

 게다가 육사 전체 수석 아닙니까? 보통 머리가 아니죠.

 실장님 아들이니, 뭐 하나 빠질 리가 있습니까? 하하......."

 

"많이 부족한 놈입니다. 전하께서 너무 좋게 봐주셨습니다."

 

"실장님, 그럴리가요?

 재신아? 니가 말해봐라. 은시경 중대장 괜찮지? 여자가 보기에 어때?"

 

"어? 어?"

 

갑자기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재신은 당황하고야 만다.

 

"어, 괜찮지.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 스타일이야. 머리도 좋고, 일도 잘 하고, 남자 답고......."

 

"어, 이재신! 너 칭찬이 과하다. 너 한번도 그런 적 없잖아."

 

"뭐야? 아니야. 그냥....뭐 있어보니까....답답하긴 해도, 일 하나는 잘 하니까.......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 없지. 지조 있고, 대쪽 같고......한 길로만 가는 사람이니까.......충신 아닌가?"

 

"와~~ 이재신!! 너 거의 극찬이다. 니 입에서 그런 극찬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들으셨죠? 실장님. 재신이가 이 정도 얘기하면 진짜 괜찮은 남자라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아, 아니에요. 실장님."

 

갑자기 비서실장님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자, 재신은 당황하고야 만다.

그런 재신을 재강은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참, 그럼 은시경 중대장과 그 친구분 따님과는 만나기로 한 겁니까?"

 

"예. 제 말을 거역하는 놈이 아니라서, 제가 '기다'라고 하면, 무조건 따를 겁니다." 

 

쿵.......

재신은 확실히 들었다.

자신의 심장이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단 한 치의 의심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심장소리였다.

 

 

 

 

그 순간 알았다.

자신이 왜 그렇게 은시경 중대장에게 전화를 해대며 귀찮게 해댔는지.

왜 홍대에 찾아오라고 그렇게 주소까지 알려주며, 전화를 해댔는지.

그리고 왜 성벽까지 달리기를 하자고 했는지.

한번도 들려주지 않았던 노래를 그 사람 앞에서 불러주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자신을 오해하는 게 왜 싫었는지.

왜 그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아닌데.

그는 그저 나를 공주로만 대할 뿐인데.

바보 같이......난......지금 왜 이러고 있나 싶기만 했다.

그는 실장님이 하자는 대로 선을 볼 것이고, 그렇게 결혼까지 할 것이다.

한번도 거역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를 보기만 해도 그럴 것 같았다.

왕실에 충성을 다했고,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단 한 번도, 짜증을 내는 법도 없었다.

자신의 의무를 다했고, 자신이 아니다 싶으면, 재하 오빠에게건, 내게건, 하고 싶은 말들은 다 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서.........그래서 마음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공주의 위엄이 있을 때, 그리고 아직은 정리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여길 때, 그렇게 떠나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내 자존심은 지키자.

열심히 자기 일 하는 사람 머리 아프게 하지 말고, 떠나자.

그래서 갑자기 떠나겠다고 했다.

근위대원들에게 알린다는 것도 재신이 말렸다.

그가 아는 게 싫었다.

 

그런데.....오늘.....그는 이상했다.

중대장일 뿐이라고 말해놓고서는.......또 이렇게 한숨만 쉬어댄다.

차 안에서 내릴 생각도 없이, 앞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마치 화난 사람처럼, 뭔가 상처받은 사람처럼, 그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오해하지 말자. 이재신!

그는 분명 말했잖아. 제2중대장이라고. 공주 전담 호위라고.

그 이유밖에는 없었어. 그러니까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말자.

 

 

"나, 갈게요."

 

말을 뱉고 보니, 이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다음에 볼 때는 그의 결혼 소식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다음에 볼 땐, 제2중대장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직위도 바뀌고. 승진했을 수도 있고.

 참, 결혼......했을 수도 있겠네요."

 

결혼이라고 입밖으로 내뱉자, 재신은 정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잘....지내요. 은시경 씨."

 

마지막 말을 억지로 뱉고는, 차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아........

 

그의 손이 재신의 손목을 잡았다.

잡았다....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의 손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서 끌어당겼다.

그녀가 나가지 못하도록,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너무나 세게 잡고 있었다.

 

"은...시경...씨?"

 

"하아............"

 

그는 대답대신 진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쥐고 있었다.

 

"공주님......하나만........묻겠습니다."

 

그건 물어보겠다는 태도가 아니었다.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는 강요 아닌 강요가 담겨 있었다.

 

"오늘, 저만 따로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은..시..경...씨......"

 

"제가.....하아......공주님 전담 호위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아니면.........다른 이유가.....있습니까.......

 

"........................"

 

"대답해 주세요. 공주님.

 제게는..........중요합니다. 그 이유."

 

"........................"

 

"만약에.....만약에.......다른 사람이 제2중대장이었다면,

 오늘 그 사람을 부르셨을 겁니까?"

 

".............아니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은시경 씨라서.......은시경 씨니까......불렀어요."

 

재신은 그에게 팔목을 잡힌 채로 고개를 숙였다.

결국엔 이렇게 내 마음을 보이고야 마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자신을 꽉 잡고 있는 이 남자의 손이 자신에게 대답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또 다시 한숨이 나왔다.

저 안에서부터 깊게 나오는 한숨.......

마치.....안도의 한숨 같은.....그런....깊은 숨.

 

"그러면........저.......기다려도 됩니까?"

 

"네?"

 

재신은 그제서야 시경을 바라보았다.

아.........

그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재신의 심장은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깊이 깊이 너울대는 감정의 깊이를 그의 눈은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재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서서히 내려와 그녀의 손을 깍지를 쥔 채 꽉 잡았다.

 

"저, 공주님, 기다려도 됩니까?

 제2중대장이 아니라........은시경이라는 한....남자로......공주님, 기다려도 됩니까?"

 

그는......내게 고백하고 있었다.

공주가 아니라, 한 여자로 마음에 담아도 되느냐고,

한 남자로, 한 여자를 사랑해도 되냐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울컥했다.

듣고 싶었던 말인데, 그의 깊은 눈 앞에서, 그 말을 듣고 있으니, 자꾸 울컥하게 된다.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의 눈이 애타하고 있는 걸 아는데, 대답을 하고 싶은데, 목이 자꾸 멘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려달라고, 나, 꼭 기다려달라고.

공주 이재신이 아니라, 여자 이재신으로 기다려달라고.

그렇게 마음을 담아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손을 놓았다.

놓아주나 보다 하고 있는 그 순간, 그의 오른손이 내 뒷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아 있었다.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부드럽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의 손은 여전히 내 뒷목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손이 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은...시......'

 

그의 이름을 다 부르기 전에, 그의 입술은 다시 내게 다가왔다.

천천히 부드럽게 입술을 훔쳐내고 있었다.

입술 사이로 그의 부드러운 혀가 느껴졌다.

간지럽기도 하고, 저릿하기도 하고, 자꾸만 발가락에 전기가 지나가는 것 같기도 했다.

내 입술 위에서 혀로 맛보던 그가 갑자기 내 허리를 바짝 안아왔다.

놀란 내가 입술을 벌리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는 내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얽히고, 쓰다듬는 그의 혀에, 마치 내 몸은 춤을 추는 듯, 저릿함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이 궁이라는 것도, 누군가 볼 수 있다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 입술에 입맞추며, 내 혀와 얽혀들고 있는 그의 혀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오로지 이 남자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운명이었을지 모르겠다.

처음...그를 만났을 때, 이렇게 되고 싶었던...건지도 모른다.

그를.....갖고 싶다고.......

그는 그렇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며, 내 안으로 자꾸만 들어와 그에게 매달리게 한다.

 

"사랑....합니다......공주님.........."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입맞춤 사이로, 그의 고백을 듣고야 말았다.

왠지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은데......그의 입술은 내 입술을 놓아주지 않는다.

 

"나두요.........사랑해요........은시ㄱ......"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그는 또다시 미친듯이 내게 다가와 내 입술을 훔치고 있었다.

차안 가득, 헐떡이는 숨소리만 울려대며, 공주님과 기사는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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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 사진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쓰려고 했답니다.

어젯밤에 쓰기 시작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점점 길어지더니, 낮에 짬 날 때 잠깐 마무리해야지 싶었는데,

결국 오늘 산더미 같이 쌓인 일을 하지도 못한 채,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네요.

 

이 이야기는, 클럽M이 없는, 그런 사건이 없는 상황입니다.

저 사진을 봤을 때, 그리고 싶었던 상황입니다.

그리고 공주님과 은시경의 마지막 성곽 씬을 제 나름대로 다르게 해석하고 싶어서 언젠가 써야지 했던 이야기였답니다.

어젯밤, 갑자기 이 사진을 찾게 돼서, 정말 갑자기 써내려갔던 이야기입니다.

 

실은 줄거리만 쓸 생각이었답니다.

저기서 왜 은시경이 고개를 돌리고 있을까....뭐 그런 생각을 가볍게 이렇지 않을까...이렇게만 써야지 했는데,

이런....왠 걸......단편이 되고야 말았네요.

 

공주님은 이제 다시 공부를 하러 가시고, 그걸 생각지 못했던 은시경은 멘붕이 오고.......

그래서...울컥하는 은시경은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저토록 홱 돌리고 있다고....

이 이야기 하나 쓸 생각이었는데, 이토록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처음부터 말씀드렸듯이......뒤에서 혼자 좋아하며 아파하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다른 모든 면에서 정말 뛰어난 남자인데, 유독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만 덜덜 떨어대는 남자 좋아합니다.

말도 잘 못하고, 정신 없고, 그러면서 그 여자가 다른 남자 좋아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아파하는 남자, 엄청 좋아합니다.

어쩔 수 없는 개취입니다.

 

<당.기.못>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점점 재미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제 능력의 한계입니다. 능력도 없는 사람이 글을 쓰다보니 그러는 듯합니다.

그러나.......제 능력이 되는 한, 제 모든 공을 들여서, 은시경은 반드시 대단한 남자로 만들 겁니다.

이미 은시경은 대단한 남자니까요.

그가 날아오르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게 은시경이니까요.

그런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와 13년 째 같이 살고 있으니까요.

감히 은시경과 닮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은시경스러운 면들이 있기는 하지요.

그리고, 그 남자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본 저로서는, 언제나 두근두근댈 수밖에 없습니다.

은시경은......아마....더 날아오를 겁니다.

함께....지켜봐주시겠습니까?

은시경이 날아오르는 걸....말입니다.

그런 은시경을 상상하면, 지금도 전 가슴이 두근두근하거든요.

그걸 잘 그려내어야 할 텐데, 제가 손고자라...그게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이 단편에서의 은시경은....제 로망입니다.

아.....이 밤...일해야 하는데, 이 은시경에 꽂혀서, 계속 두근두근대고 있습니다.

팔불출입니다. 지가 적어놓고, 지가 좋아서 죽습니다. ㅠㅠㅠㅠㅠㅠ

 

참...그리고 혹시 아직 제 글 읽어주시고 계신다면, 읽고 있다고, 단 한 마디만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그 말씀 한 마디에 큰 힘을 얻는 손고자 글쟁이 아줌마 하나 있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야근을 하더라도, 아직 집에 못 들어가고, 이번 일주일 일폭탄 앞에서 한숨이 퍽퍽 나오더라도,

이렇게 글적글적 글 적고 싶어지는, 그런 아줌마 하나 있다는 거, 알아주시길........

 

늘...읽어주시고, 변함없이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

전....일로 고고씽 합니다.

 

 

+) 이 글에 첨부된 배경음악은 Sweet Sorrow의 <다시 겨울>입니다. 들으면서 읽어주시길....

+) 참, 저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위로, 격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