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단편)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지금 뭐 해요?”
“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재신은 갸우뚱한 표정으로 은시경을 이리저리 훑어본다.
그러다 뭔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 얼굴 가득 올라오고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경의 가슴에는 조금씩 불안함이 스물스물 피어올라오고 있다.
재신은 방금 재하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항아 언니와 어떻게든 화해를 시켜주러 간 길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뭐지? 뭐 때문에 이러지?
그러나 재신은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아니다. 어쩌면 스스로 그 이유를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주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입구 앞에서 서성대는 은시경이 보였다.
뭐야? 저 남자!
지금 이 시간은 근위대원 업무시간도 끝났거니와, 보초서는 다른 근위대원들이 있는 걸로 봐서 그의 업무도 아니었다.
공주님은, 처음 만난 날처럼, 시경을 향해 다가왔다.
큰 눈에 의구심과 호기심을 가득 담은 채, 시경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주님께서 다가오시면, 조금은 물러나는 것이 맞겠지만, 웃기게도 시경은 바닥에 굳어 있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그래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시경의 두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시경 바로 앞까지 다가온 공주님의 눈은 흥미롭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공주님께서 자신을 우습게 생각하고 계실 거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시경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나, 물어볼 거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은시경 씨, 지금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어요.”
“걱정마십시오.”
그의 표정은 그런 말하지 않아도, 내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 그는 분명 정확하게, 정직하게 대답할 거야.
“그리구요. 계급장 떼고 얘기해주세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근위중대장도, 왕실도, 뭐도 없는 상황이라고 치고, 대답해달라는 거예요.”
공주님의 말씀이 이상했다.
왕제님께 무슨 말씀을 들으신 건지....
이상하게 조금씩 불안함이 몰려온다.
자신의 가슴에서 피어나는 불안을 인지하면서도, 시경은 지금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자신이 불안해하는 걸까.
그리고 이 불안함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은시경 씨, 좋아하는...사람...있어요?”
“예? 예?”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여자, 있냐구요.”
시경은 지금 공주님께서 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일까. 왜?
“그 대답이 어려워요?”
“..................”
시경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걸 지켜보던 재신의 입에서 작게 한숨이 나왔다.
그 한숨소리를 듣자, 시경은 또다시 놀란 듯, 재신을 바라본다.
“에효.....하기야, 왠지 은시경 씨는 자기가 좋아해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거 같애.”
재신이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시경의 심장은 점점 빨리 뛰기 시작하더니, 이젠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심장이 튀어나온다는 말,도 시경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공주님은 내게 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일까.
왜....내게......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자꾸 어떤 여자가 떠올라요. 그 여자가 한 행동이 몇 번이나 떠오르고,
그 여자가 웃으면 예쁜 것 같고, 자꾸 그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그러다 그 여자가 화를 내면, 하루종일 뭘 잘못했나 싶게 걱정되고, 그렇게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런데 그 여자의 화가 풀리고 나면, 언제 내가 그토록 힘들었나 싶게 한순간에 근심이 떠나가 버리죠.
그 여자가 내게 질문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몇 번이나 곱씹게 되고,
그 여자가 나를 좋게 봐줬으면 좋겠고, 내가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어요.
그 여자에게 내가 우습게 보일까봐 걱정되구요.
그 여자가 나를 오해하지 않고 봐줬으면 좋겠고, 또 그 여자가 날 싫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그런 사람 있어요?”
재신의 눈을 애써 피하던 시경이 고개를 들어 재신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 이 눈.
그날 홍대클럽에서 이런 눈이었다.
아, 아니다. 그 눈과는 또 다르다.
그 날도 오늘처럼 흔들리고는 있었지만, 조금은 더 도전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눈동자 안에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채워 넣고 있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씩 더해진 감정 때문에 그만큼 더 그의 눈은 깊어지고 있었다.
이 남자도, 사람이구나.
감정이 있는......
“있습니다.”
“응?”
재신은 자신이 물어놓고도, 지금 시경이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바로 알아챌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있습니다.”
“어, 있구나. 역시.”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하루 종일 제 자신도 실없이 웃게 되고,
화가 나 있으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신데, 제게만 화를 내시는 건가 싶어서,
혹시 저 때문일까 봐, 걱정이 되어서 주변에서 자꾸 얼쩡거리게 됩니다.
그 사람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일까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그래서 그 사람이 보고 있으면, 자꾸 떨려서 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 곁에 있고 싶고, 그 사람 곁에서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 제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고, 혹시나 그 사람이 절 무시하시면 제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습니다.
바보 같다고 놀리실까봐 걱정 되고, 답답하다고 보기 싫다고 하실까봐 무섭고,
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밤에 잠도 잘 수가 없습니다.
공주님께서 질문하신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면,
네. 그런 사람, 있습니다, 저.”
심장이....쿵...쿵...하고 뛴다.
그의 대답을 듣고 있을 뿐인데, 뭔가 순간적으로 가슴에 자르르한 것이 지나가더니,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한다.
아, 이 남자, 이런 구석도 있구나.....싶다.
재신의 입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 웃음을 보던 시경은 다시 불안해져 온다.
저 웃음을 알고 있다.
뭔가 자신과 다시 멀어지고 있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것이 불안할까.
나와 멀어지는 것이...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지금, 은시경 씨, 그 사람 좋아하는 거잖아요.”
“예?”
“은시경 씨 스스로는 자각을 했는지 어떤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사람 있다고 했으니,
그 마음이 바로 좋아하는 거라구요.
지금 은시경 씨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고백한 거라구요.”
좋아한다.
그 사람을....좋아한다......
하아........
이 사람을......좋아한다......
내가, 지금.......내 앞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 사람을.........좋아한다.
아..........
그랬구나......그래서......내가........그랬구나.
왜 지금 내가 이곳을 서성이고 있었는지,
왜 공주님이 다른 근위대원들에게 웃어주는 것이 싫었는지,
공주님이 나를 비웃는 게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
왜 공주님 앞에서 내가 그토록 떨고 있었는지,
공주님 앞에서 내가 우스워 보일까 전전긍긍하고, 왜 그토록 잠을 잘 수 없었는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왜, 그녀가 웃고 있으면, 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녀만 바라보게 되는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아도, 그녀가 내 눈 앞에 없어도,
왜 공주님은 내 곁에 계신 듯, 내 옆에서 미소 지으며 웃고 계셨는지,
그래서 왜 그토록 머리를 흔들어대어야 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리고, 왜 지금, 자신이 이토록 불안한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상대가 왕실 사람이라서, 포기...한 거예요?”
“예?!!!!!!!”
공주님께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신 것일까.
왕실 사람.
지금.....내가 누구를 떠올리고 있는지, 알고 계신 것일까.
시경의 심장은 이제 미친 듯이 뛰어대다 못해,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왕실이더라도, 먼저 사람이죠.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아요.”
“예...예?”
포기하지 말아요.
그녀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포기하지 말라고......
지금, 내게 말씀하신 것인가?
지금 내 마음을 들여다보신 것인가?
내가 누구에 대해 떠올렸는지, 지금 내가 왜 이곳을 서성이고 있는지, 아신 것일까.
“오빠 때문이에요?”
“예? 뭐가 말씀입니까?”
“항아 언니한테 다가가지 못하는 거.”
재신의 말에 시경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까도 그는 분명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지금, 화가 나 있었다.
왜?
“난....오빠가 아무리 항아 언니 좋아한다고 하지만,
만약 항아 언니가 아니라면, 난 억지로 그러면 안 된다고 봐요.
정말, 오빠 말대로 항아 언니가 은시경 씨한테 뻑이..아니, 은시경 씨를 좋아한다면,
난 항아 언니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은시경 씨도 항아 언니 좋.......”
“저는요?”
“네?”
“제 감정은요. 공주님! 제 감정은 아무 것도 아닙니까!!!”
그가 폭발해버렸다.
당장이라도 내 팔을 붙잡고 흔들 것 같았다.
“은...시..경 씨?”
“전, 단 한 번도, 김항아 씨 꼬신 적 없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마음에 품은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왜냐하면........”
시경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재신은 그가 분노하며 하는 말들을 고스란히 듣고만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 안에 시경 자신이 비치고 있었다.
오롯이 시경 자신만 보였다.
그녀의 크고 아름다운 눈은........시경만 보고 있었다.
“.....전......한 사람을.......품었으니까요.
그래서 더 이상 다른 이를 품을 수도, 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재신은 이상했다.
그는 분명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다.
항아 언니가 아니라고만 했을 뿐.
다른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남자의 말을 듣고 있는 자신의 심장은 아플 만큼 뛰어댄다.
왜 이래, 이재신. 너 왜 이래,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아까 시경을 다그치며 바로 앞까지 다가갔던 그 당찬 이재신은 어디로 가고, 자신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 남자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시경과 자신의 거리가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재신이 물러난 한 걸음만큼, 시경이 재신에게로 한 걸음 다가왔다.
또다시 한 걸음 뒤로 가면, 또 그 만큼 시경은 다가왔다.
한 걸음씩 그녀가 물러설수록 그의 눈빛은 안타까운 듯 애잔해보였다.
그러다 툭하고 그녀의 등 뒤에 딱딱한 나무가 닿고 말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
그녀는 그를 밀치고 가거나, 옆으로 나가버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옆을 바라보던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 옆 나뭇가지를 잡았다.
그녀의 시선에는 그의 강해 보이는 팔이 보일 뿐이다.
그 단단해 보이는 팔은 마치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은..시경..씨..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느냐고, 왜 물으신 겁니까?”
“네?”
“그 다음에는, 뭘 해야 하는 겁니까?”
“네? 아, 그게......고백해야죠. 고백. 좋아한다고.....아까 내게 말한 것처럼....그렇게.”
“그러면요?”
“네?”
“고백하면.....그러면.......받아주시는 겁니까?”
“은...시경..씨.....”
“....................”
“....................”
“책임.......지시지도 못하실 거면서, 왜 물어보신 겁니까?”
“그게...무슨......소리예요?”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는 고개도 숙이지 않고, 바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뭐야? 도대체 무슨 소리야?
고백하면 받아주다니?
뭘? 누가?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물어본 거냐고?
뭘 책임진다는 거지?
그는 이상한 말을 한다.
중의적이다.
그 어느 쪽으로 말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으면서, 내가 그를 도와줄 수도 없으면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인지....
아니면.....
내가 그의 고백을 받아주지도 못할 거라면, 자신의 감정을 헤집지 마라?
아, 아니다. 이건 아니다. 아닐 거다.
그는 분명 내게 품위가 없다고 비아냥거리며 말했었다.
그런데......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재신은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눈으로 뒤좇고 있었다.
“왕제님, 은시경입니다.”
“어. 들어와.
야, 은시경, 내가 안 그래도 너 부르려고 했었다.
야, 너 진짜 왕실 킬러냐?”
“예?”
“너, 재신이도 꼬셨어? 이젠 항아에, 재신이까지?
야, 너 순진한 척하면서 이 여자, 저 여자 꼬시기나 하고.
너, 근위대원이 그래서 되겠어? 어?”
“왕.제.님!!!!!”
“앗!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
야, 너 목청 큰 거 안다고!! 아직까지도 내 귀엔 ‘5보 앞으로’가 울린다고!!!
이게 죽으려고! 어디 왕제 앞에서 소리를 질러!!!”
“전 단 한 번도, 김항아님 꼬신 적도 없고, 마음에 품은 적도 없습니다!!”
“뭐? 야! 내가 다 알아 임마! 니가 기타 치면서 노래 간질 간질거리게 불러서
항아, 그게 뻑이 갔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야, 귀신을 속여라!”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야, 그럼 재신이는? 재신이는 안 꼬셨어?”
“..................”
분명 반격이 나오리라고 예상했는데, 저놈이 아무 대답이 없다.
어, 이거 뭐야! 이 자식 이거 왜 이래?
“야, 대답 안 해? 꼬신 적 있냐니까?”
“그런 적은......없습니다.”
머뭇대던 시경이 결국 주저하며 대답을 한다.
아까까지의 패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볼 근처가 조금씩 붉어오는 것도 같다.
허어~ 이것 봐라~
“‘은’이라고?”
“예?”
“그런 적 없습니다, 가 아니라, 그런 적은, 없습니다, 라고 했잖아. 니가 방금?”
“무슨.....말씀...이신지.”
“임마,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아냐?
무식한 군인이 이런 섬세한 의미를 알 턱이 있나.”
“군인들, 무식하지 않습니다!!!”
“알았다, 알았다고!!! 여튼 발끈하기는!
야, 너 ‘은’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뜻이 다른 줄 아냐?
넌 방금 ‘은’을 넣어서 말한 거야.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이건 아니지만, 다른 건 맞다는 거지.
도대체 그 다른 게 뭘까? 응?”
재하의 눈빛이 마치 생선을 제 손안에 잡은 고양이처럼 반들반들하게 빛난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너, 되게 의미심장한 말을 한 건 알고 있냐?
경우의 수를 읊어줄까?
일, 꼬시는 건 하지 않았지만, 꼬시는 거 말고 다른 건 한 적이 있다. 신체 접촉이라든지.....
이, 꼬시는 거 자체는 하지 않았지만, 꼬시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은 있다.
뭐야?”
“예? 예? 저...제가......”
시경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 대기 시작했다.
그런 시경을 재하는 흥미롭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
분명 확실히 다른 반응이었다.
이 자식 보게?
문제는 이 둘 중 뭐가 되든지 간에, 이건 사건인 셈이다.
이 놈이 카사노바도 아니고, 여자 꼬시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들이대는 그런 놈은 아니니,
만약 이놈이 다른 걸 한 적이 있다면, 이것 역시 마음이 있다는 거.
그게 아니라 두 번째라면, 역시 꼬시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다는 것이니, 역시 마음이 있다는 거.
뭐야, 이놈 이거, 우리 재신이한테 마음 있다는 거잖아!!
이게 어딜 감히!!!
“야!! 이재신, 공주야!! 공주라고!
대한민국 왕실 유일한 공주!!!!!”
“.....압니다.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너무 잘 압니다.”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재하와는 달리, 시경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뭐야, 너, 재신이...한테 마음 있는 거야?”
“가보겠습니다.”
“은시경! 대답해야지!!”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겁니까?”
“너, 지금 대답 안 하는 거, 그거, 긍정인 거 알아?
넌, 거짓말을 못하는 놈이니까, 대답을 못하는 거잖아.
아니라고 말 못하는 거잖아. 지금!!!!”
“하아......죄송합니다. 나가보겠습니다.”
재하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시경은 재하의 집무실 방문을 벌컥 열고 나가려 했다.
“어!!”
그런데 방문 앞에는 바로 그녀가 있었다.
방금, 도저히 대답할 수 없었던, 바로 그녀.
공주님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시경을 보더니, 재신이 갑자기 몸을 돌려 도망가려는 듯, 몸을 틀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른다.
그건 알 수가 없다.
그저 일어난 결과로만 본다면,
시경의 팔이 돌아서려는 재신보다 빨랐고, 훨씬 힘이 셌다는 것.
그리고 그 팔은 재신의 팔을 잡아, 바로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왔다는 것.
그곳이 재하의 집무실 바로 앞이라는 사실을, 시경은 망각해 버렸다는 것.
아니, 망각해 버린 것이 아니라, 상관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리고 시경은 그녀의 허리를 자신의 오른팔로 감싸서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겨 품 안 가득 안았다는 것.
그 때문에 재신은 숨이 막힐 정도로 그의 품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
뒤에서 이재하가 그것을 보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난리를 쳐댔지만,
그리고 재신이 시경의 가슴을 힘주어 밀어보려고 했지만,
시경은 자신의 팔에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안을 뿐 놓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의 가슴에서 느껴지던 심장소리가 터질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는 것.
“야!!! 이것들아!!! 어서 떨어지지 못해!!!
야, 은시경!! 너 미쳤어!!! 내 동생 안 놔줘? 야!! 너 죽을래?!!!!!!!”
미친 듯이 소리질러대는 고릴라 같은 작은 오빠도, 이곳이 궁 안이라는 사실도, 이 남자가 실은 근위중대장이라는 것도, 모두 모두 잊혀진 채,
이 남자의 심장소리는 재신의 심장에 전해져서 그와 똑같이 쿵쿵대며 뛰도록 만들고 있었다.
더더 자신의 허리에 힘을 주고 있는 그 남자의 손길을 느끼며, 단단한 그의 가슴에 안겨서, 마치 그의 여자라도 된냥,
그렇게 재신은 밀어내던 팔의 힘을 멈추고, 그의 품에 한없이 안겨 있었다.
어느덧, 두 사람의 심장소리는 같아지고 있었다.
쿵...쿵...쿵....쿵......
“도대체 왜 그랬어? 왜? 뭐야? 너 죽고 싶어?”
“...........................”
몇 번이나 물어도, 아무 대답 없이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남자......
에휴.......
“그...게......내가, 그래 내가 넘어질 뻔 했어. 그래서 은시경 씨가 잡아준 거야.
진짜야. 진짜라니까?
갑자기 사람이 나오니까 내가 깜짝 놀라가지고 말이야.
진짜야 진짜!!
여기 궁이라고. 궁인데 미쳤냐?
그러니까...이상한 생각하지 마!!!!”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재신이 도망가려던 것이 먼저였는지, 정말 넘어지려 했는지.
시경은 정말 재신을 잡아주려다 그랬는지. 아니면 도망가는 그녀를 붙잡고 싶은 욕망에 져버려서 그녀를 껴안아버렸는지.
놓아달라고 밀어내는 그녀를 그가 못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녀를 놓을 수 없었던 건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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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근무를 끝내고 다시 원래대로 복귀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네요.
당.기.못. 틈틈이 쓰고는 있으나, 주말에 사무실 복귀 이사에, 이래저래 자료 정리하느라 계속 시간이 모자라는 판이에요.
사실 지금도 야근을 하다가, 퇴근하려다, 작은 단편 하나 끄적대다 올려봅니다.
너무 기다리시게 해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해서 작은 이야기 하나 올려보아요.
재하가 재신이에게, 은시경이 왕족 킬러라고, 은시경이 항아 막 꼬셨다고 말했던 그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상황은 재하와 항아가 싸운 상황이고,
항아는 은시경이 전화해서 약혼하겠다고 온 상황이죠.
재하는 항아가 은시경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질투 폭발이구요.
또 그 상황에서 재신은 은시경이 항아 언니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드는 중입니다.
그래서 오빠와 얘기한 후 공주궁으로 돌아오는데, 공주궁 앞에 은시경이 서 있는 겁니다.
서성대면서. 자신을 보더니 얼굴이 붉어지는 거죠.
뭐야, 저런 순진한 태도로 여자 꼬시나? 싶어서 배알이 틀리는 공주님입니다.
그러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은시경은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 모르는 상황이고,
공주님은 구체적인 상황으로 그 감정을 설명해주게 되구요.
그 설명을 들으면서 은시경은 자신의 지금 상황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얘기하게 됩니다.
얘기하다 보니, 자신이 왜 요즘 잠을 못 이루는지, 왜 자꾸 공주님만 바라보는지,
왜 그 미소가 좋은지, 다른 근위대원들에게 사람의 혼을 빼놓는 그 미소를 짓는 게 왜 싫은지,
그 모든 상황에 대해서 해답을 얻게 되지요.
그러다 자신이 항아를 좋아하는 줄 아는 공주님 때문에 속상해 하다가 빵~하고 터져버리지요.
그리고 재하에게 따지러 갑니다.
아니라고, 제발 공주님께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만 아이큐 187의 위엄에게 걸리고 맙니다.
지금 은시경은 양쪽으로 어퍼컷을 맞아서 지금 멘붕 직전인데, 공주님이 앞에 떡하니 있는 겁니다.
너, 재신이 좋아하지?
그 말을 다 들으신 겁니다.
머리가 하얘지는 상황입니다.
이미 은시경은 멘붕. 멘붕~
그런데 공주님이 그 얘기를 듣고 도망가려는 겁니다.
그래서 퓨즈가 뙇~~~ 끊기고 맙니다.
그리고...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공주님이 정말 넘어지실 뻔했는지, 은시경이 공주님을 안고 싶었는지......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른다는.........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건, 밤시간. 은시경은 빽 돌아서 밤에 왕제에게 쳐들어간 거지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어떻게 된 게, 사족이 다시 이야기네요. 이런.....
당.기.못. 비록 늦어지고 있지만, 이 단편으로 조금은 용서해 주시길........
근데 문제는 이 단편도 비루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퇴근하려다 그냥 떠오르는 이야기를 순식간에 한 번에 쓴 거라서, 몹시 허접합니다.
맞춤법, 문장도 그렇겠지만, 개연성이 없더라도, 그저 그러려니 너그러니 양해를 해주시길.....
저도 이만 퇴근합니다.
오늘 밤도 평안하세요. (__)
+) 그리고 위로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징징댄 게 죄송해서 요런 허접한 글이라도 가져와보았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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