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단편·조각

(은신/조각) 그는 나의 봄이다

그랑블루08 2013. 3. 27. 00:58

 

(은신/조각) 그는 나의 봄이다

 

 

 

 

 

 

<윤찡갤 시경재신 횽 짤....감사합니다. (__)>

 

 

 

 

 

* 배경음악을 꼭 틀고 읽어주세요.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하림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보았어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 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 게

무색해진대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줄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 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줄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 걸

그 웃음을 믿어봐

 

먼 훗날 또 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 보여

이대로 흘러가

 

네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1

 

 

 

 

봄......

조금씩 망우리가 올라오고 있는 벚꽃 사이로, 가을의 자락이, 겨울의 시림이 사라져 간다.

 

이젠.......괜찮지 않을까.

이젠.......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만큼이면 이제 괜찮아질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들을 한다.

아니, 의무감일지도 모른다.

 

이젠......잊어도 되지 않을까.........

이 봄...........

봄의 내음과 함께, 나도 이젠....놓아도 되지 않을까.........

 

 

 

 

2

 

 

 

미안해요.

나.....이제 당신을 놓을까 해요.

맞아요. 거짓은 아니였어요.

나, 당신을,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어쩌면, 아주 순수하게.....아주 맑게.....그런 마음으로 당신을 내 마음 가득 품었나 봐요.

 

당신이 내게 건네는 다정한 목소리가 좋았나 봐요.

아무렇지 않은 척, 무덤덤한 당신의 태도가 좋았나 봐요.

무덤덤한 척하지만, 따뜻함을 감출 수 없었던 당신의 눈길이 좋았나 봐요.

 

생각해 봤어요.

내가 왜 당신을 좋아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고통스러웠을까.......

 

행복했었죠.

당신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퍼지는 걸 보는 것이......

나를 향해 웃음을 짓던 당신의 환함을 보는 것이......

 

당당한 당신이었는데, 유독 내 앞에서 얼굴을 붉히던 당신이,

나를 설레게 했었죠.

그래서 그토록 나는 내멋대로였을까요?

뭐든 받아주는 당신이어서 그랬을까요?

 

누구의 잘못일까요?

우리의 끝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날 떠나지 말라고.......

그 말을 당신에게 했더라면, 달라졌을까요?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 보면,

나는 당신을 몰랐던 거 같아요.

당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랬다면, 당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었겠죠.

웃으며, 내 손을 잡아달라고, 떠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나는.......어렸었나 봐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나 봐요.

사랑이 얼마나 극단의 감정인지 몰랐었나 봐요.

믿으면 한없이 믿게 되고, 의심하면 한없이 불안해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나는 몰랐나 봐요.

 

당신을 원망도 했어요.

내가 버림받았다 생각도 했어요.

당신은 그냥 떠난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린 거라 생각도 했어요.

이것이 나라는 존재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도 했어요.

왕족이라는 울타리가 내 숨을 조여오는 거라는 생각도 했지요.

이 울타리를 나는 죽어도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그 무게가 당신을 떠나게 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나....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또다시 따뜻한 계절이 불어오면,

나는 또 다른 기억을 들추어내네요.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보고 있었는지.....

잔상이 남아 나를 바라보고 있네요.

 

당신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놓아준 것이라는 것을.......

어쩌면, 내가 날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당신은 이미 나를 보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미안해요.

나는 당신에게 자꾸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시간이 세월에 쌓이고 나니, 그 기억들이 이젠 아스라해지네요.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한 건지,

내가 당신을 고통스럽게 한 건지,

이젠.......그만....서로 미안해해요.

 

이젠....나....당신을 놓을까 해요.

 

미안해요.......

 

추억은 지나가고, 시간은 저 언덕 아래로 내려가고,

기억은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간직하게,

지금 이곳에서 당신을.....놓을까 해요.

 

당신을 바라보던 내 눈에, 그 사람이 이제 들어와요.

그 사람의 수줍은 미소가, 그 사람의 따뜻한 눈빛이 내게 들어와요.

내 손을 잡아오는 그 사람의 손이 좋아서......이제 그 사람의 손을 잡으려고 해요.

 

그래서 미안해요.

추억은 추억일 때 가장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어요.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만이 채울 수 있나 봐요.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요.

 

그래서, 나, 이제 당신을 잊을게요.

 

언젠가, 당신도 웃을 수 있기를......

기억의 저편, 아주 작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도 웃을 수 있기를......

당신의 손을 잡아주는 좋은 사람 곁에서,

아름답게 되새길 수 있기를.......

 

다 지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나처럼...........

 

 

 

3

 

 

 

“괜찮으십니까?”

 

“안...괜찮아 보여요?”

 

“조금......슬퍼보이십니다.”

 

아니, 슬프지 않아요. 전혀.......

 

속으로만 되뇐 말은 입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내 손을 잡아 쥔다.

마치 떠나지 말라는 듯,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따뜻하다.

아주 많이........

 

그래서....미안하다. 그 사람 에게........

 

꽃잎이 이제 열리려는 아름다운 벚꽃 아래에서 그와 나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으면, 그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손을 굳게 쥔 채, 그는 내 곁에 머문다.

그 조용한 머묾이 좋다.

그의 존재가 좋다.

 

그래서....미안하다. 그 사람 에게........

 

눈을 감아 본다.

눈을 감으면, 모든 세상이 움직인다.

세상이 내 온 몸으로 부딪쳐 온다.

살랑이는 바람이, 날아가는 어린 잎이, 그리고 그의 존재의 향이 진하게 날아서 내게로 안겨든다.

그래서 조금씩 심장이 뛴다.

쿵...쿵....쿵...쿵....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그 순간, 온세상이 내 입술로 몰려들었다.

부드럽고 촉촉하게.......

너무 달콤해서, 가슴이 자꾸만 간지러운 그런 느낌으로, 봄향기처럼, 그렇게 내 입술로 날아든다.

따뜻하고, 말랑하고, 그래서 서글픈 감정마저 드는 부드러움이, 내 안으로 파고든다.

그 부드러움 속에 내 숨결은 묻혀만 간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봄의 감각은, 자꾸만 가슴 저 안까지 저릿하게 만든다.

자꾸만 그를 안게 만든다.

그의 품속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조물주가 창조하신 입술은......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을......

그리고 가장 감동스러운 몸짓을.....행한다.

사실...입술은 소리를 낼 때보다, 소리를 삼킬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서로의 소리를 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는 봄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연둣빛이다.

그 사이 여린 듯 수줍게 내미는 흰 꽃잎이다.

흰 빛인 줄 알아 다가가면, 엷은 부끄러움을 담고 있는 수줍은 빛이다.

그래서 그는 내게 봄이다.

내가 갖고 싶은 봄......

내가 만나고 싶은 봄......

그리고 내 곁을 지켜주는 봄......

 

그래서 미안하다. 그 사람 에게.......

 

그의 품 속에서 눈을 뜨면, 그는 나를 보고 있다.

나를......아니.....나만을.......

그의 눈은 언제나 애달픔을 품고 있다.

내게 다가오고 싶은 그와, 내게서 떨어지려는 그가 있다.

나는 안다.

그가 얼마나 싸우고 있는지......

내게 다가오고 싶어하는 자신과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그런 그가 좋아서, 그의 품에 또다시 안겨 버리면, 그는.....자신도 모르게.....심장이 울리는....깊은 숨을 뱉어낸다.

그는 모른다.

그가 이렇게 뱉어내는 그 깊은 숨이, 얼마나 나를 설레게 하는지......

얼마나 나를 살고 싶게 하는지......

그는 모른다.

 

“공주님....슬퍼하지 마세요.”

 

“안 슬퍼........”

 

그는 내 마음의 슬픔을 읽어낸다.

그는 나보다도 더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읽어낸다.

아니, 그는 나를 읽지 않는다.

나를 그대로 있게, 내가 그 자리에 머물 수 있게, 그렇게 옆자리만 내어준다.

그의 옆자리에서, 그저 나인 채로 있을 수 있게,

내 기억과 내 슬픔과 내 아픔들까지....그대로, 그대로인 채로.....

그저 그러한 대로 있을 수 있게, 곁을 내어준다.

단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혼자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조용히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마음껏 슬프고, 또 마음껏 추억에 잠기고, 아무렇지 않게 과거를 기억한다.

 

그가 있어서.......기억이 아파도, 아프지 않다.

그가 있어서.......후회가 되어도, 후회가 되지 않는다.

그가 있어서.......끄덕일 수 없는 추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로지 그가 있어서.......

그라는 존재가 있어서.......

나는 아픔이 두렵지 않고, 서글픔이 서럽지 않고, 과거가 안타깝지 않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 사람 에게.......

 

 

얼음처럼 시렸던 나의 사랑이, 과거가 되어도 서럽지 않다.

겨울의 한파처럼 나를 얼렸던 내 추억이, 이제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성숙해진다.

 

이제는 자다가 일어나서도, 두렵지 않다.

내 귀를 따뜻하게 가득 채우는 그의 목소리가 있다.

겨울의 자락이 다시금 추위를 몰고 와도 춥지 않다.

내 온 몸을 가득 채우는 그의 넓은 가슴이 있다.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외롭지 않다.

내 뒤에서 나를 지키는 그의 흔들리지 않는 어깨가 있다.

 

그래서 고맙다. 그에게.......

그래서 미안하다. 그 사람 에게.......

 

 

그의 눈은 애달프게 나를 바라본다.

내 마음을 온전히 가지고 싶다고, 자신을 봐달라고 내 마음에 대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쳐댄다.

그는 모른다.

그는 나의 봄이라는 것을......

나의 겨울은 끝이 났다는 것을.......

가을의 서글픔도, 겨울의 차가움도, 이젠 두렵지 않다는 것을........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 사람 에게.......

 

그러나.......

 

다른 사랑이 내 가슴에 가득찬다.

이젠 이 사랑이 내 마음과 내 몸과 내 영혼을 가득 채워,

이제 다시 흐르고 싶지 않다.

 

그를 대신할......다른 사랑은 없다.

그를 잊혀지게 할......다른 사랑은 없다.

 

그는 나의 봄이다.

내 모든 슬픔을 가져갈, 나의 봄.

 

 

“나, 사랑해요?”

 

“공주님......공주님은 제, 전부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말해 줘요.”

 

“사랑합니다. 공주님. 너무 사랑해서, 순간순간 두려워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

 

“나도......사랑해요. 은시경 씨. 너무 많이........그래서.....고마워요.”

 

입술에 또다시 봄바람이 불어온다.

신이 창조하신 입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는 나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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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무지 많은 일을 하고, 조금은 지쳐서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지요.

따뜻한 봄인데, 따뜻해서, 아름다워서 슬픈 마음이 드는....그런 밤이네요.

밤 9시.....모든 일을 끝내놓고 보니, 지쳐가는 시간......

오랜만에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들었습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곡인데,

오늘........벚꽃이, 하얀 목련이, 홍매화가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만큼 자꾸 슬퍼서 이 곡이 듣고 싶었나 봅니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노래.......

그런데 이 노래는 참 따뜻합니다.

모든 지나간 사랑에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노래였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내 곁에, 내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그 때문이라지요.

슬픈데, 뭔가 아스라이 행복한 느낌을 주는 노래였다죠.

그래서....이 이야기를 적고 싶었나 봐요.

 

가을에 만난, 겨울에 만난 그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고, 슬프고 괴로운 그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린 사랑을 떠올려도, 더 이상 시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

내게는 봄인 그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나 봐요.

 

재신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과거를 이야기 하고, 또한 따뜻하고 감사하게 현재를 이야기하는 짧은 조각입니다.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또한 과거가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건,

아니, 과거의 나는 아프더라도, 현재의 나까지 아프게 할 수 없는 건,

현재, 곁에 그가 있기 때문입니다.

 

좀 피곤하고....조금은 서글프고.....또 열심히 달렸는데 의외로 그저 그런 상황에 약간은 허탈해서.......

이 이야기를 끄적끄적댔나 봅니다.

그런데....참...웃기네요.

이 조각이.....또 제게 힐링이 되네요.

아니 어쩌면, 이 노래가 제게 힐링이 되는 듯합니다.

 

 

따뜻한 바람 사이로 겨울의 기운이 스며드는 날.....

아주 작은 온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밤도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