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58.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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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 이소라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1
“처음으로 돌아갔다!!! 됐냐? 이제 만족해?
이제 그 자식 괴롭히지 마!!!!! 아니, 이젠 니 손에 아예 미치지 않을 테니, 괴롭히고 뭐고도 없겠지.
어차피 미녀는 처음부터 남자와 연을 맺을 녀석이 아니었어.
너 때문에!!!!!! 잠시 흔들렸던 거라고!!!!!
이제 지가 있을 곳으로, 그 처음으로 돌아갔으니까!!! 더 이상 건들이지 마!!
한 번만 더 이 근처에 얼씬거리면, 정말 아작을 내놓을 테니까!!!!!!”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있으면서 계속해서 떠오르는 말은 문을 닫고 들어가기 전 던진 고미남의 말이었다.
끊임없이 그 말만이 가슴 속을 떠다니며, 심연으로 가라앉아 고통스럽게 나를 찢겨놓고 있었다.
달칵........툭.......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고미남이 뭔가를 버리듯, 내게 툭 던지고는 다시 들어가 버린다.
봉투.......
강신우....라고 적혀 있는 글씨는.....아이의 것이다.
내게 남긴.....
봉투를 여는 내 손이 심하게 떨려대고 있다.
몇 번이나 미끄러지며, 놓쳐가며 겨우 봉투를 열어본 그곳에는 작은 메모만이 들어있었다.
“미안해요.”
그녀의 말이 가슴 저 안으로 비처럼 흘러내린다.
내 가슴에 비가 내린다.
나는....나는.....아직 니 사과를 받을 준비가 안 됐어.
난.....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미끄러져가며, 전화번호를 찾았다.
“마 실장님, 저, 신웁니다.”
그녀가 떠났다.
그러나 나는....그녀를 보내지 못했다.
2
그가 나갔다.
그녀와 함께.....
방금 전까지 나와 그토록 뜨거운 숨을 내뱉던 그가......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영 씨와 나가버렸다.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은....아직.....알지 못한다.
아니 알지만,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혼자 남겨진 이 상황을.......
혼자 비적비적 일어나서 얼이 빠진 듯 잠시 앉아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무엇을 했던 걸까.
나는.......
마음은 한 번 움직이기는 힘들어도 한번 움직이고 나면,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이 또한 나라는 사람의 특징이겠지.
이 지긋지긋한 사랑....이젠 이 사랑이 징그럽다.
이젠 정말로 끝내자고 그만큼 다짐을 해도, 나는....그 끝이라는 것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내 스스로 끝을 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부터 스스로 끝을 낼 수 없는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그 사람이 끝이라고 하니, 그것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을 뿐, 내 마음은 여전히 헤매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그가 끝을 내야, 나도 끝이 나는지도 모른다.
그걸 이제야 깨닫고 있다.
혼자서는 끝내지 못하는 마음....
그러나 여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운 마음.....
그리고...지금...내가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은......
휴지로 그의 흔적을 닦아내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옷을 찾아 입으며, 알 수 없는 비참함에 몸을 떨고 있었다.
남겨진 여자로서의 비참함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징글맞은 사랑에 대한 비참함인지도 모른다.
이 어쩔 수 없는 미련이 내게 주는 비정한 비웃음인지도 모르겠다.
문을 닫고 나온 어두운 복도......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그 두 사람을, 사무실에 올라갔을 그 두 사람을 떠올리고 만다.
왜 올라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를 못 믿은 것인가.....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그 두 사람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아마...그라면, 그녀에게 이젠 정직하게 말해줄까....
아니면 다른 말을 할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나는 그의 방으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있었다.
아!!!!!
차라리 올라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의 방, 블라인드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 사이로 서로를 깊게 안고 있는, 그와.....그 여자가.....있었다.
나는 지금 이곳에 무엇을 확인하러 온 것일까.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확인하게 된 것일까.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려 달렸다.
거리로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다리가 스칠 때마다 그의 흔적이 자꾸만 아프게 한다.
이토록 잔인하게 내 온 몸 가득 자신을 새겨놓고서, 그는 지금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모르겠다.
어리석은 내 마음은, 그저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지금.......벌을 받는 중인지도 모른다.
"아니, 젬마, 이게 얼마만이에요?
잘 지내고 있는 거죠?”
원장수녀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찾아 황급히 누른 번호는 원장 수녀님이었다.
따뜻한 원장수녀님의 말씀에, 마치 돌아온 탕자처럼, 나는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누가 보든지 상관이 없었다.
진정 할 수 없는 울음이 나왔다.
그렇게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목 놓아 울고 말았다.
3
“젬마......”
원장 수녀님께서는 그 늦은 밤, 버스정류장까지 나와서 서 계셨다.
내게 어머니는 이분이시다.
하늘이 내려주신 어머니.....
“원장수녀님.......”
그 품에 안겨서 또다시 펑펑 울고야 말았다.
뭐가 그리 서럽다고, 뭘 그리 잘했다고 이렇게 울어대고 있는지....
또 그런 나를 아무 말씀 없이 꼭 안아주시며, 연신 등을 쓸어주신다.
비참하고, 또 비참했다.
처음....도쿄의 그 차가운 바닥보다도, 지금이 더 비참했다.
내가 마치 싸구려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그저 몇 번이나 등을 쓸어주실 뿐이었다.
“젬마 수녀......이제 그만 들어가요.”
“원장 수녀님....전....이제 감히...그 이름을 불릴 수가 없어요.
전...전.....이제 더이상.....수녀가 될 수 없어요.
너무...멀리......너무 많이 와버렸어요.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가 없어요.”
돌아갈 수 없다는....그 말을 입 밖으로 뱉고 나니, 정말로 나는 탕자가 된 기분이었다.
어쩌면 가장 따뜻하고 순결한 곳으로 이제 갈 수 없다는 것이,
이젠 나를 위한 공간이 이 세상에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
나를 서럽게 했다.
벌을 받는지도 모른다.
신과의 약속을 깨뜨린 벌.......
신과의 약속을 함부로 생각한 벌......
그러나 원장수녀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
아까와 똑같이.......등을 쓸어주실 뿐이었다.
“이제 들어가요....젬마....
우리 집은....늘 열려 있어요.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어요.”
돌아올 곳.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곳.
그래도 단 한 곳은 남겨주셨나 보다.
내게 단 하나 기댈 곳을....이곳만은 남겨주셨나 보다.
전화기를 붙든 채, 낯선 거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내게, 원장 수녀님은 단 한 마디만 하셨다.
왜 그러느냐고 묻지도 않으셨다.
“힘들면, 돌아와요. 젬마.....
이곳은 젬마를 위한 집이에요.”
집.....내게 유일한 집....돌아갈 수 있는 집.....
그 말 한 마디에 짐을 쌌는지도 모르겠다.
거제도로 내려가겠다는 말에, 오빠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방을 내어주며, 이것저것 짐을 대신 싸주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오빠가 띄워놓은 인터넷 뉴스 창에 크게 나와 있던 기사를......
그와 아영 씨의 약혼 기사를......
이미 오래 전부터 집안끼리 혼사가 정해져 있다는 그런 기사를......
보고야 말았다.
오빠도......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뭘 기대한 걸까......
짐을 싸고,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나는......도대체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런 청승을 떨고 있는 걸까.
편지지를 꺼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사라지는 건, 내 사랑에 대한, 내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참...웃기게도, 분명 상처받은 건 나인데, 내 사랑의 끝은 미안함이었다.
무엇에 대한....미안함일까.....
모른다.....
여전히 그에 대한 원망이 있다.
그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러나....그 마음 가운데, 그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이제 우리의 사랑을 끝내야 하는 그 미안함....
그것이 그의 잘못이든, 내 잘못이든....상황이 잘못된 것이든......
더 이상 견디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일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그토록 어렵게 써내려갔다.
봉투에 그의 이름을 쓰면서, 하마터면 눈물을 떨어뜨릴 뻔했다.
글씨로 보는 그의 이름....그 이름만으로, 가슴이 쿵 하고 저 아래로 떨어져버리는.....이 미련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또 그 지나감을 위해, 떠나려 한다.
처음 내가 있던 곳으로, 처음 내가 가졌던 마음으로, 처음 순결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도.....
그렇게.....
이토록 다 무너진 채로, 이토록 초라한 모습으로, 이토록 깨어진 모습으로도
돌아올 수 있는 곳, 그곳에서 그 분의 품 안에서 한없이 울었다.
울어서 이 모든 것을 씻어낼 수 있다면, 이 마음을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내 슬픔을, 그렇게 내 밖으로 밀어낸다.
거제도(巨濟島), 많은 사람을 구한다는 이 섬의 이름처럼,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기를......
이 슬픔과, 이 기억과, 이 고통에서 나 또한 건져지기를......
4
동이 튼다.
세상이 조금씩 푸르게 올라온다.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수녀원 밖......작은 오솔길을 걷는 이 시간, 아직은 어둠이 내려앉은 이곳이 조금씩 푸르게 변해 간다.
바람이 불어온다.
새벽의 바람이, 푸름의 바람이, 내 가슴 안, 아직은 아물지 못한 내 기억 너머로 불어온다.
이 새벽......
평화로웠다.
아니, 평화롭다고 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를 보지 않아도 되고, 그 사람을 떠올려도 고통스럽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그리움만 안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다행이다 싶다.
아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곳에 마치 울 것처럼 서 있는 그 남자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평화로운 줄만 알았다.
그렇게 다행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내 이 지겹도록 나를 옭아매는 사랑에서 놓이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곳에 그가 서 있었다.
마치....울 것처럼.....
상처받은 어린 영혼처럼....
그렇게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내 환상....일지도 몰라.
그러기를 바라며,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수녀원 옆 어린이집 안으로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니 달리다시피 뛰었다.
그러나 순간 그의 손이 내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 감각은 확실히 이곳에 그가 왔다는 것을,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시하고 있었다.
환상이 아니라고, 이 사람이 지금 이곳에 있다고....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새벽녘.....
그는 그렇게 내 팔을 잡고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그렇게 내 곁에 온 힘을 다해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도,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나는 팔을 잡힌 채로, 그는 내 팔을 잡은 채로, 그렇게 불안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미녀야....."
한참 만에 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의 목소리는 깊이 잠겨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저 안, 자신의 깊은 고통 속에서 끌어내는 소리 같았다.
아니, 아니다.
고미녀! 정신 차려!
그렇게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아닌가.
그가 고통스럽다고,
내가 떠난 것이 그에게 고통이 될 거라는,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내 이기적인 바람이 아닌가.
가슴에 차갑게 바람이 분다.
그 시린 바람이 더욱 외롭게 한다.
"왜......왔어요?"
“..............”
하아........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한숨만 깊게 뱉고 있었다.
“나, 들어가 봐야 돼요.
아이들 아침도 차려야 되고........”
“왜!”
갑자기 강하게 터져 나온 그의 목소리에 놀라서 그제서야 바라본 그의 얼굴은 절망 그 자체였다.
아이처럼 울 것만 같은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도저히 볼 수 없어서 또다시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너, 왜....여기 있는 거야.....”
“편지.....못 봤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너, 나....죽이고 싶은 거니?”
그 말에 울컥하고야 만다.
이 남자.......이제 정말...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끝....난 거잖아요. 우리 사이.”
“뭐? 끝?
넌! 넌!,.....하아.....끝난 사람과....그럴 수 있다고?
어제 그건 뭐야?
어제 너랑 나는 뭐한 거야?
마음 없이 그냥 욕망만 채운 거야? 그런 거야?”
“.................”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답을 할 수가 없다.
그가 내 두 팔을 잡고, 자신의 앞에 바로 세운다.
“고미녀!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어제...나 혼자 그렇게 들떠서 난리였던 거니?
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야?
그냥 너한테 미치는 남자, 한 번 봐준 거야? 그런 거냐고!!!!”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울컥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고미녀!!!!”
“마음대로.....생각해요.”
“너!! 진짜!!!!! 하아.......”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 때문에, 그의 한숨은 깊어지기만 한다.
난 그저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이 사람에게서, 이 마음에게서 도망가고 싶다.
이제 내 스스로가 감당할 수가 없다.
“나는...나는 미녀야.......
어제 진심이었어.
단순한 욕심으로, 널......대한 거....아니야.
널....함부로 대한 것도 아니야.
혹시......어제.....내가......너무 내 생각만 했다면...미안하다.
그렇지만, 절대로......널.....함부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한 건, 아니야.
내겐.....미녀야......니가......전부야.”
전부라고? 내가?
아니야, 아니잖아.......
“어젠...그래.....하아........내가 성급했어.
미안하다. 그곳에서 그러는 게 아닌데....정말 미안해.
그런데.....그래도...널.....갖고 싶었어.
니가 너무 멀리 있는 거 같아서, 늘 불안해.
다시는 널 못 가질까봐, 내 곁을 떠나버릴까봐, 난....정말 불안해서 죽을 것만 같아.
그래서.....그랬어.
니가 내게서 도망 못 가게, 그렇게 내 여자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싶었어.
나 자신에게도, 너에게도....그렇게 확인하고 싶었어.”
“...................”
“미녀야..........”
그의 고백...늘 나를 설레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그의 고백......
이 뻔한 상황이 고통스럽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떨리게 하는 이 상황이, 나를 자꾸만 화나게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왜 이렇게 변할 줄 모를까.
끝난 거라고, 확실하게 내 마음을 끊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끊어내지도 못하면서, 또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이 마음은 어쩌면 좋을까.....
그 순간, 그의 팔이 나를 끌어당겨, 그의 품안으로 안아버렸다.
가슴 속에서 그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사랑한다. 미녀야. 정말 사랑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결국은 그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뭐야......왜 이제서야 그 말을 하는 거야...왜......
그토록 듣고 싶었을 때는 왜, 그렇게 차가웠던 거야....왜......
“사랑...하아...사랑?”
“미녀야.......”
“당신이 내게 그 말을 감히 할 수 있어요?
사랑이라고?”
“미녀야, 난...단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아니, 그런 말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어.
넌....내 전부야.
갖고 싶은 전부...
너 때문에 살고 싶고, 너 때문에 이러는 거, 모르겠니?”
이 사람은 나 때문이라고 한다.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 해본 적 없는...그 날...그 날도....그는 그렇다고 말할 것인가.
“그 날.....”
“어?”
“당신이 날, 차가운 길바닥에 버렸던 그날......
그 날은......뭐죠?”
“미녀야....그건.....하아...미안하다.
어쩔 수가 없었어.
널....지키고 싶었어. 너와 블루밴드 모두...지키고 싶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그게 아니면, 널 지킬 수가 없.....”
“지킨다고 했어요? 지금?”
“미녀야......”
“뭘 지킨 건데요?
도대체 뭘 지켰죠?
당신이 군에 있던 2년 동안.....난.....죽어가고 있었죠.
도대체 뭘 지켰죠? 그 2년 동안 날.. 지켰다고 말할 건가요?
살고 싶지 않았던 그 순간들을, 당신이 지켰다고, 그렇게 말할 거예요?
다시는 사랑할 수 없게, 다시는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지금, 나를 지켰다고, 말하는 거예요?”
“......미녀야....미안하다......
그 땐....하아.....그 방법밖엔 없었어.
맞아.....나 비겁해. 널 제대로 지키는 법도 몰랐어.
그저, 너랑 블루밴드, 마음껏 음악 할 수 있게,
내가, 우리 아버지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만 바랐어.”
“당신은...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에게....”
“그게.......계약이었어....”
하하.......
어쩔 수 없는 조소가 흘러나온다.
계약......웃음 사이로 또다시 울음이 번져온다.
계약이란다......
음악을 하던 사람이, 삶이 음악이라던 사람이......계약이란다....
“그 대단한 계약, 그래서 제대로 해내고 계신가요?
그 대단한 계약 때문에, 우리를, 아니, 나를 버린 거 아니었어요?”
“그게 아니야!!!
나도.......죽는 줄 알았어.
2년 동안 널 만나면 안 되니까......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연락을 해서도 안 되니까...
그래서.....나도 하루하루가 죽는 것 같았어.
2년 동안, 니 마음이 변할까봐, 다시는 나 같은 인간 보기 싫다고 할까봐.....
나도 미치는 줄 알았다고....
기다려 달라고....난 여전히 널 사랑한다고, 아니, 난 진심으로 평생 너만 사랑한다고...그 말을 전하고 싶었어....
적어도.....하코네의 숲을 기억해주지 않을까....연리지에서 했던 내 고백을 기억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바라고 또 바랐어.”
연리지의 고백.......
길바닥에 버리고 나서, 그 고백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믿으라고 해놓고, 나를 버린 사람을.......
믿음이라는 뿌리를 쳐내버린 사람을.......
내가 어떻게 그 기억을 잡고, 그 고백을 붙들고 믿으라는 말인가.
그 고백은.....그 이후, 내겐 더 상처였다.
“내가 미친놈이란 거 알아. 그렇게 잔인하게 버리고 이렇게 와서 구걸하고 있는 거, 나도 미친 놈인 거, 내가 정신 나간 놈인 것도 알아.
그래도...미녀야..난 니가 아니면 안 돼.
니 앞에 당당하게 서려고, 2년을 돌아서 이제야 이렇게 왔는데.......
너에게 오기 위해서.....그래서 그런 거야.
2년 동안, 니가 나를 잊지 않는다면, 그 때도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허락해주시기로 하셨으니까...
아니, 적어도 블루밴드를 방해하지는 않기로 하셨으니까......
그래서...어쩔 수가 없었어.
그리고, 블루밴드가 데뷔 1달 안에 1위를 한다면, 완전히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도 모르게 조급할 수밖에 없었어.”
하아......
모든 건.....선택이다.
이것이 그의 선택.....
그는 지키기 위해, 버렸다.
나는....그렇게 버려졌다.
도대체 그가 지킨 건 뭐지?
“당신은...아무 것도 지키지 못했어요.”
“뭐?”
“당신은......당신의 아버지에게 졌어요.”
“무슨 소리야?”
“당신은, 나도 지키지 못했고, 우리의 음악도 지키지 못했어요.”
“미녀야, 나는...나는.....”
“당신의 사랑은 그런 거였어요?
혼자 판단하는 것이 사랑이에요?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랬을 뿐이에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지만, 내 눈은 이미 그를 빗기고 있었다.
보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물도, 그의 아픔도, 그의 고통도.....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끝낼 것이다.
“당신은 내게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어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블루밴드에게도 묻지 않았어요. 어떻게 음악을 하면 좋을지....
방송에 나가서, 1위를 하면, 제대로 된 음악을 하는 건가요?
우리가...그런 밴드였던가요?
일본에서 그렇게 활동을 했던 것도, 오로지, 방송에서 1등하고, 돈 잘 벌고, 그런 거였어요?”
“................”
“나는요.......나는....당신을......신과의 약속을 깨고 선택했어요.
내 전부였던 그 분을 배신하면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 거, 왜인지 알아요?
당신은.....나를 꿈꾸게 했어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아니, 열심히 하면, 좋아하는 것도 잘할 수 있다고, 즐기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리고......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믿음을 줬어요.
알아요?
당신이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
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태어나서 감사하다고 고백하게 한 사람이에요.
당신 때문에 .....아니, 당신만 얻을 수 있다면, 내게 일어났던 모든 불행들도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신은 내게 가장 크고 귀한 것을 주시기 위해 시련을 주신 거라고, 그렇게 감사하게 했어요.
당신은....내게....내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한 사람이에요.
그런데....그런 당신이....날...버렸죠.”
날 버렸죠......그 말이 다시금 내게 돌아온다.
내 피를 토해내듯이, 그 말을 그에게 뱉어내고야 말았다.
왜 이 말은.....여전히.....칼날처럼 나를 도려내는 것일까.
왜 아직도 이 말은 이토록 아픈 것일까.
“널....가지고 싶어서....
널 놓치고 싶지 않아서......그랬어.......
너를......정말 지키고.....싶었어...
니 꿈도, 그리고 내 사랑도......그러면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으로 견뎌냈어.”
“아니야.....
당신은 나를, 내 꿈을, 우리 사랑을 지킨 게 아니야.
당신은 내게 물었어야 했어요.
적어도 내게 정직하게 얘기했어야 한다구요.”
“그 땐........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
그게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적어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싶었어.”
“아니에요. 당신은 나를 위한 일을 한 것도, 우리를 위한 일을 한 것도 아니야.
당신은 당신 자신만을 위했을 뿐이야.”
“미녀야!! 그건....아니야....정말...그건 아니야....”
“당신 마음이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우리를 위한다면서, 내게 묻지 않았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했죠.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게 나를....어떻게 만들지, 전혀 감도 못 잡았겠죠.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고.....그렇게 나를....처절하게 버렸죠.....”
“버린 게 아니야!!!”
“버렸어요.
내게 묻지 않고, 나를 위한다고 착각한 것도,
우리를 지킨다면서, 도리어 나를 버린 것도,
이제 나는....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것도.......”
“난...난.....”
“그거 알아요? 강신우씨?
난...여전히 당신 때문에 힘들어요.
너무 많이 힘들어.
당신이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것도 힘들고, 다른 여자를....안고 있는 것도 힘들고.....
당신이 다가와도 힘들고, 당신이 멀어져도 힘들어요.”
“너...혹시..본 거니?
그건 오해야.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아영이도 알아.
그 때문에......”
“나도 알아요.
그냥 그 일은.....그저 눈에 보였던 일일 뿐이에요.
지쳐버린 내 마음을 확인한.......
“무슨....소리야?
너...설마.....”
“내가 정말 힘든 게 뭔 줄 알아요?
이렇게 당신을 잊지 못한다면, 차라리 당신을 받아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돼요. 난...이제...
당신이 무서워요.
당신이 다가와서 사랑한다고....말하는 것도 무서워요.
그러다가...당신은 또...나를 위한다며 떠나버릴 테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내게 묻지도 않고, 나를 위한다면서 당신은 그렇게 나를 또, 버릴 테니까......”
“아니야...다시는 그런 일...없어....정말 다시는....그럴 수가 없어...미녀야....
이제....내가 견딜 수가 없어....내가...살아갈 수가 없어....”
“강신우....당신은.....이미 졌어요.”
“미녀야....”
“당신은......지금....당신 아버지 같아.
혼자 생각하고, 혼자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일하는.....그래서 자꾸.....진실보다는,
세상의 논리에 따라 정당화하고.......
예전엔......당신은 아버지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이젠 아니에요. 당신은.....이제 강현국 회장, 당신 아버지와 똑같아요.”
“............”
다.....쏟아내었다.
내게 담겨 있던 말들......이것으로 이별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진 말로, 내 이별을 고하면 되는 것이다.
남은 아픔은, 오롯이 나 혼자 견뎌내면 되는 것이다.
혼자서, 그가 그리운 밤이면, 추억 속에서 한없이 울면 되는 것이다.
내 가슴을 나 홀로 찢으면 되는 것이다.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아픔들.......
그래도....그가 없었던, 그 2년보다는 낫지 않을까.....
평생 그를 생각하며 평생 그를 그리워하며 살더라도, 그래도 믿지 못하는 그와 불안해하며 살 수는 없는 게 아닐까......
드디어 내 사랑에 이별을 고했다.
마지막 말을 다 토한 채로, 그렇게 서로에게 칼날을 들이대며,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렇게 내 이별에 잘 가라는 인사를 드디어 전했다.
5
아까부터 노래가 울리고 있었다.
몇 번이나 울리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 소리였다.
그 소리가 자꾸 현실을 깨우쳐준다.
그는.....멍하니 서 있을 뿐, 소리가 울리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난....이제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이제 가세요. 전화도 받고....
들어가 봐야 돼요.”
“미녀야, 잠깐만.......”
그의 목소리가 애처롭다.
자꾸....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약해지지 말자....흔들리지 말자.....
이제...이런 마음도 끝내버리자......
또 그의 벨소리가 울린다.
“받아요, 전화.
이 새벽에 전화 온 거 보면, 분명 중요한 걸 거예요.”
멈칫 멈칫 하던 그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 한 걸음씩 걸음을 옮겼다.
그의 목소리로부터 멀어지려는 내 몸짓이었다.
아니, 그의 목소리를 이제 놓아야 하는 내 작은 몸부림이었다.
그러나.....순간......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뭐? 뭐라구요?
어머니가.....위독하시다뇨?
그게 무슨 소립니까?
며칠 전에 통화할 때만 해도......괜찮으셨는데.....”
하아 하아.....
그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덩달아 내 가슴도.....덜컥 내려앉았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하아....하아.....”
그가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지금.....무슨 소립니까!!!
아버지 입에서 어떻게 미녀 이름이 나와요?”
“아무리 그래도......어떻게........”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며, 휴대폰을 쥔 손이, 아래로 축 떨어진다.
무슨 일일까....
아니야..아닐 거야...
멀어졌던 걸음을 달음질쳐서 그에게 달려갔다.
“무슨...일이에요?
어머니께서.......무슨......”
묻는 내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툭....하고 떨어져 내린다.
“가...봐야겠어....
우린.....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미녀야....”
그의 걸음이 비틀대며, 차 있는 쪽으로 향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위태롭다.
저 상태로 운전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 남자.....잠도 못 잤을 텐데....
저 상태로....어떻게.....
모르겠다. 나도 왜 그랬는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가요....”
“아니야...어머니 괜찮으셔.
분명히 며칠 전까지 통화도 했어.
괜찮으실 거야. 잠깐 몸이 조금 안 좋아지신 거야....
그러니까...걱정 마......”
“나, 찾으신 거, 아니에요?
아까 분명히...내 이름......나왔었잖아요.”
그가 나를 잠시...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도 갈게요.
당신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 때문에 가는 거예요.
당신이랑 상관없이, 나와 어머니와의 관계도 있어요.
내가......불안해서......가봐야겠어요.”
하아.....
그는 아무 말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아마 그럴 정신도 없을 것이다.
예전.....도쿄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이렇게 위급하다는 말을 들은 건 아니었다.
지금은....뭔가...달랐다.
그의 목소리도, 전화상으로 급박하게 전해지던 그의 아버지의 목소리도.....
가슴이 자꾸만 불안하게 뛴다.
내가 이런데, 이 남자는....오죽할까......
운전을 하며 앞만 보고 있지만, 그의 눈동자는 너무나 불안하게 흔들린다.
알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어머니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나 부모님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게는....또 다른 의미였다.
좀 더 아프고, 좀 더 슬프고, 애잔한 존재.....
지켜주지 못해서, 더 아픈 존재.....
그에게 여성은....어머니가 아닐까.......
기아를 잡은 그의 손이 덜덜 떨린다.
그것을 숨기려는 듯, 그는 더 힘주어 잡고 있다.
그의 손등에서 파랗게 핏줄이 올라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뭘 해야 할까.....
방금 전까지 우리는 이별을 이야기했다.
그를 향해서 악다구니를 쏟아내며, 그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그런데, 참...인생은 알 수가 없다.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돌아서던 그 바로 다음 순간, 나는 지금 그와 함께 있다.
유예의 시간일 뿐일지라도,
지금 덜덜 떨리는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아니, 그 두려워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다.
사람이니까....사람이라서.....그런 거야......
내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그의 손만큼이나, 조금은 떨리는 내 손을 그의 힘줄이 돋아나 있는 손 위로 가만히 올렸다.
아.......
그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나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아무 말 없이 손으로 그의 손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 순간, 그가 내 손을 잡아 왔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그렇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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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8회의 제목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마지막에 나왔던 말을 가지고 왔습니다.
원래 문구는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였던 거 같아요.
정확하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말이었네요.
2.
이번 회, 참...오래 썼습니다.
자투리 시간, 짬짬이 부분 부분 쓰느라, 전체가 연결이 될지 걱정도 되네요.
온전히 빠져서 한 번에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시간 될 때, 30분씩, 그렇게 짜투리 시간에 조금씩 써둔 조각들을 이어보면 예상 밖의 글이 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고,
감정선이 달라지기도 하는 듯해서, 다시 엎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더, 글 쓰는 게 어려워지는 듯도 합니다.
앞의 이야기와 같이 가야 하다보니, 다시 복습을 하고, 확인하고, 그러다보면, 쓰는 시간보다 복습하며 확인하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는 듯합니다.
한참을 기다리셨을 텐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3.
신우 이야기 시놉은 3년 전부터 써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 부분도, 아주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혹시.....읽으시고 마음 아프실까봐....걱정이 됩니다.
위로를 전하고 싶어도, 위로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늘...걱정하며,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섣부른 위로가 더 아프게 해드릴까봐, 감히 어떤 말씀도 못 드리는, 제 부족함을 용서하시길......
얼마 전,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분을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천상의 자리로 보내드린.....나의 오랜 지인님께......
혹시 이 글을 읽으신다면, 이 이야기가 아픔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늘 기도합니다.(__)
4.
여전히 잊지 않고 읽어주시는 님들....정말 감사합니다.
뒤로 갈수록 많이 허접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니, 그저 너그러이 봐주시길.......(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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