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59 - 삶이라는 기적 (전체 공개 버전)

그랑블루08 2013. 7. 7. 06:37

신우 이야기 59 - 삶이라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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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 CNBLUE

창가에 흐르는 빗물에 숨겨놓은 그댈 떠올리고
가슴에 흐르는 눈물로 그대를 지워보곤 하죠
이 소리를 듣고 있죠 비를 좋아하던 그대도
나를 기억하나요 비가오면 나는 그댈 그려요

# 사랑은 비를 타고 내려 추억은 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소리에 또 그댈 떠올려요
눈물은 비를 타고 내려 기억은 비를 타고 흘러
굳은 가슴 적셔 놓고 떠나가네요 비를 타고

그댄 비를 보면 비를 닮아 슬퍼진다고 말했죠
우리의 사랑도 이젠 비를 닮아 버린 얘기이죠
그댄 떠나갔어도 나를 기억해줘요 (나를 기억해줘요)
그리움이 많아서 차오를 때 비가 부를 테니까

#

나를 잊었더라도 (나를 잊었더라도)
다시 기억해줘요 (다시 기억해줘요)
그리움이 많아서 차오를 때 비가 부를 테니까

#’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어디서든 웃고 있기를
비를 닮아 슬픈 사랑 그만 하기를
이것만은 잊지 말아요 그댈 사랑하는 바램이
비를 타고 그대 곁에 내릴 테니까

#


가사 출처 : Daum뮤직

 

 

 

 

 

1

 

 

 

“어머니는요?”

 

“지금 중환자실로 옮겼다.”

 

“도대체 갑자기 어떻게 되신 건데요?

분명 저번 주에 통화했을 때도 괜찮으셨는데......”

 

“니 엄마가 원했다.”

 

“뭐를요?”

 

“네게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 니 엄마가.....”

 

“그러면 그 전부터!!!!!”

 

“그래.....대상포진이 왔는데 몸이 급격히 약해졌다.

멀쩡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거의 면역력이 없는 네 엄마는....그걸 견뎌내기가....”

 

“그럼 그거 때문에?”

 

“아니. 그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폐렴 합병증까지 와서......

의사들은 환자 몸이 더 견디지 못할 거라고 하더구나.”

 

나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으며 머리를 쥐었다.

 

“말씀하셨어야죠?

저한테 미리 얘기를 했었어야죠..

그랬으면...그랬으면.....”

 

“그랬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아니요. 있습니다.

그랬으면 적어도 어머니와의 시간은 더 있었겠죠.

이렇게 갑자기......이렇게 급하게......보내드리지는 않아도.....

아직.....준비도 안 됐는데. 어떻게........”

 

그래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정말 아무 것도......

난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이 어리석은 나는, 도대체.......

 

 

 

 

 

2

 

 

 

 

 

그저 기다리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술을 할 수도, 다른 어떤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것뿐......

중환자실에서 나오시길....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고비라 했다.

오늘이.......

그 무엇이라도 잡고 싶었다.

그 누구라도 어머니를 살려줄 수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잡고 싶었다.

나는.....왜 이리 어리석은 것일까.....

뭐가 그리 중요했단 말인가......

 

그만큼 울었으면 이젠 마를 만도 한데, 여전히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아직 어머니를 보내드릴 수가 없다.

나는, 아직 그럴 수가 없다.

 

하아.......

 

그 순간이었다.

따뜻한 손이 나를 잡아 왔다.

내 곁에서 조용히 있어주는 그녀.....였다.

내 손을 잡고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그녀의 신께 기도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머니가 믿는 그 신에게, 그녀가 믿는 그 신에게 나도.....빌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제발 내게 기회를 달라고......

이대로 어머니를 데리고 가지 말아달라고......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그렇게 믿지도 않는 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들렸다.

꺽꺽거리는 소리가 복도를 울리도록 나는, 그렇게 대성통곡을 했다.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마치 신의 손이라도 되는 양, 나는 그 손을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그녀가 안았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두드리는 있었다.

 

“기도는......함부로 땅에 떨어지지 않아요.

간절한 기도는, 반드시 들으실 거예요.

함부로 버려지지 않아요.”

 

그녀의 위로 앞에서 나는 아이처럼 그저 울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 기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내 기도를 저 위의 누군가가 들어주시기를.....

그녀의 신이 나를 가엽게 여기시기를.....

애끓는 심정으로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도 먹고 오너라.”

 

하루가 그렇게 가버렸다.

아버지는 꼼짝도 않고 중환자실 앞에 앉아있는 내게 밥이라도 먹고 오라며 채근을 하신다.

난 그저 고개만 흔들었다.

 

“고미녀 양이, 이 녀석 좀 데리고 가서 먹이고 오지.”

 

“됐습니다. 전.......”

 

아버지는 몇 번 얘기를 해도 안 되자, 포기를 하신 듯 다시 복도 끝으로 걸어가셨다.

 

“미녀야, 넌.....뭐 좀 먹어야지.

너도 오늘 아무 것도 못 먹었잖아.”

 

“신우 형도.....못 먹었잖아요.”

 

“난....난......하아.....도저히 아무 것도 못 먹겠어.”

 

“나도....그래요.”

 

“미녀야.......”

 

“하루 안 먹는다고, 안 죽어요.

나 예전에 수녀원에서 3일 금식도 했어요.

그러니까.....괜찮아요.

신우 형 마음 편한 대로 해요.

같이.....있을게요.”

 

아니라고, 넌 어서 가서 먹고 와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조차 떼지지 않았다.

아니, 고마웠다. 그녀가 내 곁에 있는 게 안심이 되었다.

내 곁에서 이렇게 기도를 해주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의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으실까......

그녀는 신의 사람이니까....그래도 들어주시지 않으실까......

그런 막연한 기대마저 되었다.

나라는 인간이, 순결한 이 사람을 더럽혀 놓고서도, 나는 이 와중에도 그녀를 통해서 내 이익만 취하려 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이기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사셨으면 좋겠다.

제발 내게 기회가 단 한 번만 오기를.......

어머니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으니까......

이 어리석은 인간에게 아주 작은 기회만이라도 오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3

 

 

 

 

그렇게 밤이 오고, 그렇게 새벽이 왔다.

또다시 여명이 밝아오고 아침이 왔을 때, 중환자실에서 의사가 나와서 보호자를 찾았다.

 

“저, 여기 있습니다.”

 

“환자와 어떤 관계시죠?”

 

“아..들...입니다.”

 

“지금......위험한 고비는 넘기셨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러면 괜찮아지시는 겁니까?”

 

“그건....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단 고비만 넘기셨을 뿐입니다.

한 번 더 쇼크가 온다면,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해야 하는 겁니까......”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지요.

그리고 지금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으니, 잠시 만나 보셔도 좋습니다.”

 

“예?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예. 그러나 각오하고 가셔야 할 겁니다.

보통 임종 전, 마지막으로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인 듯도 한데, 이번 경우는 저도 확신을 못하겠습니다.

어쨌든,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는 것일 수 있으니, 못했던 말씀, 꼭 해드리고 싶었던 말씀, 꼭 해드리도록 하세요.

평생....후회되지 않도록.......”

 

 

평생 후회되지 않도록........

그 말이 가슴을 쿵쿵 쳐대고 있었다.

 

 

 

중환자실 안,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막 벗기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 어머니의 손이 희미하게 들렸다.

입을 움찍거리시는 모습에 나는 어머니를 그대로 안아드렸다.

너무나 마르신 어머니의 몸이, 자꾸만 가슴을 아프게 쳐댔다.

 

“신....우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약하게 내 귓가로 울렸다.

 

“어머니...어머니.....”

 

“.....했..다.....”

 

어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데, 잘 들리지가 않는다.

귀를 더 가까이 대자 어머니의 말씀이 들렸다.

어머니의 말씀은 바로 이거였다.

 

“고....생했다....내 아들....”

 

그 때였다.

미친 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존재의 위로.....

그리고 그 위로를 다시는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것이었을지 모른다.

 

“수고....했어......”

 

이 고단한 싸움에 대한 어머니의 위로는 내 가슴을 정통으로 갈라버렸다.

 

“......어머니..........”

 

눈물을 툭툭 흘리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그 힘없는 손으로 어떻게든 내 손을 붙잡으려 애쓰셨다.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들이 이 모양이라...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야...신우야, 넌 내...최고의...아들이야....

고마워...내 아들로...태어나줘서....행복했다...정말....”

 

“어머니.....”

 

오열이었다.

속에서 다 터져버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터져버렸다.

 

“다 알아......

니가 최선을....다하고 있다는 거......다 알고 있어.....

신우야....앞으로는.....이기적으로 살아도 돼.

그리고 '함께'의 힘을 믿어라......

사랑하니까...떠나는 게 아니야. 사랑하니까....함께 하는 거야.

이제는.....혼자서 참고, 혼자서 아파하고, 혼자서 배려하고, 그러지 말고....

같이 참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배려하면 돼......그게 사랑이야.....”

 

힘겹게 어머니는 자신의 숨을 참으며 내게 말씀을 전하고 있었다.

내게 자신의 전 인생을 담아 조언하고 계셨다.

 

“더 이상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아직은 호흡이 불규칙하셔서........”

 

간호사가 어머니께 다시 산소호흡기를 씌웠다.

 

어머니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수고했다고, 힘들었다고......

그러니.....이제 내 사랑을 믿고 붙들고 살라고.........

 

어머니의 위로가......내 심장을 갈랐다.

이 어리석은 아들을, 어머니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위로하고 계셨다.

수고했다......

 

그 말이.......정말로 위로가 되었다.

내 모든 힘듦을 다 아시는 어머니의 위로가 전심으로 내 상처를 보듬고 있었다.

 

신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기적과 같은 복은, 나의 어머니였다.

그것을 이 어리석은 아들은......당신의 마지막 앞에서야 겨우 깨닫고 있었다.

 

 

 

 

 

4

 

 

 

 

 

“어머니, 괜찮으세요?”

 

그가 중환자실에서 나오자,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머니께서 괜찮으신 건지, 이제 고비는 넘기신 건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대고 있었다.

 

“밥, 먹으러 가자.”

 

“네?”

 

그의 말은 의외였다.

어제까진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던 이 사람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잘못 들었나 싶어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는 내 손을 잡고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뭐, 먹을래?”

 

“신우 형......”

 

“우리....죽 먹어야겠지?

아무래도 속이 비었으니까......

죽, 먹어도 괜찮겠어?”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식당 한 구석에 나를 앉히고, 혼자서 식판에 죽을 받아 왔다.

내 맞은편에 앉겠지 싶었던 그가 내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 신우 형......”

 

“나, 이제 못 떨어지겠다.”

 

“네?”

 

“먹자.......”

 

“신우 형........”

 

“내가 먹여 줘?”

 

“예? 아, 아니요. 제가 먹을게요.”

 

그의 말에 놀라서 황급히 숟가락질을 했다.

그런 내게 그는 반찬을 숟가락 위에 올려주며, 계속해서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제가...먹을게요. 신우 형, 먹어요.”

 

“그냥.....내버려둬.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죽을 먹고 있었다.

그가 올려주는 반찬을 받아 먹으며, 같이 식사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미녀야.......”

 

“네?”

 

“고마워.........”

 

“...................”

 

“기도해 줘서.......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고마워.......”

 

그의 목소리가 잠기는 듯, 메는 듯 했지만, 모르는 체 했다.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둘 다 지금 위로의 밥상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별 일 아닌 일에, 뭘 그리 애태우며, 가슴 아파하며 살아왔는지......

인생이라는 거대한 물줄기 앞에서 그저 겸허히 이 순간을 감사히 받아들이고만 있었다.

 

 

 

 

 

5

 

 

 

 

그렇게 병원에서 또 하루가 지났다.

병원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자며 그도 나도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

그 다음 날 오후.......어머니는 드디어 일반 병실로 옮기시게 됐다.

산소 호흡기도 일단 떼기로 하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오신 간병인이 계셔서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 때 간병인이 나오셔서 나를 찾았다.

 

“고미녀 씨, 잠깐 들어오시겠어요? 환자분이 찾으세요.”

 

“네? 네......”

 

신우 형을 슬쩍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머니는 수척한 얼굴로 누워계셨다.

내가 들어서자, 간병인에게 등을 세워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간병인은 침대 등받이를 조금 세워주고는 이야기를 나누라며 바로 나가셨다.

 

 

“어머니.........”

 

어머니는 그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그러면서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기운은 없으신 듯했지만, 눈빛만은 반짝이고 있으셨다.

 

“꼭, 미녀 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

 

“네. 어머니. 하세요.”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요.

나, 이제......어떻게 될 지 몰라서, 이게 마지막일 수 있어서,

어쩌면 미녀 씨 상처 줄지도 몰라요.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괜찮아요. 어머니, 다...들을게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내 말에 조금은 안심하신 듯, 한숨을 깊게 내쉬셨다.

 

“미녀 씨.....미녀 씨는 지금 이제야 드디어 신우 진짜 모습을 보고 있어요.

열 살짜리 상처받은 아이의 모습을 진짜 제대로 보고 있는 거예요.

신우 자신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이 아직도 열 살짜리로 살고 있었는지.....자신도 몰랐을 거예요.

지금....신우를 봐요.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모습을.....

왜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신우는........그렇게 길들여 진 거예요.

남들은 말하겠죠.

이제 다큰 성인 남자가, 왜 그리 아버지에게 질질 끌려 가느냐고.....

신우를 비난하겠죠.

그런데...그런데 미녀 씨.....

그건 신우 잘못이 아니에요.

그건.......그 모든 건......내 죄예요.

나 때문에......신우가 그렇게 된 거예요.

한 번도 거역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신우는 그렇게 커왔어요.

아니, 아니에요.

신우는......열 살짜리 그대로 멈춰 있었어요.”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걸까......

그저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긴장한 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게는 큰 산 같던 그를, 어머니는, 아이라 말씀하셨다.

그것도 열 살짜리....아이라고.......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고 계셨다.

 

“미녀 씨가 사랑하는, 아니.....사랑했던 신우는 어떤 신우죠?

한 없이 참아주고, 한 없이 받아주던 그런 신우인가요?

주기만 하는 사랑을 하던 그런 신우....아니에요?

그게....진짜 신우라 생각해요?”

 

“네? 무슨....말씀이신지....잘...모르겠어요. 어머니.....”

 

진짜 신우 형의 모습......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모습이 맞다.

내가 사랑했던, 여전히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그의 모습은 그랬다.

나에 대해 한 없이 참아주고 받아주던 그런 남자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상한 말씀을 하고 계셨다.

 

“난....지금......신우 엄마로 얘기하고 있어요.

미녀 씨가....욕해도....할 수 없어요.

난....지금 신우 엄마예요.

미녀 씨가 상처받는 거, 미녀 씨의 입장, 전부 무시하고 얘기할 거예요.

 

미녀 씨는........사랑을 받기만 할 거예요?

그래서 그 받는 사랑이 사라지면, 그만 둘 거예요?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랑만 할 거예요?

그렇게 좋은 것만 보이는 사랑이 있어요?

그게 사랑이에요?

알고 봤더니, 신우가 열 살짜리라서....

완전히 아이 같아서,

아버지에게 꼼짝도 못하는 어린애라서,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판단도 못해서,

그렇게 실수만 해대고 있어서,

그래서.....미녀 씨는 신우를....버릴 건가요?

그럴 거예요?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니까.....

내가 기댈 수 없으니까.......

그래서.......신우를....버릴 거예요?”

 

아......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아 버렸다.

사랑을 받기만 할 거냐는 그 말씀......

좋은 것만 보는 게 사랑이냐는 그 말씀이.....

날카롭게 내 심장을 쪼개듯이 꽂혀 버렸다.

그랬나...나는 받는 사랑만을 해왔던 걸까....

그의 아픔은 보려하지 않았던 걸까.....

내가 받을 수 없으니, 그에게 기댈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떠나려는 것일까....

내 사랑은 이토록 이기적인 것일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러나 어머니의 말씀은 계속되었다.

 

“한 가지 더 얘기할 게 있어요.

미녀 씨가 예전에 이곳에 와서 버림받았다며 울었을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고 있죠?

사랑.......끝까지 스스로 정정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그거....솔직히 말할게요.

미녀 씨를 위한 마음도 있었어요.

분명....그랬어요.

그런데......그런데 나도 사람이에요.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내 마음 한 구석에는......미녀 씨가....쉽게 우리 신우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약할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테니까......

그래서.....우리 신우를 포기할까봐.....

그래서 더 그렇게 말했어요.

난....알고 있었으니까요.

신우가.....미녀 씨에게 어떤 마음인지.....

난....어떤 순간에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우리 신우를 위해....미녀 씨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 마음도...분명 있었어요.

미녀 씨가 우리 신우를 포기하지 않기를.......

철저하게 신우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그래서 미워하더라도 잊지 않길...바랐어요.

나....그렇게 이기적인 인간이에요.

내 아들밖에 모르는....아주 이기적인 인간......

그러니까......날......욕해도 좋아요.”

 

뭔가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아니, 뭔가 심장을, 내 가슴을 쪼개고 지나간다.

어머니께서는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왜 이렇게 잔인한 말씀을 하시는 걸까.

왜 이기적이라고 하시는 걸까......

 

눈물이 자꾸만 툭툭 떨어진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다.

 

“어머니....정말.....무서운....분이세요.”

 

“알아요.”

 

“전...전......”

 

“미녀 씨....날 욕해요. 내가 나쁜 인간이에요.

그러니까.....미녀 씨....우리 신우 곁에....있어 줘요.”

 

“어머니.......”

 

어머니의 손이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어머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내가 가면.......우리 아이 곁에......아무도 없어요.

부탁이에요. 미녀 씨.......미녀 씨가......있어줘요.

상처 입은 치유자로.....미녀 씨가 내 아이, 우리 신우를 위로해 줘요.

우리 신우, 포기하지 말아요. 미녀 씨.......

그 아이 곁에 있어줘요. 부탁이에요.”

 

상처 입은 치유자.......

내가 받은 상처는 그 이유가 있다 하셨던 말씀.....

내게 그 치유자의 삶을 명령처럼 내리고 계셨다.

 

 

 

 

 

 

6

 

 

 

 

“미녀야.......”

 

엉엉 울면서 나온 나를 그는 꽉 껴안아 주었다.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그저 내 어깨를,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어머니께서 잘못 아셨다.

그는 여전히 나를 기대게 해주었다.

그는 여전히 내가 든든히 기댈 수 있는 어깨였다.

 

어느 정도 내가 진정이 되자, 그는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어디, 가는 거예요?”

 

“좀......쉬자. 우리도......”

 

“어머니는요......”

 

“괜찮으실 거야. 간병인 아주머니도 계시고.......

이제 한 고비 넘겼으니까......”

 

그는 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의 집이었다.

처음으로 와 본 그의 집........

 

“아버진....안 들어오실 거야.

내가 집에 와 있는 동안은 아버지께서 병원에 있기로 하셨으니까......

아버지랑 나랑 계속 번갈아 가며 있을 거야.

그러니까.....걱정 안 해도 돼.”

 

그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가 나를 이층으로 데리고 갔다.

 

“좀 씻어. 여긴 내 방이니까 신경 안 쓰고 씻어도 돼.

난 1층에서 씻을게.

갈아입을 옷은 내 셔츠밖에 없어서.......”

 

“다른 분들은 없으세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계시긴 한데, 곧 가실 거야.

신경 쓰지 마.”

 

샤워라도 하고 나오니, 피로감이 확실히 덜했다.

씻고 나오니 이미 해가 져 있었다.

그의 바지는 너무 커서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다.

그의 셔츠가 워낙 길어서 미니 원피스 정도는 되는 듯했다.

아무도 없다는 말에 그의 셔츠만 걸치고 조심 조심 계단을 내려오니

그는 이미 씻은 듯, 부엌에서 뭔가를 차리고 있었다.

 

이미 식탁에는 방금 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아주머니께 부탁해놨어. 상 좀 차려달라고.

근데, 뭘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와?”

 

“아, 저......혹시 누가 계신가 해서요......”

 

“아무도 없어. 이리 와서 앉아. 밥 먹자.”

 

그는 내 손을 잡고 의자에 앉히고 자신도 바로 옆에 앉았다.

아까까진 식욕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맡는 집밥 냄새에 금세 군침이 돌았다.

그렇게 말도 없이 정신없이 밥을 먹어대고 있는데, 문득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왜요?”

 

“그냥......”

 

“네?”

 

의아한 듯 보는 내게 그가 웃더니 내 볼을 쓰다듬는다.

 

“이뻐서.......”

 

순간 얼굴이 확하고 붉어졌다.

그의 눈을 피해서 또다시 입 안으로 밥을 퍼넣기만 했다.

그가 웃는 것 같았지만, 도저히 그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그저 밥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그가 자신이 치우겠다며, 내게는 세면 도구를 쥐어주었다.

뭔가 미안해서 뻘줌해 하고 있으니, 그는 쉬라며 또다시 2층으로 밀어내었다.

 

그의 말대로 이를 닦고 2층 그의 방 안을 돌아보았다.

그가 커왔을 이 방.......

이상하게 마음이 짠해졌다.

혼자서 견뎌내었을 그의 시간들이 느껴졌다.

늘 외로웠을, 그 어린 나이에 책임이란 걸 배워버린 열 살의 소년이, 아팠다.

세상엔 나만 아픈 건 아닌가 보다.

그렇게 자기 무게만큼, 자신의 짐을 이렇게 다들 살아가고 있나 보다.

그의 방에서 그의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그가 방으로 들어왔다.

 

“신우 형......”

 

“뭐하고 있었어?”

 

“네? 아....그냥....둘러보고 있었어요.”

 

“그래? 별로 볼 거 없는데.......”

 

“어렸을 때부터 계속 이 방에서 생활했었어요?”

 

“응.......왜?”

 

“그냥요.......신우 형.....어렸을 때....어땠을까 싶어서요.”

 

“나? 그냥...그랬어. 말 없고, 늘....어둡고, 차갑고.......”

 

놀란 듯 그를 보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왜? 놀랐어?”

 

“아니.....저......”

 

“나, 원래 그랬어. 미녀야.....

너 만나기 전까지.....난 심장이라는 게 없는 놈이었어.

얼어붙어 있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그런 놈이었어.

나라는 놈은, 널 만나서 바뀐 거야.”

 

그의 눈이 따뜻하게, 그러면서도 뜨겁게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는 나를 그가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하아......

 

그의 한숨이 깊었다.

 

“여기서 자.

내가 나가서 잘게.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자.

내일.....데려다 줄게.”

 

“더.....있을게요.”

 

“뭐?”

 

“신우 형이랑 같이....더 있을게요. 나.......”

 

“미녀야.......”

 

그는 그저 나를 품에 꽉 안고 있기만 했다.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도 어쩌면 기댈 어깨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버틸 수 있게, 위로해 줄 어깨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나를 꽉 끌어안더니, 그대로 놓아주었다.

 

“쉬어......”

 

“네....신우 형도......자요.”

 

“그래.......”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던 그가 한 마디 덧붙였다.

 

“미녀야.”

 

“네?”

 

“문 잠그고 자.”

 

그의 말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그와 나밖에 없다.

그는 지금 던진 말의 의미는 나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의 반증이었다.

 

그의 말대로 문을 잠갔다.

그렇게 밤이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침대......

비록 요즘은 자주 내려오진 않았겠지만, 그의 침대에 누운 것만으로도 잠이 오지 않았다.

열 살짜리 소년이 겪었을 일들이 자꾸만 가슴을 짠하게 만들어 왔다.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물이라도 마셔야겠다 싶어서 살금살금 내려갔다.

어두워서 벽을 더듬으며, 부엌을 찾아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아쥐었다.

 

아!

 

놀라 소리를 지르는 내게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왜, 내려왔어......”

 

“아....저....물...물 마시려고요.”

 

그는 내 말에 미등을 켜더니,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나는 황급히 물을 마셨다.

 

“저...그럼...먼저 올라갈게요.

신우 형도 어서 주무세요.”

 

내 말에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불을 등지고 있어서 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컵을 식탁에 내려놓고, 돌아섰다.

아니 그렇게 돌아서서 올라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의 손이 내 팔을 잡아 당겨 그대로 자신의 품으로 안아버렸다.

 

“시...신우 형......”

 

그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내려오지.....말았어야 했어......”

 

“신우...형!”

 

“난....분명히 경고했다. 어긴 건, 너야.”

 

“신...흡!”

 

그의 입술이 그대로 내 입술로 밀려왔다.

거칠게, 뜨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의 혀가 너무나 뜨겁게 내 혀를 감싸 안고 얽혀 들었다.

미친 듯이 입을 맞춰 오던 그가 내 목을 핥기 시작했다.

미칠 것같은 감각들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그가 식탁 의자에 앉으며, 나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생략)

 

 

 

하아.....

 

어쩔 수 없이 색스러운 음성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참을 수가 없었다.

 

(삭제)

 

미등 사이로 그의 뜨거운 눈빛이 보였다.

 

(삭제)

 

 

감당이 되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신이 태초에 인간에게 내리신......그런...감각의 향연이었다.

 

그의 목을 붙잡고, 흐느꼈다.

 

(삭제)

 

그도 나도, 서로를 꼭 부둥켜 안고만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만 있었다.

 

한숨을 쉬던 그가.....나를 안은 그대로 일어났다.

 

“시..신우..형....?”

 

그는 내게 깊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

 

우리의 밤은.....그 태초의 밤은......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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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이야기>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 한 회 남았네요.

 

사실.....신우를 위로하는 어머니의 말씀.....

저 말씀은.....마감해야 하는 날 밤...

그 다음날 아침 마감이 있는데, 그렇게 달리던 날 밤,

미친 듯이 떠올라서 썼던 장면입니다.

 

이걸 쓰다가 정말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아침까지 마감해야 해서 밤을 며칠 째 새고 있는데, 이 장면이 떠올라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지요.

그래서 무작정 쓰기 시작했답니다. 그 밤, 그 새벽에, 아침 마감을 앞두고도 이 글을 썼다지요.

그러면서...저는 정말로 신우처럼 울고 말았습니다.

수고했다는 저 말씀에, 제가 위로를 받아서....엄청나게 대성통곡을 했다지요.

 

또 신우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 장면은 46회의 장면이었습니다.

46회를 다시 보며,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또 울고 말았습니다.

신우 이야기는 제게 치유입니다. 여전히......

여전히 위로이자, 치유.......나를 위로하는, 내 어깨를 다독이는 손길......

 

이번 편, 쓰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편, 쓰면서 참 큰 위로를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46회의 장면을 복습하시면, 이번 회 보시기가 좋을 듯합니다.

 

완전히 밤을 새고 적었네요.

 

여전히 제겐 “상처 입은 치유자”가 위로입니다.

여전히 울컥대게 만드는 말입니다.

 

오늘도...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