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43 -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전체버전)

그랑블루08 2013. 8. 3. 16:01

<신우 이야기> 43.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102

 


I'm In Love (Piano RMX) - Ra.D

verse1

사실은 첨봤을 때부터 그댈 좋아했다고
말하기가 내겐 참 어려웠던거죠
먼저 다가서지않으면 그댈 놓칠까봐
편지를 쓰고 또 작은 선물을 준비했죠
깊어지면 상처뿐일거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건 사실이지만
간절한 맘으로 기도하고 바랬던 사람이
그대라고 난 믿어


hook

Oh~ I`m in love Oh~ I`m fall in love
어쩔수 없네요 내맘을 숨기기엔
그대는 너무 아름답죠


verse2

I thought I never gonna fall in love
But I'm in love
Cuz I wanna love you baby
사실은 처음 봤을때부터
내 맘 속으로부터
그댄 파도처럼 밀려들어
온통 하루종일 그대만 떠올라
I can be a good lover
wanna be a 네잎 클로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요
그댄 gotta believe me
make it never gonna leave me
약속따윈 안 할래요
그냥 보여줄게요


hook

Oh~ I`m in love Oh~ I`m fall in love
어쩔수 없네요 내맘을 숨기기엔
그대는 너무 아름답죠


Oh~ I`m in love I`m so deep in love Oh~ I`m fall in love
어쩔수가 없네요 내맘을 숨기기엔
그대는 너무 아름답죠

그대는 너무 아름답죠

가사 출처 : Daum뮤직

 

 




오랫동안 나는

이제 곧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방해물들과

급하게 해치워야 할 사소한 일들이 있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일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끝내고 나면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해물들과 사소한 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e Souza) -



 



1.





“미녀야......절대로 잊지마.

 난......어떤 상황에서도 널.....떠나지 않아.

 난.......늘......니 옆에 있을 거야.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난.....저 나무와 같을 거야.

 그러니까......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고, 상처투성이가 된다고 해도,

 절대로.......잊지마.

 내 심장은, 내 영혼은.....늘......고미녀......곁에 있을 거야.”


“기억할게요. 꼭.....오늘을......이곳을, 저 나무를.....기억할게요.

 흔들릴 때마다, 힘들 때마다

 꼭.......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게요.

 당신의 마음이 이곳에 있고, 내 마음이 이곳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반드시 기억할게요.”


그의 눈이 서서히 웃음을 띤다.

눈으로 웃는 사람.

마음으로 웃을 때면 눈이 먼저 웃어서 눈가 쪽으로 작은 주름들이 생기는 사람.

눈으로 웃는 이 사람이 좋아서,

이 사람의 온화한 표정이 좋아서,

가슴이 저려온다.

이 사람이라는 존재 하나가 잊고 싶지 않은 풍경 속에 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마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몰랐으리라.

찰나의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그것이 도리어 가슴을 뻐근하게 한다는 것을.

추호도 몰랐으리라.

행복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이토록 시간이 아깝고, 이 순간 순간들을 잡아두고 싶다는 걸.....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이토록 가슴 아픈 일이 된다는 것을.....

난......추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까....그 분이 맹세 같은 걸 하라고 하셨지?

 그럼....해 볼까?”


그의 목소리는 다시 웃음기가 묻어 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e Souza)”


갑자기 뭔가 싶었더니 누군가의 이름이 나오자 그가 시를 읊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예요?”


“들어본 거...같지 않아?”


“음.....들어본 거 같긴 하지만.......잘 모르겠어요.

 근데......참....좋네요.”


“삼순이 안 봤어? 나름 국민드라마였잖아.”


“아........사실...전...드라마를 거의 못 봤어요.

 그래서......학교 다닐 때, 반 애들이랑 할 말이 없었어요.”


또또...저 눈빛이다.


“잠깐!!! 저 괜찮았거든요?

 그러니까....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내가 뭘?”


“아니....괜찮다구요. 저.

 늘.....씩씩하게 살았다구요.

 그러니까.....그렇게.....안 돼 할 필요 없어요.”


“풋...... 고미녀!
누구를 안 됐다고 생각할 만큼......내가 그럴 형편은 못 돼.

 그러고 보니, 이 시....정말 우리한테 어울린다.“


그런 것 같다.

우리에게 어울린다.

늘 상처받고, 늘 주위에 신경 쓰며 살아온 우리에게......

그리고 

늘 어서 이 생이 끝나기만을 바라온 나에게.......

어울리는 시인 것 같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실은 이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시야.

 알지? 우리 어머니.......시를 늘 읊으며 사신다는 거......미녀도 알거야.

 류시화씨라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쓰신 분.....

 그 분이 엮은 시집 제목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야.”


“네........”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때는, 그저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시인가 보다 했는데

 지금은 또 다르네.

 모든 사람에게는.......‘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는 거 같아.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든, 아니면....가족 간의 사랑이든.......

 어떤 사랑이든, 인간이 살아가는 곳에는 늘 있겠지.

 그러니....사랑이 있는 어느 곳에나 상처는 늘 같이 가는 것 같아.

 그런데....그 상처들이 자꾸.......내 사랑을 방해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해.”


“신우 오빠........”


상처.....

그가 처음으로 ‘상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에게서 온전한 사랑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는 자신의 상처가 사랑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상처는 내게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문제는 내게만 해당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걸 다 퍼주는 이 사람에게도 무언가가 가득 자리잡고 있다.


부모님의 문제는......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라는 감정만 배우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이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한다.


“처음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 부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이라는 부분이 더 좋아.

 이 말 하나에 사랑도 일도 하루하루의 삶도 다 들어 있는 거 같거든.

 이 말 속에서는 ‘사랑’도 오늘 하루의 삶인 것 같아.

 그러니까......우리도.....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살자. 알았지?”


“네.”


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내 모습이 그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를 지금 괴롭히고 있는 일이 무언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여기에 함께 있으니까........

그것으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기를.......그렇게 기도한다.


“있지. 미녀야. 어렸을 때......<알라딘>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었어.”


“아...저도 그건 알아요.

 지니 나오는 거.........”


“어, 아네?”


“그건......수녀님이 원에서 가끔 비디오로 틀어주셨어요.”


“그랬구나. 혹시...그럼 알라딘이 처음 자스민의 손을 잡으면서 하는 말....

 기억해?”


“네? 아.....그건.....”


“Do you trust me?”


“예?”


갑자기 믿냐니? 무슨 소리지?


“Do you trust me?”


그는 내 앞에 손을 내밀며 같은 말을 던진다.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갑자기 한 장면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알라딘이 자스민 공주에게 했던 말......

Do you trust me?


아....그래....그 장면이었다.

자신을 믿냐며 손을 내밀던 알라딘......

그러면서 알라딘과 자스민이 공중에서 뛰어내렸던 것 같다.

근데 그가 왜 내게 지금 이렇게 묻는 거지?


“대답해야지!”


여전히 그는 내게 손을 내밀며 진지하게 묻고 있다.


“네. 믿어요.”


그런 그의 손을 잡으며 자스민처럼 대답해준다.

그의 눈이 웃는다.


“웃기지만 말야.

 이거 꼭 해보고 싶었어.

 ‘사랑해’라는 말보다, 나를 믿냐고.....그렇게 물어보고 싶었어.“


그는 소년 같은 모습으로 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준다.


“그래....그렇게 계속......

 나 믿어줘.

 절대로 움직이지 말고,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난 늘 같은 곳에 있다는 걸,

 같은 사람만 보고 있다는 걸,

 그리고 한 사람만 심장에 품고 있다는 걸,

 기억해. 알았지?”


또 다시 목이 칼칼해진다.

사랑.......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2





“우리 이제 어디 가요?”


“음......이까지 왔으니까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지.”


“뭔데요?”


“유황온천!”


“아...맞다! 여기 온천 유명하죠?”


“여기 근처에 꽤 괜찮은 데가 있어서......

 노천온천도 있고....”


“예? 노천요? 안 추워요?”


“풋......괜찮아. 물이 뜨거우니까......추우면 유황물에 잠수하든가.....큭큭....”


늘 느끼는 거지만, 그의 웃음코드는....정말.....이해가 되지 않는다.

삼나무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

이곳을 떠나기가 많이 아쉽다.

이상하게 저 연리지 나무가 눈에 밟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러 번 고개가 뒤로 돌아갔나 보다.


“왜? 가기가 싫어?”


“네? 아....아니요. 그냥.....여기가 좋아서요.

 이상하게 저 나무.....눈에 밟혀서.......”


“그래? 좋았다니 다행이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아.....여름에 마쯔리가 있는데 그 때 올까?”


“마쯔리? 무슨 축제요?”


“불꽃인가 뭔가....그랬던 거 같은데....

 7월 31일일 거야.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때 다시 오자.”


“음.....그것도 좋구요.”


“그것‘도’? 그럼.....언제 오고 싶은데?”


“그냥.....가을에 와 보고 싶어요.

 세상이 붉어지고, 잎사귀들이 떨어질 때......

 저 나무들 어떤 모습일지....그때도 푸를지 보고 싶어요.”


“이 아가씨....가을 탔었나?

 몰랐네.

 그럼.....시월의 마지막 날에 여기 오자.

 미녀 말대로 적당히 붉고, 또 적당히 떨어져서

 낙엽을 밟으면서 걷는 것도 좋을 거야.”


그렇게 한 20분 정도 걸어가니 전통 가옥 같은 여관이 나왔다.

온천탕이 여러 개인 듯한데 다행히 자리는 있는 것 같았다.

안내하는 사람이 나와서 내게 수영복을 고르라고 했다.


“예? 수영복은 왜요?”


온천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웬 수영복인지......


“몰랐구나. 여기.....온천은 한국이랑 좀 달라.

 노천탕은 다 수영복 입고 들어가야 돼.”


“예에?!!!!!!”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올라왔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던 그가 이상하게 미소를 지었다.


“왜...왜 그러세요?”


“너....혹시......”


“아..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아니, 그냥.....그런가보다 했죠.

 온천이나 목욕탕이나...뭐.......”


“뭐? 너 정말 한국식 목욕탕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아니라니까요!!!!!”


우리가 그러고 있는 사이, 안내인은 자꾸만 선택하라며 물어댄다.

그래서 대충 검정이라고 말하고는 안내인이 주는 열쇠를 받아들고 황급히 여자탈의실로 들어왔다.


아...진짜...모를 수도 있지....

그치만 정말 아찔하다.

정말...아무 생각 없이 목욕탕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냔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수영복의 비닐을 벗겨 보니, 비키니였다!

도저히 민망해서 입을 수가 없었다.

다시 프런트로 가서 원피스형 수영복으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미안하다는 말만 해대고 있다.

원피스형은 원래 얼마 없는데다, 겨울이라 사람들이 금방 다 가져가버렸다니....

그러니까...왜 조금만 갖다놨는지 따지고 싶다.

검정 비키니 수영복.....

이걸 입어야 하나?

수영복도 제대로 입어본 적은 없는데, 그것도 처음 입어보는 수영복이 비키니라니......

정말 산 넘어 산이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목욕가운으로 온 몸을 꽁꽁 감싸고 일단 노천탕으로 가기로 했다.

노천탕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저기 그 사람이 날 보더니 손짓을 한다.


“추워! 어서 들어와!”


“저...저......”


“왜, 무슨 일 있어?”


“그게....수영복이....”


“응?”


말하기도 뻘쭘하다.

그러고 보니, 다른 여자들도 대부분 비키니였다.

심지어 다 가리지도 못하고 반은 헐벗은 듯한 여자들도 수두룩했다.

이 정도면...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차피 후다닥 물에 들어가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난 눈을 질끈 감고는 목욕가운의 끈을 풀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가운의 여며져 있는 부분을 열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처음에는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벗다가 다시 입기도 그렇고 해서 후다닥 옷을 벗고는 물에 들어가려는데, 생각보다 깊었다.

거기서 뛰어내리다가는 온통 물이 튈 것만 같았다.

몇 걸음 옆에 계단이 있어서 그쪽으로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뭔가가 이상했다.

주위가 갑자기 고요해진 느낌이었다.

어?

불안한 심정에 그의 표정을 살피니 그의 얼굴이 심상치가 않다.

그는 화가 난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뭘...잘못한 건가?


갑자기 “휘익~~”하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몇몇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날 보며 저러진 않겠지 싶지만,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쪽을 돌아볼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 누군가 내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았다.


“어!!!!”


그는 마치 화난 사람처럼 나를 끌어안고 물 속으로 들어가서는 돌에 앉혔다.

나를 앉혀 놓고서도 그는 여전히 나를 안고 있었다.

결국 난 그의 어깨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너무 늦게 와서.......화.....났어요?”


“하아...........”


갑자기 그가 한숨을 쉰다.


“오....빠.........?”


“와.....진짜........ 미치겠다!!”


“예?”


그의 목소리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맨살에 얼굴을 대고 있으니, 나 역시 자꾸만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데,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가 계속 안고 있으니, 그것도 신경 쓰이고,

이래저래 좌불안석이다.


“계속.....이러고....있을 거예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마자, 그의 눈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신우...오빠?”


“도저히 안 되겠다!!!”


그는 갑자기 나를 두 팔로 안아 들더니 성큼성큼 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어...어!!!!

 신우 오빠......나 내려줘요. 다들 보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러는 거잖아!!!”


“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며, 탕에서 나오자마자 가운으로 내 몸을 꼭꼭 감싼다.

그러더니 내 팔을 잡고는 다시 안내 데스크로 데려 갔다.

물에 들어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몸이 덜덜 떨렸다.

그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 사이 오들오들 떨며 서 있는데, 그는 다시 내 팔을 잡고는 어디론가로 향했다.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가니 작은 문들이 나란히 있었다.

그는 그 중 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굉장히 작은 노천탕이 있었다.

마치 미니월드에 온 것처럼 나무도, 돌도, 있을 거 다 있지만, 크기만 작은 노천탕이었다.


“어? 여기 진짜 신기해요!!!

 진짜 일본답다. 정말 작네요.”


미니 노천탕은 두 사람이 겨우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그래도 하늘이 보이니 운치가 있었다.


이리저리 눈을 돌려보다가 그만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아무 말이 없다.

오로지 나만 뚫어질 듯 낯설게 바라보고 있다.

그의 눈이......이상하게 내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뭔가가......뭔가가......자꾸만 저릿하게 한다.

그의 손이 천천히 내 목욕 가운의 끈을 풀었다.

마치........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긴장이 된다.

그는 내 목욕가운을 벗기고, 자신의 옷도 벗어서는 내 손을 잡고 탕 속으로 들어 간다.


그의 눈이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난...고개도 들 수가 없다.

순간 내 눈 위로 그의 입술이 지나간다.

자꾸만 내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그의 손이 내 볼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뭔가가 자꾸만 내 등 뒤로 자르르 지나간다.

그의 손은 내 얼굴을 지나 목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쇄골뼈를 따라 그의 손이 자나갈 때마다 자꾸만 몸이 떨린다.

그의 손은 이제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어깨끈을 내렸다.

(중략)

 

난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중략)

 

그의 품에서 난 자꾸만 새된 소리를 내게 된다.

그것이 여자가 되는 것이라면, 난.....이미 그의 여자가 된 듯하다.

내 몸을 흔들리게 하고,

발끝까지 나를 자릿한 무언가를 흐르게 하고,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사람.

종교적 신념이고, 종교적 순결이고....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게 하는 유일한 사람.

이 사람은 그렇게 나라는 존재가 ‘여자’라는 것을

저 아래에서부터 깊숙이 꺼내는

진정 유일한 존재다.


그 순간, 그의 입술이 떠나갔다.

몽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니, 그의 눈이 심상치가 않다.


“신우....오..빠?”


“도저히.......안 되겠다.”


그는 내게 목욕가운을 걸쳐 주더니, 바로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화난 사람처럼 아무 말이 없다.


“신우 오빠? 화....났어요?”


내가 물어도 그는 아무 대답이 없다.

심지어 내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신우.....오...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는 타고 나서 바로 닫힘 버튼을 화난 듯 여러 번 눌러댄다.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내 손을 꽉 쥐고 있는 그의 손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5층.......

그는 5층에서 내려서는 객실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


아까 온천탕을 예약하면서, 방도 같이 예약해 둔 듯하다.


“아...진짜!!!!”


열쇠가 잘 되질 않는지 그가 화를 내고 있다.


근데......왜 갑자기 방에는?


갑자기 아까까지 온천탕에서 그와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설마.....설마......지금?

얼굴이 뜨거워지다 못해, 불타는 것 같다.


문이 열렸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들지도 못하고 있다.


아!!!!!

내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그의 품에 안겼다.


“신우 오빠!!!!!!!!”


난 그의 두 팔에 안겨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마치 신혼부부처럼 나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지금......이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이제......왜.....신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신지도......

난 알고 있다.

그렇게 그는 나의 남자가 되고, 난 그의 여자가 된다.

그것이.......어쩌면 태초부터 정해진 일이 아닐는지.....


그 사람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고 있다.

깊고 깊게 그의 입술이, 그의 혀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도저히 익숙해 지지 않는 이 느낌.......

만날 때마다 설레고, 낯설고, 그러면서 심장을 미치도록 두근거리게 하는 이 느낌........


그의 입술은 이제 내 입술을 떠나 온 몸을 헤매고 다닌다.

그가 내 몸을 만지고 있는 것처럼, 나도 그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의 단단한 가슴과 등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중략)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온 세상에 이 사람 하나뿐이다.


태초에 신이 남자를 창조하셨고,

외로워하는 남자를 위해 남자의 갈비뼈로 다시 여자를 창조하셨다.

지금 그와 나는 태초의 남자와 여자가 되어,

온 몸으로 서로를 느끼고 있다.

어쩌면 지독한 외로움이 더욱더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태초의 남자는 (중략) 점점 다가온다.

태초의 여자는 자연의 섭리처럼 받아들이려 한다.


“아!!!!! 잠깐만!! 잠깐만!!!!!”


갑자기 그가 뭐에 놀란 사람처럼 내 몸에서 떨어진다.


“왜?”


지금 무슨 상황인지......난 아무 것도 인지할 수가 없다.

그의 머리카락에서 땀인지, 물인지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는 내 몸에서 떨어져서는 내게서 돌아앉아 버린다.


이미 어두워진 창밖으로 가로등이 켜져 있다.

그 불빛을 그대로 받아 그의 실루엣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등이 내게는 시리게만 느껴진다.

그의 등을 보는 것은 내겐 고통이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의 등을 뒤에서 감싸 안았다.


숨을 멈추는 듯이 그의 등이 멈칫한다.


“......왜.....그래요?”


“하아...........”


그의 깊은 한숨 소리에 그의 고뇌도, 열정도 다 묻어나온다.


“이러지마.......이러면, 

 하아......................

 나.....진짜 못 참아.”


“누가........참으래요?”


“고미녀!!!!!”


그가 억지로 참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자꾸만 그는 참는다.

어제도.....그는 그렇게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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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손길이 너무나 좋았다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두려울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

그는......날 위해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었다.


“괜찮아.....내가 말했잖아.

 너 아프게 안 한다고........

 그러니까......더 안 갈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나를 안고 아주 오랫동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참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그가 얼마나 힘들게 참았는지, 참고 있는지......

난 보고 말았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그렇게 자신이라는 남성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오롯이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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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 오빠가.....참는 거.........

 이젠 내가 싫어요.”


“미녀야......이러면....안 돼!!!”


“왜, 안 돼요?”


“몰라서 물어?

 너.....이제 스무 살이야.

 우리 나이로 해도 겨우 스물하나.......

 너무....어려.....”


“겨우 스물하나라구요?

 난......너무 늦게 당신을 만났는데요?

 당신을.......너무 늦게 알아봤는데요?

 아직 스물하나가 아니라, 벌써 스물하나예요.”


난 고집스럽게 그의 앞으로 가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미...녀야........이러지마.......”


난 알고 있다.

그가 얼마나 참기 힘든지.....

그가 얼마나 나를 갖고 싶어하는지.......


그의 몸은 이미 단단해져서는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몸 위에 앉아 나는 그의 입술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어쩌면.....나 자신이 확인해 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가 참을 수 있을 만큼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을 만큼 나를 사랑하기를.........

내 스스로가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면....나......진짜........못 참아.......고미녀!!!!!”


또 한 번 그는 나를 밀쳐내려 한다.

그러나 나는 완강하게 그의 입술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손은 이미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부드럽게 그의 입술을 핥았다.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잔뜩 커져 간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뿌듯해진다.

나도......그를 흥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랄까......

묘한 정복욕이 생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입술을 따라 혀로 핥다가 그가 했던 것처럼 그의 목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의 입술에서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그 순간이었다.


헉!


마치 용수철처럼 그는 나를 밀쳐내며 아래로 눕혔다.


아......결국.......그에게 진 건가........


뭔가 자꾸 낙담이 밀려오는데, 그의 눈빛이 이상했다.


“고미녀!!! 나.......남자야.

 예전에 말했었지?

 나..........좋은 형 그만한다고........

 나.....너한테 좋은 형도, 좋은 선배도 아니야.

 하아......난.......늘........고미녀! 니가 갖고 싶었어.

 모르겠어?

 지금도........널......가지고 싶어서........미칠 것 같다고!!!!!

 그러니까........제발......가만히 좀 있어.

 이러다......정말...........너.......후회해.”


“후회 같은 거........안 해요!!!!”


“뭐?”


“나도......나도 갖고 싶어요.

 당신만 날 갖고 싶은 줄 알아요?

 나도........내 남자.......갖고 싶..흡!!!!!”


내 말은 그의 입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입술이 거칠게 내 입술을 삼켜 버린다.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너무나 많이 달랐다.

그의 입술이 너무 강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그의 입술을, 그의 혀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숨이 막혀서 고개를 흔들어 보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숨막히는 듯한 키스 속에서도 그의 손은 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짜릿하기도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했다.

 

(중략)


“이제 더 이상은........못 참겠다.

 아플거야........괜찮겠어?”


“하아.......괜...찮아요........”


괜찮다고 해도, 그는 섣불리 다가오지 못한다.

몇 번이나 멈칫 거리는 그의 목을 내가 끌어안아 내게로 끌어 왔다.

그래도 그는 자꾸만 미끄러질 뿐, 주저하고 있다.


“미녀야.....나.........”


“나........당신........진짜 가지고 싶어.........”


그의 눈에 드디어 결심의 빛이 보이는 것도 같다.

나는.......이를 악물었다.

이 사람이니까.......견딜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그 사람의 목을 끌어 안았다.



드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득.....


그 순간, 진동 소리가 탁자를 울려대었다.


그가 멈칫 하자, 나는 다시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가 무시해 주길.....바라며, 자꾸만 내가 그를 당기고 있다.


드드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드득........


몇 번이고 다시 전화가 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심하게 탁자를 손으로 쳐대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더니 빙긋 웃는다.

지금 이 와중에 웃다니.......

그것도 저렇게 편한 웃음을.......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널.....아끼는 사람인 것 같다.”


“신우 오빠!!!!!!!!!”


“왠지....저 전화 받아야 할 것 같다. 널 위해서.......”


그는 침대 아래 널부러져 있던 가운을 걸치고는 전화를 받았다.


“もしもし。。어! 마실장님...무슨 일로?”


“...............”


“예? 어떻게 아셨어요?”


전화를 받고 있는 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간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다.


아까......연리지 앞에서 그가 읊어 준 시가 떠오른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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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갑작스런 일에 좀 허덕대다가 약속을 또 어기고 말았네요.

죄송할 따름입니다.

언제쯤 될지 몰라서 알림판에도 못 알렸습니다.

이 글은.....그놈의 수위조절 때문에 허덕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무진장 고민하고 고치고 지우고를 반복했다는 걸......

꼭 알아주시길.........


즐거운 주말 되시길.......(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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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친구 공개로 돌렸던 글인데, 전체 공개 버전으로 다시 올려둡니다.

전체 공개 버전으로 읽으셔도 전체 내용을 이해하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실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