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60(完) - 이 세상의 모든 평범함을 향한 오마주(hommage)
그대에게 하고 말 / sweet sorrow
야트막한 마음 언저리 그대 홀로 쓸쓸히 서성일때
곁에 모두 어딘가에 사라졌을때
숨겨왔던 오랜 슬픔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아픔을
목이 메어 눈물조차 힘겨운가요
어두워진 길 위에 혼자뿐이라도
얼어붙은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Don't cry Don't cry Don't cry Don't cry Don't cry
그대에게 있어요
어두워진 길 위에 혼자뿐이라도
얼어붙은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그대 깊음 숨속 말하지 못한 아픔들
어느 누구 하나 헤아려 주지 못해도
끝내 홀로 떠나가진 말아요
그대 그대 그대 always on my mind
잔인한 그 한마디 그대를 찌르고
어리석은 마음이 또 그댈 속여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잊지마요 내가 그대 곁에 있음을
0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수많은 물줄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세월의 장구함 앞에서 누가 승자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사이를 극복하는 힘은 땀 외에는 없다
평범함이 가지는 빛나는 힘
땀은 평범함을 빛나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다.
이 세상의 모든 평범함을 향한 오마주(hommage)
*오마주(hommage) : 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일
1
2014년 2월 18일.
유**의 스케*북 녹화가 잡혔다.
같이 출연하고 싶은 게스트 추천을 받는데, 미녀가 김정*은씨의 이름을 넣었다.
예전 초콜*의 진행자였기도 하고, 미녀에게는 뭔가 특별한 인연인 듯 보였다.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이것까지 해 봤다? 정용*화씨는 아, 아니죠. 이제 예전 이름 강신우 씨로 다시 돌아오셨죠?
그럼 다시 강신우 씨는 어떤 게 있습니까?”
“아무 것도........해 준 게 없어요.
정말....아무 것도.....
그래서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그럼,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떤 이벤트를 해 주고 싶나요?”
“새로운 사랑이라........
글쎄요........전 그냥 함께 곁에 있어주고 싶어요.
떠나지 않고, 당당하게, 그렇게 끝까지 곁에 있어주고 싶어요.”
신우의 얼굴에 미소가 퍼져갔다. 그리고 그 미소는 나란히 옆에 앉아 있는 미녀에게로 퍼져갔다.
“이상한데요. 혹시....지금..강신우씨 연애하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신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물어줘서 고맙다는 듯이, 스캔들 따위는 걱정도 안 된다는 듯이, 신우의 얼굴은 들떠보였다.
“누구신지 밝히실 수 있으세요?”
진행자는 반신반의하며 물어보았다.
설마 팬분들...이러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아무리 이 밴드가 요즘 컨셉을 바꾸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오픈을 할까 싶기도 했다.
“아마....많은 분들이 눈치채셨듯이.....이 사람입니다.”
신우는 옆에 앉아 있던 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마치 그는 이 순간을 준비한 것처럼 당당했다.
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쥐구멍을 찾고 있었고, 밴드 다른 멤버들은,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으며,
진행자는 설마 설마 하며 한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가 놀라서 정적에 휩싸일 때, 예전 초콜*을 진행했던 김정*은이 말문을 열었다.
“두 분.....굉장한....러브 스토리를 가지고 계시던데요. 부럽습니다.
고미녀씨, 예전 제 프로그램에 나와서 불렀던 그 때....그 노래.....<기억의 꽃>, 강신우 씨를 위한 곡...맞죠?”
정은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미녀에게 물었다.
“네......”
미녀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자, 정은이 따뜻한 미소를 보내왔다.
“잠깐만요. 이건 사전에 얘기가 없던 거라.....
이거 방송 나가도 되는 겁니까?
아니지. 지금 이렇게 많은 방청객이 계시는데, 어차피 SNS로 소문은 일파만파 퍼질 테고,
아니 이미 전달되고 있는 중일 테고......
괜찮으세요? 강신우 씨?”
“예. 괜찮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신우가 웃으며 대답하자, 다시 정은이 한 마디 더 거들었다.
“이별하셨다가 다시 만나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다시 인연을 이어가신 건가요?”
그 물음에 신우가 미녀를 바라보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미녀의 몫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마음은 아이인 채로, 몸만 자란 어른이 아닌가 싶어요.
나이가 든다는 게 슬픈 건 그것 때문이 아닐까요?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 채로, 겉모양만 바뀌어가기 때문에, 마음과 몸이 이율배반적이라 슬픈 게 아닐까요?
사랑은......상대의 영혼에 숨어 있는 아이를 진심으로 안아주는 게 아닐까.......싶어요.
그 아이를 발견해주고, 그 아이를 다독여주고, 등을 쓸어주는......
괜찮다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수고했다고, 나는 당신의 수고를 다 알고 있다고 그렇게 안아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고미녀 씨,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미녀의 대답에 진행자가 다시 질문을 해왔다.
“예? 이제 25살이 되는데요.”
“어떻게 겨우 꺾인 반평생으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아.....이 말씀은......제가 어머니 같이 생각하는 어떤 분이 말씀해 주신 거예요.
정확하게 이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걸 알게 됐어요.
그분이 마지막 당신의 삶을 담아 얘기해주셔서.......그래서.......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미녀와 신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는 그 순간, 마치 서로에게 전염되듯이 따뜻함이 몰려왔다.
두 사람에게서 시작된 따뜻함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염되어가고 있었다.
“오글거린다고, 부럽다고, 누구 염장지르냐고 해야 하는데....두 사람은......그게 아니네요.
보는 사람까지....따뜻해져요......
정말.......이런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그런 희망을 주는 듯 느껴집니다.”
그랬다.
2014년 2월의 어느 날.......
두 사람의 사이는 공개되었다.
2
그 날.......
2층으로 올라가던 그 날.....
온 몸으로 품었던 그 날.....
나는 그를 보았다.
너무나 따뜻했던 그를......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그 열 살의 그를 진심으로 안았다.
그가 나를 안아주었듯이, 나도 그를 안았다.
사랑이 눈에 보이는 행위가 되었다.
서로를 아낌없이 품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손으로 입술로 그리고 우리의 다름으로 서로에게 다가갔다.
서로에게 꼭 맞는, 서로에게만 충만해지는, 신의 축복......
입을 맞추고 또 입을 맞추고, 영혼에 더욱더 다가가는 입맞춤........
그렇게 진심으로 하나가 된 ‘우리’라는 이름의 행위......
연리지......진심으로 하나가 된 연리지처럼......
오랜 시간 부대끼며, 서로의 생채기를 내며, 그렇게 하나가 되는 아픔을 오롯이 온 몸으로 새겨 넣고,
시간 속에 절여 오롯이 하나가 되는 그 연리지처럼........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아침.......그렇게 새로운 햇살이 비추었다.
내 입술 위로 그의 입술이 머금어 왔다.
부드럽게 따뜻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그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춰 왔다.
서로의 숨을 마시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자, 그의 입술이 겨우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그를 내 가슴으로 안아왔다.
그리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미녀야.......”
그의 목소리에 물기가 배어 있었다.
“늘....신우 형이 안아 줬으니까....내가 안아줄게요.
내가....그 품이 되어줄게요.”
이 남자를 내 가슴 안으로 깊이 안았다.
“고마워......”
“뭐가요?”
“내 곁에 있어줘서, 널 사랑하게 허락해줘서.......”
“........나도 고마워요. 나 포기하지 않아줘서 이렇게 끝까지 잡아줘서 고마워요.......”
“그건...불가능해.
아마....내가 죽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거 알아요?
신우 형은 언제나.....같은 자리에 있었어요.”
“넌.....언제나......내 세상의 중심이니까.......
그 중심으로 나는......돌아올 수밖에 없으니까......”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짙고 깊은 눈을 하고 그렇게 깊게 내 입술로 또다시 다가왔다.
이렇게 달콤해도 되는지, 이렇게 따뜻함을 내가 누려도 되는지,
두려워질 만큼 그의 입술은 부드럽고 자극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신음이 뱉어진 순간, 그가 갑자기 내 입술을 놓아주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더니, 내 볼에 입을 맞춰주고는 욕실로 향했다.
씻나 보다 하고, 일어나기 싫어서 침대 위에서 나른함을 즐기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나타나 나를 그대로 안아서 들어올렸다.
“어, 신우 형!!”
(생략)
그런 나에 대해서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는 나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두 사람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로 넓은 욕조에 따뜻한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생략)
따뜻하고 나른한 감각 속에서 눈을 감았다.
(생략)
온 세상이......둘만 있는 듯.......산산이 부서졌다.
3
오후에 어머니의 병실로 향했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런 나를 향해서 미소를 지어주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했다.
한 번 고비를 넘겼다고는 했으나, 그 다음이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담당의사는 확신없는 말들을 뿌려대고 있었다.
병실안....
어머니는 우리를 보자, 간병인을 향해 몸을 일으켜달라며, 일어나셨다.
“이제....올라가거라.”
“어머니......”
어머니는 그를 향해서, 그리고 나를 향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면서 손을 내미셨다.
신우 형이 그 손을 잡자, 어머니는 또 한 손을 내게 내미셨다.
그렇게 우리의 손은 어머니의 손에 의해 합쳐졌다.
“지금부터는...오로지 신의 은혜로 살아가는 하루야.
데려가신다면 그또한.......나의 복이다.
부르신다면, 내가......먼저 가서, 너희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고 올 때까지 준비해 놓고 있을게.”
“어머니......”
“그러니까 대충 살지 마.
최선을 다해서 살아.
너 자신을 위해서, 서로를 위해서....그렇게 살아.
하루 하루가.....새로운 은혜라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값지게 보내다가 와.
지금부터 한 100년은 최선을 다해야 돼 알겠지?”
자꾸만 가슴이 울컥했다.
자꾸만 목이 메어왔다.
“그러니까 나도....하루를 100년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 거야.
신우 너도, 미녀도, 그래야 돼.
후회하지 않도록.......
너희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누리고 살도록 해.
너희 안에 소망이 있다는 건,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그게 바로 축복이야.
그걸 누리고 살아.
신은.......인간을 괴로워하라고 창조하신 게 아니야.
이 세상을 누리고 살라고 창조하신 거야.
서로가,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그런 세상을 만들라고 창조하신 거야.”
누려라.
마음껏.....
마음에 원하는 소망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며, 누리며 살아라.
어머니께서 당신의 삶을 통해 말씀하신 것이었다.
“가자.......”
신우 형이 나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의 눈에 물빛이 비치고 있었다.
4
이제 정리할 일만 남았다.
통보와 정리.......
새로운 시간들이니,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나만의 시간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올라오자마자, 태경의 집 앞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젠 말해야 할 때였다.
“나와라. 집 앞이다.”
가을녘......
하늘이 푸르다 못 해 쩡하고 소리를 낼 만큼 푸르렀다.
그런 푸른 하늘 아래, 녀석과 내가 오랜만에 같이 서 있었다.
마치.....그 날.......
2010년 여름의 끝자락에서, 도쿄의 하늘 아래처럼.......
우리는 데자뷰처럼 그 앞에 서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녀석의 얼굴도, 내 얼굴도 조금은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뭐야? 할 말이......”
태경은 나를 훑어보더니 툭 하고 던졌다.
“.......미녀.....이제, 내 여자다.
온전히......내 여자가......됐다.”
그 말을 듣던 태경의 미간이 좁혀지더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참 말이 없던 태경은 여전히 내 시선을 피한 채,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었다.
“미녀 한 번만 더 힘들게 하면....그때는 내가 데려간다.”
녀석의 인정이었다.
미녀의 남자로 인정해주는 녀석만의 방법이었다.
“강회장님하고는......정리 됐냐?”
녀석은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 녀석이 내 어깨를 툭 쳤다.
“강신우! 뭐가 겁나냐?”
“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다.”
“.............”
“넌......고미녀를 가졌잖아.
뭐가 무서워?”
그래, 뭐가 무서울까.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실체도 없는 것을 두려워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레짐작하고, 스스로 몸으로 행동해보지도 않고,
남들처럼 그래야 한다고 따라만 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풋......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나를 녀석이 미친 놈을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난 고미녀를 가졌지.
그리고......”
내 오랜 자격지심을, 내 오랜 열등감인 녀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 황태경도 가질 거다.”
“뭐야?”
“난...너 포기 못한다.”
“야, 강신우 미쳤냐?
오글거리게 뭐라는 거야?”
“어쨌든.....넌......내 영원한 라이벌이자, 언제나 쫓아가야 할, 내 스승이다.”
“뭐야? 좇다야? 쫓다야?”
“쫓다지.......”
“어쭈....나를 따르는 게 아니잖아. 그건......도둑을 쫓는 것과 같은 거잖아.”
“내 방식과 황태경 니 방식이 다르니까.....
열심히 너를 잡으러 뛰어야지.”
“이 자식이.......”
“황태경 넌, 날 달리게 하는 유일한 존재야.
아니, 달리고 싶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가 맞겠지.
그래서.......니 뒤를 보며 달릴 거다.
그러니까, 나한테 잡히지 않게 너도 달려.
평생....그렇게 지금처럼 내 손에 잡히지 않게 저 앞에서 길을 내줘.”
“이 자식이! 거저 먹겠다는 거야?”
“그래.......”
내 오랜 열등감이, 내 오랜 자격지심이, 내 목표가, 내 라이벌이, 그리고 내 벗이 되는 순간이었다.
5
“형!!! 진짜야!!! 진짜, 형....”
“그래.”
정신이가 어디서 소리를 들었는지 정신없이 뛰어와 묻고 있었다.
그런 정신의 어깨를 종현이가 툭 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임마. 이제 우리가 발로 뛰어야 된다고.
너부터 정신차려야지!!!”
“와우~~!! 이제 그럼, 예전처럼, 일본에서처럼, 그렇게 인디해지는 거야?
거리에서 공연하고, 포스터 나눠주고?”
정신의 목소리에 뭔가 들뜸이 묻어나왔다.
“야! 이정신! 너 걱정한 거 아니었냐?”
민혁이 옆에서 웃긴다는 듯이 거들자, 정신은 더욱더 들뜬 표정이었다.
“야! 걱정이 왜 되냐?
여기 강신우에, 이종현에, 게다가 이 키만 큰 강민혁에, 미녀 누나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있냐?
부딪혀 보는 거지.
우리가 1당 100 아니냐?
ブルー・バンド(블루 밴드)”
정신의 넉살에 다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다. 우리는 그 옛날 블루 밴드의 이름으로 그렇게 오로지 열정만으로 움직였던,
숱한 연습과 훈련의 시간들.
그러니 된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룰이 아니라, 우리의 룰로, 우리의 법칙을 만들어가며,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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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위반한 건 없습니다.
군대, 고미녀와의 이별, 경영 수업, 모두 지킨 거 아닙니까?
전...2년 동안 지켰습니다.
그리고 자유를 약속하신 건 아버지죠. 물론 지키실 생각은 전혀 없으셨겠지만요.
어쨌든 전...세 번 째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그랬다. 계약 위반 따위는 없었다.
2010년 10월, 군에 가기 전, 아버지와의 계약.
그 모든 것을 나는 이행했다.
2012년 12월. 제대한 이후부터 나는 그 계약을 이행하며 살아왔다.
2013년 한 해, 미녀와 그토록 아픈 시간을 겪어내면서, 이 가을......나는 이제 그 계약을 깨려고 한다.
아니, 나만의 법칙을 만들려고 한다.
스물 다섯의 가을에 나는 이제 나만의 법칙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려 한다.
“너 혼자....일어설 수 있을 거 같으냐?”
“상관없습니다. 성공하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흥......니가.....내 영향력을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그럴 리가요? 아버지께서 방송을 장악하시겠다면, 언론을 장악하시겠다면
전...다른 쪽을 뛰면 되는 거죠.
네...다 장악하십시오. 방송도, 언론도, 그렇게 하십시오.
저는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내 방식대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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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본이 든 모든 것들을 버렸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모든 주식과 돈을 털어 나를 지원하려 하셨다.
그러나 내가 거부했다.
내 힘으로 해보고 싶었다.
여전히 인지도는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복이었다.
홈페이지부터 만들었다.
음원 판매는 직접 뛰었다. 일본 인디밴드들의 버프를 받고,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에게 힘을 보탰다.
일본에서 열리는 인디 밴드 공연에 끊임없이 초대되면서 우리는 인지도를 만들어 갔다.
다행스럽게도, 에이엔젤과 코드넘버 블루를 아시는 팬들이 많았다.
정신이와 민혁이는 직접 발로 뛰었다.
방송사를 뛰어다니며, 오디션이란 오디션은 모두 보러 다녔다.
신인으로, 완전히 새로운 신인으로 자신을 내려 처음부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방송을 해보지 못한 것처럼, 어떤 소속사의 버프도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그렇게 부딪쳐 갔다.
그렇게 우리의 인지도는 드라마 단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와! 형!! 이거 진짜 만든 거야? 우리가?”
그렇게 우리의 음반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었다.
5000장을 만들어 홍대 앞에서 직접 팔기로 했다.
이건, 기*하 형에게 배운 것이었다.
직접 찍어서 직접 팔아보는 것.
홈페이지를 통해서 음원을 무료 공개했다.
그리고 직접 음반을 들고, 거리 판매에 나섰다.
팬 싸인회와 더불어 진행된 음반 판매는 단 이틀만에 매진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만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다.
6
2014년 2월 18일.
스케*치북 공연이 끝나고 나서 그와 나는 어머니를 뵈러 부산으로 내려갔다.
어머니는 여전히 하루 하루 고만고만 하신 상황이었다.
그래도 1~2달 사실 수 있다고 했지만, 벌써 넉 달째 살아계셨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하루 하루가 선물일지도 몰랐다.
그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뵈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부산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그도 나도 그것을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니, 그 하루하루를 빼서라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나누려 했다.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내게 적대적이었지만, 그 또한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병원 근처 꽃집에 들려 그가 안개꽃을 샀다.
위험한 상황은 지나갔지만, 그래도 늘 불안한 상황이라, 어머니는 집과 병원을 오가고 계셨다.
그리고 겨울이다 보니, 지금은 계속 병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러나 우리는 내일을 보지 않는다.
오늘, 살아 계신 오늘에 감사할 뿐이다.
병원에 차를 세우고, 내가 안개꽃을 들었다.
그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그날......기억나니?”
“언제?”
“내가 군에서 마지막 휴가를 나왔던 날......
이곳에서 널 봤었잖아.”
그랬다. 그날....가슴이 터질 뻔 했던 그날.....그토록 가슴이 무너졌던 그날이었다.
“그날......기차역에서 안개꽃, 어떤 아이가 줬었지?”
“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부탁했었어.”
“네?”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게 너를 지키는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래도 전하고 싶었어.
내 마음을, 내 위로를......
안개꽃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 정직이니까.......아이러니 한 거야.
내 마음은 여전히 같다고, 한결같이 너를 향하고 있다고, 그렇게 꽃으로 말하면서,
정작 내 입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지.
참....웃기지.
진짜 위로는.....내가 진심을 너에게 보이는 일인데.....
그걸 몰랐어.”
그랬었다. 내게 한 아이가 와서 위로의 손을 내밀며 이 안개꽃을 주었다.
슬퍼하지 말라고....
그 말은....그의 말이었었다.
“신우 형, 이제 다시는....혼자 결정하지 말아요.”
“그래.....같이 할 수 있는 날들이 우리에게 얼마가 있을지 알 수가 없는데......
왜 그랬을까 나는.......”
그렇게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머니를 뵈었다.
언제나처럼, 어머니는.....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고 계셨다.
“안 올라가요?”
어머니를 뵙고 나서 바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가 차를 모는 방향이 고속도로 쪽이 아니었다.
어느 틈에 그의 집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 갔다 가자.”
“아버지 오세요.
저 있는 거 아시면, 싫어하실 텐데......”
“아버지도 적응하시겠지.”
그러나 그는 집에 차를 세우고는 내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이끌었다.
“신우 형!”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내게 입을 맞춰왔다.
너무나 깊게 얽혀드는 그의 입술과 혀에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점점 그의 입술이, 그의 손길이 끈적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잠깐만요.....하아..하아...”
그를 겨우 떼어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왜 이래요? 갑자기......”
“그날만 생각하면, 자꾸 자극이 돼.”
그의 눈은 이미 남자의 그것이었다.
그의 눈이 욕망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언제요?”
“그날....이곳에서 너랑.....했던.....”
“아.......”
“여기서 하고 싶어.”
“신우 형!”
(중략)
“하아..하아....왜 이래요?”
“선물부터 받으려고.”
“뭐라구요?”
“2세를 위한 노력이지.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뭔 줄 알아?”
“옷을...숨기는 거잖아요.”
“그래...그게 뭐겠어?
바로 이거지.......
천상에 못 올라가게 족쇄를 채우는 거야.
고미녀, 언제 마음 변할 지 모르니까......”
그는 자신의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혼인 신고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뭐야? 난.....프로포즈도 못 받았어.”
(중략)
“어쩔 수 없어. 운명이야. 물리지도 못해.”
“이런 법이 어딨어요?
결혼은.......다 허락받고 할 거란 말이에요.”
“그래...결혼식은 그렇게 해.”
“신우 형!”
(중략)
“그래도...우리 아이는......혼인신고는 하고 만나야지.”
“잠깐! 잠깐만요!! 신우 형......”
하아......
(생략)
그의 입술이 내 입술 가득 들어왔다.
(생략)
서로가 서로를 가진 채로,
온전히 하나가 되어 서로를 품었다.
그리고 그 날........새로운 생명이.....시작되었다.
7
어머니께 드리는 선물이 될지도 몰랐다.
여전히 아버지의 허락은 없었고, 어머니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고미남은 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겨주었다.
한 생명이 우리에게 왔다.
또한 우리가 사랑하는 생명은 언젠가 우리를 떠날 것이다.
그렇게 흐르는 것이 인생.
그러나......
그 삶들은.......하나하나 가슴에 기록이 되고, 삶에 기록이 되고, 행동에 기록이 되고, 영혼에 기록이 되어,
천천히 또 흘러내려간다.
내가 사는 대로, 내 다음 세대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끊어내는 대로, 내 다음 세대는 그만큼 쓴뿌리 없이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흘러내려간다.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수많은 강의 이야기들이 흘러내려오기 때문이다.
그 작은 물줄기들이 이야기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물줄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거대한 바다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작은 물줄기가 모여, 바다의 작은 이야기가 되어줄 수는 있다.
그 작은 물줄기가 거대한 바다를 이룬다.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세월의 장구함 앞에서 누가 승자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사이를 극복하는 힘은 땀 외에는 없다
평범함이 가지는 빛나는 힘
땀은 평범함을 빛나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다.
이 세상의 모든 평범함을 향한 오마주(hom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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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 이야기>는 2009년 10월 26일 텔*존에 올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만 4년하고도 1달만에 드디어 마지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마지막회는 2부를 시작하면서 써두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평범함을 향한 오마주(hommage)” 이 부분을 올릴 수 있는 날이 올까....
제 스스로도 의심하기도 했었습니다.
시놉을 쓴 지, 4년 만에 이 시놉을 제 스스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처음의 마음이 바로....이것이었습니다.
이 마지막회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을 쓰고자 <신우 이야기>라는 이 이야기를 써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1부에서 끝내려던 것을 고민하다가 총 4부에 걸쳐 이야기를 끌고 오게 된 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땀 흘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방법도 없음을......
천재가 되지 못해도, 천재를 이기는 방법은, 아니 천재를 적어도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은,
땀밖에 없음을, 노력밖에 없음을......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그 선물 같은 오늘, 내가 땀흘리며 노력해야 함을......
그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었습니다.
모차르트가 되지 못한 살리에리의 이야기.
그러나 어쩌면, 그 누구나의 이야기,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평범함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
바로 제가 바치는 오마주였습니다.
후기는.......다른 글에서 쓰겠습니다.
그저 오늘은...조금 울컥합니다.
2013년 8월 끝을 보려했으나, 마무리는 완전히 짓지 못하고 시간에 묵혀두었습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 마무리 짓고 싶어서, 여전히 미흡해도 이렇게 올립니다.
만 4년의 시간, 함께 해주신......벗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주 오랜 시간, 그토록 오래 함께 해주셔서 저 역시 끝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냥...좀...울컥합니다.
이 시간들......보내야 하는 시간들.....
그 시간들이 제게 조금은 필요할 듯합니다.
좀 더 드리고픈 말씀들이 많습니다만,
<신우 이야기>에 대한 후기는 다른 글로 올리겠습니다.
오늘 하루도....평안하시길......(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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