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56 - 내 마음의 시를 따라갈 때(전체 공개 버전)

그랑블루08 2012. 12. 19. 00:12

 

<신우 이야기> 56. 내 마음의 시를 따라갈 때

 

 

 

 

 

 

45

 

 

 

말도 없이 - 박신혜

 

 

하지 말 걸 그랬어 모른 척 해버릴 걸

안 보이는 것처럼 볼 수 없는 것처럼

널 아예 보지말 걸 그랬나봐

 

도망칠 걸 그랬어 못 들은 척 그럴 걸

듣지도 못하는 척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아예 네 사랑 듣지 않을 걸

 

말도 없이 사랑을 알게 하고 말도 없이 사랑을 내게 주고

숨결 하나조차 널 담게 해놓고 이렇게 도망가니까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떠나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버려

무슨 말을 할지 다문 입이 혼자서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와서

 

왜 이렇게 아픈지 왜 자꾸만 아픈지

널 볼 수 없다는 거 네가 없다는 거 말고

모두 예전과 똑같은 건데

 

말도 없이 사랑을 알게 하고 말도 없이 사랑을 내게 주고

숨결 하나조차 널 담게 해놓고 이렇게 도망가니까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떠나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버려

무슨 말을 할지 다문 입이 혼자서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려 말도 없이 가슴이 무너져 가

 

말도 없는 사랑을 기다리고 말도 없는 사랑을 아파하고

넋이 나가버려 바보가 돼버려 하늘만 보고 우니까

말도 없이 이별이 나를 찾아 말도 없이 이별이 내게 와서

준비도 못하고 널 보내야하는 내 맘이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와서 말도 없이 왔다가 말도 없이 떠나는

지나간 열병처럼 잠시 아프면 되나봐

작은 흉터만 남게 되니까

 

 

 

 

 

 

 

강신우 열애

강신우 이아영 열애

강신우 이아영

 

검색어에 세 개나 강신우의 열애에 대한 내용으로 메워져 있었다.

포털 창을 켜자마자 꺼버렸다.

 

연습이나 해야겠다며, 연습실로 가보니, 내가 들어서자 종현 씨와 정신이가 갑자기 입을 다문다.

 

“뭐야? 왜 내가 들어오니까 입을 다물어? 내 욕 한 거야?”

 

내 말에 둘은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왜 그래? 강신우 씨 열애설 때문에 그래?”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버렸다.

그래야 이 어색함이 사라질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먼저 얘기해 버렸다.

 

“봤어?”

 

종현 씨가 어설프게 묻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내가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형 포털 사이트마다 떠 있는 검색어들과 기사들을 내가 무슨 수로 피하며 살 수 있을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도 둘의 시선은 나를 살피고 있었다.

 

“무슨, 하고 싶은 말 있어?

 해. 그렇게 눈치 보지 말고.”

 

“미녀, 너.........”

 

종현 씨가 말을 하려다 다시 입을 다문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난 그 사람의 이름 앞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 괜찮아. 그렇게 보지 마.”

 

마음의 소용돌이와는 달리, 내 목소리는 담담하게 들려왔다.

고미녀, 정말 많이 컸다......

이렇게 내가 포커페이스의 달인이었던가.

그래도 세월이란, 시간이란, 내게 이렇게 가면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였다.

 

그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로 민혁이도 들어오고 있었다.

 

“연습하자.”

 

어색한 침묵.

그래 이럴 때는 연습만큼 좋은 게 없다.

 

 

 

 

 

 

 

 

오늘따라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연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사비 부분, 들어가 보자. 민혁아, 박자 맞춰 봐.”

 

민혁이가 박자를 맞추기 시작하자, 그가 갑자기 제지했다.

 

“아니다. 이거 말고, 저번에 만들었던 새 곡으로 해 보자.”

 

“어? 그거? 미녀 곡 말이야?

그거 아직 가사 다 안 됐잖아.”

 

종현 씨가 나를 보며, 아직 가사가 안 됐다고, 그를 말리고 있었다.

 

“아니야. 종현 씨. 다 됐어. 대충 써놨어.”

 

“그래? 그럼, 지금 가능한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민혁이에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메인 멜로디는 내 것이 맞지만, 사실상 그와 종현 씨가 편곡을 담당해서 완성한 곡이었다.

원래는 종현 씨와만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종현 씨가 그에게 보여주면서 결국 편집은 그 두 사람이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한 멜로디만 있던 곡이, 그의 손을 거쳐 조금은 웅장하게 바뀌었다.

기타의 선율을 따라 슬프면서도 강하게, 그렇게 곡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하게 들어오는 기타와 드럼 때문에, 도리어 기타만 약하게 나올 때, 더 가슴이 저릿해 왔다.

 

 

말도 없이  

 

하지 말 걸 그랬어 모른 척 해버릴 걸

안 보이는 것처럼 볼 수 없는 것처럼

널 아예 보지말 걸 그랬나봐

 

도망칠 걸 그랬어 못 들은 척 그럴 걸

듣지도 못하는 척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아예 네 사랑 듣지 않을 걸

 

말도 없이 사랑을 알게 하고 말도 없이 사랑을 내게 주고

숨결 하나조차 널 담게 해놓고 이렇게 도망가니까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떠나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버려

무슨 말을 할지 다문 입이 혼자서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와서

 

왜 이렇게 아픈지 왜 자꾸만 아픈지

널 볼 수 없다는 거 네가 없다는 거 말고

모두 예전과 똑같은 건데

 

말도 없이 사랑을 알게 하고 말도 없이 사랑을 내게 주고

숨결 하나조차 널 담게 해놓고 이렇게 도망가니까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떠나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버려

무슨 말을 할지 다문 입이 혼자서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려 말도 없이 가슴이 무너져 가

 

말도 없는 사랑을 기다리고 말도 없는 사랑을 아파하고

넋이 나가버려 바보가 돼버려 하늘만 보고 우니까

말도 없이 이별이 나를 찾아 말도 없이 이별이 내게 와서

준비도 못하고 널 보내야하는 내 맘이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와서 말도 없이 왔다가 말도 없이 떠나는

지나간 열병처럼 잠시 아프면 되나봐

작은 흉터만 남게 되니까

 

 

 

 

조금은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가 얘기했었다.

음악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고.....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고,

그가 내게 가르쳐줬었다.

 

“지금 이 순간.....니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거야.

음악은......눈에 안 잡히는 걸.....눈에 잡히게 표현하는 거야.

음악이......그림이 되기도 하고 사진이 되기도 해.

그냥.....니 마음을 묘사하는 거야.

어쩌면 음이 먼저가 아니라....니 마음의 시가 먼저일지도 몰라.

니 마음의 소리, 그 시에 따라가다 보면 그에 맞춰서 음이 나올 거야.

니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게......너의.....곡이야.”

 

그러니 그가 가르쳐준 대로, 나는 그렇게 내 마음의 시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악은 단 하나의 거짓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서 부르는 이 음악이, 이 노래가, 자꾸만 내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 움츠려든다.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거짓을 말하는 순간, 그 음악은 죽은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나 자신을 그의 앞에서 까발려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내내, 그는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왜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것일까.

그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다.

그의 눈빛이 나를 가두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와 나만 이곳에 있는 것처럼, 그는 시선으로 나를 가두고 있었다.

 

왜 예전과 같은 눈으로 나를 보는 것일까.

왜......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떠나 말도 없이 사랑이 나를 버려

무슨 말을 할지 다문 입이 혼자서 놀란 것 같아

말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려 말도 없이 가슴이 무너져 가

 

말도 없는 사랑을 기다리고 말도 없는 사랑을 아파하고

넋이 나가버려 바보가 돼버려 하늘만 보고 우니까

말도 없이 이별이 나를 찾아 말도 없이 이별이 내게 와서

준비도 못하고 널 보내야하는 내 맘이 놀란 것 같아

 

노래는 정직했다.

우습게도, 나는 내가 적은 가사를 들으며, 내 노래를 부르며, 지금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랬구나....내가 이랬구나...아니 지금 이렇구나....

나는 여전히 도쿄의 그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구나.....

그곳에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구나.....

그것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바람이었다.

나의 작은 바람.....

 

말도 없이 와서 말도 없이 왔다가 말도 없이 떠나는

지나간 열병처럼 잠시 아프면 되나봐

작은 흉터만 남게 되니까

 

 

잠시 아프면 되길....

작은 흉터로만 남게 되길.....

아직도 진행 중인 내 상처가, 이젠 흉터가 되어주길.....

그저 흉터로만 남아, 과거가 되어주길.....

나는 바라고 또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음악이 끝이 났다.

한동안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나만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 어떤 마음으로도 해석하고 싶지 않다.

그는 그, 나는 나, 그럴 뿐이다.

 

지금 내 눈에 차올라오는 눈물도, 그저 노래에 묻어나온, 내 감정의 자락일 뿐이다.

진정 내 것이 아니다.

 

하아.........

 

그의 한숨 소리가 깊었다.

 

“잠시만......쉬자........”

 

그는 매고 있던 기타를 놓고, 연습실 밖으로 나간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뺨 위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2

 

 

 

 

“미녀야, 어쩌지?

나 약속이 생겨서 못 나갈 것 같다.

저번에 오디션 봤던 감독님이 2차 오디션 보라고 해서......

일단 먼저 가서 얘기 좀 해줄래?”

 

종현 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2차 오디션을 들어가야 한다며, 오늘 연습에는 못 나올 거라고 했다.

정신이는 오기로 했던가?

요즘 다들 드라마 오디션에, 연기 학원까지 정신없이 바빴다.

생각해 보니, 민혁이는 이미 드라마 리딩에 들어갔고, 정신이도 오디션 하나에, 연기 학원까지 갔다 와야 한다고 했고......

드라마 오디션이 계속 있다 보니, 연기 학원에서 개인교습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가한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오랜만에 연습실에 혼자 있겠다 싶었다.

이럴 때일수록 곡이라도 써야지 싶어서 혼자 기타를 잡고 앉았다.

 

그 때 나랑 같이 올라온 정훈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어, 신우 형! 다들 일이 있어서요. 지금 고미녀 씨 혼자 계세요.”

 

“예? 형도 못 들어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도 못 온다고 하나 보다.

 

“신우 형도 지금 방송국 미팅 있어서 못 오신다는데요?

그냥 집으로 돌아가실래요?”

 

“아니, 그냥 있을게요. 나온 김에 연습도 하고, 곡도 쓰고......”

 

“그래도, 오늘 다들 비번인데, 아마 위층 사무실 쪽에도 사람들 거의 없을 거예요.”

 

나 혼자 연습실을 지킨다니, 안 됐나 보다.

 

“괜찮아요. 혼자서 연습실에 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래도 사무실에 근무자는 있을 거예요. 비서실 장언니는 있지 않을까?

여튼 걱정 마시고, 일보러 가보세요.

정신이 오디션 하는 데 가봐야 하잖아요.”

 

“그렇긴 한데.......”

 

뭔가 자꾸 걱정이 되는지, 머뭇머뭇댄다.

 

 

 

 

 

 

 

 

 

괜찮다고 웃어주며 정훈 매니저를 보냈다.

아무리 회사라도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며 문이라도 잠그고 있으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는 간다.

아직 해도 있는데, 뭘 그리 걱정인지....세상이 험하다고 뭐라고 어쩌고 하다가 시간에 쫓겨 나갔다.

 

기타를 잡고 앉아 있을 때면, 늘 도쿄의 날들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기억이라는 놈은 참 오래도 나를 잡고 있구나 싶다.

기억이라는 것이 추억으로 어서 자리 잡았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추억으로 가지 못하고 헤매고만 있는 것 같다.

 

기타의 선율을 따라 기억 속 시간들이 흐른다.

선율을 따라 흐르는 시간들은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만큼 눈물 나게 한다.

자꾸만 그 날 그 시간으로 한달음에 달려 나가게 한다.

도쿄의 차가운 그 바닥에서 나는 또다시 연리지의 나무 앞에 서있고야 만다.

믿어달라고 말하는 한 남자와 그를 향해서 웃고 있는, 한 여자가 그 앞에 서 있다.

 

 

 

 

 

 

 

 

 

눈을 감았다.

그 초록의 나무 앞에 선 두 사람이 아름답다.

 

 

“미녀야, 이 나무들도 하나가 되느라 굉장히 많이 아팠을 거야.

 이 두 나무들만 떨어져 있느라 비바람을 견뎌내는 게 정말 힘들었을 거야.

 그래도 어쩌면 이 나무들, 다른 나무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비바람을 견뎌내느라

 이렇게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을지도 몰라.

 그리고....다가간 만큼, 아주 많이 상처가 났을지도 몰라.

 그래도 말이야. 이 나무들......결국에는 밖에서 불어대는 바람도, 비도 이겨냈으니까......

 그리고 생살을 찢고 하나 되는 아픔도 견뎌냈으니까......

 이렇게 멋지게 곧게 자라날 수 있었을 거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있다는 거,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있다는 거......

 그렇게 믿고 이겨냈을 거야.

 그러니까.....그러니까......”

 

“알아요. 그럴게요. 저 나무들처럼.......

 저렇게.......

 당신의 뿌리에 닿을게요.

 그렇게 끝까지 견뎌낼게요.

 아프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당신도......꼭 이겨내요.“

 

“미녀야......절대로 잊지마.

 난......어떤 상황에서도 널.....떠나지 않아.

 난.......늘......니 옆에 있을 거야.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난.....저 나무와 같을 거야.

 그러니까......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고, 상처투성이가 된다고 해도,

 절대로.......잊지마.

 내 심장은, 내 영혼은.....늘......고미녀......곁에 있을 거야.”

 

“기억할게요. 꼭.....오늘을......이곳을, 저 나무를.....기억할게요.

 흔들릴 때마다, 힘들 때마다

 꼭.......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게요.

 당신의 마음이 이곳에 있고, 내 마음이 이곳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반드시 기억할게요.”

 

 

 

 

상처가 된다고 해도, 서로에게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아픔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변함이 없다던 그 남자는, 이제 내 현재의 시간에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받던 그 여자도, 내 현재의 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과거는 이토록 선명한데, 이토록 변하지 않는데, 시간은 성큼 성큼 흘러 버렸다.

가슴이 아는 그 시간 속에 천천히 젖어 들어간다.

 

 

 

 

3

 

 

 

 

어느 틈에 해가 지고 있었다.

밖은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정훈 매니저의 말대로 문도 잠그고, 불도 켜야겠다 싶어서 일어섰다.

조금은 컴컴해진 연습실 안을 밖의 노을빛에 의지해서 더듬으며, 스위치를 찾는 순간, 연습실 문이 열렸다.

 

“누구......?”

 

 

 

 

 

 

 

 

 

그 사람이다.

 

그가 서 있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쿵쿵하고 뛰기 시작했다.

 

 

“......혼자.....있었던 거야?”

 

그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그 무거움 속에 조금은 헐떡거림이 묻어 있었다.

뛰어 온....걸까......

 

“.......네.”

 

하아......

 

또다시 깊은 한숨.

 

“아...이제...가려고 했어요. 가방....가방 어딨지?”

 

이런 상황이 싫었다.

이런 어색한 상황, 이렇게 긴장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둘이 있는 상황을 피해왔는데, 이렇게 단 둘이 있는 상황이 올 줄 몰랐다.

기타 옆에 놓아 둔 가방을 대충 챙겨서는 문 앞으로 다시 왔다.

 

“전, 그럼 먼저 갈게요.”

 

내 인사에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연습실 문의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그의 손이 내 팔목을 잡았다.

 

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내 팔목만 아프도록 쥐고 있었다.

 

“.....놔줘요.......”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놓아달라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내 팔목을 쥐고 있었다.

 

“강신우 씨!!!!”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면 놓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힘이 헐거워진다고 느껴진 순간, 그가 나를 놓아주는 줄 알았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그는 내 팔목을 잡고 문으로 밀어붙였다.

등에 딱딱한 문이 느껴졌다.

 

“지..지금......뭐하는 거예요?”

 

내 목소리는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눈이 뜨거웠다.

어둑어둑해져가는 연습실 안에서도 그의 눈은 아프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검은 눈이 자꾸만 가라앉는다.

 

“정말.......괜찮은 거야?”

 

그의 목소리가 잠겨 있다.

저 안을 긁어내듯이, 그의 목소리는 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슨....소리예요?”

 

“강신우 이아영 열애.......”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지금 자신의 열애설을 봤지 않느냐고,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묻고 있었다.

글로 보는 것과 그의 입으로 듣는 그 말은 완전히 달랐다.

그의 입으로 들게 된, 열애라는 말은, 마치 내 심장을 도려내는 칼과 같았다.

 

이 사람은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일까.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까.

사람이 이토록 잔인해도 되는 걸까.

 

분노가 올라왔다.

이 남자는 나를 끝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내 목소리는 차갑게 어두워진 공기를 갈랐다.

 

“그러면, 나, 그 사람........만나도 괜찮은 거니?”

 

그 순간이었다.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피하고 싶었던 말, 그 두려웠던 말을 듣고야 말았다.

이토록 이 남자가 잔인했던가. 그랬던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나는 내 사랑을 끝낼 수 있으니까.

이젠 그 어떤 미련도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

이렇게 내 사랑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고, 다행이라 여기면 되었다.

그래, 어디까지나 내 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슴이 어떻든 상관없이, 내 심장이 지금 어떻든 상관없이, 내 머리는, 내 이성은 괜찮다고 나를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있었다.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의 소리도, 누군가 단도로 내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도, 내 것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나는 끊임없이 되뇌고만 있었다.

괜찮다. 괜찮다....아니, 괜찮을 거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도, 꾹꾹 밀어 넣으며, 나는 해야 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제...더는 아영 씨와 당신 사이에 제가 안 끼었으면 좋겠어요.

전....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구요.

절 좀....가만 내버려둬요.”

 

하아.........

 

그의 한숨 소리가 깊다.

그의 눈이 자꾸만 짙어지는 것 같다.

화가 난 것도 같고, 상처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정말......괜찮아?

내가 다른 여자 만나도....아무렇지도 않아?”

 

“제발!! 강신우 씨!!!!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두라구요!!!!”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강!신!우!씨!!!!”

 

갑자기 그의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닿을 것만 같아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지금.....뭐...하는 거예요?”

 

“이래도........아무렇지 않다고?”

 

내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떨려서 나온다.

떨리고 있는 심장을 붙잡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그의 숨결이 자꾸 내 얼굴에 닿아 심장을 자꾸만 요동치게 한다.

 

“강신우씨!!! 당신 지금 성추행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다가왔다.

조금만 입술을 더 움직여도 닿을 것만 같았다.

그의 눈이 내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팔목을 비트는 순간, 그의 입술이 그대로 내 입술 위에 조심스럽게 닿았다.

그리고는 내 입술을 부드럽게 빨아 당겼다.

그의 혀가 내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핥고 지나갔다.

가슴 저 안을 누군가 간질이는 듯, 저릿해져온다.

 

살짝 떨어진 입술 사이로, 깊이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안 괜찮아.

난 여전히 계속 너만 보면.....이러고 싶어.......”

 

그의 입술이 자꾸만 내 입술을 간질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입을 맞춰오고 있었다.

 

 

“강신우 씨......제발........”

 

“아니! 이 정도가 아니야!

널 더.......깊이....안고 싶어.........”

 

“도대체 왜 자꾸 이래요?

이제 좀...그만 하자구요!! 제발 그만 좀!!!!”

 

“고미녀! 우리, 정직하기로 했었잖아.

적어도....예전에 고미녀는 정직했어.

자기 감정에 솔직했다고!!

니 감정에 솔직해 보란 말이야!!!!!”

 

“제발.....요.......제발........이러지 말아요.”

 

내 목소리는 점점 흐느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곧 그 목소리도 더 이상 낼 수도 없었다.

그의 입술이 그대로 내 입술로 들어와 어떤 소리도 낼 수 없게 만들었다.

입술 사이로 들어와 깊이 깊이 안착해서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입술에, 그의 혀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는 손길에, 그만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안 깊숙이 들어와 내 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쓰다듬고, 핥으며, 숨도 쉬지 못하도록 밀어붙이고 있었다.

 

심장이 심하게 뛰고 있었다.

어서 나가야 한다고, 내 이성은 부르짖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지금 이 남자는 위험하다고, 어서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고.......

 

그의 가슴을 힘껏 밀어내었다.

놀란 듯, 그가 내게서 떨어졌다.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돌려서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렇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오산이었다.

그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열렸던 문은 그의 손힘으로 다시 닫혔다.

그리고 그는 바로 문을 잠가버렸다.

나는 등을 돌린 채로, 그에게 갇힌 채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잡은 문고리 위로, 그의 팔이 문을 밀고 있었다.

 

헉!

 

그의 팔이 내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중략-------

 

 

 

“잠깐...잠깐만요! 신.....”

 

그의 이름을 부르는 내 입술에 그는 또다시 입술을 맞닿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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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내용이 삭제가 된, 전체공개 버전입니다.

 

신우 이야기 56회,

2달 만에 가져왔네요.

너무 많이 기다려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여전히 검색어에 뜨는 <신우 이야기>를 보면 놀랍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어떻게 아직도 읽어주시는지, 그게 너무나 놀랍네요.

 

 

이번엔 사진을 좀 첨가해보았습니다.

사실 제가 <넌 내게 반했어>를 못 봤거든요.

방영할 땐 너무 바빠서 끝나면 봐야지 하고 있다가 결국 못 봤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넌내반>의 사진들을 보게 되면서 필이 꽂혀서뤼.....

마치 제게는 신우와 미녀처럼 보이더라구요.

아마 제가 <넌내반>을 안 봐서 그런가봐요.

그래서 이렇게 <신우이야기>에 <넌내반>의 사진들을 넣어보았습니다.

근데 두 사람의 사진이 이상하게 가슴을 선덕선덕하게 하네요.

 

기억이 나실지는 모르겠으나,

신우가 음악에 대해서 했던 말은 24회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사이에 등장한 것입니다.

또 연리지는 42회 <연리지 : 당신의 뿌리에 닿겠습니다>에 있었던 내용입니다.

 

<말도 없이>는 가상으로 미녀가 지은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오해마시길......

 

 

여튼 이렇게 계속해서 읽어주셔서, 여전히 찾아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일 투표 꼭 하실 거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