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늘의 소리

깨달음

그랑블루08 2013. 6. 26. 18:44

 

 

 

저번주 목요일부터 일주일 여간.......힘이 들었던 것 같다.

시간 활용도 잘 못하겠고, 아무 것도 못하겠고, 잠도 오지 않고.....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다.

할 게 많은데,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꾸역꾸역 억지로라도 조금씩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

목요일.....회식을 하며, 뭔가.....점점 우울하게 침잠해져갔다.

그 이후, 손가락이 아팠고......

괜찮겠지 싶어서, 글 하나 올리는데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손가락을 그래도 움직이면 되겠지 싶어서.....

거의 써둔 글이니 조금만 정리해서 올리자 싶었는데 그조차도 힘들었다.

그리고 그날 늦은 밤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너무 심하게 아파서 손가락을 펴지도 굽히지도 못하게 돼버렸다.

 

손가락 때문은 아니었다.

뭔가 총체적으로 꼬여있었다.

남편 직장 문제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내 직장 문제도, 그리고 내 미래도.....

하나같이 너무나 답답했다.

왜 이렇게 꽉 막혀 있나 싶었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안 풀릴까.....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것 같은데...난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 같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렇게 당당하게 앞을 보며 나가야 하는데,

나는 자꾸만 주변을 보며 실망을 하고, 가라앉고 그렇게 주저앉아버렸다.

 

물론 힘든 마감들을 끝내서 조금은 퍼질 때가 된 것도 맞다.

한번씩 가라앉아야, 또 올라갈 수도 있는 법이니,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힘들었다.

 

그 어떤 것도....할 수가 없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딱히 심각한 걱정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뭐, 사실 심각한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누우면 잘 수가 없었다. 잠도 오지 않았고.....

해가 떠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는 정도........

 

그 사이 닥치는 대로, 쓰잘데기 없는 책들을 읽었다.

허접하고, 가볍고, 별 것 없는 이야기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잠도 오지 않으니, 자는 게 아깝기도 했고, 잠도 안 오고......

그렇게 열여편 읽고 나니, 그것도 지겨워졌다.

느껴졌다. 내 상태가...심각하다는 것이........

 

무엇이 나를 이토록 우울하게 하는 걸까.......

점검을 해야 했다.

 

그렇게 오늘 새벽은......그곳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바라는 것이 많으면서, 준비하지 않는 나태함과 게으름에 대한....깨달음이었다.

진정으로 바라는 자는, 그 다음을 준비한다.

나는....바라기만 할 뿐, 그 다음을 준비하지 않았다.

바람에 대한, 그것을 향한 믿음의 문제였다.

믿음이 동반되지 않은 바람은 그저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요행과 다를 바가 없었다.

믿음을 동반하는 바람은,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안 되지 않느냐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이렇게 썩고 있지 않느냐고.....

내 희망과 소망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말하기 이전에.....

나는....그 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되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내 바람이 정말로 이루어지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어떻게.......그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바라는 것만 많을 뿐, 나는 게으르고 준비하지 않는 자였다.

 

나는....너무나 게으르다.

또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또 이렇게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다.

늘 이렇게 또 한 번 깨져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어떻게 일을 맡길 것인가......

또한 맡겨진다고 했을 때,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자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사자의 일을 해낼 것인가.......

 

그러니 나는 여전히 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는, 그가 사자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내공과 힘과 실력을 가진 사자.

남과 비교하지 않는 그 힘은.....내 안의 힘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저 놀라지 말자, 놀라지 말자,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옆의 소리에 흔들리고, 비교하고, 속상해 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

준비......

사자의 힘은, 자신이 사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준비가 아니고서는, 그 다음을 준비하는 내공이 아니고서는, 그 힘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이 희망을 품은 자의 믿음이다.

 

고백하건대, 내게 부족한 것은 믿음이었다.

희망을 품었으면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은 행동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을 미리 준비하는 믿음......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믿음이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그렇게 내 믿음을 행동으로 준비하는 것......

그것이 혼자서 걸어가는, 그러나 또한 혼자가 아닌, 

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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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또한 내 깜냥으로는 부족하기에, 무릎을 꿇는다.

내 힘으로는 할 수 없으니, 지혜를 구한다.

 

위를 바랄 수 있는 지혜,

앞을 내다보는 지혜,

멀리 볼 수 있는 지혜,

옆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지혜.

나태해지지 않도록 내 시간을 쪼갤 수 있는 지혜,

앞으로 할 일을 계획할 수 있는 지혜,

희망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행동하는 지혜.....

그 지혜들을 구한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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