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야누스의 달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2 - 그의 유일한 세계(전체버전)

그랑블루08 2013. 7. 20. 01:20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2 - 그의 유일한 세계

 

 

 

 

 

 

 

 

 

 

 

 

 

95

 


아무일도 없었다 - 정엽

살며시 눈물이 무심코 흘러와
니가 씻겨 내릴까봐 수없이 훔쳐내

지울 수 있는데 잊을 수 있는데
너없는날 아무리 생각해도 눈물이

아무말도 없었던 니가 떠나간건 니가 아니길 제발

돌아와도 괜찮아 돌아와도 괜찮아
잠시 너와 멀어졌던 꿈일거야
아무일도 없었다 아무일도 없었다
이밤이 지나 깨어나면 다시 너와

맘으로 되뇌여 입으로 되뇌여
너를 잃어 버릴까봐 수없이 되새겨
지울 수 있는데 잊을 수 있는데
너 없는날 아무리 생각해도 두려워

아무말도 없었던 니가 떠나간건 니가 아니길 제발

돌아와도 괜찮아 돌아와도 괜찮아
잠시 너와 멀어졌던 꿈일거야
아무일도 없었다 아무일도 없었다
이밤이 지나 깨어나면

돌아와도 괜찮아 돌아와도 괜찮아
사랑해 널 아직도 널 제발 제발

아무일도 없었다 아무일도 없었다
이밤이 지나 깨어나면 다시너와



가사 출처 : Daum뮤직

 

 

 

 

 

 

 

 

 

33

 

 

 

 

 

 

지금 이게 뭘까.

그의 마음도, 그의 상황도, 그리고 그의 입장도, 심지어 그가 우리 편인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몸이 먼저 다가가도 되는 걸까.......

 

휘몰아쳐 오던 그를 재신은 그저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강한 힘에, 마치 이성이 사라진 듯,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이 짐승 같은 남자의 힘에,

재신은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의 거칠지만 짜릿했던 몸짓이 지나가고 나서도 지금도 그는......재신의 몸 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를 품에 꽉 안고, 놓지 못하겠다는 듯, 그의 팔에 힘이 자꾸만 들어갔다.

그의 품에 안겨 정신이 돌아오자, 재신은......어쩔 수 없는 생각들이 밀려왔다.

이렇게 몸으로만 다가가도 되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그의 마음도,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하면서,

이렇게 몸으로만 섞여들어도 되는 건지,

자꾸만 두려워졌다.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는 처음이라 했다. 그 말을 믿는다고 해도, 그는 그저 여자가 고팠을지도 모른다.

그저....여자를 갖고 싶어서......

한 번 가지고 나니, 자꾸만 더 갖고 싶어서 이러는 것일 수도 있다.

남자라는 존재는, 그렇다고 들었다.

사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여자를 가질 수 있는 존재.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 자신의 모습도 그렇지 않은가.

마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그가 주는 쾌락에 길들여 있지 않은지......

그와 몸을 섞는 그 쾌락에, 그 원초적인 감각에 빠져있지 않은지......

 

 

“전, 사랑하는.....사람을......볼 수 없다는 게......

가장......겁이 납니다. 공주님......”

 

“견딜 수.......없을까봐......

견디지 못할까봐......

그게 가장......겁이 납니다.”

 

 

그 말에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은 내 착각일 뿐.......

그가 사랑한다던 그 사람에 나를 대입해서 보는지도 모른다.

눈 앞에 있으니까.....손을 뻗으면 가질 수 있으니까.......그럴지도 모른다.

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그 사람이 나일 거라고, 착각하고 싶은 거다.

 

정신 차리자. 이재신.......

 

두 번의 몸짓이 끝난 이후, 재신은 자꾸만 알 수 없는 비참함이 몰려 왔다.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은 없는데, 이토록 이 남자에게 다가가는 몸의 반응이, 재신은 낯설었다.

온갖 생각들이 폭풍처럼 머릿속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깊게 바라보는 그 순간, 재신은 눈을 감았다.

더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볼을 또다시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부드러웠다.

너무나 아깝다는 듯이, 너무나 소중한 것을 만진다는 듯이,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붉은 입술을 쓸었다.

그의 입에서 한숨 같은 깊은 숨이 새어나왔다.

그의 입술이 또다시 그녀의 입술 위에 놓였다.

떼었다가 다시 다가오고, 또다시 떨어졌다가 다시 다가오기를 수차례......

그는 그녀의 입술을 놓지를 못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입을 맞추고 나서야, 그의 입술이 겨우 떨어졌다.

수건으로 그녀의 아래를 정성스럽게 닦아낸 그는 자신이 벗긴 재신의 옷을 입혀주었다.

속옷을 입혀주고, 벗겨진 그녀의 원피스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주었다.

재신은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 채, 그저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그녀를 안으며, 그녀를 자신의 몸 위로 올렸다.

 

어!

 

“은시경 씨.......”

 

시경이 아래로 내려가 누운 채, 그녀를 자신의 위로 올려 안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가슴에 그녀를 안아왔다.

 

“잠시만......헬기가 올 때까지만.......이렇게 안겠습니다. 공주님.......”

 

낮고 고통스러운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몸 위에 안긴 채로, 재신은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그의 입술이 느껴졌다.

그의 팔은 그녀의 어깨와 허리에 강하게 두른 채, 한 치의 틈도 없이 자신의 몸에 그녀를 안고 있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그녀를 놓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꽉 껴안고 있었다.

그의 심장 위에서, 그의 넓은 가슴 위에서, 재신의 심장 역시 쿵쿵 거리며 뛰어대고 있었다.

 

 

 

 

 

 

34

 

 

 

 

 

그의 전화가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을 수 있게 일어나려 했지만, 그의 팔은 그런 나를 용납하지 않았다.

일어나려 버둥대는 나를 그대로 강하게 자신의 가슴에 안은 채, 그는 전화를 받았다.

헬기가 이제 이륙했다는 전화였다.

 

“10분 후 도착한답니다.”

 

“응......”

 

밖은 확실히 비가 거의 그치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아까만큼 구름이 짙지는 않았다.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 그는 나를 안은 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은시경 씨......이제 가야 하는 거.....아니에요?”

 

하아........

 

그는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내 허리를 더 꽉 안은 채,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언저리에서 느껴졌다.

나를 더 품에 꽉 끌어안더니, 그가 시트를 위로 올렸다.

그렇게 그와 나는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여전히 비가 흩뿌리고 있자, 그는 아까 벗어둔 자신의 자켓을 내 머리 위에 씌워주었다.

걸어가는 내내, 시경은 재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헬기가 착륙할 장소에 이르러서는 둘 다 아무 말 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곧 헬기가 올 텐데.......

간간이 비가 떨어지는 하늘은 아직 어둡기만 했다.

그 순간, 시경의 손이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

재신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들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재신을 자신의 가슴 안으로 꽉 껴안았다.

 

“은...시...경....씨....”

 

한숨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경은 그대로 그녀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추었다.

무언가 거칠고, 또한 안타까웠다.

마지막일 것만 같은 키스.....

그래서 그는 그녀의 입술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

저 안까지, 그녀의 혀와 깊이 얽히며, 그녀의 숨을 마셨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시경을 자꾸만 목마르게 했다.

멀리 헬기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시경은 겨우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의 눈은 그녀를 외면하고 있었다.

아니 쳐다보지 못했다.

그저 그녀의 손을 꽉 쥔 채, 먼 하늘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헬기가 그들 앞에 내릴 때까지, 그는 그저 그녀의 손만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헬기에 같이 타고 나서야 재신은 시경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가는 거예요?”

 

“왕실 전용기가 있는 국제 공항까지 갈 겁니다.”

 

“은시경 씨는 그럼....”

 

“거기까지만.....공주님과 함께 갑니다.”

 

그제야 재신의 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아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시경은 여전히 재신이 손을 잡은 채, 놓지 못하고 있었다.

 

30여 분을 날아서 도착한 국제 공항 한 켠에 헬기가 착륙을 했다.

국빈들만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이미 대한민국 왕실 전용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시경의 부축을 받아 헬기에서 내리자, 근위대원들이 뛰어왔다.

궁중실장이 그녀의 앞까지 와서 눈물지으며 서 있었다.

 

이미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재신이 발을 딛는 그 순간부터 그 곳은 대한민국 왕실이 되었다.

그녀를 보호하는 근위대원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그녀와 시경에게 경례를 붙였다.

돌아온 것이다. 드디어.

대한민국 왕실의 명령이 효력을 발생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시경은 잡고 있던 재신의 손을 놓았다. 여기까지였다.

시경이 손을 놓자, 재신이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의 이별.......

 

그가 손을 놓은 것은 바로 그와의 이별을 의미했다.

 

“공주님, 전 여기까집니다.”

 

“........같이....가면.....안 돼요?”

 

재신은 아까까지 겨우 참아왔던 한 마디를 간절한 마음으로 건넸다.

그 말에 시경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안 됩니다.”

 

그 순간 재신이 시경의 팔을 잡았다.

 

“조심해요.....다치지 말고........”

 

“예....공주님.....”

 

“그리고......꼭......돌아와요.”

 

그 말에 시경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그렇게 그는 흔들리고 말았다.

분명 이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 이제 자신이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걸 알면서,

시경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재신의 손을 잡는 시경.....

그리고 그녀의 손을 놓지 못하는 시경......

 

근위대원들이 이제 전용기에 올라야 한다고 재촉할 때까지 그는 그녀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근위대원들의 재촉에 비행기에 오르려는 순간, 시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예.”

 

“너도 가라....”

 

“예? 갑자기?”

 

그의 놀라는 목소리에, 재신이 비행기에 타려다 말고, 그를 돌아다보았다.

 

“이재하가, 협상조건으로 요구했다.

니가 직접 궁으로 공주를 데려올 것.

뭐, 지 입장에서도 궁금하겠지......지금 니 상태에 대해서......”

 

“그러면 얼마 동안입니까?”

 

“그건 상황 봐가면서, 우리 쪽에서 접촉할 테니까...그렇게 알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야누스....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

 

“그래, 뭐.....

근데 말이야. 야누스....너 말이야. 공주를 너무 거칠게 대하는 거 아니야?”

 

“무슨....말입니까?”

 

“찢겨진 팬티라.......마지막까지 불타올랐던데 말이야.

너 진짜, 의심스러워.”

 

“모르셨습니까? 저 남잡니다.”

 

“뭐 그렇겠지. 워낙 오래 참았다, 뭐 그런 건가?

어쨌든, 야누스 니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어.”

 

전화가 끊어졌다.

시경의 눈 앞에 자신을 바라보며 그녀가 서 있었다.

시경은 그대로 그녀의 앞까지 걸어갔다.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불안해지지만, 그에게 분명 다른 명령이 떨어진 것 같았다.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앞섰다.

혹시.....혹시.....

 

“공주님.”

 

“뭐죠? 수장이에요? 뭐래요? 뭐가 바뀐 거예요?”

 

“저도...궁으로 갑니다.

전하께서 딜을 하신 모양입니다.”

 

“그럼, 완전히 궁에 있는 거예요? 이제 계속 궁에 있어도 되는 거예요?”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잠시 전하를 뵙고,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얼마나.......언제까지 궁에 있어도 되는 거예요?”

 

“그것도 알지 못합니다. 수장이 다시 연락을 취할 때까지만...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지금 나랑 같이 궁엔 갈 수 있는 거예요?”

 

“예. 공주님......”

 

그가 대답하기가 무섭게 재신이 그의 팔을 잡았다.

마치 그가 멀어질까 두렵다는 듯이, 그를 꽉 붙잡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당신은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원인가요?”

 

“예. 공주님.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 제2중대장 대위 은시경. 공주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충성.”

 

시경이 그녀를 향해서 경례를 붙였다.

 

“그러면, 은시경 씨, 지금부터 날 근접 호위해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절대 떨어지지 말고......”

 

재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오른팔이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둘렀다.

놀라는 그녀에게 시경은, 넘어지십니다, 라며 묵묵히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로, 한 손으로는 그녀의 왼손을 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오른 후, 재신은 시경의 팔을 잡고 내실 안으로 들어갔다.

궁중실장도 따라 들어오자 재신이 궁중실장에게 물었다.

 

“서울까지 얼마나 걸려요?”

 

“이곳이 중국 남쪽 해안지역이라, 5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모두들 밖에서 쉬세요.”

 

“공주님, 저는 내실 안에서 함께 있겠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모두들 밖에 있어요.

난 좀 잘 테니까.......안에......샤워는 할 수 있죠?”

 

“예. 가능합니다.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두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예. 공주님.”

 

“은시경 씨는 내실에 있을 거예요. 나랑 같이......”.

 

재신이 시경만 지목해서 내실에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궁중실장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공주님.....그래도.....공주님 주무시는데......”

 

“그곳에서.......저 사람 혼자, 나를 지켰어요.

저 사람 없었으면, 나, 패닉에 빠졌을 거예요.

나 약간......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어요. 몇 번 공황장애도 느꼈고....”

 

“공..공주님!!!”

 

궁중실장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서 저 남자가 필요해요. 그곳에서도 내가 패닉에 빠지지 않게 지켜줬으니까.......”

 

궁중실장은 그제야 공주님이 말씀하시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는데, 재신이 다시 불렀다.

 

“남자 속옷도 부탁해요.”

 

그 말에 시경도, 궁중실장도 놀라서 바라보자, 재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저 사람도 아까 비를 많이 맞아서, 씻어야 할 거예요.

내실 외엔 샤워실이 없으니까......이곳에서 씻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이상할 수 있으니까, 궁중실장님이 직접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궁중실장이 내실 밖으로 나가자, 내실 안 공기가 뭔가 어색함과 긴장으로 가득 찼다.

 

“나 좀.....씻고 나올게요.”

 

“아...예. 공주님.”

 

 

재신이 샤워를 하고,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오자, 시경의 눈이 순간 재신을 향하다가 다시 빗겨 섰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궁중실장님이, 갈아입을 옷 준비해두셨습니다.”

 

내실 안 침대 위에 속옷과 새 원피스가 얌전하게 개어져 있었다.

 

“은시경 씨도, 씻고 나와요.”

 

“예? 아...전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요. 내 곁에 있을 거면, 빨리 씻어요.”

 

그녀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궁중실장님이 준 옷을 챙겨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시경이 샤워를 하고 나와 보니, 재신은 긴장이 풀린 듯, 목욕 가운을 입은 채로, 침대에 다리를 걸치고 모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시경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똑바로 눕히고, 시트를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곁에 앉아 하염없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이, 이 순간을 심장에 박아 넣듯이 새겨넣고 있었다.

 

 

 

 

 

35

 

 

 

 

 

온통 주위가 캄캄했다.

공포가 엄습했다.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어두운 방안, 남자가 들이닥쳤다.

빠져나가려고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비명을 치고 싶지만,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외치고 싶은데,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우악스러운 남자의 손에 침대에 눕혀지고, 옷이 찢겨나갔지만, 그 어떤 소리도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눈물만이 흐르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공주님!!!”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님! 일어나세요! 꿈입니다.”

 

그 남자였다.

내 몸이 일으켜 세워지더니, 단단한 가슴에 안겼다.

그 가슴 속에서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은시경입니다! 공주님! 일어나세요!”

 

하아...하아.....

 

그의 품에 안겨서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여기가 어딘지....한참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나를 품에 꽉 껴안고 있는 사람은 은시경이었다.

 

“은...시경....씨......”

 

“공주님. 악몽을 꾸셨습니다. 꿈입니다.”

 

“하아........”

 

신음 같은 한숨이 새어나오자, 그는 더욱 나를 자신의 가슴으로 깊이 안았다.

단단한 그의 가슴이, 정신없이 뛰고 있는 그의 심장소리가, 점점 정신이 들게 했다.

 

“괜찮으십니까?”

 

“응......이제 괜찮아요.”

 

그제야 그는 나를 품에서 놓아주더니 내 얼굴을 살폈다.

 

“나, 얼마나 잤어요?”

 

“얼마 못 주무셨습니다. 한 30-40분 정도 주무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는 나를 안아서 다시 침대에 눕히고 시트로 덮어주었다.

 

“다시 주무세요.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

 

그의 까만 눈이 애처로운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아.......줘요.......”

 

“예?”

 

그는 놀란 듯,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나....잘 수 있게, 안아 달라구요.”

 

그 말에 그의 눈이 깊어졌다.

검은 눈이 깊이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응?”

 

“안는다는 의미가, 공주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게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말에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그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가 내게 어떤 욕망을 비추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거절할 수 없었다.

괜찮으냐고 물었지만,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일어나서 자켓을 벗었다.

허리에서 총을 풀어낸 다음 탁자 위에 올렸다.

그리고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 일련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누르며, 재신은 그저 이 남자의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셔츠까지 벗은 그가 천천히 침대로 들어왔다.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너무나 부드럽다고 느낀 순간, 그의 입술은 이내 그녀의 입술을 빼앗으며 들어왔다.

올 것이 왔다는 것처럼,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의 입술을 받았다.

 

(삭제)

 

그의 손길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온 몸의 감각들이 곤두서기만 했다.

(삭제)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향기를 마셨다.

(삭제)

 

“.....하아......은...시경.......”

 

(삭제)

 

아무리 그녀를 가져도 그의 마음은 모자라기만 했다.

(삭제)

가져도 가져도 모자라고, 그녀를 향한 갈망이 터져버릴 듯 꿈틀거렸다.

 

그저 온 세상에 그와 그녀밖에 없는 듯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신의 처지가 어떠한지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삭제) 몸과 그녀의 색스러운 신음과 부드러운 속살만이 그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삭제)

그의 입술에 먹혀버린 입술 사이로, 그녀의 신음이 야하게 새어 나오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은시경을 지배하는 유일한 세계.......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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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가지고 왔습니다.

정신 없이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언니네가 10년 만에 한국을 나와서 그야말로 제 모든 시간이 올인 되었다죠.

남편은 수요일부터 해외에 출장을 나가고 언니네는 목요일부터 한국 투어를 하는 바람에,

이제야 겨우 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밤시간에 이렇게 방해 안 받는 게 얼마만인지.....

 

야누스는 처음부터 워낙 베드신이 강해서 그런지....웬만해서는 뭐, 강하다는 생각도 들지를 않네요.

글마다 성향이 있으니......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번 회까지 은시경과 공주님의 이별 때문에 마음 아프다고 하신 분들이 많읏였는데,

네....실제 시놉은 이랬습니다.

아직은 이별하지 않지요.

그러나 11회는 마지막이라는 그 강렬함이 있어야만 했다능요.

그래야 은시경이 터져버릴 테니...말입니다.

 

여튼......<야누스의 달>을 기다려주셨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일 고민되는 것이 <야누스의 달>이 워낙 강해서, <당.기.못>의 시경이 약해질까봐 걱정이었답니다.

그러나 써보니 역시 <당.기.못>은 당기못이네요. 그리고 야누스는 또 야누스라...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야누스의 은시경이 아무리 강렬해도, <당기못>의 은시경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쓰는 저로서는 참 신기했습니다.

분명 같은 인물인데, 전혀 다르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아, 물론 제 생각일 뿐일 수도 있겠네요.

읽으시는 님들도 그러셔야 하는데, 쓰는 저만 그렇게 느낄까, 그것도 걱정이네요.

 

어쨌든 <야누스>는 제 스트레스의 해소용인데,

12회는 의외로 잘 안 써져서.....좀 끙끙댔습니다.

아, 물론 <당기못>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 써집니.

당기못은 넘사벽입니다. 품도 너무 많이 들고,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여튼...당기못 같은 글은 다시는 쓰지 말아야지 싶습니다.

 

주말.....잘 보내시길.......(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