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그랑블루08 2013. 8. 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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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고 좋은 점이, 다른 분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아주 오랜 지인님들.......

그 분들 중에 언젠가 이 분들의 글을 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분들이 있다.

풀*님과 k**님, 그리고 베*님......

그리고 몇 년 전 알게 된 리**님......

 

중간에 리**님은 블록을 잠시 쉬다가 다시 여시면서 글을 다시 올리신다.

오랜만에, 다시 올리시는 글들을 보고 왔다.

 

글들에 빠져들어, 그 인물에 동화되어 보다보니, 문득 즐거워진다.

그래, 글이 이런 거지.

이렇게 재미있는 거지, 싶다.

 

아주 오래 버려두었던.......강철도 쓰고 싶고.....가락국도 쓰고 싶고,

손이 또다시 근질근질거리는데,

아직도 내겐 남아 있는 글들이 있다.

 

내 글들을 쓰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오늘 같은 날.....

위의 분들은 모두 자신의 글들을 쓰시는데, 순간 난....지금 뭐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 내 책을 내겠다고, 마흔에는 내 책을 낸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어느 틈에 지금이 되어버렸는데,

여전히 나는 제자리 걸음이다.

 

내가 창조해낸 인물로, 정신없이 빨려들도록 만들고 싶은 그런 꿈이 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인물이 아니라......오로지 내 손에 의해 창조된 인물....그들이 숨쉬는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만으로 마흔은 어떠냐고.....

그러면 아직 시간이 있지 않느냐고 유혹하는 내게......

이제 곧이라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 꿈은 저만치 떠나버릴 거라고, 겁을 준다.

 

남편이 몇 년 째 나를 윽박지르고 있다.

생산적인 글을 쓰라고.......

남편은 예전부터 말했었다.

자비 출판이라도 하고 싶다면 하라고......내 글을 쓰라고......

그래서.......남편에게 비밀로 하고 이러고 있다.

아마 남편도 알고 있겠지.

어쩌면 이 글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우는 워낙 띄엄띄엄 써서, 어느 순간 남편은 내가 쓰지 않는 줄 알았을 수도 있다.

매일 매일 검사하는 것마냥 내 블로그에 들어오더니,

신우를 쓸 때, 너무나 바쁠 때, 결국 6개월 이상 블로그를 팽개치자, 남편은 다행이다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글적이고 있는 나를....눈치 챘는지도 모른다.

한 번씩 허튼짓 하지 말라고 경고도 날리는데.....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으니......

 

 

연습은 하면 할수록 좋다.

그러나 이젠 실전 같은 연습을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될 텐데.......

 

내게 이럴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은 나혼자 치열하게 세계와 싸워내는 글을 써야 할 때라던 그 분의 말씀이 오늘따라 자꾸 머리를 맴돈다.

더 늦기 전에......

마흔이 지나가기 전에......

나의 싸움을 써야할 때가 아닌가......

 

9회말 2아웃에서.....

내가 이 글을 끝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그 말처럼......

그것만으로 대단하다고 느낀다는 그 말처럼......

나도.....그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가만히 앉아서 시간 탓을, 여건 탓을, 사람 탓을 하기 전에,

시도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쓰고 싶다. 나의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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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나를 위해 쓰는 것이어야 한다.

최초의 독자이자 최후의 독자.

그것은 오로지 '나' 하나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걸 잃어버렸다.

다른 분들께는 그 이야기를 해드리면서, 정작 내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는 어폐.

나라는 인간의 한계다.

 

끌려가지 않는 글.

눈치 보지 않는 글.

그렇다고 내가 억지로 끌고 가려 하지 않는 글.

글은....스스로 가야 한다.

그 누구도 간섭을 해서도, 끌고 가려 해서도 안 된다.

글이 가고 싶은 대로,

글이 스스로 놀 수 있도록 그렇게 펼쳐두어야 한다.

 

요즘 내 글은.....머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 놀 수 있도록 펼치기보다는,

어느 순간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앞으로의 문제.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내용에 대한 문제다.

짜여 있는 시놉이 마음에 들지 않고,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고,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지 않고.....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내게 재미가 없다.

 

그러면 이미......이 글은 글로서 의미가 없다.

 

최초의 독자이자, 최후의 독자인 내가, 나 자신이 재미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다.

내가.....재미가 없다.

그게 문제다.

 

끌려가고 있는 게 문제였다.

아니 이 글들로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그 목적을 잃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 내가 보고 싶었던 것,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

그것들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라고.......?

 

요즘 내 물음은 늘 이것이다.

 

그래서 아쉽다.

내 글이 아쉬운 것은 그것 때문이다.

또한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내 스스로 펼치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원작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박.......

그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숨이 막힌다.

글 속에서 꿈틀대는, 자기 방식대로 가고 싶어하는 그 글들을, 그 인물들을 나는 자꾸 주저앉힌다.

그러니.....내가 재미가 없다.

 

결국 이건 태생의 문제가 아닐까.......

 

목적을 잃어버린 글.......

 

내 글로 써도 될 것들을, 나는......자꾸만 태생적인 한계를 끌어다붙인다.

그 역시 욕심이 아닌가.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떠남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떨친 지 오래이나,

어쩔 수 없는 의무감과 책임감,

아직은 죄송한 마음.....그런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지금 단 한 명의 독자를 배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초의 독자, 그리고 최후의 독자인 '나'라는 독자를, 철저히 배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도하라고, 어서 움직이라고, 어서 꿈틀대라고,

지금.....내게 말하고 있는, 최후의 독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마지막........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한 명의 독자라도 깊이 아껴주시는 것이 아닌가.

단 한 명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운이 아닌가.

그것이 나 하나뿐일지라도, 그래도.....그런 글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닌가.

 

 

관포지교.....내게 포숙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감히 바라서는 안 될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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