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찡갤, 시경재신횽 짤...감솨함돠 (__)>
2012년 12월 14일.
<다시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 때, 제가 좀 슬럼프라, 슬럼프가 오면 하던 방법을 써보았습니다.
제 글에 제가 직접 댓글을 다는 것.
마치 제가 안 쓴 글인 양, 객관적으로 읽어보고 그 내용을 분석해보고,
혹은 그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쓰려고 했는지,
어떤 것을 써보고 싶었는지,
그런 것들을 기록처럼 달아두기 시작했답니다.
복습하신 분들은 아셨을 수도 있으실 듯합니다.
그런데 모바일로 확인할 때는 한 회 한 회 클릭해서
제 댓글을 찾아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모바일이라는 한계 때문에....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다시 읽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제 댓글을 한 데 모아봤습니다.
물론 1부만입니다.
1회부터 9회까지 달아둔 제 댓글을 모아보니,
그것만 해도 32쪽이라는.....
참...수다스러운 주인장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모아 놓고, 한번씩 꺼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모아서 올려봅니다.
심심하시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사실 <다시 읽기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아직도 끝을 못 내었지요.
천천히 느낌이 올 때, 한 회씩 적어볼까 합니다.
제 스스로도 <당기못> 복습을 많이 하지만,
<다시 읽기 프로젝트>는....사실상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고요.
마음 먹고 해야 해서리......
어쨌든...심심풀이 땅콩으로, 심심하실 때 읽어보시길........
* 일단 <당기못> 카테고리에 넣어두었으나, 나중에 옮겨야 할 듯합니다.
이곳은 당기못, 상플의 자리이니....
그런데 어디다 두어야 할지 고민이기도 합니다.
* 혹시 아직 <당기못>을 안 읽으신 분이라면, 이 글은 당기못을 다 보신 이후에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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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시 읽기 프로젝트-내 글에 댓글 달기>
1부(1회~9회)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 - 귀환(歸還)
1
처음 시놉을 짜면서, 새롭게 고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관계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다.
더킹에서 보여줬던 관계에서 뭔가 나를 찝찝하게 했던 부분들, 조금은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들.
생각해 봤다. 어떻게 하면 공주님이 조금은 아픔을 이기실 수 있을까.
은시경이 아무리 컴백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공주님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그걸 이기는 방법은 아무래도 기억상실밖에 없었다.
아무리 진부해도, 그것만이 공주님이 사시는 길이었다.
또 한 가지, 은시경과 공주님이 관계를 조금은 전복시키고 싶었다.
더킹에서 도망가던 은시경에서 다가가는 은시경으로 바꿔놓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 돌아온 은시경은 공주님께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공주님은 조금은 멈칫하는 상황으로 바꾸어 놓았다.
많은 분들은 말씀하신다. 내가 공주님빠라고. 맞다. 나는 공주님빠다.
그러나 동시에 은시경빠다. 내가 은시경을 괴롭히기 때문에 은시경빠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나는 뒤에서 괴로워하는 은시경빠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은시경빠다.
그래서 그런 은시경을 그리고 싶었다.
은시경 스스로 공주님께 다가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관계의 역전.
또 그 속에서 두 사람의 트라우마와 자격지심을 해결해 가는 글을 쓰고 싶었다.
"성장"을 다루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을 잃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장치였다.
아마 처음 보셨던 분들은 기억을 곧 찾을 거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다.
4부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아마 없으셨을 거다.
기억을 찾으면 끝날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다.
그러나 <당기못>은 조금은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억은 2부가 끝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기억은 여전히 키워드이지만,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것은 그들의 힐링이자, 나의 힐링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힐링은 진행중이다.
그들이 힐링될 때까지, 그리고 그로부터 내가 힐링될 때까지......
2
1회에서 난 이 두 대사만 보면, 가슴이 쿵 하고 떨어져 내린다.
“은....시경입니다........공..주님.......”
“저......은...시경.........돌아왔습니다.”
은시경의 입으로 뱉어낸 이 두 말은, 여전히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처음 저 말을 할 때, 은시경의 두근댐이, 주저함이, 그러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진다.
혹시나 기억나시지 않으실까...설마하는 마음이...
그러다 다시 돌아왔다고 말하는 은시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님께 돌아왔다는 감격을 보여준다.
비록 "공주님께"라는 말은 삼킬 수밖에 없었지만,
공주님께서 자신을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2년 만에 돌아와 공주님께 돌아왔다고 말하는 은시경에게서, 그 울컥함이 느껴진다.
저 한 마디 안에, 은시경의 2년이, 그리움이 들어있다.
그래서 가슴이 저릿해온다.
은시경은 이런 사람이다. 단 한 마디를 해도, 그 한 마디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그래서 자꾸 사람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3
그리고 동욱의 출현.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은시경은 끊임없이 의심했다.
자신이 곁에 있었으니, 힘들 때 의지가 되었으니 기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보며, 은시경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반드시 만나야 할 존재였다.
먼저 맞닥뜨려야 넘을 수도 있는 법.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 - 그림자
1
2회는 더킹에서 당기못으로 오는 징검다리였다.
2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19회에 총을 맞은 은시경이 돌아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공주님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지, 써야만 했다.
가장 리얼하게 쓰고 싶었다.
정말 살아돌아온다면, 분명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공주님도, 그만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 이전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해서,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난 어쩌면,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은시경이 돌아오는 걸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로 더킹의 뒷편을 쓰고 싶었다. 더킹 드라마 그대로, 현실 그대로, 단지 시간만 줄였다.
20회의 부분만 삭제당한 거랄까.
돌아오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아무 고통 없이 돌아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싶었다.
생략하지 않고, 괴롭더라도, 리얼하게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내 자신도 은시경이 살아돌아온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 같았다.
가장 현실적으로 돌아오는 방법, 그래서 그 사이 고통을 겪었을 공주님에 대해 가감 없이 조금은 잔인하게 그려내야만 했다.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 역시 힐링의 한 단계였던 것 같다.
적어도 <당.기.못>에서 은시경은 살아돌아오는 거니까, 그 슬픔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제서야 울 수 있었던 것같다. 은시경이 살아돌아오는, 이미 1화에서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와 있는 은시경이 있었기에,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공주님의 고통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2
그리고 은시경이 처음 뇌사판정을 받는 이야기는 실제 내 사촌동생의 상황과 연관된다.
그래서 조금은 더 리얼리티가 있었던 것 같다.
은시경이 살아돌아오는 과정과, 공주님이 자신의 삶을 끊으려했던 과정.
나는 그 속에서 "삶"을 말하고 싶었다.
남은 자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적어도 삶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거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그려보고 싶었다.
재하와 재신의 부채의식, 살아남은 자로서의 고통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은시경이 살아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했는지,
그러면서도 생명을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또 그 귀한 생명을 은시경이 어떻게 이어가게 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은시경의 재활은 그 뒷편에서 등장했다.
웃기게도, 나는 "삶"이라는 것의 거룩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토록 우리 모두는 은시경의 죽음에 대해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3
2회에서 나를 가장 많이 울게 했던 장면은, 사실 재하의 울음이었다.
2회의 순서는 2->1->3 으로 이어진다.
2의 상황이 19회에서 총을 맞은 상황이다.
주변에는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고,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재하와 의사는 은시경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었다.
그 장면에서 전기충격기를 쓰는 장면은 우리 아버지의 마지막 상황이다.
차 안에서 엄마가 운전을 해서 같이 병원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셨다.
천식을 원래 앓고 계셨기 때문에, 그날도 출근하시다가 기침이 심해서 엄마랑 같이 병원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심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차 안에서 심장마비가 오면서 엄마는 구급차를 불렀고,
불과 몇 분만에 구급차가 와서,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
30분 이상 전기충격기를 사용했지만, 아버지의 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가 전화로 말씀하셨다. 돌아가신 것 같다고......
의사가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전기충격기를 사용했지만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때 나는 임신 8개월째였다.
아침 9시 30분......나는 자고 있었다.
저 장면을 쓰면서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모르겠다. 인생이란 이토록 연약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참으로 기적 같은 것이다.
아버지는 죽음의 순간을 수도 없이 겪으셨다.
아주 오랫동안 지병을 앓으셨고, 위와 같은 일을 몇 번을 겪으셨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기적처럼 살아나셨다.
그러나 그 날은 정말로 마지막이었던 거다.
여러가지가 오버랩되는 2회였다.
그렇게 의료진과 재하는 최선을 다해서 은시경을 살려냈다.
그 때 재하가 외쳤던 말들...이젠 뇌사가 올 수 있는 상황에서, 뇌에 산소공급이 너무 오래 끊긴 상태에서
재하가 외쳤던 말들에,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심장 박동이 돌아오고 나서 주저 않아 울고 말았던 재하를 보며, 나도 같이 대성통곡을 했다.
여전히 복습할 때마다 이 부분이 나를 울컥하게 한다.
재하의 무게. 나는 여전히 관계를 그리고 싶은 것 같다.
재하와 은시경, 은시경과 재신, 재하와 재신...그 관계들을....그 사람의 진실한 관계들을 그리고 싶은 것 같다.
4
애고 벌써 네번 째 댓글....정말 댓글로 새로 글을 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부분 안 쓸 수가 없다.
바로 재신이와 은시경의 대화. 제대로 된 첫번째 대화.
은시경의 단도직입적인 물음. 근위대원과 연애하느냐는 질문. 취향이 군인이냐는 질문.
재신의 분노한 대답. 나 원래 군인이 취향이고, 싫증나면 버린다는 대답.
어쩌면 은시경이 꼭 답변을 들어야만 했던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마음 저 깊숙이 들어 있었던 두려움의 정체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공주님이 가장 약해지신 때에 곁에 있는 군인에게 마음이 간 게 아닌가 하는....
굳이 자신일 이유는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1회에서도 그 마음이 얼핏 드러났다. 2회에서는 그걸 아예 직접적으로 물어보게 된다.)
그런데 공주님 여기서 빡 돌아버리셨다.
이들의 첫만남도 뭔가 어긋나 있었듯이, 살아돌아와 만난 첫순간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
질투가 나고 속상한 은시경과, 뭔가 억울하면서 신경쓰이는 공주님.
이 두 사람은 처음부터 따뜻하게 시작할 수는 없을 듯했다.
강직하고 단단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시경이 처음에는 낯설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낯설면서도, 또한 동시에 눈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아돌아와서의 첫만남에서도 공주님은 그와 같은 마음을 또 한 번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은시경의 저 돌직구 질문이 너무 좋다.
“공주님......지금........근위대원과......연애하십니까?”
“........공주님 취향이.....군인이십니까?
곁에 있는 군인에게.....흥미를 느끼시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가지고...노시는 겁니까?
장...난감처럼.........
그렇게 처음엔 흥미를 느껴서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버리는.........
그런........장난감처럼.....말입니다.”
이 대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선덕선덕댄다.
은시경스러운 질투의 방식.
너무나 은시경스럽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3 - 감각이 깨어날 때
1
3회.....
3회의 포인트는 두근댐이랄까.
그리고 자신의 잘못 또는 실수를 사과할 줄 아는 공주님의 크기....그런 것이었다.
물론 후자는 성곽씬에서의 공주님을 떠올리며 썼다.
공주님이라면, 바로 사과하셨을 것 같았다.
감정적이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했을 것 같은 느낌.
누구든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는 사람다운, 사람냄새 나는 공주님의 성품이 너무나 좋았다.
그러니 <당기못>의 공주님도 당연히 그러하실 것이고, 그런 면을 더 강화하고 싶었다.
사실 3회는 본격적인 썸타는 장면이었다.
둘의 시작...뭔가 두근두근대는 장면들을 넣고 싶었다.
무엇보다 공주님께서 먼저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시경이가 조금은 마음을 먼저 비추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공주님은 그 때문에 약간은 놀라는, 그리고 조금은 신경 쓰이는, 또 자신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은 두근대는...
그런 느낌들을 그리고 싶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두근댐을 감각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공주님이 은시경의 손을 잡고 치료해주고 있을 때, 그 느낌을 살려내고 싶었다.
사랑은 "감각"이다.
성장을 그리고 싶은 게 맞지만, 그 "감각"을 살려내고 싶었다.
손만 스쳐도, 약간의 숨소리가 느껴져도, 눈길이 마주쳐도 느껴지는 그런 설렘을 감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랑을 감정적으로 먼저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참 느린 인간형이다.
사랑이 사랑인지 모른다.
내게 느껴지는 감각들을 먼저 알아챈다. 그러나 그 감각들이 무엇을 향해 있는지는 몰랐다.
어쩌면 몸이 먼저 아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로 인지하는 순간이 늦는다고 해도, 사랑은 이미 감각적으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공주님께는 일종의 자기 검열 같은, 혹은 자기 경계 같은 심리적 장치가 있는 것 같다.
자기 방어 기제가 아닐까 한다.
그러니 이미 이 남자는 위험하다는 신호가 이미 뇌로 갔을 것이다.
그러니 감정을 파악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머리적인 이성이 감각을 지배할 수는 없다.
감각의 힘은, 몸의 미학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게 아닌가 한다.
몸이 먼저 알아보는 사랑. 감각이 먼저 드러나는 사랑.
그런 것들을 그리고 싶은 것 같다.
2
또, 3회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
공주님이 변명하는 장면이다.
처음이라고...이런 적 없다고....왜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재신은 시경에게 처음이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연애하는 거 아니라고, 심지어 지금 연애하는 사람 없다고까지 말한다.
이 말에 눈치 채신 분들도 많으셨을 것이다.
"그 남자와 연애하는 거 아니다"와 "나 지금 연애하는 사람이 없다"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사실 관계에 대한 언급이지만, 후자는 일종의 유혹의 과정이기도 하다.
연애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건, 지금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공주님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그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 왜 이러지? 하면서 말이다.
솔직히 난 이런 공주님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두번째 “........다른 근위대원들에게는..........이러시지.....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은시경이 말하는 장면.
내가 적어놓고, 왜 그렇게 두근대는지....볼 때마다 이 대사가 참 좋다.
이렇게 툭 자신의 마음을 던지는 은시경이 너무나 두근댄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잠을 설칠 정도로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말.
처음 연애를 할 때, 이런 경험이 있으시지 않을까 한다.
긴가민가한데, 그 남자가 왜 저러는 걸까 싶을 때, 그 말의 의미는 뭘까 싶을 때.
머리로는 잘 모르겠지만, 심장은 이미 알아듣고, 쿵 하고 떨어져 버리는 그런 경험 말이다.
사람을 자꾸만 두근대게 만드는....그런 의미심장한 말.
그렇게 긴 말도 아니면서, 진심을 담아서 하는 그 말 때문에 설레고 심장이 뛰어대는 그런 말.
은시경, 정말 너무나 두근대는 남자다. ㅠㅠㅠㅠ
그리고 세번째 장면.
혼란스러운 공주님이 창가로 다가갔을 때, 샤워를 하고 난 후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창밖에 서서 자신의 방을 쳐다 보고 있는 은시경.
두 사람의 마음이 다 느껴져서 자꾸만 선덕거린다.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창밖에서 지켜보며 서성대는 은시경의 마음이 느껴진다.
곁에 있고 싶고, 보고 싶고, 손에서는 자꾸만 그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지고.....
미칠 것 같았을 것이다.
사실 1회에서 3회까지의 시간이 바로 다시 만난 첫날이다.
2년만에 만난 공주님 때문에 심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은 은시경.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에 부담스러우실까봐 꾹꾹 누를 수밖에 없는 은시경
그러나 터져나오는 감정 때문에 공주궁 밖, 공주님 방을 쳐다보며 서있을 수밖에 없는 은시경.
밖에서 서성대는 남자가...참 사람을 두근대게 한다.
이 역시 완벽한 내 취향.
공주님의 무의식은 이미 알았을 것이다. 저 남자가 내게 마음이 있다는 걸.
누군가 내게 다가올 때,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그러나 아닐 거라고 또 세뇌시킨다. 혹시 아니면 자신이 상처받거나 실망할까봐.
아마 공주님도 그런 과정이다.
공주님 역시 다리를 다친 이후, 예전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아무래도 잃으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아지셨다고는 해도, 완벽하게 나은 것은 아니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러니 공주님은 더욱더 아닐 거라고, 그렇게 자신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이 너무나 좋다.
두근두근.....3회를 읽는 내내, 내 심장은 두근두근댄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4 - 위로가 위로를 건네다
4회는 여러모로 담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
공주님의 기억이 꿈으로 돌아오는 과정, 신부님의 말씀, 위로와 회복, 그리고 새로운 갈등.
1. 공주님의 꿈
1부 안에 공주님의 기억이 돌아오는 장면은 두 장면이다.
둘 다 의미가 있다.
그리고 4회에서 이 장면은 두 가지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첫번째 의미는 공주님 스스로 무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자기 방어 기제로 자신의 기억을 꼭꼭 숨겨두었지만, 시경이가 나타나면서 무의식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돌아온 것이다.
물론 공주님의 의식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무의식은 알고 있었다. 사람의 감정, 뭔가 이끌리는 듯한 무의식적인 감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공주님이 시경이를 피하고 있었다는 것도, 자신의 감정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두번째 의미는 다음 장면에 대한 준비였다.
시경이를 알게 되는, 은시경의 존재가 과거 어땠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 장면을 위한 전초 작업이었다..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과 가장 힘들고 무서웠던 장면이 그녀의 기억으로, 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가장 힘들고 무서웠던 장면에서도, 은시경이 있었다.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나름 기억은 돌아오고 있었고, 은시경에 대한 믿음, 신뢰를 점점 의식적으로 알게 된다.
공주님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은시경을 신뢰하게 된다.
이 장면 역시 의미가 있지만, 이 장면이 등장하는 곳에서 다시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하고 넘어간다.
2. 신부님의 말씀
사실 4회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은 신부님의 말씀이다.
관계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 우는 장면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이 신부님의 말씀은, 사실 복선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공주님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복선을 이 말씀 속에 묻어두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또한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분명 의미와 뜻이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필요할 때 돌려주실 거라는 것.
그리고 돌려주시지 않으실 때는 그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를 찾으면, 기억은 돌아올 것이라는 것.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게 일어난 일에 의미를 찾는 것.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고민해 보고, 성찰해 보고, 배움을 얻는 것.
그리고나면,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은 모두 의미를 지니게 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주제가 여기에 드러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 돌아보고 성찰해보는 것.
<당.기.못>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3. 위로와 회복
4회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이것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다.
이런 과정은 뒤에서 나와야 하지 않나 싶으실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앞에서 쓰고 싶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기억도 없지만, 이 남자의 존재가 어떤 힘을 가지는지, 공주님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밝고 자신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듯하지만,
공주님 안에는 어두움이 가라앉아 있다.
스스로 가면을 쓰고, 밝게만 있는 공주님은 사실 속은 썩어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직 만난지 얼마 안 된, 이 남자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 모습을 봐준다.
그것 때문에 아파한다.
그것은 놀라운 경험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겉모습만을 보고 있을 때, 이 남자는 자신의 영혼 깊이 바라본다.
자신의 영혼이 아픈 것을, 그 상처를, 그 힘듦과 어두움을, 이 남자는 처음부터 알아본다.
그리고 위로한다. 자신이 더 아파하는 모습으로, 아무 말 없이 그 상처에 입맞추는 것으로 위로한다.
아무 말 하지 않아서 좋았다.
진심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은시경은 눈빛 하나로, 손길 하나로, 상처에 입맞추는 행위 하나로, 그리고 자신의 뜨거운 눈물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은시경은 단 한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남자가 좋다.
어쨌든 영혼 저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어둠까지, 그 그림자까지 안아주는 이 남자 때문에 공주님은 기억도 나지 않는 상처에 눈물을 흘린다.
위로를 받았다.
"서럽지 않은데, 서러웠다.
아프지 않은데, 아팠다.
슬프지 않은데, 슬펐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위로받을 이유가 없는데, 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위로를 받았다."
4회에서 내게 가장 많은 울림을 주는 부분이다.
왠지 이 부분을 읽으면, 내 자신이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가면우울증. 자신을 늘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괜찮다고 세뇌시킨다.
의식은 괜찮다고 느끼지만, 사실 무의식의 상처는 골이 깊어지만 있다. 어두움은 그림자처럼 자꾸만 잠기고, 상처는 깊어만 진다.
어쩌면 이 부분은 내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나도 공주님과 같이 저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참, 웃기지만, 은시경이 나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4. 새로운 갈등.
공주님의 선포. 이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했다.
시경이가 돌아온다면, 반드시 두 인물이 등장해야 했다.
은시경과 완전히 같은 조건의 한 남자와, 은시경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괜찮은, 재벌 2세. 게다가 추억까지 공유한 굉장히 괜찮은 인물.
그런 두 사람이 필요했다.
두 사람 다, 공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들이어야 했다.
처음부터 길게 갈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천천히 진행되었던 당기못. 그러나 나름 열심히 여러가지 갈등과 뼈대를 준비했던 것 같다.
어쨌든, 상우의 등장과 더불어, 공주님 스스로도 알게 되는 미묘한 감정.
4회는 참 다이나믹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러나, 나 역시 4회가 참 좋다.
힐링과 치유가 되는 회였다.
5
글을 쓸 때, 특히 이렇게 긴 연재를 할 때, 늘 고민하는 것이 있다.
시놉을 짜면서도 한 회를 구성하면서도 여러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장치들을...어떤 식으로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한 회가 가지고 있는 기승전결의 힘. 완결성
그리고 그 다음 회를 보게 만들어야 하는 미완결성.
많은 것을 보여주되, 모든 것을 말해서는 안 되는 것.
시놉을 짠 대로 한 회를 짜는 것을 좋아한다.
내용이 길어진다면, 고민해 본다. 이렇게 끊었을 때, 기승전결을 갖추게 되는지.
예전엔 이 기승전결에 너무 목숨을 거는 바람에, 마지막 다음 회의 계속 기법을 없애고 말았다.
끊기 신공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어디에서 끊을 것인가, 그것 역시 한 편 한 편의 완성도를 결정짓고는 했다.
만약 끊었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도 있었다.
그걸 직접 써보고 나서 알게 되기도 했다. <가락국>이 남긴 배움은 참 많은 것 같다.
어쨌든 한 편 한 편 주제를 가져야 하고, 의미를 지녀야 한다.
또한 동시에 다음의 전개가, 갈등이 드러나야 한다.
완결성과 미완결성의 적절한 조화. 그것이 연재의 묘미를 결정 짓는 것 같다.
4회부터 조금 더 길어졌고, 또 더 많은 분들이 오시기 시작했다.
댓글이 갑자기 많아진 시점도 4회부터다.
4회는 어떤 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한 회를 전범처럼 보여주는 회인 듯하다.
의미도, 둘의 회복도, 그리고 새로운 갈등도, 나름 적절하게 배치가 된 회였던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늘 생각한다. 이 한 회가 드라마의 한 회로 생각하자고.
또 단편 하나의 완성도를 생각하자고.
그건 연재물이면서도 하나만으로도 완성도를 가지게 하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유일하게 각 회의 제목이 없는 것이 <당기못>이다.
빨리 쓰자는 생각 때문에 제목을 처음에 달지 않았는데, 지금은 후회한다.
제목을 처음부터 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글들처럼....
제목은 그 회의 주제를 보여준다.
나중에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면, 당기못에 제목을 달아줄까 싶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5
- 마음이 담기지 않은 두려움은 없다
5회는 공주님의 두려움, 시경이의 질투, 상우의 출현 정도가 될 것 같다.
1. 공주님의 두려움
공주님의 두려움.
공주님의 속마음을 쓰면서 난 왜 그렇게 공감이 되었는지....
지금 다시 읽어봐도 공감이 된다.
예전 같으면 이런 혼란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다.
여자로서 포기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올랐을 자신만만했던 공주가, 자신의 장애를 맞닥뜨렸을 때,
그만큼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죄책감까지 있었으니.....
그래서 동욱이 자신을 여자로 대하는 게,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즐기고 좋았을 것이다. 자신이 여자구나, 를 느끼게 해줬으니...
그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물론 이런 공주님에 대해서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 이해가 된다.
공주님의 그 마음을. 여자로 보여지고픈 마음을....
동욱에게 공주님은 늘 금을 그었다. 아니라고 말해왔다. 단지 편했을 뿐이다. 그가.
그런데 단 며칠 만나지 못한 한 남자가 자꾸만 가슴을 두드려대는 거다.
자꾸 착각하고 싶게 만드는 거다.
공주님은 아마, 자신이 싫었을 것 같다. 자꾸 여자로 보이고 싶은 자신에 대해, 나중에 실망할 자신에 대해
자꾸만 움츠러들었을 것 같다. 정신 차리라고 도끼병이냐고, 자신을 자꾸만 몰아세웠을 공주님이, 난 자꾸 안쓰럽다.
그래서 공주님은 다른 남자들을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부터 오빠가 소개해준다는 그 남자를 만나봐야겠다고,
남자를 워낙 못 만나봐서 이런 거라고, 공주님은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은시경이 존재는 강력했다. 이렇게 공주님을 순식간에 뒤흔들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공주님 스스로 위험을 자각하고 있다.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
그건 기억과 상관 없이 느껴지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저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 피하고 싶은 사람...
그건 사실 내가 빠져들까봐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2. 시경이의 질투와 상우의 출현
시경이의 질투가 깊어지고 있다.
자신과 같은 입장인 동욱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인물인 상우에 대해서.
이제 그 상우의 존재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진솔하고, 솔직하고, 또 진중한 인물이다.
어떤 면에서 시경과 비슷한 면모도 있다.
그건 뒤에서 얘기가 되지만, 사랑법은 비슷하다.
공주님의 남자로 떳떳하게 서고 싶어한다.
그리고 둘 다 그 때문에 공주님을 잃게 된다.
시경은 상우를 보고 순식간에 알아챈다.
괜찮은 남자라는 것을.....공주님을 온 맘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어마어마한 강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예전 같으면 시경은 물러섰을 것이다.
그러나 시경은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재겨 디딜 곳이 없다.
칼날 위에 서 있는 시경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자신의 앞에 드러난 강적에 대해, 시경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렇게 대적하고 있다.
3
5회에서 공주님은 눈에 띄는 두 가지 행동을 한다.
은시경에게 오른팔을 빌려달라는 것.
또 한 가지는 은시경에게 신랑, 신부 같지 않냐고 말한 것.
오른팔을 빌려주는 건 재하외에는 없었다.
동욱에게도 해달라고 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공주님은 시경에게 그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의식하고 있든, 하지 못했든, 공주님은 지금 시경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다. 함부로 팔을 빌리거나 하지 않는다.
연습도 재하와만 했었다.
그런데 공주님은 자신도 모르게 시경에게 자신을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신랑, 신부 같지 않느냐는 농담을 건넨다.
말은 자신의 무의식이 반영된다.
공주님의 빗장은 이미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남자는, 특히 A형 남자는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적어도 상대편에서 여지를 줘야지만, 마음을 내비칠 수 있다.
공주님은 본능적으로 그 여지를 주고 있는 중이랄까.
공주님의 말 한 마디가 시경의 심장을 설레다 못해 터지게 만들고 있다.
그건 일종의 여지, 마음의 여지가 아닐까 한다.
난, 공주님의 의지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호감을 가지는 상대에게,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표현한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호감의 행동을 하게 되고,
상대방 역시 무의식적으로 그 호감을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난, 은시경이 혼자서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공주님의 무의식이 은시경의 무의식에 손을 내밀고 있는 중이다.
서로는 모른다. 그러나 서로의 무의식은 알고 있다.
왜 이렇게 자신이 마음이 열리고 있는지, 왜 이 마음이 참아지지가 않는지....
그건 서로의 책임이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단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 잠깐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댓글이 도리어 읽으실 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읽고 싶으신 대로 읽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가이드라인을 잡고 있는 느낌이다.
고민되는 부분이다. 그래도.....내가 쓰고 싶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써두는 건 중요한 것 같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6
- 세상의 지지는 나로부터 출발한다 -
6회. 사실 6회는 쓰면서 가장 많이 두근두근댔던 회다.
처음부터 잡아놓은 에피였고, 쓰고 싶어서 근질근질거리기도 했다.
1. 재하와 은시경의 대화
이 둘의 대화에서 재하는 사실 가장 객관적으로 은시경과 재신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재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애정을 가진 인물이다.
둘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적어도 과거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인물이다.
또, 두렵기도 하다.
둘이 또 서로를 생채기내게 할까봐, 마음과 다르게 상처를 내게 할까봐
가장 두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재신이도 변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은시경이 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시경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두 명의 인물이 재하와 혜원이다.
재하는 남자로서 끊임없이 은시경을 자극한다.
가장 적지적소에서, 가장 냉철하고, 날카롭게 은시경에게 비수를 꽂아버린다.
어쩌면 은시경을 가장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재하다.
재하는 은시경이 자신의 주군으로 인정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만큼 은시경은 재하를 믿는다.
재하의 능력을 알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하의 말은 늘 은시경의 가슴 한가운데에 꽂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공주님의 오빠다.
그 누구보다도 은시경에게 신경쓰이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재하가 은시경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내보이지 못할 거면, 정리하라는 말은, 은시경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짝사랑은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품은 사랑은 독이 될 뿐이다.
어쩌면 재하는 알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비록 지금 재신이 은시경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또다시 빠질 거라는 걸,
재하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재하 역시 은시경을 아끼니까, 어떤 마음인지 누구보다도 재신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그러니 재신이 은시경에게 다시 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재신의 성격 또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재하다.
어쩌면 어머니보다도 더 재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재신이니까.....
조금 다르게 표출되었을 뿐, 사실 재하와 재신은 쌍둥이 같은 영혼이다.
그러니 재하도 재신을, 재신도 재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들이다.
재하는 그래서 두려웠을 것이다.
재신이 다시 은시경에게 빠지는 것이......
그렇다면, 은시경 스스로가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은시경이 가슴에 여전히 재신을 품고 있다면, 결국 그 감정이 재신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기억이 없다 하더라도 그 감정은 재신을 끊임없이 자극할 것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은시경이 물러선다면, 재신은 또다시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하는 은시경을 다그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비판자이자 지지자로서, 재하는 은시경에게 가장 독한 말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도 너를 지지하지 않는다.
가장 독하고 아픈 말을 던졌다.
그러나 은시경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던졌다.
자신을 스스로 지지하지 않는 자는, 그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그것을 재하는 명확하고 단호하게 은시경에게 말해 준 것이다.
너는, 너 자신을 지지하는가.
너는, 너 자신을 믿는가.
너는, 너 자신을 인정하는가.
그런 것들을 재하가 묻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먼저라고, 재하는 말하고 있다.
사랑은 감정의 끌림이 아니다.
그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랑은 책임이 따르는 행위이다.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 "행위"인 것이다.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
그 감정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준비되어 있는가.
재하의 입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2. 벽장씬
이건 그야말로 내 로망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너무나 뻔한 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다.
물리적으로 갇힌 공간에서, 두 사람의 감정씬이 드러날 수 있는 에피였다.
가장 리얼하게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공주님의 무의식은 이미 은시경을 신경 쓰고 있다.
또 상우가 몇 번 짚어줬기 때문에 더 신경 쓰일 수도 있다.
은시경을 남자로 리얼하게 느끼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 남자에게 심장이,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경 역시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몸이 반응을 한다.
공주님을 품 안 가득 안고 있으니, 이건 반응을 안 하면, 남자가 아닌 거다.
없던 감정도 생길 판에, 가슴 가득 꾹 참아 둔 여자가 바로 품 안에 가득 안겨 있는데, 안 미칠 수가 있을까.
사실 이 장면에서 정말 많이 갈등을 했다.
내 로망은 키스하는 거였다.
은시경이 이곳에서 폭발을 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공주님을 정신 못차리게 하고, 둘의 관계가 긴장을 타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은시경은 거부했다.
은시경은 스스로 참아냈다.
아직은 아니었던 거였다.
그것은 8회에 가서 폭발하게 된다.
원래 시놉대로 그렇게 가게 됐다.
그러나 6회에서 어마어마하게 갈등했던 부분이었다.
은시경은 이 벽장씬에서 결국 공주님의 드러난 어깨에, 목에 입술을 댄다.
공주님도 알고, 은시경도 아는 일이다.
서로 모르는 척을 하고 있을 뿐.
공주님은 애써 변명을 했다.
둘이 너무 꼭 안고 있다보니, 좁아서 그가 안다가 입술이 스친 거라고......
그러나 아니었다.
은시경은, 그녀의 하얀 목과 어깨에 실제로 입술을 댄 것이었다.
그 살냄새에 이성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은시경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것이...7회....
어쨌든 로망이다. 이 부분.
그래서 결국 성취되지 못한 이 로망을 단편 <소개>에서 터뜨려버렸다.
내가 원했던 장면을 <당기못>에서 쓰지 못하고, 결국 로망들을 단편에서 터뜨리게 되는 듯하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7 - 존재가 가지는 평안의 힘
1.
7회를 쓰면서 이번 회에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은 공주님의 미묘한 마음의 변화였다.
6회의 벽장 씬 이후, 공주님은 아주 조금 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시경이는 절대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리고 공주님 자신도 애써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공주님의 감정에 아주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
차 안에서 재신은 이렇게 고백한다.
벽장 속에서 있었던 둘만이 아는 비밀......
자신의 어깨에, 목에 시경의 입술을 느꼈던 순간,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서, 짐승 같은 남자의 숨소리를 느꼈던 순간,
은시경을 그야말로 "남자"로 각인하게 된다.
조금은 독특한, 신경이 쓰이는 근위대장에서 "남자"가 된 것이다.
신경이 쓰이는 남자......
재신은 정말 이 남자가 벽장에서 아무 느낌이 없었던 건지 궁금해 한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 나서야, 뭔가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이후도 마찬가지다.
혜원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가장 괜찮은 남자를 떠올린다.
그 남자가 역시 은시경이다.
궁에서 제일 괜찮은 근위대원을.....재신 스스로 은시경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재신이 은시경을 그 중에서 가장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혜원에게 소개시켜준다는 건, 그 다음 문제였다.
그 후, 시경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재신의 반응은 실망이었다.
이 장면만 가지고 볼 때, 재신이 시경에게 마음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재신이 지금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은 시경의 마음이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들여다보고 싶지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실망하는 은시경의 모습을 보면서,
도리어 첫사랑을 못 잊는 거냐는 은시경의 질문에, 재신의 무의식은 알아챘다.
“..........그래서 아까 그 사람이........좋으셨습니까?”
이 질문은, 은시경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내보인 것이었다.
재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공주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늘 관심을 표해 오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였던 사람이다.
자신에게 오는 관심을 모를 수가 없다.
그녀에게 장애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더 확실하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재신은 말했을 것이다. "나한테 관심있어요?" 라고......
그러나 그녀의 장애는, 자신을 향한 마음도, 아닐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자꾸만 다짐하고 다잡게 만들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시경이의 이 대사가 참 두근거린다.
“..........그래서 아까 그 사람이........좋으셨습니까?”
“.....네?”
“첫사랑이니까........공주님의 첫사랑이니까.........”
시경이의 마음 한 자락을 꺼내놓은 이 대사가 자꾸 두근거리게 한다.
한 남자의 질투가......이 두 문장에 담겨 있다. 그래서 자꾸만 두근댄다.
2. 은시경에 대한 공주님의 첫 번째 기억.
사실 공주님께서 가장 처음으로 기억하신 것은 꿈에서 본 성곽씬이었다.
성곽씬과 발퀴레 음악이 흘러나오기 직전 시경이 말했던 "공주님께서 더 반짝반짝 더 빛나십니다."
이 대사였지만.......
이 기억은 사실 시경이 말한 내용 때문에 성곽씬과 한께 등장한 거였다.
저, 별똥별 안 봤습니다. 공주님께서 더 반짝반짝 빛나셨습니다...라는 대사.
이 말 때문이었다.
그것을 공주님의 무의식은 같은 조건 속에서 받아들여서 성곽씬과 그 대사가 함께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무의식은 그것을 가장 먼저 떠올렸지만,
공주님 스스로는 그 인물이 누군지 몰랐다는 것이었다.
물론, 의식적으로 몰랐다.
무의식적으로는........뭔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시경을 만나지 않으려 피하다가, 또 성당에 가서 같이 거닐었을 테니.......
그만큼 성곽은, 그리고 그 반짝반짝 빛나신다는 말은, 공주님 스스로도 고백과 같이 받아들이신 게 틀림없다.
의식적으로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주님의 무의식은 은시경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 기억이 꿈을 통해서 떠올라 왔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완전히 은시경에 대한 기억을 처음으로 떠올린 것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발퀴레의 기행이 울려퍼지는 그 악몽을 또다시 꾸고 있을 때,
예전에도 끊임없이 꾸고 있었던 그 장면들,
게다가 기억을 잃었어도, 이 장면과 김봉구, 오빠에 대한 부분은 간헐적으로 기억하고 있던 공주님에게
처음으로 그 악몽을 벗어나게 해준, 사람이 기억 속에 등장한 것이다.
악몽에서 구해내 주는 그 목소리를 따라 나와본 그 곳에 은시경이 있었다.
그 순간, 데자뷰처럼 그녀의 기억이 떠오른다.
같은 상황, 같은 모습으로, 그가 자신을 안고 있었던 장면.
은 시 경이라고 그 이름을 불렀던 그 장면.
놀라운 것은,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아마 공주님은 느꼈을 것이다.
은.시.경이라고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가슴 깊이 퍼지는 평안을......
그 존재가 가지고 있는 그 평안의 힘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은 공주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은시경이라는 존재가,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불안을 말끔히 없애줄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가슴 저 안에서부터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7회는 중요했다.
공주님이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은시경이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과거에 그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실하게 가슴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3. 은시경의 욕망
사실 이건 은시경의 욕망이 아니라 내 욕망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진짜 많이 갈등했다.
공주님께 키스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처음부터 시놉은 결정되어 있었다.
7회는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많이 갈등했다.
벽장 안에서 키스를 하게 할까 싶었지만, 그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7회에서는 달랐다.
공주님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고 그때처럼, 은시경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안정을 찾아갔다.
자신을 처음으로 기억했다.
시경의 마음이 정말로 터져버리지 않았을까.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이, 정말로 미쳐버리게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시놉대로 가기로 했다.
거의 입술이 닿을 뻔 했던 그 순간, 가까스로 시경은 자신의 입술을 거둬들였다.
그런데 사실 공주님께서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 두근댐이....쓰면서도 느껴졌다.
도대체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아닐거야, 아닐거야 하면서도 미친듯이 요동쳤을 그 심장박동.
생각해 보니, 쓰고 있는 입장에서는 1부에서 훨씬 더 설렜던 것 같다.
2부는 힘든 과정들이었으니........
그리고 3부는......또 다르다. 조금은 1부의 발전적인 형태.....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8 -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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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시 읽기 프로젝트를 해오다가 멈춰버린 곳이 8회였다.
그 때 이후 계속해서 당기못을 내 스스로 복습하고 있다.
8회도, 9회도 몇 번이고 복습하고,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정주행을 하며 나 역시 복습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8회는 정말 댓글을 달 수가 없었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더 댓글을 달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8회를 쓸 때, 어떠했는지 너무나 강하게 느껴져서 늘 8회에서는 멈추게 된다.
뭔가 자꾸만 먹먹해진다.
<잡담>에 써둔 글이 있다.
8회를 쓰면서, 정말 이렇게도 쓰기 어려운 글은 처음이라고.....
새벽에 몇 번이나 쓰려다 멈추고 또 멈추고......
은시경에게 너무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 고통을 내가 체험하면서
나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시경의 그 먹먹한 마음을 느끼고야 말았다.
나는 늘 감정이입이 되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내 입으로 말을 하고 있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빙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은....그야말로....심장의 고통이다.
마치......2부 끝 부분에 느낀...공주님의 심장의 고통을...나는 8회에서 느꼈다.
그래서 복습조차도 어렵다.
그 때가 다시 떠오른다.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가슴이, 심장이 끊어져버릴 것 같은 시경의 고통이....지금도 전해져 온다.
1. 재하의 의도
8회의 초반부에 재하와 시경의 대화가 나온다.
일부러 시경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재신을 만날 수 있도록.
눈치 채셨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재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상우가 재신에게 꽃을 보냈다는 사실을.....
재하는 그것을 시경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거다.
재하는 아이큐 187의 제왕이다.
그 정도 계산은....이미 치밀하게 해두었다.
상우가 언제 전화를 걸 것인지, 언제 들어가면, 확실히 시경이 이 둘을 볼 수 있는지....
그렇게 시경을 보냈다.
재하의 의도는.......시경을 자극하는 것.......
재하도 알고 있다. 예전 시경과는 다르다는 것을....예전처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재하는 그래서 이왕 들이댈 거라면, 확실히 들이대라는 그런 의도였다.
가장 안티적인 것 같지만, 사실 가장 확실한 조력자.
재하는......재신을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시경을 가장 사랑하는.....사람이다.
2. 공주님의 의식
전화를 받으면서, 공주님은 시경을 의식한다.
의식은 알지 못했지만, 무의식은 확실하게 시경의 존재에 대해서 뚜렷하게 의식하고 있다.
전화를 받으면서도, 시경 때문에 얼굴을 붉힌다.
상우의 말에 대답하느라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나서, 시경이 있다는 걸 의식하면서 긴장한다.
이 남자 때문에 전화를 끊기까지 한다.
이건 명백한 의식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이미 게임셋이었다.
상우와 시경 중, 공주님의 무의식은 확실하게 시경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공주님은 묻는다.
“은시경 씨야 빈 말을 할 리는 없겠지만,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여자들 오해해요.
아까 그 말.......선수들이 하는 말인 거 알아요?
여자들한테 작업하는 멘트? 그런 거 같다구요. 큭큭.
나야 은시경 씨가 워낙 충신이라는 걸 아니까......괜찮지만요.”
이 말은 이미 공주님 스스로 그 말 때문에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런 거....아닙니다.”
“네?”
“제가 원해서 왔습니다. 전하께서 시키신 게 아니라.”
“그래도.......”
“제가, 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공주님......괜찮으신지........직접 뵙고 싶어서........”
공주님이 시경에게 저 위의 질문을 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던진 이 말들에 공주님은 이미 자신이 흔들렸음을, 설렜음을 반증해주는 말이었다.
저런 질문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해한다고 말하는 이유......그건 두 가지다.
하나는 그 말은 상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하고 있다.
즉 스스로에게 오해하지 말라고 쉴드를 치기 위해 해주는 말이다.
오해하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 등의 말을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하기 때문에 오해라면 확실히 끊을 수 있다.
둘째는 자신이 이미 마음이 흔들렸다는 반증이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오해라고 확신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해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공주님.......”
또 낮게 깔리는 저 목소리.
“저, 아무에게나 그런 말 하는 사람, 아닙니다.”
“네?”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뵙고 나니 안심이 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공주님은....오해가 아니라는 말을 돌려서 듣게 된다.
저, 아무에게나 그런 말 하는 사람, 아닙니다.
이미 흔들려버린 공주님의 마음을 확실하게 확인사살을 한 시경의 말이다.
선수인가, 라고 놀라는 공주님의 마음은......이미.....천천히 자신도 모르게 시경을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중......
그러나 무엇보다...나는 저 말이 너무 설렌다.
"저, 아무에게나 그런 말 하는 사람, 아닙니다."
모를려야 모를 수가 없다.
돌아온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이것이 은시경이었다.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공주님께 자신의 마음을 직구로 고백하고는 했다.
그래서 좋다.
이 대사가 너무나 설레게 한다.
3은.......8회의 하이라이트....이건 중국어를 듣고 와서....정리~
3. 시경의 고백
시경의 고백을 쓰기가 왜 이리 힘든지......
8회 댓글 달기에서 막힌 것도, 이 시경의 고백 때문이다.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은시경이다.
은시경의 마음이다.
온전한 은시경의 마음.....
단 한 사람을 바라보고, 단 한 사람을 품고, 단 한 사람을 평생 가져가는,
은시경의 사랑법이다.
다른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의 평생의 단 한 번의 사랑......
다른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은시경의 고백은 모두 은시경의 절절한 통곡이다.
그래서 그 모두가 내게는 절절하다.
볼 때마다 아프고, 또다시 보기가 겁나고, 그러나 또다시 보고 싶은 그의 마음이다.
당기못의 시놉을 짜면서 가장 먼저 쓰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8회를 쓰고 싶어서 그토록 두근두근대며 기다렸다.
빨리 쓰고 싶었다.
그래서 꽤 빨리 연재를 하기도 했었다.
내가 보고 싶었다.
은시경의 고백을, 그리고 그 고백이 터져나와 공주님의 입술을 가지는 은시경을,
내가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쓰고 싶었던 8회를 쓸 수가 없었다.
그의 고통이 그토록 강하게 느껴질 줄은 정말 몰랐다.
몇 번이나 글을 접었다.
단 한 줄을 적어놓고, 그 마음이 절절해서 펑펑 울다가 새벽을 맞고는, 접고는 했다.
이토록 한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느낀 적이 있었던 건지.....
내가 은시경에게 빙의된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이었냐고....정말 이런 마음으로 공주님을 보고 있었느냐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아파왔다.
정말 심장이 아파서 숨쉬기도 힘들 만큼 괴로웠다.
그의 고통은 물리적으로 내게 가해져 왔다.
그래서...8회는....내게 고통이며, 절절한 고백이며, 한 남자의 진실된 마음이다.
그래서 8회는 함부로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다시 보기가 겁이 나는 회다.
그의 마음을....그의 마음의 깊이를....함부로 들여다 볼 수가 없다.
그래도...당.기.못....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분은 바로 이 고백씬과 키스씬이 아닐까 한다.
내게도 그렇다.
당.기.못......에서 한 장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8회를 선택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8회에는.....정말......은시경이 존재한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9 - 감사
1
9회......
8회의 은시경의 고백씬의 거울회다.
8회를 쓰면서와 9회를 쓰면서...나는 참 놀라운 경험을 했다.
8회를 쓰면서 그토록 시경에게 빙의되어 힘들어 했으면서,
9회를 쓸 때는 또 다른 시경에게 빙의되었다.
이는 참...말하기 힘든 경험이다.
8회에서 그토록 아팠던 마음이, 9회의 은시경에게 위로를 받았다.
같은 은시경이다.
그런데 그 같은 은시경이....또 다른 말을 건네왔다.
그래도....사랑해서 행복하다.
자신의 사랑은 고통이 아니라고....행복이라고......
당신을 사랑해서 행복하다고......
그래서 또다시 나는 울었다.
그가 왜 내게 <다행이다>를 배경음악으로 깔게 한 건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여전히 8회와 9회의 배경음악을 내가 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시경이 원하는 대로, 은시경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갔던 것 같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니, 나도 고통스러워했고,
그가 다행이라고 말하니, 나도 다행이라 말하고 있었다.
웃기게도, 8회에 왜 <다행이다>가 나와야 했는지,
9회를 쓰면서 알게 되었다.
8회의 은시경은 내게 다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오래 묵은 고통을......보여주었을 뿐이다.
그 또한 은시경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은시경의 모두는 아니었다.
그 다른 면에는....그의 행복함이 담겨 있었다.
감사가, 있었다.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살아 있어서 감사하고,
살아서 사랑하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자신의 눈 앞에 살아 있어서, 살아 숨쉬고 있어서 감사하고 있었다.
그래서..........9회는 내게 힐링이다.
9회의 은시경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 아프지 않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그래서 내 마음도 힐링이 되었다.
다른 어떤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9회는 온전히 은시경의 고백을, 은시경의 감사를, 은시경의 깊이를........누릴 뿐이다.
그것이면, 차고도 충분하다. 내게는.......
2
8,9회....당기못에서, 이런 회가 또 나올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않을까.
여전히 당기못 하면, 8,9회의 은시경의 고백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내게도 그렇다.
심장을 쥐어짜던....그 고통의 새벽을 기억한다.
아마,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온전히 은시경의 마음을 느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아마 다시는 이런 마음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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