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9 -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
<은신영원하라님께서 만들어주신 <야누스의 달> 대문짤입니다. 완전완전 감사합니다. (__)>
그대에게 하는 말 - Sweet Sorrow
야트막한 마음 언저리 그대 홀로 쓸쓸히 서성일때
곁에 모두 어딘가에 사라졌을때
숨겨왔던 오랜 슬픔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아픔을
목이 메어 눈물조차 힘겨운가요
어두워진 길 위에 혼자뿐이라도
얼어붙은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Don't cry Don't cry Don't cry Don't cry Don't cry
그대에게 있어요
어두워진 길 위에 혼자뿐이라도
얼어붙은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그대 깊음 숨속 말하지 못한 아픔들
어느 누구 하나 헤아려 주지 못해도
끝내 홀로 떠나가진 말아요
그대 그대 그대 always on my mind
잔인한 그 한마디 그대를 찌르고
어리석은 마음이 또 그댈 속여도
그대 그대 오 그대 난 항상 그대에게 있어요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잊지마요 내가 그대 곁에 있음을
가사 출처 : Daum뮤직
66
쿵쿵쿵쿵.....
재신은 침대에 누워서도 심장이 통제를 잃은 듯이 쿵쿵대기만 했다.
두근거리는 자신이 못내 짜증이 나서 결국 몸을 일으켜 침대 맡에 기대어 앉았다.
왜 이러니...이재신......
아까의 키스가 잔상으로 남아 재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 계단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그와의 키스가 언제까지 이어졌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발소리를 듣고서야 재신은 정신을 차리고 그를 내버려둔 채로 그대로 뛰어내려왔었다.
그러나 그 잔재는 계속 남아 재신의 가슴을 울려대고 있었다.
그 말 때문이었을까....
제가...공주님...가지고 싶었습니다......
그 말이 자꾸만 재신의 머리를 휘젓고, 심장에 내려 앉아 자꾸만 뛰게 만들었다.
그의 진심이었을까.......
“제 의지였습니다.”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울지 말라는 말에도,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마치 정*사와 같은 그런 키스를 나누며,
어쩌면 그는 내가 오빠에게 한 말에 대한 자신의 답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의지였어.....”
그 말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재신의 심장이 또다시 쿵쿵대며 뛰어댄다.
재신은 다리를 모아 무릎을 안고 머리를 묻었다.
그녀의 세계 속에는 심장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67
까무룩 잠이 들었던 걸까.
뭔가.....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재신은 방문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웅크려 자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싸했다.
차가운 공기가 멀리서 불어와 재신의 뺨에 닿은 듯도 했다.
누가.....있다.....!
재신의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다.
침착해야 한다. 이재신!!!
궁이다. 주위에 전부 근위대원들이다.
그러니 침착히 그들을 부르면 된다.
재신은 침대 아래로 천천히 손을 가져다대었다.
동그란 버튼이 만져졌다.
재신은 주저 없이 눌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위급시 누르면 전체 경보가 울리는 이 버튼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상했다. 몇 번이나 다시 눌렀지만 여전히 그랬다.
전기가 나간 건가.......
그렇다면.......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눈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신은 몸을 뒤척이는 것처럼 몸을 틀자마자 그대로 문을 향해 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문손잡이를 잡으며 마음을 놓는 그 순간이었다.
우악스러운 손이 재신을 그대로 잡아 입을 막았다.
등 뒤로 그녀를 결박한 침입자는 기계음 같은 음산한 목소리를 내뱉았다.
“도망가시려고? 그건 안 되지.”
사람이 아닌 듯한 목소리에 재신은 온몸에 몸서리가 쳐졌다.
놈은 재신을 결박한 채 그대로 침대로 던졌다.
재신이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놈은 재신의 목을 오른손으로 잡아 눌렀다.
숨이 막혀왔다.
놈의 손을 빼보려 몸을 흔들어봐도 남자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극도의 공포가 엄습했을 때
놈이 재신의 목을 누르고 있던 오른손에서 힘을 풀었다.
콜록콜록....
자지러질듯 기침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놈은 재신의 목을 감싸쥐고 있었다.
언제라도 목을 조를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재신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서 물었다.
“워..원...하...는.... 게....뭐...야.......”
“큭큭......이런 거?”
놈은 재신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목부분을 잡아 뜯어버렸다.
잠옷 상의가 찢겨나가고 그녀의 속옷 사이로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무슨.....무슨 짓이야!!!!
니가 감히 대한민국의 공주를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뭐, 그러고 싶지만, 그럴 만큼 대단한 간 크기는 안 되고......”
복면을 쓰고 있는 놈의 눈이 어두운 가운데도 반짝였다.
“생각보다.....꽤.....쓸만한데...공주님.....”
“뭐..뭐?”
“놈이....뻑이 갈만하네.”
“지금...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놈의 손이 재신의 뺨을 쓸었다.
재신은 몸서리를 치며 그의 손을 털어내었다.
“날을 세운 고양이같지만, 꽤......아주....훅...갈만 하군.....”
놈의 눈이 재신의 찢겨진 옷 사이를 훑고 지나가자, 재신은 두 손으로 자신의 상체를 가렸다.
“어이....공주님, 잘 참고 있으니까, 자꾸 자극하지 마.
그러면 그럴수록 자꾸......미친 척하고 확...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지금...뭐하자는 거야?
원하는 게 뭐냐니까?
여긴 궁이야. 궁 안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근위대원들로 둘러싸여 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정신 차려.”
“큭큭큭........공주님, 이거 너무 순진하신데?
생각해 봐. 내가 어떻게 들어왔을지....응?
공주님 말대로 근위대원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었지?
응? 큭큭큭큭”
재신은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여기는 궁안이다.
공주궁 밖에서 복도에도 근위대원들이 불침번을 서며 순찰을 돌고 있다.
어떻게 된 걸까......
내부에.....첩자가 있다는 걸까......
“이런...공주님, 겁 먹은 거야?
에이...이런 걸로 겁내면 안 되지.
뭐, 일종에 쇼를 하는 거니까.....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무..무슨.....말이야? 그게?”
“우리 보스께서......워~낙~~ 쇼를 좋아하셔서 말이야.”
“무슨 소리냐니까!!!!”
“이런.....우리 공주님께서 의외로 성격이 급하시네.
조금만 기다려 봐. 곧 쇼타임이니까......”
68
시경은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공주궁을 향해 달렸다.
생각할 틈도 없었다.
작전 개시, 공주, 혼자 올 것 - T
문자는 짧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경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전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분명 보스는 따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공주님께 또다시 손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공주궁은 어두웠다.
전기선을 끊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내부 스파이가 거푸집을 내려놓았을 수도 있다.
누가 김봉구 쪽인지, 누가 왕실 쪽인지, 그조차 알 수 없었다.
두려운 것은 공주궁 밖에서부터 안까지 근위대원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경은 재신의 방이 있는 2층으로 뛰어올라가면서 재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하!!! 지금 당장, 공주님을 보호하십시오. 내부 침입자가 있습니다.
전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야, 야, 은시경!!!!>
시경은 바로 전화를 끊고, 총을 꺼냈다.
복도 전체가 어두웠다.
시경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시경이 벽에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려고 하자,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이, 야누스, 불은 안 켜는 게 좋을 거야.
니 눈에 보일진 모르겠지만, 공주님이 좀....위험하시거든.
조용히 문 닫고 들어와.”
이미 어두움에 눈이 익은 시경의 눈에는 침대 위에 눕혀져 있는 재신이 보였다.
“공주님!!!!”
“...은..시경...씨.....”
재신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듯이 작게 스며나왔다.
“뭐야, 둘이. 영화라도 찍냐?
야누스. 어쨌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공주님께 무슨 짓을 한 거야!!!!
여긴 궁이다!!! 미쳤어?”
“어이, 미치다니.......그럴 리가......
보스가 공주님께 보여드리라는데?
야누스가 어떤 놈인지 말이야.”
“헛소리 말고 공주님, 당장 놔드려.”
“야누스, 너야말로 총이나 내려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야. 내 손이 공주님 목을 누르고 있거든.”
흐읍!!!
놈이 재신의 목을 눌러 또다시 재신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이 새끼가!!!!!!!”
“2번 말하지 않는다!!!! 총 내려 놔!!! 야누스!!!!!”
시경은 천천히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려놨으니까.......공주님, 보내드려......”
“이러면 곤란하지. 야누스.....
이러면 공주님이 오해하시잖아.
마치 야누스 니가 공주님을 구하러 온 것 같이 말이야.”
놈의 말에 시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재신은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지금 근위대원들이 없는 것인지, 그리고 은시경은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그리고 지금 이 놈이 말하는 건 무슨 소린지.....
“너, 토마스한테 문자받고 온 거지?
이 봐, 공주님. 야누스가 공주님께 어떻게 알고 왔을까? 응?
그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누군가 알려줬으니 올 수 있었던 거야.
이게 원래 야누스도 알고 있던 작전이었거든.”
“무슨....말이야?”
재신이 힘겹게 입을 뗐다.
“은시경 씨도 알고 있었다고? 니가 침입할 거란 걸?”
“당연하지. 공주님. 설마, 저 놈을 믿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저번 공주님 납치도 저 놈이 계획해서 한 거였어.
그건 알고 있었지?
그 모든 게 다....저 놈의 생각이었다고.”
놈에게 목을 잡혀 있는 재신의 몸이 정신 없이 떨리고 있었다.
“이런...이런...불쌍하게도...우리 공주님 모르셨던 거야?
왜 이렇게 떠실까......이게 다, 야누스 때문이지. 안 그래, 야누스?”
“쓸 데 없는 말!!! 그만 하고......공주님, 보내드려라.
내게 전할 말이 있다면, 내게 하라고!!!!”
“나는 분명 말했어. 보스는 분명히 너.와. 공.주.님. 둘 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거든.”
“도대체!! 그 빌어먹을 메시지가 뭐야!!!!! 당장 말해!!!!!”
“공주님을........이곳에서......죽이는 것........”
그 때였다.
시경은 그대로 놈을 덮쳐서 바닥으로 밀어붙였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놈도 정신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틈에 재신은 침대에서 나와 도망가려 했으나, 다리가 덜덜 떨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몇 걸음 가다가 그대로 넘어진 재신은 자신의 손에 차가운 무언가가 만져졌다.
아까 시경이 내려놓았던 총이었다.
시경이 놈을 바닥에 깔고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몇 대 맞던 놈이 갑자기 총을 꺼내 들어 자신의 위에 있는 시경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야누스!!!! 당장 일어서!!!! 머리에 총 맞기 싫으면!!!!”
시경이 일어서자, 놈도 총을 겨눈 채로 천천히 일어섰다.
놈은 일어서며 피를 뱉었다.
“새끼!!!!”
놈의 발이 시경의 명치로 날아와 꽂히자, 시경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윽!!!!!
놈은 발로 계속해서 시경을 가격하고 있었다.
“그..그만 해!!!!!!”
순간 재신이 놈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까 주웠던 시경의 총을 놈에게 겨누었다.
놈을 겨눈 총 끝이 어둠 속에서도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놈은 비웃고 있었다.
“하아...이것 보시게. 공주님께서 총을 쏘시겠다?
참...요즘 연습한다고 했던가, 어쨌던가.......
어이, 공주님, 사람 쏴 보신 적 있어? 어?
그래, 쏴 봐!! 쏴 보라고!!!“
놈은 아예 대놓고 재신에게 쏴보라며 비아냥댔다.
재신은 방아쇠를 건 검지를 덜덜 떨며 눌러 보려 했다.
연습한 대로 하면 돼. 쏘면 돼....그러면 돼....
그러나 어떻게 해도 힘이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총은 아까보다도 더 심하게 흔들렸다.
“이런 이런, 그런 식으로는 쏴도 안 되겠는데?
어이, 공주님, 이건 어때?
공주님이 안 쏘면, 내가 이 놈 쏠 건데?
괜찮겠어?
공주님.........이 놈과 재미 좀 봤지?
이 놈보다 내가 더 나을 텐데 말이야.
여기서 이 놈은 없애 버리고, 나랑....어때?
내가 이 놈보다 더 잘 해 줄 수 있는데? 응?”
“닥쳐!!!!!! 쏠 거면 빨리 쏴!!!!!
공주님, 전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밖으로 나가세요!!!!!”
시경이 놈의 말을 가로막고 소리를 질렀다.
“어이~~!! 이러면 곤란하지. 야누스, 너 정말 공주님한테 뻑이 간 거야?
그렇게 잠자리가 좋아? 이거 자꾸 궁금해지는데?”
“입 닥치고!!! 당장 쏘라고!!!!!!”
“공주님~~! 나 진짜 쏜다?
공주님이 안 쏘면 내가 쏜다고? 그래도 돼? 응?”
재신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내가 쏘면 돼. 그냥 방아쇠를 당기면 돼!!!
표적이야. 그냥 연습할 때 표적!! 그러니까!!!!!
타앙!!!!!!!
으윽!!!!!!!!!
시경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졌다.
놈의 방아쇠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
재신의 총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은시경 씨!!!!!!!!”
시경이 왼쪽 팔을 잡고 있었다.
“어이, 공주님, 지금 야누스를 걱정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어!!!”
삐빅 삐빅!!
놈의 몸에서 무슨 신호음이 울렸다.
놈이 낭패라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깝네.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공주님, 내가 지금은 가봐야 되겠고,
다음에 만나면, 내가 예뻐해줄게.
저 놈보다 내가 훨~씬 나을 거야...큭큭큭큭.
그리고 야누스, 이 정도에 고마워해라.
보스가 아니었으면, 넌 오늘 죽은 목숨이었어!!”
놈은 창문을 깨더니 바로 줄을 던져서는 내려가버렸다.
재신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경에게로 다가갔다.
“은시경 씨!!! 괜찮아요? 어디, 어디 맞은 거예요? 괜찮아요?”
“공주님...괜찮습니다. 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야. 나 때문이야.
미안해요. 미안해요...흑......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못 쐈어....
미안해요. 내가 쐈으면 잡았을 텐데....도저히...도저히......
미안해요.......흑.......”
재신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의 왼쪽 팔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재신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자켓을 벗겨내었다.
흰 와이셔츠는 이미 피로 젖어 있었고, 다친 팔에서는 자꾸만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재신은 안 되겠다 싶어 자신의 치마를 뜯어 피가 나는 그의 왼쪽 팔을 묶었다.
“정말 전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전부 제 탓입니다. 저 때문에...공주님께서 자꾸 이런 일을.........”
재신의 그의 말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견딜 수가 없었다.
만약 아까....놈이 팔이 아니라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면, 그는 죽을 수도 있었다.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
왜 자신은 그 순간 쏘지 못했을까.
놈은 자신을 쏘라고 아예 대주기까지 했는데, 재신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패닉에 빠져서 손가락조차도 힘을 쓰지 못한 자신이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벽에 기대어 앉은 그가 다치지 않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볼을 닦았다.
“울지....마세요. 공주님.......”
“나 때문이야. 당신.......죽을 수도 있었잖아요.”
밖에서 근위대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시경은 밖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재신이 벗겨놓은 자신의 자켓을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재신은 잊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꼴인지......
그는 자신이 다친 것보다 재신의 상황을 살펴주고 있었다.
그 때 재하가 황급히 달려오며 재신을 부르고 있었다.
“재신아!!!! 괜찮아!!!!!? 이재신!!!!!!”
“응 오빠!!! 나 괜찮아!!!!”
재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너, 너!! 괜찮은 거야? 어?”
“괜찮아. 은시경 씨가 와서........다.....해결됐어.
놈은...2층에서 뛰어내려서 도망갔으니까, 빨리 잡으라고 해.”
“안 그래도, 수색 중이야.
은시경 너!!! 다친 거야?”
“응.......다쳤어.......”
재신이 시경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뭐?”
“그 놈이, 은시경 씨 팔에 총을 쐈어.”
재신이 대신 대답을 하자, 시경이 천천히 일어나 재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하.”
시경의 팔을 눈으로 살펴보던 재하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많이...다쳤어?”
“아닙니다. 전하. 약간 스쳤습니다.”
“도대체!!! 누구야!!! 어떤 놈이야? 니가 아는 놈이야?”
“복면을 한 데다가, 음성변조기를 써서 누군지 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안 거야? 그 놈이 온 거, 어떻게 알았어?”
“.......내부....첩자가 제게....문자를 보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궁에까지 들어온다는 거야!!!
궁이 그렇게 허술해? 도대체!!!!!!!”
“죄송합니다...전하.....”
재하는 자신의 분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 때 제2중대장 김동욱이 와서 재하에게 보고했다.
“전하!!! 지금 침입자가 별궁 쪽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뭐야? 사라져?
그게 말이 돼? CCTV는 다 돌려봤어?”
“예. 근데 그게....
지금 공주궁의 전기선을 모두 끊어놔서, 하나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뭐? 그게 말이 돼? 상황실은?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거야?”
“상황실 담당 대원들은........”
동욱은 재하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뭐야? 빨리 말해!!!”
“누군가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것 같습니다.
담당자 두 명 다,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미친 것들이!!!!
대한민국 왕실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이것들이!!!!!”
“죄송합니다. 전하.
아무래도.....누군가 내부 조력자가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때 염동하가 뛰어들어왔다.
“전하, 모든 문을 폐쇄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간 자가 없다고 합니다.”
“뭐야? 그럼 아직 궁에 있다는 거야?
전 근위대원들에게 전달해.
그 놈을 잡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곳에서 못 나간다고!!!!
당장 잡아와!!! 당장!!!!”
근위대원들이 황급히 뛰어가자, 재하가 시경을 돌아보았다.
“넌, 빨리 의무실로 가봐!!!
그리고 재신이 넌....본궁에...어!!!!!”
재하가 재신의 목에 붉게 손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이제야 발견하고 눈을 찌푸렸다.
“그 새끼가.....그런 거야?”
재하의 목소리가 심하게 가라앉았다.
“...이..이거? 괜찮아. 오빠.
진짜로 목을 조른 게 아니라, 나....겁주려고 그랬던 거야.
그렇게 아팠던 것도 아니고....괜찮아.
걱정 마. 오빠.”
“괜찮긴 뭐가 괜찮아? 지금!!! 아씨!!!! 이 새끼, 진짜 죽여버릴 거야.
감히....공주를 건드려!!!!!
여튼 넌....엄마한테 가 있어.
주치의 보낼 테니까.....거기서 있....”
“아니야!! 오빠...엄마 놀라서 안 돼.
나, 그냥 의무실로 갈게. 은시경 씨도 가니까, 나도 같이 가서 거기서 치료 받을게.
괜히 김 박사님까지 부르면 시끄러워져.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싫고.
우리 그냥 조용히 끝내자. 응?”
재신의 말에 갈등하던 재하는 이윽고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 근위대원들에게 두 사람을 부축하라며 지시를 내렸다.
69
재신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시경은 재신과 함께 의무실로 향했다.
재하의 지시가 있었지만, 시경도 재신도 주변의 부축은 거절한 채, 스스로 걸어갔다.
주위에 있는 근위대원들 때문에 재신은 시경이 괜찮은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이따금씩 그를 흘낏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것도 물어보지도, 부축해주지도 못했다.
의무실에 재신이 도착하자, 당번 의사가 질겁을 하며 일어섰다.
그도 그럴 것이 의무실은 보통 근위대원들이나 궁인들을 위해 마련된 의료시설이었지, 왕족이 이곳에 와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다.
당번 의사와 간호사들은 재신의 옆에 붙어서 호들갑을 떨었다.
“이 사람 먼저, 치료해 주세요.”
“예? 공주님? 지금 공주님부터 치료를 받으셔야지요.
지금 목이 많이 부으셨어요!!!”
당황한 의사의 말에도 재신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 사람부터 먼저라고, 나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공주님....전, 괜찮습니다. 공주님부터......”
시경이 말리고 있었지만, 재신은 의사를 독촉했다.
의사가 계속 쭈뼛대며 머뭇거리자 재신은 단호히 못을 박았다.
“나 때문에 다쳤어요. 총상입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바로 치료해 주세요.
공주로서 내리는 명령입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의사는 고개를 한 번 숙이더니 시경의 팔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피가 좀 많이 나기는 했지만, 다행히 총알이 스쳤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의사는 다친 당사자인 시경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미간을 찌푸리며 시경의 환부를 살펴보는
재신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정처없는 말들을 해대며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총알이 스쳤다라.......
매우 가까운 거리였는데......
어떻게....그게 가능하지.......
그야말로 천우신조(天佑神助)라는 건가.
의사의 말대로 치료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독을 하고, 찢어진 부분을 꼬매고, 붕대를 매는 것이 다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사는 진통제를 놓았다.
재신은 사실 다쳤다고 할 게 없었다.
목에 뚜렷한 손자국 외에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의사는 호들갑을 떨며 재신의 목에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였다.
“공주님, 다 됐습니다.
공주님께도 진통제를 놔드렸으니, 오늘 밤은 푹 주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어디에 계실 건지......”
“여기 있을게요.”
“예? 여기 말씀이십니까?”
“네. 좀 애매해서요. 이 늦은 시간에 본궁에 들어가서 대비마마의 잠을 깨워드리는 것도 그렇고,
공주궁은....지금 이 사단이 났고.....
어차피 이곳엔 의사 분도 간호사 분도 계시니, 이곳이 제일 낫지 않을까 싶은데.....
아닌가요?”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의료실 주변으로 근위대원들을 증원 배치하라고 하겠습니다.”
여전히 쭈뼛대는 의사와 간호사가 주무시라며 문을 닫고 나가자, 여러 침대들 사이로
재신과 시경만이 남았다.
재신은 왼쪽 침대, 시경은 오른쪽 침대를 각각 차지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침대들 사이에는 각각 커텐을 칠 수 있었지만, 재신은 시경과 자신 사이에 커텐을 치지 않았다.
“커텐......쳐 드릴까요?”
치료 때문에 침대에 누워있던 시경이, 재신을 향해 물었다.
그러나 재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주무시려면........윽.....”
억지로 일어나려다 자신도 모르게 다친 왼팔에 힘을 줬는지 시경의 입에서 신음이 스며나왔다.
“아, 진짜!!! 괜찮다니까. 왜 이렇게 무리를 해요.”
재신은 놀라서 시경의 침대로 바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그의 왼팔이 눌리지 않게 다시 눕혀주었다.
그러면서 이불을 끌어당겨 그의 몸에 덮었다.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그의 검은 눈과 재신의 맑은 갈색의 눈이 한 순간 마주쳤다.
갑자기 뭔가 쑥스러워진 재신이 “빨리 자요.”하며 뻘쭘한 듯 일어서려 하자, 시경의 오른손이 재신의 손목을 잡았다.
어!
그냥 잡는 줄만 알았던 그의 손에 힘이 가해지면서, 재신은 어느 새 시경의 품에 안겨 있었다.
재신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대고 있었다.
“하아......죄송합니다. 공주님......”
“뭐...가요? 당신 다친 거, 나 때문인데....뭐가 죄송해?”
“저.... 때문입니다.”
하아.....그의 한숨이 깊었다.
도대체 뭐가 그 때문이라는 걸까.
침입도, 모두 이 남자 때문에 벌인 일이라는 걸까.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놈은 기다렸다. 이 남자가 올 때까지....
죽이려면 얼마든지, 나든, 그든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보스라 했었지.......보스가 원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쨌든 놈은 그를 쏠 수 있었는데,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도 약간 스칠 정도로 쏘고 말았다.
뭐지........
“일부러.....그런 겁니다.”
마치 재신의 생각을 읽은 듯, 시경이 입을 뗐다.
“네?”
“가까운 거리에서 빗맞추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그럼?”
“일부러 스치게 한 겁니다.”
“일부러요?”
“놈은 대단한.....사수(射手)일 겁니다.”
재신의 몸이 흠칫 떨려왔다.
그러자 시경은 더욱더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안았다.
마치 떨지 말라는 듯이, 자신이 지켜주겠다는 듯이, 그녀를 품에 가득 안아왔다.
그러나 그의 물음은 전혀 반대의 것이었다.
“제가...무섭지...않으세요?”
지켜주겠다는 몸짓과, 그의 말은 반대였다.
“무슨 말이에요?”
“아까......놈의 말......사실입니다.”
지금 그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문자를 받고 갔다는 말도, 그가 이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도,
그 놈의 말이 다 맞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그랬었다.
그는.....내게도, 김봉구에게도 솔직했다.
그래서 더.......혼란스러웠다.
“그래서요?”
“공주님.......”
“당신은....야누스잖아.”
시경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재신은 그의 품에 안겨 있느라 볼 수 없었지만, 그의 검은 눈빛이 고통으로 더욱 짙게 깔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은시경....이잖아.
그러면....그걸로 됐어요.
더는......나도 모르겠어.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는 거겠지.
그러니까.......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요.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테니까........”
“공...주...님......”
시경의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깔렸다.
시경이 재신을 강하게 안고 있던 팔의 힘을 풀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올려보는 재신의 눈에 그의 검은 눈이 짙게 다가왔다.
“다시는.....당신을......다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 목숨을 바친다고 해도,
절대로 당신을......다치게는......하지 않겠습니다.”
“은시경 씨.......”
그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을 지나, 거즈를 붙인 목까지 내려왔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녀의 거즈 위에 가만히 입술을 대었다.
거즈가 있음에도 그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미안함과 성스러움이 가득한 행위처럼, 그의 입술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처 위에 놓였다 떨어졌다.
재신의 심장은 자꾸만 쿵쿵 대며 뛰어댔다.
그의 검은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재신은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오른손이 재신의 어깨를 감싼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오빠에게 왜...그렇게 말했어요?
내가.....그런 건데, 뭐하러...그렇게....말한 거예요?”
궁금하기도 했지만, 부끄럽기도 해서, 뭐라도 물어야 했다.
“들으셨...습니까?”
재신은 그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니까요. 공주님.”
“뭐가....말이에요?”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제 의지였습니다.
제가.......공주님을......가지고 싶었다는.....말이었습니다.
또 그 상황이 되더라도...전.....공주님을.......가졌을 겁니다.”
“은시경...씨...”
“그 순간만큼은......그 누구의 명령도....아니었습니다.
그저.....제가......한 남자로......당신을.......하아.......가지고 싶었습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된다고 해도,
전하께서 저를 내치신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을 가진.....대가라면, 그 어떤 것도 치를 수 있습니다.”
재신의 심장이 쿵쿵쿵쿵 뛰고 있었다.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심장을 꼭 눌렀다.
이러다 그에게 다 들켜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심장은 제어가 되지 않은 채로, 자꾸만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그녀의 뒷목을 감싸고 부드럽게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의 눈이 닿을 것처럼, 까맣게 그녀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의 검은 눈은 그녀의 입술을 타들어갈 듯이 뜨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새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바로 앞까지 다가와 그녀의 입술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도...그렇습니다. 공주님.......
당신을......가질 수만 있다면......그 어떤 대가도.....치를 수 있습니다. 전......”
“은시....흡....”
목을 감싸쥐는 손에 힘이 느껴지던 그 순간, 재신은 그의 힘에 이끌려 그대로 그에게 입술을 빼앗겼다.
너무나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품고 또 품었다.
가슴에서 갸르랑 소리가 나는 듯이, 뭔가 등 뒤로 자글자글거리는 감각들이 흘러다니는 듯이,
그의 입술은 재신의 입술을 품고, 그의 혀는 재신의 혀와 얽히며,
입을 맞추고 또 입을 맞추었다.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두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사람.....
미치도록 부드러운 입술과 달콤한 혀 앞에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고백 같은 말이 자꾸만 재신을 떨리게 했다.
아니, 그보다도 더한 그의 입술이, 그의 손길이, 재신을 자꾸만 두근거리게 했다.
숨이 막혀올 듯 밀려오는 키스 속에서도 시경은 재신을 놓지 못했다.
마치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시경은 재신의 입술을 빼앗고 또 빼앗았다.
마치 그는....자신의 여자라고, 낙인이라도 찍는 것처럼 입을 맞추고 또 입을 맞추며,
그녀의 영혼까지 가질 것처럼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다가왔다.
70
새벽녘.....창밖으로 여명이 돋아 있었다.
재신이 눈을 떴을 때, 시경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진정제 때문인지도 몰랐다.
재신은 여전히 시경의 침대에서 그의 품에 안긴 채 자고 있었다.
누가 들어와서 본 건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뭐, 어쩌겠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오빠가 와서 난리 치기 전엔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엄마는 새벽 잠이 없으시니까 지금쯤은 일어나 계실 듯 싶었다.
시경에게서 고른 숨소리가 났다.
이렇게 자는 게.......그에게는 마치 낯선 일 같았다.
언제나 그는......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았다.
언제나 긴장의 연속일 이 남자의 삶은......도대체 어떻게 견뎌내나 싶기도 했다.
이 남자의 눈 감은 모습....오랜만에 본다.
재신의 마음이 뭔가...간질간질했다.
그와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일어나고 그렇게 함께.....몸을 섞고.....
그랬던 날들이....마치 오랜 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재신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져보았다.
힘이 들어간 미간 사이를 눌러 펴주고, 짙은 눈썹을 쓸어보았다.
날카로운 그의 콧날과 부드러운 그의 볼,
그리고 붉은 그의 입술을 천천히 쓸었다.
잘 생겼구나.....이 남자.....
처음......소녀의 마음을 뛰게 했던 그 때처럼......
그는 여전히......아름다웠다.
미쳤는지도 몰랐다.
재신은 천천히 그의 입술로 다가갔다.
코끝으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미쳤구나 이재신........
재신은 눈을 감았다.
재신은 부드러운 그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놓았다.
그 부드러움이 입술을 타고 심장을 지나 저 발끝까지 흘러갔다.
재신의 두 입술이 그의 아랫입술을 빨았다.
그의 말랑한 입술이 달콤했다.
그렇게 재신은 또다시 그의 입술에 입술을 맞대었다가 떼었다.
재신의 하얀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하아....하는.....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재신은 아쉬운 듯 다시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부끄럽다는 듯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
문 소리가 달칵거리고 난 후, 시경이 누워 있는 방안에는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그 순간, 시경이 천천히 눈을 떴다.
시경의 눈에 놀라움이 번져가 그의 검은 눈을 더욱 검게 만들고 있었다.
시경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에 대었다.
순간 허리 끝까지 간질거림이, 저릿함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향이 여전히 흩뿌리고 있는 듯했다.
손을 입술에 대고 시경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쿵쿵 뛰는 심장........
세상이 심장 소리로 울려댄다.
태양이 아침을 붉게 물들이는 것처럼, 그의 하얀 뺨도 붉게 물들어갔다.
-----------------------------------------------------------------------------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누스의 달>은 제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지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주말 내내 적었습니다.
마치 지뢰밭 같아서, 글이라도 쓰고 있으면, 좀 피할 수 있을까 싶어서,
비겁하게 이렇게 글을 써댔습니다.
그래서 야누스답지 않게 24장이나 써댔습니다.
감히....위로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그저....제 도피입니다.
그래도 평안을 전합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고, 무사하소서 (__)
'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 > (은신) 야누스의 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20 - 또다시 출발선에 서다 (전체버전) (0) | 2014.05.08 |
---|---|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8 - 밤은 어둡고, 별은 빛난다. (0) | 2014.04.18 |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7 - 거울이 깨지다(전체버전) (0) | 2013.12.18 |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6 - 8년을 돌아 마주하다 (0) | 2013.08.04 |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5 - 시간에 담가두다 (0) | 2013.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