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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20 - 또다시 출발선에 서다 (전체버전)

그랑블루08 2014. 5. 8. 22:53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20 - 또다시 출발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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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미안해요. / 허영생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OST)

 

나지막히 그댈 불러 봐요

눈을 감고 그댈 안아 봐요

 

들리나요 느낄 수 있나요

그대 잡을 끈을 놓지 못했죠 바보처럼

 

숨을 쉬듯 언제나 그댈 찾아 헤매이죠

습관이 돼가죠 버릴 수 없죠 난

 

사랑해요 아프고 아파도

사랑해요 지우고 지워도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하얀 눈꽃되어 날아

그대 곁으로 난 가요

 

보이나요 느낄 수 없나요

그대 내게 다시 돌아오기를 그러기를

 

사랑해요 아프고 아파도

사랑해요 지우고 지워도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하얀 눈꽃되어 날아

그대 곁으로 난 가요

 

미안해요 아프고 아팠죠

미안해요 지킬 수 있다면

하룰 채워가듯 살게요 그대 그림자로 이젠

그대 곁으로 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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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해.>

 

“틀림없습니다.”

 

<그래? 그런데......야누스가 다쳤다고?>

 

“예? 아, 그게.....도발을 해서.....”

 

<누가? 공주가?>

 

“예. 뭐...재미있게 돌아가더라구요...큭큭.....”

 

<입 조심해!!!!>

 

“예?”

 

<너, 오른팔이었으면, 너도 오른팔 내놔야했어.

함부로 건드리지 마.

야누스는 내 거다. 한번만 더 이따위 짓을 하면, 니 대가리부터 날려버릴 거니까....

조심해!>

 

“수장!!!!!”

 

<대답하라고, 나는 분명 말했을 텐데.....>

 

“예.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어쨌든.....둘이 그렇다는 거지.....>

 

“야누스는.......완전히 빠졌던데요.”

 

<공주도 그래?>

 

“공주 쪽은 확실치는 않지만, 분명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흠...그렇다는 거지?

야누스와 공주라.......

그림이 재미있게 돼가는군.

어쨌든 뒷일은 토마스에게 맡기고, 넌 바로 복귀해.>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근위대원이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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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두 사람이 자고 있는 의료실의 방문이 열렸다.

진료실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따라 들어오려 했지만, 재하가 말렸다.

혼자 조용히 들어온 재하는 한 동안 그 자리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아.....

 

저 깊은 곳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 침대에 서로를 껴안은 채, 자고 있는 두 사람은 흡사 연인 같았다.

자신은 한숨 못 자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 둘은 연인인 것처럼 그렇게 쉼을 누리고 있었다.

시경은 다치지 않은 오른팔로 재신에게 팔베개를 해 주듯이 재신의 목과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재신은 그의 허리를 팔로 감고 시경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시경의 입술이 재신의 머리카락 위에 마치 입을 맞추듯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대체...이 놈들은....뭐하자는 거야?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둘은 연인이었다.

서로의 품에서 쉼을 누리듯이 평안해보였다.

은시경이.....이런 표정을 지을 수도 있었던가.....

 

재하는 새삼 놀랍기까지 했다.

표정이 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그저 묵묵히 서 있기만 하는 놈인 줄 알았는데.....

강직한 걸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인 줄 알았는데....

그 놈이 이토록 모든 게 다 풀려버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편안해 보였다.

아니다.......행복해 보인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일순 깨워서 난리를 치고 싶다가도, 은시경의 저 표정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끄응.....

 

재신은 뭔가 악몽을 꾸는지 자꾸 은시경의 가슴으로 붙어왔다.

 

이 자식이!!

 

재신을 자꾸 끌어안는 은시경 때문에 열이 오르고 있는데, 재신은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더 은시경의 품을 파고들었다.

웃기게도......정말 웃기게도.....

재하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재신이 은시경의 품을 파고들면 들수록 시경은 자꾸만 재신을 더 강하게 안아왔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저 자식, 안 자는 거 아니야?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렇다고 깨울 수도 없었다.

시경의 품에 안길수록 재신은 뭔가 안심이 되는지 자꾸만 그에게 안겨들었다.

재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한참을 이 두 사람을 지켜본 것인지, 노려본 것인지 그렇게 그곳에 머물다가 나갔다.

 

“전하, 이제 들어가십니까?”

 

재하가 나오자 졸고 있던 담당 의사가 놀라서 일어섰다.

 

“고생이 많습니다.

둘 다 진통제 때문인지 정.신.없.이. 자니까, 내일 나올 때까지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세요.”

 

“예? 아...그럼 치료는 어떻게?”

 

“치료도! 흠흠.....일어나면, 그 때 하도록 하세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전하.”

 

아예 소문을 내려고 작정을 한 거지, 이 자식들....

 

재하는 짜증이 나는 듯, 발소리를 쿵쿵 거리며 의무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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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재신의 얼굴은 발그레했다.

어제 큰일을 당한 사람치고는 뭔가 붕 떠 있는 듯한 그 모습이 재하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 어제 별일...없었냐?”

 

“어? 별일은 무슨 일.....그런 거, 없었어.”

 

갑작스런 재하의 물음에 영선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왜 그래? 엄마도 있는데.....”

 

입모양만으로 재하에게 말하자, 재하가 은.시.경이라고 아주 크게 얘기해버렸다.

 

어? 어?

 

“은시경. 괜찮냐고....”

 

“어...어....그렇지.....”

 

“무슨 소리니? 재하야.

은시경이라면.......은실장님...아들....말이니?”

 

“예.”

 

“근데 왜 그 사람을 재신이한테 물어?”

 

영선이 뭔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재하와 재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그게. 어제 재신이 호위하다가 은시경이 약간 다쳤대.”

 

“뭐? 무슨 호위였는데? 많이 다쳤어?

재신이는? 재신아 넌 괜찮아?”

 

“엄마, 별거 아니야.

밖에서 내가....그래 넘어질 뻔했는데, 은시경 씨가 나 잡아주다가...

팔을...좀 다쳤어. 그래서 오빠가 물어본 거야.”

 

“그래?

너도 참.....조심 좀 하지.

니가 조심해야, 근위대원들도 안 다치는 거야.

윗사람이 자기 사람 신경 써줘야 하는 법이다. 새겨 들어.”

 

자기 사람.......

재신은 뭔가 멍해졌다.

그 사람은.....내 사람인가......

 

그런 재신을 재하가 가느다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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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그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오빠에게 가서 물을 수도 없었다.

 

어딜...간 것일까.....

돌아간 걸까.....

 

아닌 척하면서 궁 전체를 휘휘 다 돌아보았다.

그래도 그는 볼 수 없었다.

괜히 재하 집무실에 가서 눈치껏 살펴봤지만 역시 없었다.

오빠가 뭔가 눈치챈 듯 이상하게 쳐다보자, 그것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가 버린...걸까......

무사히 돌아오라는 말도 못했는데.......

 

서운한 마음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깊었다.

마음이 아릿해졌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랬다.

가슴이 저려왔다.

그는....내게 그랬다.....

그를 떠올리면, 늘 가슴이 저렸다.

 

그에게 말했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고....

나 역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겠다고....

그렇게 말했으면 그 말을 지켜야 한다.

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내 판단으로 그의 행위를 옳다, 그르다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믿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

심지어 내 기준으로 그의 행동이 잘못되어 보일지라도,

그의 기준에서, 그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 역시 그에게는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러니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믿는 것이, 그 판단을 믿어주는 것이....믿음이다.

올곧은 그라면, 그가 하는 행동을 믿어주는 것이 맞다.

 

그것은 그가 나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어쩌면 그는 나를 헷갈리게 만드는 중일지도 몰랐다.

그것도 그가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믿음은.....판단하지 않는 거다.

22살의 그를 믿기로 했다면,

적어도 그가 왕실의 편이라 믿기로 했다면,

지금 그의 행동들에 대해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그러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그 날...괴한이 침입한 이후, 며칠 간 총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두려웠다.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던 그 순간이 두렵기만 했다.

또다시 떠올릴까 두려워 나는 사격실에 아예 가지도 못했다.

 

하아......

 

재신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그믐날이라 달도 없었다.

온 세상이 어두웠다.

어두움이 짙게 깔려도 재신은 잠들기가 어려웠다.

마음의 번잡함 때문에......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던 걸까......

 

앗!!

 

재신은 순간 비명을 질렀다.

저번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진 듯......누군가 있는 듯했다.

이번에는 아예 그녀의 침대 맡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를 채 내뱉기도 전에 남자의 음성이 바로 곁에서 들렸다.

 

“공주님.....은시경입니다....”

 

“은시경 씨?”

 

“네......접니다. 공주님.”

 

순간 놀랐던 마음이 다른 의미로 뛰기 시작했다.

재신은 덮고 있던 이불을 손에 꽉 쥔 채, 그를 바라보았다.

뭔가 달라 보였다.

늘 그랬다.

그가 나를 볼 때면, 다른 이들과 있을 때와는 달랐다.

그곳에서도, 이곳에서도....

그런데 오늘은 전혀 다른 남자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에 재신은 자꾸만 심장이 막히는 듯 저렸다.

 

그저 재신을 바라보던 그가 자신의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마치 모든 것들이 정지된 듯, 오로지 그의 손가락의 감각만이 재신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불을 꽉 쥐고 있는 손이 자신도 모르게 바르르 떨려왔다.

 

“....여긴.........왜 온 거죠?”

 

 

억지로 뱉어낸 말은 마치 공허하게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미묘한 떨림만이 묘하게 흘러 다녔다.

시경은 그런 재신을 그저 물끄러미, 아니 그보다도 더 깊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재신이 도저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그 눈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눈은 깊었다.

 

 

“저.....갑니다.”

 

이 야밤에 나타나 갑자기 간다는 그의 말에 재신의 심장은 쿵 하고 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몸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재신은 자기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어딜요?”

 

그리고 떨려나오는 그 목소리도 감출 수 없었다.

 

“다시 그곳으로, 야누스로 돌아갑니다.”

 

순간 재신은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듯이,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빨리 이 남자와 떨어져야지,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일 뿐이라고, 그저 그 순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을 뿐이라고,

그는 그래도 내가 알았던, 근위대원이었던 인물이니,

그래서 그랬던 거라고, 그렇게 자신을 세뇌시키고 또 세뇌시켰다.

아주 조금, 그래 아주 조금, 자존심이 상했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그가 돌아간다는 그 말에, 어쩌면 자신은, 억지로 다독이고 또 다독이며 쌓아두었던 자신의 견고한 벽을 깨뜨리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간다....구요?”

 

“예.”

 

“어..언제....간다는 거예요? 지금...바로?”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검고도 검은 그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날....새벽.....의무실에서.......”

 

“네?”

 

“제게....왜...키스하신 겁니까?”

 

순간 재신의 얼굴이 확 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깨어 있었던......건가......

 

재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심장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대고 있었다.

세상이 정지한 듯, 오로지 눈앞에 한 남자만이 있었다.

그의 검은 눈이 내게로, 내게로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주님.......”

 

그가 부르는 소리가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그의 눈이 뜨거워서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었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그의 시선은 뜨거웠다.

감출 수 없는 무언가가 그에게서 내게로 넘어왔다.

그 뜨거움이 입술 위로 내려앉아, 터져나오는 신음을 삼켜버렸다.

거칠었다.

아니 거칠다는 표현으로 다 채워질 수 없다.

그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은, 그의 혀는,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밀려왔다.

마치 내 영혼을 옭아매는 듯이, 그의 혀는 내 혀를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미칠 듯이 자글거리는 느낌들이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가고, 머리는 점점 멍해져 가는데,

오로지 입술과 혀의 감각만이 살아남아, 전신으로 퍼져갔다.

 

하아...하아......

 

더 이상 숨이 막혀 견디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시경이 재신을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그의 입술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목 근처에서 숨을 고르는 그 때문에, 그의 숨결이 자꾸만 재신을 자극했다.

숨을 고른다고는 하나, 그녀를 안은 그의 팔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정적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작은 소리 하나까지도 긴장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사이로 그의 한숨이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하아......

 

무언가를 참는 듯, 아니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는 한숨을 내뱉었다.

재신의 심장은 자꾸만 뛰어댔다.

그의 단단한 가슴의 무게가 재신을 짓눌러와 숨이 더욱 가빠지고 있었지만,

그를 밀어내지는 못했다.

아니.....밀어내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무게감이...그였다.

자신의 위에서 자신을 안고 있는, 무언가를 참고 있는 한 남자의 무게가

재신을 긴장시키고, 재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공주님.......”

 

신음처럼.....그가 또다시 나를 불렀다.

무엇이 이토록 고통인 것인지, 도대체 무엇을 참고 있는 것인지.....

그의 입술에서 울려 퍼지는 내가...그의 목소리가.....아팠다.

그에게 나라는 존재는...그런 고통인...것일까......

 

“당신을......하아......”

 

“...............”

 

“......가져도 됩니까........”

 

그 순간, 세상이 멈추었다.

호흡도 멈추었다.

심장만이 살아있다는 듯이, 아니 그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는 지금....무슨 말을 한 거지......

 

그의 눈이 재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그의 검은 눈이 재신을 고통스럽게 아니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은 어느 새 그녀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재신은 그러나 모를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다는 것을......그러면서도 가장 소중한 것에 손을 댄다는 듯이,

깨질까 두렵다는 듯이 그렇게 조심스레 그녀의 볼을 쓰다듬고 있다는 것을......

그의 눈에서도, 그의 손끝에서도, 울렁이는 그의 목울대에서도

그의 긴장이 느껴졌다.

두려워하는 그가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눈 속에 깃든, 아니 이제 감추지 못하는 그의 욕망을 보았다.

그 욕망은....오롯이 재신을 향해 있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날 가지면, 당신은 내게....뭘 줄 거죠?”

 

재신은 자신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스스로도 의심했다.

지금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예?”

 

“내가 혹할 만한, 정보라도 있어요?

아니라면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도 있나요?”

 

모르겠다. 나도 왜 이렇게 말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여전히 나는 뭔가 내 감정을 감추고 싶은지도 몰랐다.

그 감정이 무언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이 남자 앞에서, 이 야누스라는 남자 앞에서 감추고 싶은지도 몰랐다.

감정을 감춘 채, 오롯이 욕망만을 드러내려, 어쭙잖은 거래를 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자신을, 지금 이 순간을, 그리고 이 다음 벌어질 일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재신은 그러나 두근대는 심장을 감출 수는 없었다.

떨려나오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눈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만약......도움이 된다면, 당신을.....가져도....됩니까........”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는....지금.....나를 가지겠다 말하고 있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당신을......가질 수만 있다면......그 어떤 대가도.....치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재신의 눈빛이 흔들렸다.

재신이 흔들리는 만큼, 시경의 눈은 점점 더 깊어졌다.

 

“셋을 세는 동안....대답하셔야 합니다.

아니면.......저는......당신을.....가질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분명 내게 선택하라고 하고 있었지만, 그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나.......”

 

그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둘........”

 

재신은 입술을 벌리려 했지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입술을 벌리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셋........”

 

“은......흡!”

 

재신의 입술이 열리기 전에, 시경의 입술이 그대로 재신의 입술로 돌진해서 그녀의 말을 막아버렸다.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 그의 혀는 그녀의 혀를 사로잡으며,

그의 손은 그녀를, 아니 그녀를 감싸고 있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중략) 걷어내고 있었다.

 

그의 손의 감촉......

그가 쓸어내리는, 그가 일으키는 감각......

남자의 욕망이 담긴 색스러운 한숨.......

그리고 자신을 미쳐버리게 만드는 그의 입술.....

 

그 앞에서 재신은 자신을 놓았다.

자신은 알고 있다.

아니 재신의 몸은 알고 있었다.

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어떻게 자신을 (중략) 가르쳤는지.....

그의 손이 (중략) 닿자마자 순식간에 그 날로 되돌아갔다.

치욕스러웠으나, 가장 뜨거웠던 그 날들로......

두려웠으나, (중략) 감각은 태어나 처음으로 살아 있다 아우성을 쳐댔던 날......

그리고 한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부분을 빼앗겼던 날........

(중략) 그가 온전히 가져버렸던 날.....

그 날로 순식간에 회귀되어 버렸다.

 

그곳에서, 마치 그 순간처럼 재신은 신음했다.

마치 자신이 아닌 것처럼, 야한 신음을 뱉으며, 그의 손길에, 그의 입술에 반응했다.

 

(중략)

여성이란 모든 여성들이 다 깨어나 아우성쳐댔다.

살아 있다, 말하고 있었다.

왜 여자인지, 왜 남자인지 알게 된 순간, 그 순간으로 시경은 재신을 욕망의 소용돌이로 끌고 갔다.

 

은...시경......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중략)

그의 입술로, 그의 혀로, (중략) 입 맞추고 또 입 맞추었다.

 

(중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중략)

재신은 색스런 신음을 뱉으며 꿈틀거렸다.

그녀가 꿈틀댈 때마다 시경은 더욱더 미쳐버렸다.

 

(중략)

 

아아.......

 

재신의 입에서 울음 섞인 탄식이, 신음이 흘러나와도 시경은 멈추지 않았다.

 

제발.......그만........

 

시경의 입술은 재신을 미쳐버리게 만들었다.

(중략)

그 감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시경은 멈추지 않았다.

 

안 돼....이제...제발 그만......하아........

 

머리 끝까지, 발 끝까지 알 수 없는 감각들이 흘러다녔다.

(중략)

감당할 수가 없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온 몸의 세포들이 바짝 긴장한 채로 일어나 재신을 두들겨대고 있었다.

 

아!!!!!!!!

 

그리고 그렇게 터져버렸다.

자신에게 이토록 저릿한, 미쳐버리도록 만드는 감각이 있는 줄 몰랐다.

그 언젠가 그와 함께 나누던 그 시간에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을,

(중략) 느끼고 말았다.

 

울었다.

너무 짜릿해서,

너무 간질거려서,

너무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이 남자의 입술이 미치게 만들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흐느끼는 재신의 얼굴로 시경이 다가왔다.

재신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무언가...부끄러운 자신을 들킨 것만 같았다.

욕망에 들뜬 자신을.....이렇게 이 남자에게 미친 듯이 매달리는 자신을......

 

어떡해...나.......

 

그러나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 올렸다.

재신은 눈을 감았다.

그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얼굴에서도 뭔가 홧홧한 기운이 올라왔다.

그저 부끄럽다는 감각이 아니었다.

(중략) 온 몸의 기운을 바꿔버린 듯했다.

열에 들뜬, 욕망에 들뜬, (중략) 한 여자를 그는 보고 있을 것이다.

 

눈가로, 부드러운 무언가가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눈가에 머물며 자신의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천천히 멀어졌다.

옷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중략)

 

 

은...시경.......

 

그의 이름을 불렀다.

눈을 뜰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라고, 이 사람이라고 확인받고 싶었다.

 

은시경!!!

 

그의 이름을 부르는 내 입술로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입술을 빨아당기며, 혀와 얽히며, 그는 미친 듯이 (중략) 다가왔다.

 

(중략)

비명을 질러도, 그의 입술 속에 잡아먹혀 버렸다.

욕망을.....다스리지 못하는 한 마리 짐승이 폭발해버렸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사이로, 귀에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합니다.”

 

열에 들뜬, 욕망에 사로잡혀버린, 남자를 알아버린, 색스런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한 여자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은시경.....하아...하아.......”

 

그러나 그는.......그의 이름을 부르는 내게 다가와 다시 한 번 신음처럼, 고통처럼 뱉었다.

 

“.......합니다......공주님......”

 

“지금.......뭐....라..고...했어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나는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일까.

눈을 떴다.

그의 눈을 확인해야 했다.

그는 또다시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연극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건 지어낸 이야기라고....

그 지어낸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의 대사라고......

 

그러나 눈을 뜨고 마주한 그 눈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고통이...스며든.......눈물이 그렁한 그의 눈은.....말하고 있었다.

 

“사랑합니다....공주님.....”

 

“지금...뭐라고.......”

 

“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하아....사랑합니다....나의 공주님........”

 

그의 고백이 터져버렸다.

검고 검은 눈으로, 그 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을 내비치며 말하고 있었다.

 

“은..시...흡....”

 

그의 입술은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렇게 그는 그렇게 그녀에게 또다시 다가갔다.

(중략)

한숨을 쉬며, 색스런 신음을 뱉으며, 재신은 그렇게 (중략) 그를 또 한 번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들은 또 한 번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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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분량 조절 실패. 19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야누스의 달>은 짧고 강렬하게 가는 게 목표인데......ㅠㅠㅠㅠ

갈수록 실패하고 있네요.

 

요즘 야누스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시는 듯합니다.

야누스의 시경이 많이 안타까우셔서 그러신 게 아닐까 싶네요.

말하고 있으나,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고,

그래서 더 말하면 말할수록 자기 스스로는 더욱 안타까워지는 남자가 바로

야누스의 은시경이 아닌가 합니다.

야누스의 은신은 진도를 거꾸로 나가고 있어서,

시작부터 강하게 나가다 보니, 연애를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 해놓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

20회는.....야누스답게 돌아온 듯합니다.

야하게 강하게 애절하게 그러나 여전히 미궁으로.......

딱 그만큼의 <야누스의 달>이 아닌가 합니다.

 

부족한 글, 아껴주셔서,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밤도 평안하소서.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