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과 잡담

요즘 나......

그랑블루08 2014. 4. 28. 13:20

 

 

 

 

후배가 쓸데 없는 걸 알려주는 바람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고 있다.

알려줬으니, 그곳은 어떤 곳인지, 어떤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지

몇 편 골라 읽어보고는 있다.

재미있는 글들, 가벼운 글들, 가끔 설레는 글들.....

여러 글들이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지막 연재분을 읽고 나면, 다시 허탈해지고는 한다.

전체 관람가이다보니, 내용이 가벼운 것도 사실이다.

쓰시는 분들을 보니 어린 학생에서부터 아줌마까지 다양한 것 같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한 회 한 회 가볍게 읽을 만한 것들이었다.

여러가지 리그들이 있으니,

시작하는, 아무나 올릴 수 있는 곳부터,

선정되어 올릴 수 있는 데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몇 편 보면 볼수록,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도 사실.

 

이 얘기를 했더니 후배는, 그러면 아예 10편 한꺼번에 공모하는 곳에 내보란다.

그건 그래도 약간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읽는 수준 정도라는데......

 

아무나 올릴 수 있는 곳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십 건의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며,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특히 내 글은 이토록 슬픈...무거운....무게가 있는 것들인데......

 

안 되겠다 싶다가도, 해 봐 싶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일단 후배 말대로 시도를 할지 말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읽어는 봐야 하는데, 읽고나면 이상하게 공허해진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

그 가볍고 흔한 이야기들.....

순간 쿵...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또다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이야기들.....

연애할 때도 썸 탈 때가 제일 좋은 법이니,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갈등이 없는 이야기는...이야기로서의 맛을 잃는 것이니....

스토리를 가진, 이야기를 가진 글은 어떤 면에서 무겁게, 혹은 오래 가야 한다.

허나 그곳은....그런 무거운 공간이 아닌 듯하다.

연령대도 어린 듯하고.......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으면, 분노 쩌는 모습부터,

조금만 업뎃이 늦어도 분노의 댓글을 받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이 느리고 게으른 내가....감당할 수 있으려나...싶기도 하다.

 

후배는, 지금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각색해서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내 돈으로 출판해보겠다는, 턱도  아닌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어차피 각색해야 한다면, 이곳에서 가볍게 해보라는.....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못 쓰겠다면,

나중에 잘 돼서 책에 넣어보라는...

갖가지 허무맹랑한 감언이설로, 또다시 나를 꾀어내고 있다.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싶기도 한데,

여튼....나는...다시 바쁜 시간 속으로 들어왔다.

 

오늘부터 난...또 정신 없는 일상을 견뎌내야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말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몇 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 드는 느낌은 허탈감이었다.

꽉 채워지지 않는 허탈감.......

 

그러고나서 나는......내 방으로 돌아와, 내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보고 있다.

당연한 것이다.

내 마음에 드는 대로 그려놓은 인물이니,

적어도 내게만은 딱 맞는 인물일 것이니.....

다른 이가 그려낸 인물보다 못하다 해도, 여전히 내게는 두근거리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

 

나의 로망......

 

그래서 또....내가 그려놓은 인물들을 모두 헤집어 보다가,

결국 종착역처럼....나도 모르게 당기못을 꺼내들고 읽고 있었다.

 

쓰자마자는 솔직히 객관적으로 읽히지가 않는다.

문장이 틀린 게 없나, 단어가 이상하나, 뭐 이런 것들만 신경쓴달까....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마치 내가 쓰지 않은 글인 듯 읽힌다.

그 때쯤 나도 그 인물을 마치 다른 이가 쓴 인물처럼 읽게 된다.

 

희한하게도, 쓰고 있는 동안은 그 인물에 빙의가 된다.

그래서 그 감정에 허우적 허우적대다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글을 보면,

이젠.....나와는 완전히 분리된 완전체로서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독립된 개체로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두근대는 일이다.

아무리 내 글이 비루하고, 엉망이어도,

인물은 알아서 자기 빛을 내고 있다.

 

그러다 내가 쓴 글의 마지막 앞에서 뒤가 궁금해 끙끙대다,

써놓은 시놉을 또다시 샅샅이 읽고 만다.

뒤의 내용이 궁금해서, 써놓은 대사들을 통해 그를 유추하고,

결국에는 또 머릿속 장면들 때문에 두근두근대다, 혹은 끙끙대다 잠이 들곤 한다.

빨리 써놓고 내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

그것은 늘....글을 쓸 때마다 하는 것이다.

 

 

종착점처럼.....결국 나는 이곳에서....그를 만난다.

두 사람과 관련된 많은 글들을 써왔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두근대게 하는 그는......당기못의 그다.

조용하고 진중하고 묵묵해서.......

화려하지도, 뭔가 사로잡지도, 또 나쁜 남자처럼 훅 가게 만드는 매력은 없을지라도,

내게는....그 묵묵하고 올곧음이.....가장 좋다.

눈을 빼앗아갈 정도로 훅 하는 매력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내게는.....그가 내 종착점처럼 존재하는 듯하다.

 

당기못의 그를 위해, 다른 글의 시놉을 바꿔버리고 싶을 정도로,

혹은....멈춰버리고 싶을 정도로.....

오로지 그를 위한 글을 쓰고 싶다.

그를 쓰고 싶으나 쓸 수 없어서, 다른 글들을 시도해 왔다.

혹은...당기못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다른 글들을 써 왔다.

그런데 이젠......그 글들이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문제는.....다른 글보다도 당기못을 쓰는 게 몇 배는 더 힘든 작업이라는 것이다.

당기못의 그가 그리워서, 나는 또 다른 글들을 손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그라는 존재가 이토록 살아숨쉬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당기못의 그는...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원작에서 걸어나와서 자기만의 완전체가 되어버린 그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결국...아무리 읽어도, 내가 좋아하는 인물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순간 두근댄다고 해도, 언제나 뭔가 모자란 듯 헤매고 다니게 된다.

결국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그를, 내 방식대로, 내 로망대로 그려내는 것.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내 로망 그 자체인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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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권유....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그냥 연습 삼아 올려봐 하다가도,

그 수많은 글들 속에 묻힐 거, 뭘 귀찮게 그래야 하는가 고민도 하다가,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이렇게 시간만 보내서 되겠나 싶다가,

나와 스타일이 다른 곳에서 내가 굳이 맞출 필요가 있을까 고민도 되고,

그러다 굳이 맞추지 않고, 내 스타일 그대로 밀고 나가 버리면 그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모르겠다. 여전히......

 

만약 올리게 된다면, 가락국 아니면 발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그것도 골치 아프다.

가락국을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니.....놀라울 뿐이기도 하고,

또 그 때문에 한 번 올려봐 싶기도 하고,

갈등의 연속이다. 

 

일단은.....일상으로....

그리고 지금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그'를 좀....벗어나 보는 걸로.....

그 정도 선에서 잠시 타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