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의 심장] 1회.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프롤로그)
* 내용 소개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수연이 사랑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서대윤. 진한 그룹의 막내딸인 진수연을 보디가드로 지키던 서대윤이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이후, 수연은 세상에 더이상 미련이 없었다. 그렇게 그를 보내고 껍데기처럼 살던 2년 후, 수연은 중국 발해 유적지에 들렀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수연이 눈을 뜬 그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서대윤이 있었다.아니 그를 닮은 대무예라는 이름으로 대진국(발해)의 왕이 살고 있었다. 21세기에 사는 수연이 발해의 땅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이 사람을 사랑하시겠습니까......
네.
수연의 목소리가 성당 안을 가득 메웠다.
곁에 선 대윤이 수연을 뭔가 울컥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연은 그를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얀 미사보를 쓴 수연은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처럼 순결하게 빛이 났다.
관면 혼배(*관면혼배란 천주교에서 신자와 비신자가 혼인을 할 때 드리는 혼인 미사를 말함.).
수연의 가장 친한 친구와, 대윤과 함께 수연을 지켜온 장하가 증인이 되어 두 사람을 축복했다.
“두 분은 이제 거룩한 혼인 계약을 맺으려는 것이니 서로 오른손을 잡고 주님과 교회 앞에서 두 분의 합의를 고백하십시오.”
주례 신부님의 말씀을 따라 대윤과 수연이 서로의 오른손을 잡았다.
“나 서대윤은 당신을 아내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 진수연은 당신을 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주님께서 두 분이 교회 앞에서 고백한 이 합의를 당신 은혜로 확고하게 하시고, 두 분에게 복을 가득 내리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할 것입니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두 분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부부됨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신부님이 신 앞에서 선포했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사람이 함부로 가를 수 없다는 부부의 연을, 이곳에 모인 네 사람의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가씨......”
떨리는 듯한, 아니 무언가 감동으로 목이 메는 듯한 그가 낮게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수연아.....라고 해야지. 아가씨가 뭐야?”
진수연(陳需蓮), 그녀의 이름.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었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 이름을 불러도 된다. 그래도 된다.
그것이 대윤의 심장을 벅차게 만들었다.
“수....연.....아.....”
“거봐. 잘만 부르면서.....
한 번만 더 아가씨라 그러면, 혼 날 줄 알아요. 알겠죠?”
그녀가 햇빛이 부서지도록, 햇살이 온 세상을 비추도록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렇게 온 세상이 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다. 그렇게 세상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찰 거라고, 그리 믿었다.
2
돌아가는 길, 대윤의 손이 수연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신랑, 신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며, 증인이 되어 준 희원이는 장하의 차를 타고 올라가고,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진한 그룹의 막내딸.
처음 사랑을 느끼고, 그녀에게 고백할 때까지......숱한 시간이 흘러갔다. 아니, 감히 고백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녀를 뒤에서 지키며,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수백만 번도 더 자신의 감정을 눌렀다. 그것이 회장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은혜를 갚는 일이라 생각했다. 체육교육학과를 간 것도, 모두 한 가지였다. 그 분을 지켜드리겠다고, 그래서 은혜를 갚겠다고 그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 분의 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를 지켜야 할 자신이 그녀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그녀를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다. 그녀가 유학가기 전에는 그저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이미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윤은 그녀를 지키는 보디가드가 되었다.
도망가려 했다. 이건 아니라 생각했다. 그분의 은혜를 입고, 감히 그분의 딸을 가슴에 품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자신만 감추면, 자신만 감정을 누르면 된다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눌렀다. 누르고 또 눌러,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어금니를 꽉 물고, 주먹을 쥐고 참으면 되리라 생각했다.
“나, 어떻게 생각해요?”
그 말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아...가...씨......”
“나, 좋아하죠? 맞죠?”
쿵........
그렇게 심장이 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 말도 못하고 주먹만 꽉 쥐고 있는 대윤에게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나도.......그런데.......”
“예? 방금...뭐라고.....?”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아가씨가 놀리시는 거라 생각했다. 내 마음을 눈치 채시고는 나를 놀리시는 거라고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도망쳤다. 아닐 거라고, 피하면 된다고, 아무리 내 마음을 들켰더라도 피하면 될 거라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그날 밤, 하늘이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던 그 날 밤까지, 어리석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뭐야? 왜 피하는 거야?”
“아가씨. 다 젖으셨습니다. 어서 들어가셔야 합니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경영인 포럼에 참석하시는 회장님과 사장님을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던 길,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대문 밖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산을 들고 그녀에게 씌어주었지만, 그녀는 이미 온 몸을 바들바들 떨 정도로 비에 완전히 젖어 있었다.
“왜 감기라도 걸릴까봐?
감기 걸릴 몸은 걱정되고, 상처받은 내 마음은 안 보여?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고!!”
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녀 앞에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젖어 있는 그녀가 걱정이 될 뿐, 혹시나 감기라도 드실까봐 아프시기라도 하실까봐 마음이 쓰일 뿐이었다.
“아가씨.....제발......”
“서대윤 씨. 말해 봐요. 나 싫어? 정말 싫어?”
“아가씨....”
“말해 봐.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그럼, 깨끗이 잊어줄게.
선 보라는 거, 다 보고, 눈 앞에서 싹~ 사라져줄게.
그러니까, 나, 너 싫어! 이렇게 말....!!!”
소리치고 있는 수연의 얼굴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기도 전에,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이 닿을 듯이 눈 앞에 있었다. 고통스럽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이, 비에 젖어 더욱 검게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
“그렇게 말합니까!!! 어떻게!!!!”
“서...대윤씨......”
그의 눈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수연을 허리를 잡은 손에는 더욱더 힘이 들어가, 수연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에 젖은 수연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아가씨......오늘을......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수연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거칠게 수연의 입술을 빼앗았다. 마치 굶주렸던 짐승처럼 수연의 입술을 빼앗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 안으로 침범해 온 그의 혀는, 놀란 듯 도망가는 그녀의 혀를 잡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얽혀들었다. 쓰다듬고, 얽혀대며, 그는 그녀의 입술을 소유했다. 도대체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그의 욕망은 강하고 깊었다. 그녀의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지려 하자, 그는 수연을 벽으로 밀어붙이고, 더욱 더 깊게 얽혀왔다.
수연은 참을 수가 없었다. 무언가 간지럽고 무언가 저릿한 것이 온 몸을 헤매고 다니는 듯했다. 그의 팔에 겨우 후들거리는 몸을 지탱하며, 오롯이 그에게 입술을 내어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영혼을 삼킬 듯이, 그녀의 입술을 더 깊게 요구해 왔다. 더 이상 숨이 막혀와 참을 수 없게 되어서야 겨우 그녀를 놓아주었다. 아니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그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몸을 자신의 가슴으로 강하게 껴안았다. 그 품 속에서 수연은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귀로 한숨 같은 그의 말이 울려 퍼졌다.
“아가씨.....하아.....사랑.....합니다.....”
수연은 그 날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
3
“어..어...대윤 씨!!!!!”
“아가씨......”
대윤의 목소리가 도리어 차분했다.
“안 돼!!!!!!!!!”
그의 손은 이미 핸들을 왼쪽으로 꺾고 있었다. 대윤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빠앙!!!!!!
콰쾅!!!!!!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발해의 심장>은
네이버 웹소설, 북팔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2번 중단했다가 2018년 7월 다시 시작합니다.)
제 블로그에는 몇 편만 올려두고, 나머지는 링크를 들어가셔서(네이버나 북팔 중 편하신 대로) 보시면 됩니다. 모두 무료입니다.^^
네이버 웹소설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252144&volumeNo=1
북팔 : http://novel.bookpal.co.kr/viewer/69631
(네이버와 북팔에 올린 내용은 거의 같지만, 북팔에는 친구공개 느낌의 글이 있습니다.(조금 다릅니다. 북팔은 연령 설정이 가능해서요.)
편하신 대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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