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독수리 날다

12살 윤이

그랑블루08 2014. 7. 23. 17:37

 

 

유니가 직접 그린 유니 캐릭

이걸 보여주는데 남편도 나도 웃겨서 넘어 갔다.

진짜 똑같다. 유니랑....

얼굴형도.....

예전엔 남자 애들이 윤이를 딸기라 불렀단다.

위에는 볼록하고, 얼굴 아래쪽은 뾰족해서.....

 

어려서부터 들었던 말이 애가 어떻게 브이라인이냐는 말이었다.

며칠 전 옷 사러 갔는데도 또 들은 말이기도 하다.

 

윤이가 그린 그림에는 좀 더 동그랗게 나온 듯하다.

본인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나 싶지만, 실제로 유니의 턱은 훨씬 뾰족하다.

 

윤이랑 나랑 안 닮았다고 친구들이 그랬다는데......

예전 내 어릴 적 사진을 보여줬더니, 윤이 왈, 자기 사진인 것 같다고.....완전 똑같다고 얘기도 했다.

 

그러더니 윤이 왈, 엄마 지금은 왜 이래?

 

뭘 어쩌겠나. 

그래서 대답해줬다.

 

엄마는 윤이 낳고, 일 하면서, 여자를 버렸다, 라고 말해줬더니,

윤이는 쿨하게, 엄마가 게을러진 거 아니냐고, 운동하기 싫어서, 이렇게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난 요즘 내 얼굴이 더 좋다.

동글동글하고 편안하고 푸근해진 내 요즘 모습이 훨씬 좋다.

모든 게 둥글어서 웃어도 둥글고, 그런 모습들이 왠지 내게는 더 좋다.

그러다 이렇게 윤이를 보고 있으면, 예전 어렸던 내 모습이 떠올라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윤이 유치원 졸업 사진과 내 유치원 졸업 사진을 같이 놓고 보면,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여튼 그런 시절도 있었네......

 

며칠 전, 윤이가 너무 더워 하더니, 일기로 시를 썼다.

그걸 보다 웃겨서 죽을 뻔했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시를 쓰겠다더니, 이렇게 시를 썼다.

그것도 직접 낭독을 해주는데 얼마나 웃기던지.....녹음까지 해서 출장 가 있는 남편에게도 보내줬다.

 

사실 이렇게 윤이가 더워죽겠다고 하는 건 내 책임이기도 하다.

내가 집에서 에어콘을 틀지 않으므로.....

틀어 달라고 하지만, 사실 선풍기만 쇠어도 별로 덥지 않아서(사실 나는 곰이다. 덥지가 않다.)

에어콘을 안 트는 편이다.

 

윤이도 어차피 학교나 학원에서 에어콘을 트니까, 집에는 저녁에나 있게 된다.

그러면 바람이 시원하다.(내 착각일지도)

우리 집은 꽤 시원하다.

동네 자체가 주변보다 1도 정도 낮다고나 할까.

 

여튼 투덜투덜 대다가도 샤워하고 나와서 핫팬츠에 아이스크림 먹으며 선풍기 틀고 있으면,

이내 윤이도 별 말이 없다.

런닝 차림으로 있다가(아빠가 출장 중이라 가능한.....)

자기도 선선한지 주섬주섬 티를 입기도 한다.

사실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막 하면서 애를 설득하는 면도 있다.

그러면 윤이도 군말 없이 북극곰을 살려야 한다며 그러자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워서 선풍기도 직접 쇠지 않는다.

밤엔 바람도 많이 불고, 또 직접 선풍기를 쇠고 있으면 추워서......

이건 아마 극서에서 살아서 이렇게 훈련된 게 아닌가 싶다.

예전 미국 사막 지역에 몇 달 있은 적 있었는데, 이렇게 쾌적할 수가 없었다.

다들 놀라워 했었다.

이 극서에 살면, 세계 어디에든 살 수가 있다.

사막 지역은 그늘에만 가도 선선하고 시원해서 정말 쾌적했다.

아무리 더워도 별 느낌 없이 살 수 있달까.

게다가 아무리 추워도 끄덕이 없다.

가끔 이곳에 대해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

겨울도 따뜻할 거라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이 곳은 가장 덥고, 역시 매우 춥다.

그러니 사실 견뎌내는 온도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여튼 직장에서도 에어콘 때문에 너무 춥다.

26도 적정 온도라지만, 내게는 그것도 춥다.

눈치 보며 28도로 올리기도 한다. 27도도 추워서 덜덜 거리다 가디건까지 덮고 있다.

 

여튼 이러니, 집에서는 정말 웬만하면 에어콘을 안 틀게 된다.

여름 동안 열대야가 심할 때만 두세 번 트는 듯하다.

그럴 때는 남편과 애만 큰방에 넣고(큰방에 에어콘이 있다.)

나는 추워서 거실이나 애 방에서 잔다.

여튼 그래서 전기값은 적게 나가는 듯하다.

아예 거실엔 에어콘을 사지 않았다.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어쨌든 이 더운 날들에도 윤이는 씩씩하게 잘 살아간다.

더워 죽을 것 같다고 말하다가도,

샤워하고, 선풍기 앞에서 하드 하나 빨아 먹으면 곧 시원해지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무지 더웠는지, 윤이가 끙끙대며 시를 썼다.

밖에서 걸어 다닐 때가 너무 더운 모양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학교가 집에서 3분 거리......

등교, 하교 때 알림 서비스를 신청해두었는데,

제일 황당한 건, 애가 이미 집에 왔는데, 알림 서비스가 뒤에 울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

 

여튼 윤이는 8월만 기다리고 있다.

8월에 집안 온도가 30도가 되면 에어콘을 틀기로 아빠랑 합의를 봤다.

 

주저리 주저리.....

12살 유니....요즘 너무 훌쩍 커버려서.....아까워죽을 것 같아, 이렇게 또 기록처럼 남겨 본다.

마음은 애기인데, 몸이 너무 커서 아가씨가 되어버려서 걱정이다.

지난 토요일엔 여성 속옷도 사오면서, 진짜 컸구나 싶어서 이를 어쩔 싶기도 했다.

 

여튼.....이러다 유니 훌쩍 커서 스무 살이 되어버릴 듯해서,

부지런히 이런 모습들을 기록해 둬야겠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유니 덕분에 웃고 산다. 구여분 강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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