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가 올 봄 엄마에게 준 편지.
아이가 학교 캠핑을 갈 때 엄마가 편지를 써 주면, 아이가 다시 엄마에게 답장을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윤이에게 내가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고 썼더니, 윤이가 엄마에게 엄마는 친구 같다고 얘기해준 답장이랄까.
좋은 엄마, 친구 같은 엄마가 되는 것이 내 꿈인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요즘 내 자질 중 잘 안 되는 성품 훈련 중이다.
뭐, 특별할 건 아니고, 내 스스로 내 성품을 훈련시키는 중이랄까.
분노 조절 훈련. 요즘 내가 잘 안 되는 부분인 것 같다.
특히 윤이에게 분노하지 않기.
윤이를 재우기 위해서, 자기 싫어하는 아이를 자게 만들기 위해, 특히 개기다 못해 자꾸 딴 짓 하는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이야기 하기,
아이가 하는 말에 열심히 들어주기...등등.
사랑하지만, 자꾸 아이를 위한다면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이러한 내 성품을 잘 조절하고 싶어서 기도하고 있다.
다른 건 괜찮지만, 아이의 잠이나 건강과 관련해서는 자꾸 예민해진다.
자지 않으려는 아이를 재우는 것이 큰 일인 되어 버려서 내게는 밤마다 전쟁을 치르는 힘겨운 일이다.
그렇게 해도, 12시 반은 되어야 겨우 잠드는 아이 때문에 속상해 하고, 또 자게 하느라 소리를 지르고.....이 무슨 짓인가 싶어서,
화내지 않기, 들어주기, 등등 내 성품, 내 분노를 잠재우는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이가 잠이 참 모자란다.
유전적인 것도 있는 것 같다.
울 엄마도, 나도, 심지어 울 윤이까지 잠이 적다.
학기 중에 윤이의 수면 시간을 8시간 지키기가 참 버겁도록 힘들었다.
결국 이렇게 시간을 컨트롤 하도록 해주는 것도 부모의 몫인데, 화내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아이에게 소리지르지 않고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기를.......기도하고 있다.
방학이 되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윤이는 이번 주, 월,화 캠프를 갔다가, 오늘 새벽부터 다음 주 금요일까지 단기 해외 봉사를 떠났다.
몇 달 간 훈련을 받고 노력한 일이지만, 막상 간다고 하니 이래저래 걱정도 되고, 이렇게 오랫동안 멀리 보낸 적도 없고 하니
나도 모르게 걱정이 많이 되었나 보다.
어젯밤에 모여서 다같이(꽤 많은 아이들이 단체로 간다.) 새벽에 버스를 타고 인천을 갔는데,
저녁을 같이 먹고 보내고 나니, 내가 엄청 체해서 밤새도록 머리가 아파 고생을 했다.
아이를 처음으로 이렇게 멀리, 오래 보내니(캠프로 일주일을 보낸 적은 있지만, 외국에 혼자 보낸 건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는 것 같다.
월,화 캠프를 갔을 때도, 집이 얼마나 휑한지.......
남편에게 나중에 윤이가 공부한다고 서울 가거나 시집가면 이 휑함을 어떡하느냐고 얘기하기도 했다.
내가 참 유난스럽나 싶기도 하다.
직장 동료들은 내가 그렇게 딸바보다라고 하지만, 의외로 난 나 자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딸도 중요하지만, 내 삶, 내 비전, 내 미래에 대해서 자식 때문에 포기할 생각이 없는 매우 이기적인? 인간형이기도 하다.
울 엄마 같은 엄마는 아닌.....내 삶이 중요한 인간형인데,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윤이를 독립적으로 키울 수 있다 생각했으나,
아닌 듯하다.
윤이가 없으니, 참......축 가라앉는달까.
이렇게 오래 못 보는 일이 없어서......못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내 삶이 텅 비어버린 듯하다.
사실 오늘 아침 비행기로 가기 전에 윤이가 친구 폰으로 전화가 왔다.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괜찮다고 아이를 달래주었지만, 속상한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윤이에게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을 할 수 없으니.......
다른 건 괜찮은데, 메세지를 주고 받을 수 없으니, 그것도 답답한 일이다.
그래도 이 또한 뜻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다 했으니, 완전히 엄마랑 떨어져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또 나역시 아이와 완전히 단절되어 그저 기도하며 믿고 기다리도록....
그러한 뜻이 아닐까 싶다.
스무 살까지 이제 7년 남았는데,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아껴주어야지 싶다.
스무 살이 되면, 아이도 독립할 테니, 그 사이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주어야지 싶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고, 아이와 동등하게 들어주고.......
진심으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렇게 노력해야겠다.
윤이가 가 있는 동안, 새벽에 기도를 하러 갈 생각인데, 오늘 겨우 하루 실천했다.
나머지 시간 동안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이렇게 기도하는 거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무사히, 건강하게, 아프지 않도록.....
거기에 간 아이들 모두 기쁘고 즐겁고 아프지 않도록......
기도로 도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