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36 - 당신을 위한 1분(전체)
<silver님께서 주신 당기못 대문짤~~ 감솨감솨합니다.^^>
<디씨 그러하다 횽이 주신 당기못 대문짤~~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_)>
1
시경은 미쳐버렸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이틀이었지만, 시경에게는 영겁의 시간인 것만 같았다.
질려버릴 거야.....
전하의 말씀이 마치 저주처럼 귓가를 울리고 다녔다.
그녀가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면, 자꾸만 휴대폰을 열어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을 때면,
그러다 달려가고 싶어 몇 번이나 방문을 열 때면,
어김없이 저주처럼 그 말씀이 울렸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보여드리면, 공주님께서는 내게 질리실까......
아닐 거다,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스스로 되뇌어 봐도, 답은 똑같았다.
자신은 답답한 놈이었다.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를 만나본 적도 없다.
어떻게 해야 애인이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애인이 질려하지 않을지, 그런 것들도 아는 것이 없다.
센스 충만하겠다더니.....
여전히 자신은 똑같았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은 지금 똑같은 자리에 있었다.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눌렀다.
그러면서도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그 때문에 전하께 몇 번이나 타박을 받고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열 받은 전하께서 휴대폰을 꺼버렸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이렇게 꺼버려야 자신이 공주님께 연락을 못할 테니......
그래도 자꾸만 꺼져가는 한숨은 이성을 따르지 못하고 밖으로 새어나오고만 있었다.
화가 난 재하가 그럴 거면, 꺼지라는 말에, 시경은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돌아왔다.
한숨을 푹푹 내쉬다 못해, 죽을 것만 같았다.
다시 켜 둔 휴대폰은 아무 연락도 없었다.
내심 기대한 것도 있었다.
혹시 공주님께서 연락 주시지 않으실까.....
그러나 그 어떤 연락도 없으셨다.
바쁘시겠지.......
그렇게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내 불안이 엄습했다.
정말 전하의 말씀이 맞는 게 아닐까...
공주님은 돌아오셔서 바쁜 일상 중에 나를 잊으신 게 아닐까.....
후회하시는 건 아닐까.....
그 생각에 이르자, 시경은 순간 숨이 막혀왔다.
아닐 거다, 그건 정말 아닐 거다.......
불안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주문처럼 내뱉었다.
그러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자꾸만 파장을 일으켰다.
먼동이 틀 때까지, 창밖이 푸르게 변할 때까지 시경은 그저 가슴을 쓸어내리고만 있었다.
다음 날, 공주님께서 오전 재활을 마치시고, 오후에 돌아오셨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경은 그녀에게로 뛰어갔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보고 싶었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를 것 같아서, 이러다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아서, 전하의 말씀도 잊은 채, 그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녀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공주님께서 전하를 만나러 가셨다는 말씀만 듣고 허탈하게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걸어오는 길, 복도에 그녀가 있었다.
말간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다.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보고 싶었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세상의 언어로는 다 내뱉을 수 없는, 그런 감정이란 것이 있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고, 그래서 가슴이 저리도록 아팠다.
그 순간 그녀가 놀란 듯, 시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서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이 울려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내 심장 소리와, 나를 바라보는 나의 아름다운 공주님만이 이곳에 있을 뿐이었다.
조금만 더 늦게 정신을 차렸으면, 뒤에 있던 궁인들이 있는 곳에서 그녀를 끌어안았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무어라 말을 건넸지만, 무슨 내용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자, 시경의 심장이 더 미친 듯이 뛰었을 뿐.....
그렇게 스쳐가는 그녀를 보며, 이성과 상관없이 자신의 손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었을 뿐.....
그녀를 만진 손이 그 감각에 바르르 떨릴 때, 시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러 세웠다.
“공주님”
도저히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은 그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빨리, 그녀와 단 둘이 있고 싶다는......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싶다는.....
그런 원초적인 본능과 불안감에 말도 안 되는 말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전하께서.....공주님께 서류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둘만 있어야 한다는....그런 당위감에 시경은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을 뿐이다.
문을 잠그고 나서, 그 때부터 시경은 자신이 얼마나 짐승 같은지 알게 되었다.
분명 그녀를 안고 싶다, 키스하고 싶다, 그것만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은 남자였다.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는 순간, 이것만으로는 자신이 견딜 수 없으리라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어느 새 시경은 그녀를 안아 소파에 눕히고는 정신없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그녀의 속살을 헤집었다.
무슨 정신으로 그녀의 블라우스를 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중략)
으음......
어쩔 수 없이 재신의 입에서는 야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집무실에서......누가 올 수도 있는데.....
재신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경은 (중략) 재신에게 다가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중략) 재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를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그와 계속 이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몸만 비틀고 있었다.
시...시경 씨!!!
그의 자극적인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고 있을 즈음, (중략)
재신이 꿈틀대며 피해보지만, 그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안 된다며 버티는 재신과, 어떻게든 다가가려는 (중략) 시경 사이의 소리 없는 실랑이는 이내 시경의 힘으로 끝이 났다.
(중략)
으음......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머리로는 분명, 안 된다고, 여긴 집무실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니, 머리는 분명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더욱더 날뛰게 만들도록 자꾸만 야한 신음만 뱉고 있었다.
말릴 수가 없었다.
(중략)
머리가 저릿해지도록, 허리 뒤로 무언가 흘러다니는 것처럼, 아니 아랫배가 욱신거리는 것처럼,
온 몸이 간질거리다 못해 떨려왔다.
말리는 게 아니라, 이젠 (중략) 재신은 그에게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중략)
입술을 깨물어 아무리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해도 소용이 없을 만큼, 자꾸만 신음은 새어나오기만 했다.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이러다 정말 소리라도 지를 것만 같아서,
재신은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시경이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순식간에 아쉬움과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내 재신은 두려운 듯 눈빛이 흔들렸다.
이 남자가 지금 남자의 눈으로, 아니 수컷의 눈으로 그녀를 (중략)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 등에 파랗게 힘줄이 돋아 있었다.
그가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그가 얼마나 완강하게 그녀 자신을 가지려 하는지, 그 손등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중략) 재신은 눈을 감았다.
이제 그를 말릴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으음.....
아무리 참으려 해도 신음은 새어나오고, 재신은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고 또 막았다.
시경은 그녀의 하얀 몸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욕망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중략)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야하기만 했다.
그녀를 품고 또 품었다.
아무리 품어도 모자라기만 했다.
그녀를 가지는 이 순간도 아깝기만 했다.
이 절정의 순간이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렇게 시경은 모든 이성을 놓고 그녀를 안았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자신을 받아내느라 녹초가 되어버린 재신의 입술에 길게 입을 맞추었다.
어쩌면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내 여자라는 걸.......
후회라는 단어조차 못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그런 남자의 소유욕을 내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몸에 새겨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가진 남자는 은시경이라고, 당신의 남자는 나라고.....
그 말을 온 몸으로 뱉은 것인지 모른다.
2
"뭐야?"
겨우 숨을 고르고 진정한 재신이 시경을 쏘아보며 한 마디 하자, 시경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얼굴을 붉혔다.
헛 참....
내가 이러니 적응이 안 되지.
시경은 재신의 말을 못 들은 척, 재신의 옷을 꼼꼼히 입혀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봐요, 은시경 씨!!"
재신이 정색을 하고서야, 시경은 겨우 재신과 눈을 마주쳤다. 그것도 아주 잠시였지만.....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고요."
재신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시경도 곁에 앉자, 재신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말 좀 해 봐요. 무슨 일인지. 오늘 왜 이런 건지, 아니, 왜 연락은 안 한 건지...전부 다....."
시경의 손이 재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한숨이 그의 입에서 절로 새어 나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은 아는 거야?"
".....하아.....두려웠....습니다......"
"뭐가요?"
"공주님께서 제게 질리실까봐.......워낙 저란 놈이 재미가 없으니까요......"
"아니,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왜 그렇게 생각해요?
나, 시경 씨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게......."
"이재하구나. 이재하가 뭐래? 또 헛소리라도 했죠?
내, 이 인간을 진짜!!"
재신은 그럴 줄 알았다며, 내 이 인간을 가만 두면 이재신이 아니라고 혼자 열 받아 하며 이를 갈고 있는데,
시경이 나지막이 재신을 불렀다.
"공주님....."
"왜요?"
"제가......공주님 많이 사랑하면.....질리실 겁니까?"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질리실 겁니까?
많이 사랑하는데 왜 질리냐고......
아......진정 이 남자는 답답이였다.
재신이 돌아보자, 이내 얼굴을 붉히는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은지......
이 순진한 남자를 자꾸 괴롭히는 이재하는 내, 반드시 손본다는 심정으로 재신은 화를 꾹꾹 눌러넣은 채 입을 열었다.
"아니, 시경 씨가 나 많이 안 사랑해주면, 나 되게 우울하고 슬플 거야."
"예?"
"나 좀 힘들었다구요. 시경 씨 전화해도 전화도 안 받지. 연락도 안 오지.
카톡하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톡하나 안 보내고.....
나 차인 건가 싶어서 진짜 우울했다고....
여자들은 말이에요. 사랑받고 싶어한다고요.
사랑한다고 한 번 말하고 끝! 이게 아니라구요.
매일매일, 자주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아껴주고 해야 하는 거라구요.
내가 이걸 내 입으로 꼭 말해야 하..."
"그래도 됩니까?"
"어?"
"진짜 제가 제 마음 다 표현해도, 공주님 절, 안 버리실 겁니까?"
이 남자를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지금 굉장히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였다.
이재하는 정말 나쁜 놈이다. 진짜.
"나 솔직히 힘들었어. 시경 씨.
시경 씨 연락은 안 되고, 막 데레데레하는 느낌이고....
나만 이러는 건가 싶고, 잡은 물고기 밥 안 주는 건가 싶고.....
시경 씬 안 그런 남잔 줄 알았는데, 남자는 다 똑같은 건가 싶고....."
"저......공주님...
방금 말씀하신 게 무슨 뜻입니까."
"응? 뭐? 데레데레?"
"예."
"츤데레 몰라요?"
"예?"
"모르는구냐. 에효.... 시경 씨가 아는 게 이상하지.
밀당은 알죠? 그런 거예요.
막 좋아한다고 그러다가 갑자기 막 관심 없는 척하고 밀고 당기는 거.
아니 근데 솔직히 그런 느낌도 아니었어.
그냥, 막 버려진 것 같은....되게 외롭고, 힘들었다구요."
"아.....죄송합니다. 공주님, 전 공주님께서 싫어하실까봐....
공주님께서 질려하실까봐 참는다고 참은 거였는데....죄송합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그게 왜 시경 씨 잘못이에요?
다, 이재하 탓이지. 솔직히 말해봐요. 이재하가 뭐라 그런 거예요?
이재하가 한 말 고대로 말해 봐요. 응?"
"그게......전하께서.......제가 자꾸 다가가면, 공주님께서 금방 질리실 거라고....."
"내, 이 인간을 손 안 본면, 내가 이재신이 아니다!! 진짜!!!"
"공주님, 제 잘못입니다."
"시경씨....나 다시는 이런 얘기 안 할 거니까, 지금 잘 들어요.
보통 같으면, 절대로 내 입으로 얘기하진 않겠지만,
시경 씨니까, 말 안 해주면, 절대 모를 거니까, 내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말하는 거예요.
시경 씨, 난 시경 씨가 나한테 다 표현해줬으면 좋겠어요."
"예?"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표현해 줄 때, 내가 살아 있는 것 같다구요.
심장이 막 뛰고, 설레요.
세상이 뭔가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구요. 당신이.....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라구요."
"....공....주님......"
"그러니까, 전화도 자주 하고, 카톡도 쉴 때마다 하구요, 자주자주 봐요. 우리...."
그때였다.
재신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시경의 손에 힘이 들어가 싶더니, 재신을 그대로 자신의 품 안으로 안아왔다.
재신의 볼로 쿵쿵 뛰는 그의 심장이 느껴졌다.
"공주님도 약속해 주세요."
"뭘요?"
"제가 공주님을 많이 사랑해도, 지겨워하지 마시고, 저 버리지 마세요."
"응.응......여튼 연락이나 자주 해요.
대한민국 공주 숨 넘어가니까......."
"예. 공주님."
"근데 나 이제 가야할 것 같아.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이렇게 오래 있으면....."
"아, 예.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 놈의 죄송은....이제 그만 해요.
무슨 여친한테 그렇게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 마! 이젠 안 들을래."
"아.....예. 알겠습니다."
이거나 그거나였다.
당분간은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했다.
그는 상명하복에 익숙한 군인이니까.
"근데....오빠가 나한테 뭐 주라 그랬다며?"
그 말에 뭔가 당황하던 시경이 갑자기 책상 앞으로 가서 봉투를 가지고 왔다.
"뭐야? 뭐하게요?"
얼굴이 이미 빨갛게 물든 시경이 당황한 듯하더니 소파 구석에 끼여 있던 재신의 찢어진 *티를 봉투 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재신은 이미 기함을 하고 있었다.
"은시경 씨, 이런 스탈이었어?"
그 와중에 또 그걸 받아드는 재신 자신도 어이가 없었지만, 얼굴을 붉히면서도 할 건 하는 이 남자를 보니,
어쩌면 순진하다는 건, 그냥 컨셉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집무실에서 나가기 전, 그는 재신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오늘은 정말 죄송..아....아닙니다. "
죄송하다는 말 더 이상하지 말라는 말은 또 용케 기억하고 입을 다무는 시경에게 재신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나, 혼자 갈게요. 중간에 들릴 때도 있으니까......."
"예?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그냥 혼자 갈 거야.
죄송하다며? 그럼 오늘은 내 말 들어요."
그렇게 혼자서 휠체어를 밀고 나가는 재신을 황망히 바라보는데, 재신이 휠체어를 문득 멈추고 한 마디 더 던졌다.
"다시는 이런 일 없으면......나 좀.....흠흠.....섭섭할지도....몰라......"
"공...공주님......"
재신은 시경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쏜살 같이 휠체어를 끌고 나가 버렸다.
그 뒤엔 이제 목까지 붉어진 시경이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재신은 재하 방으로 가려다 문득 멈추고는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슴네까?>
전화기 너머로 항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재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으엉...언니......."
그리고 10분 후 재하는 항아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이런 개철철이, 날래 날래 들어오라요.>
"어, 어...항아야, 너 목소리가 왜....."
<뭐 잔말이 많습네까? 날래 들어오라면 들어올 것이지.>
그대로 끊어지는 전화를 잡고, 재하는 싸늘한 기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재신, 너.....!!
아니지, 은시경 이 새끼, 사내 새끼가 입은 싸가지고.....
입으로 온갖 욕을 하며, 재하는 어떻게 항아에게 변명할지 머리를 굴리며 내실로 뛰어갈 뿐이었다.
3
“괜찮아?”
다음 날, 재신은 재하의 호출을 받고 집무실에 들어가며 툭하고 한 마디 던졌다.
재하가 잠을 못 잔 듯,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너 같으면, 괜찮겠냐? 야, 내 눈 빨간 거 안 보여?”
“그러게, 왜 내 남자 건드렸대?
내가 그랬지? 내 남자 건드리면, 죽.는.다.고.”
“어휴, 말을 말자, 말을.”
“좋아. 대충 여기서 휴전하자고.
근데 왜 부른 거야?”
“저번에 얘기할 거 있다고 했었잖아.
너 정신 챙기면 하겠다고 했던 거.
그거 얘기도 할 겸....겸사 겸사......”
“아, 오빠, 나도 오빠한테 할 말 있어. 나, 수술 받기로 했어.”
“김 박사님이 안 그래도 그러더라.
갑자기 뭔 바람이 분 거야?
그렇게 하라고 할 때는 안 한다더니?”
“어? 그냥......어차피 더 나빠질 건 없으니까.....
해서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도 지금이랑 같은 거고.....
나쁠 거 없잖아.”
그 말에 재하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였다.
“그래? 그렇게 더 나빠질 것도 없었는데, 그 전엔 왜 그렇게 안 한다고 난리를 쳤냐?”
“그야...뭐......”
재신은 뭐라 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결국 1분을 채워줄 인물이 있다는 거네.”
“어? 무슨 소리야?”
“복싱할 땐 말이야. 3분을 싸우고, 1분을 쉬는 게 1라운드야.
짧게 잽(Jab)을 날리고 훅(Hook)을 꽂을 수도 있고, 진짜 재수가 좋으면, 스트레이트로 그대로 급소를 가격해 버릴 수도 있지.
그러나 세상은 그런 게 아니잖아.
아무리 가드(Guard)를 쳐서 팔로 막고 더킹(Ducking)으로 머리를 숙여 피하더라도
아차 하는 순간에 죽도록 맞아서 녹다운(Knockdown)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
그게 세상이지.”
“갑자기 웬 복싱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 그런데 그 죽을 것 같은 3분 뒤에 참 다행이게도 1분이 있지.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고,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주고, 괜찮다고 말해 주고,
다시 나가서 싸울 수 있게, 내 등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는 거지.”
재신은 그제야 재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 니 말대로 말이야.
결과는 똑같아. 시도를 해서 잘 되든,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원상태와 같지.
그런데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
재신은 입을 다물었다.
이때까지 자신이 느끼고 있던 그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가 않았다.
“두려움.....이겠지. 실패했을 때 느끼게 될 그 좌절감을, 그 실망을 견뎌낼 자신이 없는 거니까......
재신이 너도, 그게 두려웠던 거잖아.”
그래, 두려움이었다.
재신은 재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의료진은 재신에게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재수술을 받으라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얼마든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아니 안 되더라도 지금과 같으니 아쉬울 것이 없다고......
누군가에게는, 아니 제3자의 눈에는 어차피 못해도 지금과 같으니 무엇이 두려울쏘냐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일로 닥치게 되면 팩트와는 다른 진실이라는 영역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두려움이라는 변수였다.
누군가에게는 달라질 건 없다, 어차피 똑같다, 실패해도 지금과 같은데 그냥 시도해라.
참 편하고도 무서운 말이다.
그러다 그것을 직접 겪어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결과가 같다고, 지금과 같다는 그 팩트에 두려움이 일고 만다.
기대라는 것은 늘 실망을 동반하는 것.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하지 않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무언가 시도한 만큼, 도전한 만큼,
그 크기만큼 기대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등장하는 실망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도 남는다.
그것이 실망이라는 실체다.
인간은 마음으로 일어서고, 마음으로 무너진다.
결국 기대가 인간을 일으켜 세우고, 실망이 인간을 쓰러뜨린다.
그 누구보다도 재신은 그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 쉽게 시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뒤를, 그 이후를, 아무 변화도 없을 수 있는 그 상황을 견뎌낼 용기가 없었다.
“은시경.....이냐?”
“어?”
“너의 1분.......
두려움을 넘어서게 만든 인물......”
재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의 입에서 당연히 안다는 듯, 픽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데 재신아, 누군가가 내 1분이 되어주고, 또 내가 누군가의 1분이 되어준다는 거,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힘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건 정말 엄청난 기적 같은 일은 맞는데 말이야.”
재하가 뭔가 주저하듯 말을 잠시 멈추었다.
“그건 기적임과 동시에 진짜 두려운 일이야. 너에게도 나에게도......”
“무슨 소리야?”
재하는 재신의 물음에도 별 대답이 없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재신에게 건넸다.
여러 번 접힌 듯한 종이는 많이 낡아 있었다.
“원래는 나도 가슴에 넣고 다녔는데, 너무 낡아서.......원본은 찢어질까봐 서랍에 넣어놓고,
이젠 복사본을 가지고 다녀.”
“이게 뭔데?”
“읽어봐.”
그건 누군가의 위시리스트였다.
1.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된다. 먼저 가족을 생각한다. 2. 나 자신보다, 왕실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한다. 3.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다. 4. 대한민국 왕실 복지 재단을 설립하여 왕실의 의무를 실천한다. 5. 국가의 틀을 넘어 전 세계를 향하는 왕실이 된다. |
“이게....뭐야?”
재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굵은 만연필로 쓰인 낯익은 글씨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살아남은 자의 부채.......”
“뭐?”
“형의 리스트야.
형이 꿈꾸던 세상.”
큰오빠가 꿈꾸던 세상.......
재신의 눈에 자꾸만 물이 차올라왔다.
“다른 건 모르겠고, 3번은 얼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재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눈물이 종이에 떨어질까 얼른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
“곧 수상 선거가 있는데......
우리가 아무리 실질적인 힘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는 거니까.....
수상이 어느 쪽에서 되든지 간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하니까.......”
재신도 알고 있었다.
다음 수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인물은 왕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지금 수상도 과히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다음 인물은 그야말로 왕실 폐지론까지도 우회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왕실 반대파였다.
“.....만약에 지금 거론되는 그 사람이 수상이 되면, 왕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재하가 갑자기 재신의 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아얏!”
“이재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진 마라.
우리는 오늘을 살면 되는 거야.
오늘, 지금 당장,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을 계획해야 하는지 그것만 기억하고 행하면 되는 거야.
인마, 겁을 내지 않는 가장 최고의 방법이 뭔 줄 아냐?
그냥,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죽자고 하는 거야.”
재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되지 않을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되어야 할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말이야. 이재신, 대한민국 국왕으로서 말하는 건데,
너, 4번, 맡아볼래?”
“어...어? 내가? 내가 그걸 어떻게?”
“니가 뭐 어때서?”
“아..아니..난......다리도 그렇고, 아무래도 몸도 불편한데.......
항아 언니도 있고.......내가.....하는 건....좀.....”
“어쭈. 야, 기세등등한 마녀 같은 이재신 어디 갔어?
야, 쭈구리 같은 넌 나가고, 대한민국 왕도 죽인다는 그 이재신 데려와.
대한민국 왕실 유일한 공주, 이재신 데려 오라고!”
“작은 오빠!”
“항아가 할 일이 있고, 니가 할 일이 있어.”
“난...난.....”
“형이 꿈꾸던 세상이야.
우리는, 그걸 이루어야 할 의무가 있는 거고.
나는 내 위치에서, 너는 니 위치에서.....
니가 하고 싶었던 일이잖아.
여성 아동 복지, 하고 싶어했잖아. 그래서 영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온 거잖아.
제3세계, 아프리카, 인도, 중동 여성, 아동 실태 조사, 너, 그걸로 논문까지 쓰려고 했었잖아.”
재신의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잃었던 꿈이 어느 틈에 손 안까지 왔으나 움켜쥘 수가 없었다.
달려왔던 시간들이 어느 새 멈추어진 채, 정체되어 있었다.
꿈꾸던 일이었다.
여성, 아동 복지에 관한 꿈.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품는 일.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렸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더랬다.
그 꿈이 다시 바로 눈앞으로 달려왔다.
그걸 잡아도 되는 걸까.
내가 감히, 그런 능력이 있는 걸까.
“니가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봐.
대한민국 왕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테니까.”
종이를 쥔 재신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며 종이가 파드득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재하는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한참 만에 재신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돼?”
“권력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그 권력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 거 아닐까....
노블리스 오블리제.
필요하다면, 목숨을 걸 수도 있는 영향력의 행사.
국가를 위하는 길은, 어쩌면 전 세계를 꿈꿔야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어.
넓게, 멀리, 깊게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리더라 할 수 있겠지.”
“왕실폐지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돈만 쓰는 미친 짓이라고 할 수도 있어.
내국인도 살리지 못하면서, 무슨 다른 나라냐고 말할지도 몰라.”
“그래, 당연히 그러겠지.
그것도 맞는 말이야.
처음부터 국외를 보라는 건 아니야.
니 관심 영역에서 시작해 보라는 거야.
대한민국 안에서, 그러나 국경과 경계를 뛰어넘어서 좀 더 넓게 영역을 잡는 것도 중요해.
왕실의 존재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얼마나 대한민국의 낯을 세워주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의 얼굴이야. 대한민국의 자존심이고, 대한민국의 1분이어야 해.”
대한민국의 1분......
진심으로 위로하고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
대한민국의 왕실은 그런 리더가 되어야 한다.
4
시경은 이제 틈만 나면 카톡을 보냈다.
그러다 짬이 있을 때면, 전화를 하기도 했다.
재신은 오전에 재활을 다녀온 후, 수술 계획도 알릴 겸, 시경에게 톡을 보냈다.
<시경 씨, 왕실 식물원 알죠? 거기서 잠깐 봐요.>
<예, 바로 가겠습니다.>
재신이 보내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시경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사실 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맞다.
일을 하다가도 자꾸만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고,
다른 이에게 온 카톡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하에게서 병이다, 병, 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시경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었다.
그녀와 문자를 하고 있으면, 목소리가 듣고 싶고, 목소리를 들으면, 보고 싶어 죽을 것만 같았다.
시경은 일을 접어 둔 채, 급히 식물원으로 뛰어갔다.
예전 그 날, 이곳에서 그녀의 고백을 받은 이후, 이곳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왕실의 사적인 공간이었다.
대비께서 직접 가꾸시는 곳이었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 그녀가 그날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그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왔어요?”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갑자기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
시경이 그녀에게 선물했던 바로 그 앵무새였다.
반가운 마음에 시경이 손을 내밀자, 앵무새는 뭔가 낯선 이를 경계하는 듯 시경의 손을 쪼고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시경은 뭔가 황망해졌다.
너무 오랜 만에 봐서 자신을 못 알아보는가 싶어, 조금은 섭섭해지려는데, 그 때 같은 새가 다시 날아와 시경의 손에 보란 듯이 앉아버렸다.
“은시경, 은시경.”
그때처럼 똑같이 시경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뭐지, 싶은 그 때, 야자수 사이로 또다시 푸드득 소리가 났다.
“어? 두 마리였습니까?”
“응....얘네들 짝이 맺어졌대요.
펫샵에 두고 적응시킨 후 데려온다고 늦었어요.
시경 씨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시경 씨가 선물해 준 애가 암컷이라서 신이구요.
지금 신이, 남친이 은이예요.
은시경이랑 이재신에서 이름 땄는데, 이쁘죠?”
어느 새 시경의 손에 앉아 있던 새도 저쪽 가지로 옮겨 앉아버리자, 아까 까칠하게 날아가버린 새가 곁에 날아와 앉았다.
몇 번 지켜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 마리가 잘 날아다니는데 반해, 다른 한 마리는 잘 못 날고 자꾸 어딘가에 앉아 있기만 했다.
“쟤.....너무 오래 갇혀 있었대요.
그래서 나는 법을 잊어버렸대요.
나 좋자고, 얘를 계속 가두어두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고 다른 곳에 내보내면 살 수도 없으니까....
엄마를 졸랐어요.
식물원, 나 좀 빌려달라고......
식물원 플러스 조류원이 되도 괜찮지 않냐고.....
근데 문제는 엄마가 조류 공포증이 있어요. 후훗.....
그래서 엄마가 올 때는 잠시 내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걸로.....
이곳은 꽤 넓으니까......괜찮을 것 같아요.
작은 새들이 날기에도 나쁘지 않고, 신이도 은이를 따라 나는 법을 배우겠죠?”
뭔가 뭉클해졌다.
이곳은 왕족의 사적인 공간.....
시경의 눈이 무언가 먹먹해지고 있었다.
“왜 그래요? 시경 씨?”
“..............”
여전히 시경이 대답을 못하자, 재신은 뭔가 걱정이 되는 듯 재차 그를 불렀다.
“시경 씨?”
“아....네. 공주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예? 아...아닙니다.”
그러나 시경의 눈은 점점 깊게 가라앉고 있었다.
“뭐야....무슨 추억의 장소라도 온 거예요?
내가 이곳에서 고백이라도 했어요?”
장난처럼 던진 말에 시경이 움찔하자, 재신은 아차 싶었다.
정말이었다.
분명 저 반응은, 이곳에서 무언가가 있었다는 거였다.
“뭐야? 진짜 내가 이곳에서 고백이라도 한 거예요? 은시경 씨한테?”
“......예......”
시경의 볼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그런 시경을 잠시 바라보다 재신의 얼굴에도 환하게 미소가 올라왔다.
“은시경 씨!”
재신은 휠체어에서 일어나서, 시경을 바라보며 조금은 단호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예?”
재신이 갑자기 시경 씨가 아니라 은시경 씨라고 부르자 시경은 혹시 자신이 그녀에게 실수한 거라도 있는가 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 은시경 씨, 좋아해요.”
“공..공주님......”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해요.”
“.................”
무언가 먹먹해진 시경이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자, 재신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렸다.
“뭐해요, 빨리 와서 안아줘야지. 남친이 센스가 너무 없는 거.....어!”
재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경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자신의 품 안으로 깊이 그녀를 안았다.
“사랑합니다. 공주님.”
“응.......”
“그 때도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감히 하지 못했던 이 말을 정말로 하고 싶었습니다.
공주님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제 마음이 어떤지.....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사랑한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 말밖에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공주님.”
그렇게 시경은 재신의 입술을 또다시 훔쳤다.
마치 영혼까지 빼앗을 듯, 마셔도 마셔도 모자란 그녀의 호흡을, 그녀의 숨결을
모두 가져버릴 듯, 그렇게 그녀의 입술을 놓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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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친정 어머니집에 있다가 12시 넘어서 집으로 오는 바람에,
부랴부랴 짐 싸놓고, 남편 몰래 일하는 척하면서 마무리 해서 올립니다.
아...진짜....글 좀 편하게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흑......
당신을 위한 1분......
제 스스로에게 좀 힘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실패란 있는 법인데, 늘 떨어진다는 건 실망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번에 휴가가기 전에 마감을 쳤을 때, 2개를 냈는데, 될 거라 기대했던 한 개가 떨어져버렸네요.
좀 아슬아슬하게 안 돼서 조금은 실망도 되고, 아쉽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아직 결과가 안 나왔는데.....이건 제가 생각해도 아리까리해서요.
떨어지는 일이야 늘 다반사지만, 떨어짐이란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인 듯합니다.
그래도 3분간 열심히 싸우고 죽도록 맞았더라도, 다시 1분을 쉬며, 위로 받고 격려 받고 에너지 충전해서 또다시 싸우러 나가야 하겠죠.
그렇게 제 자신을 추스르는 중입니다.
다음엔 꼭 더 좋게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열심히 이 1분을 누려볼까 합니다.
바쁘시고, 힘든 일상 중에서, 이 보잘 것 없는 글이 휴식 같은 여러분의 1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가위도 행복하고 평안하소서.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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