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일기장인 듯, 일기장 아닌, 일기장 같은

그랑블루08 2014. 11. 8. 20:25

 

 

 

동*행 - 김*동*률

 

 

넌 울고 있었고 난 무력했지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널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던 건 함께 울어주기

그걸로 너는 충분하다고
애써 참 고맙다고 내게 말해주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 웃음 짓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너의 슬픔이 잊혀지는 게
지켜만 보기에는 내가 너무 아파서
혼자서 씩씩한 척 견디려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나 역시 자신 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또 멈추게 하고 가던 길 되돌아서 헤매이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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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할 일이 너무 많아 너무 바쁠 때,

못할 거 같고 힘들어 질 때면,

공책을 펴서 무언가를 끄적댔다.

이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적고, 지금 당장 하고 싶고, 놀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적으면서

시험 준비를 견뎌냈던 것 같다.

위시리스트를 그렇게 적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더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건 우리 언니가 가르쳐 준 방법이었다.

그 당시 임용시험을 준비중이었던 언니가 내게 답답하고 힘들어질 때,

하고 싶은 일을 적는 노트를 써보라고,

그러면 견딜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권했었다.

(그 당시 처음 생겼던 임용 시험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던 언니도, 그 때 임용에 실패하고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다.

삶이란...늘 그런 것 같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렇게 나도 노트라는 걸 쓰기 시작했었다.

 

죽을 것 같은 순간의 마음을 적어놓기도 하고,

힘내라고 내 자신을 격려하기도 하고,

이것만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 위시리스트를 적어놓고 꼭 할거라고,

그렇게 다짐하며 내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했었다.

 

이 방을 만들기 전까지는, 그렇게 노트에다가 썼었다.

그러다 한글 파일로 만들어 컴에다가 그런 글들을 적어놓기도 했었다.

한창 힘들 때는 1년 동안 수백 장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이 방을 만들면서 그 모든 것들을 이 방에서 풀어내게 된 것 같다.

 

1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월요일 마감을 하면, 그나마 아주 조금은 숨을 쉴 수 있다.

그 이후에도 내년 2월에 끝날 프로젝트들 때문에 여전히 어마어마한 일들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다.

늘 그래 왔다.

지금 이맘 때는 늘....이랬다.

인터넷을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업무상 메일함을 보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틈이 없는 시간들.....

인터넷 기사는 자기 위해 누워서야 겨우 몇 자 읽을 수 있는.....

그러한 시간들의 막바지에 이제 거의 왔다.

 

그러다 문득, 답답한 듯 숨이 막히는 것 같아, 노트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저 노트에 예전처럼 써볼까...하는 그 순간.....

그러고보니, 왜 내게 노트가 없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고,

그제야, 그 역할을 하는 내 방이 있다는 걸, 인지한......

 

이 아이디로는 아예 로그인 자체를 하지 못하고 한 달 이상 살아온 듯하다.

약간 의도적으로 로그인도 하지 않으려 한 점도 있다.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그 수많은 일들을 하려면,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어서도, 느슨해져서도 안 되니까......

중요한 일을 먼저 하기 위해서, 급한 일들을 조금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시간을 흘려 보내서는 안 되므로.....

그래서 그토록 나 자신을 엄격하게 다그치며,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사용했다.

 

직장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나만의 묵상의 시간을 가진 후,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다시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또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체크한다.

일주일 동안 처리해야 할 일들 항목도 살핀다.

그 후, 오늘의 시간표를 짠다.

10분 단위로 사용하는 시간표다.

 

쪼개고 쪼개면,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그 진리를 알고 있으므로,

10분까지도 쪼개어 사용한다.

틈틈이 배치되는 짜투리 시간들, 회의 앞 뒤 짜투리 시간들,

점심, 저녁을 먹고 남는 시간들을 깨알같이 사용하지 않고서는,

그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가 없다.

 

인터넷을 하는 시간은 진짜로 제대로 짜야 한다.

잘못하면, 정신을 놓고 시간을 빼앗길 수 있으므로,

요리 부분이나 가장 중요한 기사들만 확인하고 바로 꺼버린다.

메일도 반드시 업무용만 체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게 중요한 일이 급한 일에 밀려 버린다.

급한 일은 결국 데드라인 안에 끝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일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지 않으면, 급한 일에 밀려버리게 된다.

급한 일을 먼저 하다 보면, 자꾸 완벽주의 근성이 나타나, 그것에 목숨을 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일들은 시간을 정해 두고 일을 한다.

긴 시간을 두고 완성해야 하는, 게다가 내 인생과 내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하고,

또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시간을 배정하고,

그 이후에 급한 일에 딱 정해진 시간을 배정한다.

그래서 그나마 이 급한 와중에도 중요한 일을 끊임없이 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이 가을날에는 늘 이렇게 살았던 것 같다.

1년 중 가장 바쁜 이 때는, 몇 달 간 블록에 들어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1-2달은 어느 새 훌쩍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의식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까봐, 내 손이 근질근질거릴까봐,

내가 나를 믿지 못함도 있다.

 

이제 이틀.....

아니 내일이면 마감을 끝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밀려 극한에 치닫고 나니, 일기장이, 배설의 장이 필요했다.

예전의 노트를 떠올리다,

노트에 쓸 거면, 블록에 들어가자 싶었다.

뭐라도 이렇게 토해내면, 막판 스퍼트를 낼 수 있을 듯도 해서......

 

마지막의 마의 일주일은....그야말로 죽음의 시간들이었다.

어떻게 모든 일이 한꺼번에 닥칠 수 있는지, 매일 매일 엄청난 일들과 마감의 연속이었다.

정말......이 시간들이 이제 끝나간다는 것이(끝난다고 말하기도 웃긴다. 내년 2월까지는 여전히 이어지지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오늘은 딸내미 한자 시험까지 봤다.

이 때문에 이 마의 일주일에 딸내미 한자 공부까지 끼여서 진짜 죽을 동 살 동이었다.

울 윤이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왜 그럴까 싶었더니, 결국 한자어 때문이었다.

그래서 2달 전부터 집에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데,

그저 재미 삼아 쳐보자고, 아주 낮은 단계로 신청해놓았던 것이 하필이면 이 바쁜 와중이었다.

어쩌겠나......

그 와중에 왔다 갔다 하며, 애 한자도 봐주고, 오늘 애 데리고 다니며 일을 치고, 다시 직장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늘 이렇다.

꿋꿋이 오다가도 마지막이 늘 힘들다.

다 되어갈 때가 가장 힘든 것 같다.

막판 스퍼트를 내야 할 때, 가장 지치는 것 같다.

 

그래도 내일이 지나면, 3개의 마감이 끝나니, 그나마 조금 나아진다.

이틀 전 마감 2개를 끝내고, 내일 마감 하나까지....

이 가을에 내 숨통을 틀어쥐었던 그 일들이 그 나마 마무리지어진다.

그 후에도 몇 가지 일이 더 있지만, 몇 가지라도 끝나면 훨씬 살 수 있을 듯하다.

 

일기장인 듯, 일기장 아닌, 일기장 같은

이곳에 이렇게 1달만에(아니 1달하고도 더 넘은 것 같다.) 배설하는 듯 넋두리를 해대고 나니

조금은 살 것 같다.

 

이 일이 끝나면, 그래도 글을 좀 끄적댈 수 있지 않을까......그런 기대감으로.....막판 스퍼트를 낼까 한다.

 

 

 

* 살아 있냐고 물어주신 여러분,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게 맞는지 어려울 정도로 정신 없이 살아서 두문불출했습니다.

이번 주 지나면 좀 나아지니, 얼굴도, 글도 내비치며 살겠습니다.

이 험하고, 안타까운, 속 터지는 세상 속에서도 그래도 평안하시길.....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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