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남편의 요리

그랑블루08 2015. 3. 12. 15:55

 

 

윤이 학원 시간이 바뀌어서 요즘 일정이 좀 조절되었다.

예전엔 윤이가 월, 수, 금 저녁 8시가 다 되어야 집에 와서 늦게 저녁을 먹어야 했다.

남편도 헬스 갔다가 8시 맞추어 오면, 월 수 금은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화, 목은 내가 늦게 퇴근을 해서, 남편이 화, 목을 봐야 한다.

나도 바쁘고 하다보니, 월 수 금은 내가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고, 화 목은 남편이 대충 사먹기도 했다.

그런데 윤이가 6학년이 되니 학원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6살 때부터 다닌 영어학원이라 윤이가 옮기고 싶어하지 않아 계속 다니고는 있는데,

바뀐 시간으로는 월, 목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수업을 한다.

2번만 가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윤이는 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좋단다.

대신 내가 바빠졌다.

 

월, 목은 출근 전에 윤이가 먹을 저녁 도시락을 싸두어야 한다.

윤이는 4시 30분쯤 도시락을 까먹고 5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간다.

여튼 이렇게 저렇게 시간도 바뀌고, 바뀐 일정에 몸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침에 도시락 싸는 것도 안 하던 일이라 바쁘기도 하다.

오늘도 싸놓고 왔는데, 지각할 듯 아슬아슬하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적응해 나가겠지 싶다.

 

여튼, 남편이 보는 화 목의 경우, 목요일은 내가 저녁을 도시락을 싸두니, 남편도 훨씬 편해졌다.

남편은 윤이가 올 시간에 맞추어서 집에 오면 되니, 직장에서 저녁을 먹고 헬스장을 갔다가 윤이가 도착하는 9시 15분쯤 집에 도착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남편이 아이 밥을 먹여야 하는 날은 화요일 하루밖에 없게 되었다.

예전엔 이리 저리 사먹거나 하더니, 그것도 귀찮단다. (사실 내가 밥을 해두기도 했는데, 사먹겠다고 애기했었다.)

이젠 밥만 해두면 자기가 먹이겠다고도 하고, 집 옆에 반찬가게가 생겨서 반찬 사와서 먹겠단다.

그래도 싶어서 밥이랑 국이랑 해두었더니, 남편이 계.란.말*이를 했단다.

 

웃기게도, 이건 t.v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닌가 싶다.

요즘 내가 무진장 좋아하는 차*줌*마와 참*바*다*씨, 글고 호*주*니가 나오는 밥 해먹는 프로그램.

그걸 밤에 남편과 같이 많이 봤는데,

이번에 나온 추** 씨의 달*걀*말*이에 굉장한 의욕을 느낀 듯했다.

그 전부터 차씨의 행동에 감화(?) 받은 것도  있고, 거기에 추**씨의 요*리를 보자 뭔가 자신도 할 수 있다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남편이 어떻게 저떻게 되어 계란을 2판이나 어디서 가져오는 바람에, 저걸 어떻게 다 먹지 싶기도 했는 것 같다.

 

여튼 월요일 밤에, 자기가 계란을 말아보겠다는 둥 어쩌고 하더니,

정말 화요일에 그걸 해 둔 거다.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 가보니, 남편은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맛 보라고 내놓았다.

색깔은 뭐랄까. 시커먼 게 뭐 이런가 싶었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심지어 야채까지 들어 있었다.

이 남자는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데, 야채가 어디 있는지 관심도 없고 해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사람인데

야채까지 넣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절대로 칼질이라는 걸 할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했냐고, 어떻게 야채까지 넣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 왈,

라면 후레이크를 넣었단다.

헐......

여튼 잔머리의 대마왕이다.

라면 후레이크(야채 말린 것)를 물에 불려서, 계란 7개(7개씩이나 넣었단다, 깜놀....)를 넣어 매우 풀어서 만들었단다.

어쨌든 맛은 괜찮았다.

몹시 칭찬을 해줬더니, 더욱 연습에 매진할 거라나 어쨌다나.

 

오늘 딸내미가 또 학원 갔다 오느라 늦게 오는데, 밤참으로 말아줄 거란다.

여튼 건투를 빈다고 했다.

 

남편이 제일 못하는 게 요*리다.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모르고, 그러더니,

작년 꽃*청*춘에 등장하는 샌드위치를 보고는 이것저것 재료를 사와서 만들어 본 것이 처음이었다.

(정말, 요리로는 처음인 듯하다.)

그러더니 차씨 아저씨와 추씨 아저씨에게 감화를 받아 요*리?다운 요*리*를 시도까지 하다니,

여튼......웃기기도 하고, 장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다.

 

결혼 전에, 또 결혼한 후에도, 내가 남편에게 강요?했던 것이 하나 있다.

요*리는 못하면 안 해도 좋으나, 딸내미를 위해서 단 하나의 요*리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딸내미의 정서에 정말 좋은 효과가 있을 거라고.....그랬더니,

남편은 노력해 보겠다고 했었는데, 이제서야 무언가를 시도하는 듯하다.

 

당분간 지겨워도 계속 이 말이들을 먹어야 한다는데, 뭐, 좀 질리기는 하겠지만,

남편이 완전히 숙달될 때까지 열심히 먹어줘야 할 듯하다.

 

이게 숙달되면, 다른 걸 또 시켜봐야겠다.

여튼 요*리* 프로그램, 참 괜찮은 듯. 특히 밥 해먹는 프로그램, 참 유익한 듯하다.

 

 

 

 

 

 

*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전 살아 있습니다. 2월 말에 프로젝트 보고서 제출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죠. 이런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싶더라고요.

6개월 동안 쉬지도 못하고, 블록도 못들어 오고, 글을 쓰기는커녕 읽지도 못하고 그렇게 정신 없이 살다가

이제야 겨우 정신차리고 있습니다.

당.기.못. 37회는 이제 3장 썼습니다.

6개월만에 드뎌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조만간 알림판에 올릴게요.(올리기 하루 전......)

여튼 아직까지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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