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이곳 저곳 이렇게 저렇게 출장을 핑계로 돌아다녔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몇 번 글도 세워봤지만, 잘 쓰기가 어렵다.
그래도 기록처럼 남겨두는 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찬찬히 한 번씩, 생각날 때 한 편씩 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장의 특성 상 같은 곳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잘 적어두는 것도 내게 도움이 된다.
1월 말, 출장으로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5박 6일의 일정 중, 이틀은 온전히 출장으로 써버렸고, 오는 날, 가는 날 빼고 나면 제대로 돌아다닌 날은 단 하루였다.
1월 26일(월)부터 가서 1월 31일(토) 밤 9시가 되어서 대구에 도착했다.
물론 도착하자마자, 일처리 때문에 온 가족을 이끌고 직장으로 고고씽해야 했지만,
어쨌든 6일간의 일정은 정신 없는 가운데 그나마 숨통이 되어준 것도 사실이다.
출장의 성패도 매우 중요한데, 사실 이번 출장은 처음 가본 후쿠오카였다.
상황을 익히는 데만 시간을 한참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출장의 성과도 그리 크지 않아, 뭔가 의기소침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음부터는 또다시 오사카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듯한데, 그래도 여행으로 후쿠오카는 좋았다.
뭣보다 윤이도 나도 젤 좋았던 것은 단 하루 비는 날 다녀왔던 하우스텐보스.
가서 윤이와 아주 열심히 약속했다.
꼭 유럽에 가자.
엄마가 뼈빠지게 돈벌어서 꼭 여행가자.
뭐, 그런 대화였다.
윤이가 제일 가보고 싶어하는 곳은, 영국.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
정말 돈을 뼈빠지게 벌어야 가능한 곳인데,
하우스텐보스를 다녀오니, 더더더 리얼 유럽이 보고 싶어졌다.
20대 때 친구들은 다들 유럽 베낭여행을 그렇게 다녀오곤 했었는데,
새삼 엄격한 집안룰? 때문에 나는 다녀오지 못했다.
대신 언니 오빠가 그 당시 공부하고 있던 다른 나라만 몇 번 다녀왔다. 덕분에 나도 공부하고....
뭐,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유럽은 로망으로 남아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로망인 유럽 여행에, 이번 출장의 성과와 더불어 2월 말까지 끝나는 프로젝트가 꽤 큰 기여를 해줄 수가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전망이 어둡다.
3년 간 달려온 프로젝트.
아직도 갈 길이 먼데, 갈수록 더 막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그 사이 설이 끼여있다.
솔직히 설 자체로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원래 명절에 대해서 별 감정이 없다.
음식하는 것도 좋아하고,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성격이다.
이번엔 우리 형님네가 외국에 나가 있는 아이에게 가야 하는 바람에, 나 혼자 준비해야 하지만,
별로 걱정은 되지 않는다. 되는 대로 하면 되지 싶다.
솔직히 우리 어머님은 제발 적게 하라고 몇 번이나 전화하셔서 나를 말리시는데,
내가 내 풀에 부풀리고 있는 중이다.
잘 하진 못해도, 음식을 만드는 것이 좋다.
아마 내가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직장만 이렇게 빡세지 않았다면, 아니, 이놈의 직장만 때려치운다면, 진짜 쵝오?의 요리를 계속 해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들 중에선 맛있는 건, 직접 집에서 만들어 보는 편이다.
만들어서 동료들한테도 가져다주고 혼자 기뻐한달까.
물론 이 모든 것도 시간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여튼 윤이와 나의 유럽 여행을 위해 달려야 하는 이 마지막 때에, 나는 지금 제동이 걸려버렸다.
죽도록 달려왔는데,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난 9월 말, 경주를 다녀온 이후,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일본도, 출장이었으니, 일의 연속이었고, 살인적인 스케줄이기도 했다.
결국 그곳에서 감기를 심하게 앓기도 했다.
몸이 버티다 버티다 한계가 온 것 같았다.
돌아와서도, 돌아온 날, 다시 직장에 들어와 일하고 앉았으니......
12월부터 일요일도 없이 살았다.
일요일까지 나와 이 놈의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었다.
그래서 한계가 와버렸다.
아무리 붙어 있어도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 단계가 되어버렸다.
일본 다녀와서 결국 골골거리면서 한 주를 그냥 보내고 정신 차리니 이제 마감이 눈 앞이다.
더 억울한 건, 그 한 주도 열심히 일했으나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머리가 먹통이 된 것도 같다.
진전도 없고, 진도는 더더욱이 안 나가고......
글은 하도 안 써서, 쓰지 않고 있음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는 듯하다.
3월에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어쨌든 2월말까지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제출하고, 3월 초까지 마감 하나를 치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한다. 이젠 진짜......
내일 일찍 시댁에 가야 하는데 오늘도 밤늦게까지 직장에서 이러고 있다.
별 진전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앉아 있는 엉덩이는 분명 그 다음을 내놓아 줄 것이다.
요즘은 머리가 해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가 해내는 것 같다.
꾸준히, 변함없이, 묵묵하게 앉아 있는 것. 별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뚝심이 결국 해낼 것이라 믿는다.
오늘 비록 허탕치고 곧 들어가서 짐도 싸고 이것 저것 음식 준비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 뚝심의 시간은 꼭 필요한 것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후쿠오카 여행은 시간 나는 대로 한 편씩 올리는 걸로......
이렇게 숙제는 늘어만 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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