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삶/영화나 드라마나 뮤지컬이나

넌 누구니?

그랑블루08 2015. 6. 17. 15:55

 

 

 

 

 

"넌 누구니?"

 

어제 종영한 W*ho Ar* U

인터넷 게시판마다 엄청난 싸움을 일으켰던 드라마.

게다가 그 욕을 작가뿐만 아니라 배우들까지 먹어야 해서 참 난감했던 드라마다.

2년 전에 했던 학*교 시리즈를 보지 않아서 그것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난 나름 괜찮게 봤다.

윤이가 넘 좋아해서 나도 같이 보게 된 드라마였는데,

난 좀 러*브*라인 따위와는 신경을 안 쓰고 봐서 그런지 나쁘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은, 러*브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정작 고등학교의 일이 많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

다른 캐릭터들과 연관된 에피소드가 적었다는 점, 뭐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내가 보며 반성할 부분, 조금은 감동받은 부분들도 있었기에,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또 한 번 내 나이를 느끼기도 했다.

주인공 소녀를 내 아이에 대입해서 보게 되고, 주인공 엄마의 마음에 닥빙하게 되는.......

우리 윤이가 요렇게 예쁘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이*안이 같은 친구와 공*태 같은 친구가 있어도 참 좋겠다 싶고,

송*주, 시*진이 같은 의리 있는 단짝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고......

최고의 악역이었던 연기력 짱이었던 강*소*영 같은 애는 절대 만나지 말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이랄까.

 

은*별이가 죽은 줄 알았을 때, 그래서 은*비에게 자기 딸로 지내자고 말하는 그 엄마의 모습에서 참 많이 닥빙했다.

남편과 그런 말도 했었다.

윤이와 똑같은 애가 세상에 있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우리 둘다 대답은 같았다. 윤이와 똑같이 생겼다면, 그 아이가 부모님이 안 계신다면 무조건 입양하지 않을까 하는.......

왠지 남같지 않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정말로 세상에 닮은 사람이 하나는 있다고 한다면, 그 아이도 남 같지 않을 거 같다.

 

러*브 라인 때문에 너무 거칠어지고 또 많이 부각되지 못하고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정*수*인 사건.

모른 척한 경우.

사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윤이 역시 이 부분은 힘들다고 한다.

눈에 띄게 왕따를 시키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대체로 싫어하면(특히 주변에 친한 애들이 싫어하면) 다가가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5학년 때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6학년 때 윤이와 또 같은 반이 되었다.

그래도 윤이는 말을 걸고 인사를 했다. 점심시간에 놀기도 하고......

처음에 윤이가 자기랑 친한 친구들과는 다 헤어지고, 그 아이와만(여자애들 중에서) 같은 반이 돼서 친구가 없다고 참 많이 울었었다.

그래서 3월엔 윤이나 나나 참 많이 힘들기도 했었다.

직접 다가가는 법도 가르치고,  그 아이와 인사도 하고 같이 놀게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좋은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그 아이도 6학년 때가 더 나을 듯하다.

5학년 때는 몇 명이 유독 그 아이를 싫어했다. 그나마 윤이는 걔랑 인사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심하게 얘기하면 그런 얘기하지 말자고도 하고......

사실 그 때문에 나는 6학년이 빨리 되기를 바랐다.

윤이의 친구들, 특히 몇 명이 너무 센 데다가 그 아이에 대해서 너무 욕을 해대서 윤이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듯했다.

그래서 6학년이 되어 그 아이랑 또 같은 반이 되었을 때 윤이에게 얘기했었다.

선생님이 윤이가 착해서 그 아이랑 같은 반이 되도록 하셨을 거라고.....

다른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었으면, 그 아이는 또 왕따처럼 됐을 수도 있는데

6학년 때 윤이랑 같은 반이 되니까, 별로 그런 것 없이 다른 애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그 말 때문인지 윤이도 그런 부분은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그것 말고도 처음엔 친했다가 나중엔 성격이 안 맞아 싸우기도 한다.

새로 사귄 친구 중에 윤이와 되게 안 맞는 친구도 있다.

그것 역시 훈련이 아닌가 싶다.

미워하지 않는 훈련.

다른 거니까,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그냥 그 모습을 받아주라고 지금도 훈련하고 기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좋은 친구, 또 나와 잘 맞는 친구도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학*교를 보며, 윤이의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을 상상해 보게 된다.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으나, 이 드라마를 보며 우리 딸의 학*교*생활을 고민도 하게 되고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 때 상처를 받을 수는 있으나,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할지, 또 어떻게 자존감과 자긍심을 키워주어야 할지 여러모로 고민된다.

이런 청소년 드라마가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커뮤니티에서 본 내용인데 러*브*라인에 너무 매몰되니 서로 죽도록 싸우다가

은*비가 자신이 원하는 인물과 맺어지지 않자,

은*비가 왕따 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욕설을 하는 댓글을 보기도 했다.

심지어 강*소*영 욕해서 미안하다느니, 잘 갈궜다는 둥.....

참 섬뜩한 내용이다.

 

그 댓글을 쓴 사람이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일 수도 있다.

비록 어른이 쓰진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이 캐릭에 대해서 욕을 그렇게 하는 걸 보면,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고등학생. 뭐 그리 정확하게 사고를 하며, 뭘 그리 정해져 있겠나.

감정이 있어도 요즘 사귀면 1달을 못 넘긴다는데.....

그런 아이들이 이렇게 저렇게 감정이 바뀐다고 한들 뭐가 그리 문제가 될 것이며,

조금만 지나도 어설픈 감정으로 끝나버릴 텐데....

그 열여덟 살짜리 아이들의 감정에 왜 그리 휘둘리는지......

 

내가 느끼기에는 그리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싶었다.

러*브 라인은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상관 없었고, 아예 정하지 않고 모두가 친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땐, 은*비가 좋아하는 사람과 잘 되는 것이면 된다 싶었다.

은*비에겐 엄마도 없었고, 괴롭힘만 당했지만 엄마도, 친구도 얻게 되는, 그런 보상을 얻게 되는  스토리에서

러*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러*브 때문에 위로받아야 할 은*비에 대해 욕하는 건, 뭐랄까 좀 많이 아쉽다고나 할까......

 

자신을 좋아해 준다고 무조건 사귀어야 할 필요도 없고, 또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어른들도 그런데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심지어 우리 윤이는 요즘 맘에 드는(지 말로는 썸타는....) 애가 4-5명은 된다.

그게 아이가 아닐까 싶다.

 

뭐 여튼 이번 사태를 보면서, 글 쓰는  입장에서 교훈을 얻기도 했다.

서브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몰아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만약에 이 글이 일반 소설이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드라마나 공중파 등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서브에게는 딱 서브의 역할만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논란이 생기게 된다.

물론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도 될 거고, 또 인기몰이도 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게  한계선을 넘는다는 느낌도 들었고, 너무 대중을 의식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고백만 죽도록 하게 만들고, 실제 원탑이었던 여주인공 캐릭을 죽여버렸다.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주인공 캐릭이 죽게 되면(욕을 먹으면), 전체 스토리의 핵심이 죽어버린다.

결국 이번 이 드라마는 이 때문에 주제가 죽어버렸다.

자기 캐릭터에 대해서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것. 스토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흥미를 유발할 것.

참 어려운 과제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미있게 봤다.

마지막 회, 팔을 다친 이*안이가 한 쪽 팔로 수영대회를 마치는 걸 보면서, 뭉클하기도 했다.

지금 모습, 지금 모자란 모습대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요즘 힘들고 바쁜 상황에서, 남편은 머리가 깨질 지경인 상태에서 새벽에 마지막회를 보며 나름 힐링이 되었다고도 했다.

 

그냥 그랬다.

마지막 회, 수영대회 씬에서 뭔가 작은 위로를 받은 것도 같다.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들이 아무 소용 없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서 우리 가정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내 남편과 내게 위로가 되었다.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가진 만큼 지금 이 모자란 모습 그대로 최선을 다한다.

 

* 여튼 소*현*양 정말 대단했다. 우리 윤이가 소*현*양처럼 컸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