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걸음이 느린 내 영혼을 기다려주기

그랑블루08 2015. 12. 14. 18:38

 

<장가계 보봉호에서>

 

 

눈을 돌려보니 연말이다.

올 한 해 어떻게 지내왔는지 돌아볼 시간도 없이 이렇게 휑하니 달려가버렸다.

 

바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순간 순간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듯한, 아니 심장에 돌을 얹어두고,

내 머리 위에 바위 하나를 이고 그렇게 살아온 듯하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조금은 여유있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모든 건 내 잘못이었다.

제대로 나를 알고 갔어야 하는데, 제대로 내 나이를, 내 깜냥을 알고 일했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내가 젊은 줄 알았나 보다.

그리고 아주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젊지 않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다.

안 해도 됐을 텐데......할 수 있을 줄 알고 했다. 옛날만 생각하고 말이다.

물론 해냈다. 정말 미쳤구나,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자,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 그렇게 끝은 냈다.

그러나 남은 건 피폐한 내 육신이랄까......

 

지난 주 병원에 다녀왔는데, 재검 어쩌고 얘기도 듣고, 무엇보다 엄청난 혈압 앞에서 깜놀을 했다.

검사 받으면서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다가 혈압을 쟀는데, 이 나이에 이런 혈압이 나올 수 없단다.

그도 그럴 것이 170이라니......

2번을 쟀는데도 170이 넘었다.

다시 와서 재검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혹시나 해서 위 내시경 한 후, 밥 먹고 진료 받기 전 다시 쟀더니

그나마 내려가서 147.....

그래도 높았다.

뒷골이 많이 땡겼는 것도 사실이다.

엄청나게 무리를 한 것도 사실이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2달 동안 엄청나게 바빴고, 밤샜고, 스트레스 만땅이었다니,

충분히 일시적으로 그럴 만하단다.

사실 난 짠 것도, 매운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야채도 엄청 먹는 편이고, 운동도 어쨌든 2년간 해왔다.

물론 마지막 마감과 그 이후 바로 병원 진료를 온 그 시기 2주간은 운동을 못했었다.

지금까지도 못하고 있다. 한 3주간 운동을 못하긴 했다.

그래도 꽤 운동도 해왔고(일주일에 3번 이상) 식습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원인은 오로지 스트레스, 과로라는데......

이 부분은 정말 맞는 듯하다.

1년 반 동안 주말이 없이 지냈다.

이번 주말, 1년 반만에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나랑 절친한 후배와 이번에 이런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다.

우리 다시는 이렇게 살지 말자. 정확하게 거절하자. 못한다고 반드시 말하자.

이렇게 연속해서 일을 맡지는 말자......

 

어리석게도 망가지고 나서야 깨닫는 법이니......

그래도 이 정도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부인과 쪽도 좀 더 검사하라고 했으나, 이 정도면 된 것 같기도 하고,

고혈압이 문제일 것 같긴 하지만, 일을 다 쳐내고 좀 쉬니까 머리의 찌끈거림도 없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1월 중에 다시 검사를 받아봐야 하지만, 쉬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의사 선생님도 일시적으로 올라간 것일 수 있다고 했으니, 꾸준히 체크해보면 알 수 있을 듯도 하다.

 

너무 급하게 달리지도 말고,

너무 나를 혹사시키지도 말고,

가끔 뒤를 돌아보며 내 영혼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아야 한다.

내 삶에, 내 일에, 내 미래에......

'나'에게도 쉼을 주어야 한다.

 

올 한 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한 일도 있었다.

또한 경계할 일도 있었다.

 

알게 하신 것도, 경계케 하신 것도, 큰 선물을 주신 것도,

감사하다.

 

조금은 여유 있게, 조금은 뒤를 돌아보며, 조금은 멍도 때리며,

그렇게 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듯 싶다.

그리고 조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일 때문에 놓았던 것들을,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그렇게 마무리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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