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내면 세계를 다시 세우기

그랑블루08 2016. 4. 17. 17:54


<2016년 생일날>



조금 쉬러 갔다가, 그 이후 푹 쉬고 있다.

몸도 마음도 쉬어야 하는 때였나 보다.

문제는 쉬어서는 안 되는 때인데 쉬고 있으니, 그 또한 문제이기는 하다. 


요즘은 혼동이 되고는 한다. 

무기력병에 걸린 것인지, 정말 내가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은 것인지.

나 자신도 헷갈린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벌써 3개월째 이 상태라서, 2주 전부터 약을 처방하고 있다.

몇 년 주기마다 찾아오는 이 증상을 만날 때면, 난 같은 약을 먹고는 한다.

내면 세계의 질서를 세우는 일.

이제 너무 오래된, 낡아빠진 책이지만, 내 내면 세계를 세워야 할 때면, 그 책을 꺼내 읽고는 한다.

한참 안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본 것이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이젠 이 증상이 안 찾아오려니 했으나, 웬걸, 결국 찾아올 것은 오고야 만다.


내 문제를 생각해보았다.

내 내면 세계의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내 문제를 짚어보았다.


첫 번째 문제는 마지막 몇 달 간 영혼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

이건 가장 치명적이었다.

인디언 속담에 있는 말처럼, 정신 없이 달리다가도, 한 번씩 말에서 내려 저 멀리서 오고 있는 내 영혼을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말.

그것을 어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영혼을 돌보지 못했다.

이건 가장 큰 나의 실수이자, 내가 이 태평양 해구에 쳐박힐 수밖에 없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다.


두 번째 문제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그 우선 순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1순위와 2순위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그것을 10년 넘게 고민하며 세워오고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나는 실수를 했다.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과 목표가 1순위가 되어야 하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일'을 1순위에 놓았다.

어쩌면 일은 2순위다. 

그런데 나는 1순위에 그것을 놓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 때문에 밀린 것이 내 꿈이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글을 미루었다.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감춘다고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누른다고 눌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글을 쓰다가 시간을 빼앗길까 싶어, 아예 시간에서 배제해버렸다. 

내 방도 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 욕망을 눌러갔다.

그랬더니 그냥 터져버렸다.

그 폭발은 여파가 굉장했다.

벌써 세 달째 그 어떤 일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내면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만큼 폭발력은 어마어마했다.

내가 내 욕망을, 내 꿈을 우습게 봤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것은 눌러놓을 것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어서 했어야 했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제어하고 컨트롤하는 힘을 길러야 했음을.

나는 이제서야 깨닫고 있다. 


결국 이는 세 번째의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시간을 균형있게 사용하고, 배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순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확하게 배치하는 것. 

그것을 하지 못했다.

일에, 급한 일에 내 시간을 써버리느라, 정작 내면 세계를 흔들어버릴 만큼 위협을 받고서야 내 내면 세계가 무너졌다는 걸 깨닫고 있다. 

급한 일을 하다보면, 내 내면이 무너져 있는 걸 알지 못한다.

너무 바쁘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사느냐는 말을, 그저 귓등으로 흘렸다. 

그리고 나는 2가지에서 터져버렸다. 건강도, 내면도 모두 무너지고 나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저 바쁜 쫓기는 사람에 불과했다.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되는 1순위.

1. 내 내면을 세우는 시간. 내 영혼을 기다려주는 시간. 어쩌면 내 일상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 시간.

2. 내 미래를 위한 꿈 2가지/ 완전히 다르나, 또한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시간. 

   이 둘은 나눠져 있지 않았다. 하나를 눌러두었더니, 다른 한 가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져 버렸다.

3. 그리고 가족을 위한 시간.


이것이 가장 먼저 배치되어야 할 1순위이다.

나는 여기에서 내 꿈을 위한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가지를 모두 제외시켜버렸다. 

그러니 내면이 무너질 수밖에. 부실 공사는 당연히 무너지는 것을.


그 이후에 급한 일,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일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신을 다시 차리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하는 힘, 제어하는 힘, 컨트롤하는 힘을 배워야 한다.

결국 그것은 시간을 정해 놓고 매일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위의 4가지는 반드시 매일, 매 시간, 구체적인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짧게라도 배치해야 한다. 

그것을 지금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4월말까지 일폭탄을 쳐내야 한다.

5월에도 역시 일폭탄들은 많다. 

그래도 지금 내면을 세우고 나면, 시간들도 자리를 잡아가지 않을까 한다. 


이 모든 문제가 터져버린 것은 사실 표면적인 이유도 있다.

실망이라는, 낙심이라는 이유.


얼마 전 끝난 드라마에서 대사로 나왔던 "실력은 실력이 없어요"라는 것 때문이었다.

내 삶에서 그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력이 실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낙심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력이 실력이 없었던 것은, 내가 실력이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모.연이 진짜 실력이 있는 장소에 섰을 때는, 실력만이 실력이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러했다.

실력이 필요한 장소에, 있어야 했다.

내 위치의 문제였다.

내 시선의 문제였다.


실력이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 내 발이 서 있다면,

오로지 실력만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니 다시 움츠렸던, 실망했던, 가라앉았던, 그래서 태평양 해구에 쳐박혔던 나 자신을 일으켜세워서

그 실력의 장소에 옮겨놓으려 한다.

이를 위해서 눌러두었던, 제어할 수 없다, 어쩌면 방해가 되는 게 아니냐 싶었던 내 꿈에 대해서

다시 정신차리라며 일으켜 세우려 한다.


실력만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가 그 실력을 제대로 쌓을 수 있도록,

수술실에서 10시간 15시간 쌓았던 시간들이 실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나는 나의 수술실에서 그 시간을 인내로 보내려 한다. 

그리고 내 수술실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하고, 냉정하게, 냉철하게 분석해 보려 한다.

느려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빠른 길임을 나는 안다.


그 사이 나의 방황도, 내 무기력도, 이 때문에 확실히 대가를 치른다 해도,

분명, 필요한 대가라 생각한다.

실력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충분한, 혹은 너무나 뼈아픈, 아까운 대가라고 해도,

이를 치러야만 내가 정신차릴 것이므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실수를 실수로 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뼈아픈 교훈으로 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변화하고 성장하게 할 것인가.

그 차이일 뿐이다. 


실패는 처절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치러야 한다. 

이 실패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뼛속에 새겨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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