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ford 대학생들이 시험 성적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며 되돌아온다는 Bridge of Sighs(한숨의 다리)>
엉망진창, 흐트러진 내 삶을 돌아보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싶었더니
딱 이거다 싶다.
감사는 나노, 불평은 메가.
감사는 10억분의 1도 제대로 못하고, 불평은 초고속으로 해댄다.
불평이 불평을 낳고, 그 불평은 또다시 분노를 낳고, 분노는 또다시 재갈 물리지 못한 상처되는 말을 낳고,
그렇게 악순환만 반복한다.
바쁘다는 말, 이제 지겹다.
이 세상에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 세상에 치열하게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삶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바쁘다는 말은 진정으로 비겁한 변명이다.
요즘 내 삶은 그야말로 비겁하다.
내일 마감을 앞두고 2주 연속 야근을 하고 있지만, 주말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지만,
결국 이러고 있는 것은 내 탓이다.
나의 게으른 탓이다.
도망가고 도피하고 싶어 다른 짓을 해대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나의 약함 탓이다.
어린 시절, 만화방에 살다시피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살았다. 마치 %8의 여학생들처럼, 나는 만화책을 빌려오고 빌려주기도 했다.
내게는 도피처였다.
시험시간, 엄마에게는 독서실 간다고 뻥을 치고는 하루종일 만화방에 앉아 그렇게 현실에서 도피했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피할 수 있으므로, 내일 시험으로부터 잠시는 도피할 수 있으므로,
현실을 외면해버리고 싶어서 그렇게 가상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사람들은 내가 멀티플레이어인 줄 안다.
물론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멀티플레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글이다.
주말도 반납하며 살았던 1년 반 동안, 나는 내 스스로 컨트롤을 할 수 없어 글을 놓았다.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 방조차 오려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없으므로, 내가 내 일을 끝낼 수 없으므로......
그러다 터져버렸나 보다.
손가락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것을 너무 오래 놓았나 보다.
그래서 2월 한 달을 날려버렸다.
이 중요한 시기에, 당장 내일 마감을 앞두고....
앞으로 2-3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Burn out.
진심으로 모든 것이 다 바닥나 버린 것 같다.
아마 이 직장 들어와서 의욕 없음의 최고 바닥을 찍고 있는 듯하다.
주변에서는 이러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도 한다.
내일 마감의 1/3도 하지 못했다.
기가 찬다. 내 자신이.
1년 반 동안 엄청나게 달려오면서, 나는 참 교만했다.
왜 저렇게 시간을 함부로 쓰나, 왜 저렇게 인터넷을 하나, 왜 저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나.
참 한치 앞도 못 보는 인간의 나약함이다.
이제 느끼고 있다.
내가 판단했던 그 사람들이 시간을 함부로 쓴 것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이었다는 것을....
아무리 하려 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바닥에 있었다는 것을.....
기어코 그 바닥에 가서야 그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자만했었는지.....
내 바닥을 보고서야 깨닫고 있다.
내가 감히 사람을 판단했다.
내가 감히 내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내가 감히 시간을 활용할 줄 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나는 그저 나약한 인간.
힘의 바닥까지 완전히 다 타버려서 손도 까딱할 수 없는 그런 상태라는 것을.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여기에서 더 피하지 않기를......
적어도 끝은 내기를......
내게 필요한 것은, 감사, 계획, 가장 중요한 나침반.
내 삶의 나침반. 1달 동안 흥청망청 살면서 잃어버렸던 내 삶의 나침반을 다시 찾아온다.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고,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도 없다." - 미/생/, 이/창/호/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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