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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상플] 94년 어느 날, 어쩌면 - 제17장 나는 그대의 澤(못)입니다.

그랑블루08 2016. 4. 7. 20:02

[선택/상플] 94년 어느 날, 어쩌면 17

 

 

 

원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reply1988&no=99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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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나는 그대의 ()입니다.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아름답게 꽃을 피울 수 있게,

그 크고 아름다운 광채를 낼 수 있게,

그렇게 연꽃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그저 연꽃을 키우고 보살피고 북돋아주고 지키는,

그대의 곁에서 한없이 채워줄 수 있는, 섬길 수 있는

넓고 깊은 못()이고 싶습니다.

 

그러니 그 연꽃이 세상을 밝힌다면,

세상을 향해 그 아름다운 향을 뿌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나의 사랑은 감히 당신이 내 것이라고,

내 곁에 있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내가 당신의 것이라고,

나는 일평생 당신만을 바라보고

당신만을 섬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십칠 년이란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그러한 못()이 되겠습니다.

 

나는 그대의 ()입니다.

 

 

 

1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오로지 서로의 심장소리만이 쿵쿵대는 시간. 이렇게 안겨 있어도 되는 건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덕선이 약간씩 몸을 빼보려 하지만, 덕선을 안고 있는 택의 팔은 점점 더 강하게 안아올 뿐이었다.

 

"..........."


사람이 없는 공허한 복도에 덕선의 음성이 떨리듯 울려 퍼졌다. 택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선을 넘으려 한다는 것을, 지금 어쩌면 5년이 넘도록 눌러놓은 마음이 이제 넘치려 한다는 것을. 이미 그녀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넘쳐버린 자신의 마음이 그녀에게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택은 놓을 수가 없었다. 숨이 차도록 올라오는 감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이제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감정이 이제 그 어떤 명령도 듣지 않겠다는 듯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만......."

 

어렵게 나온 택이의 말에 덕선은 숨을 죽였다.

 

"잠시만 우리, 이렇게 있자."

 

그 말에 덕선의 모든 생각들은 하얗게 지워졌다. 떨리는 심장과 택의 심장소리와 낮은 한숨소리, 그리고 어깨와 허리로 느껴지는 뜨거운 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 모든 생각을 지우고, 오롯이 택의 여자로 안겨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그러고 싶었다.

 

", 아직도 여기 계시면 안 되는데....

곧 문 닫아야 되니까 어서 나가세요."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건지, 관리자가 와서 쫓아낼 때에야 겨우 둘은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택의 손은 여전히 덕선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덕선의 손 역시 택의 손을 맞잡았다. 손을 잡고 1층 출구로 나가는 길, 이미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앞에 세워져 있던 신문사 차도 떠나고 없었다. 찬바람이 불자, 덕선의 몸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택은 덕선의 허리에 묶여 있던 자신의 자켓을 풀어서 다시 덕선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너도 춥잖아. 나 괜찮아."

 

택이도 와이셔츠 하나밖에 입지 않았는데, 가을밤은 쌀쌀했다. 게다가 콘서트 하는 동안 비라도 내렸는지 온통 거리가 젖어 있어서 더 스산한 듯했다. 덕선이 자켓을 돌려주려고 손을 어깨에 대는 것과 동시에 택은 덕선의 어깨에 자켓을 더 단단히 여며 주었다.

 

"택아....."

 

", 더워."

 

",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데....."

 

"진짜, 더워. , 시원한데...."

 

빨갛게 달아오른 택이의 귀를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가, 순간 덕선의 뺨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우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덕선아."

 

"...?"

 

택이 갑자기 진지하게 덕선을 부르자, 덕선은 또다시 덜컥 겁이 났다. 택의 눈은 덕선의 발을 향해 있었다.

 

", 저 앞에서 신발 사자."

 

"? 신발은 왜? 이거 신고 가면 돼."

 

", 추워."

 

"됐어. 그냥 가면 돼. 사긴 뭘 사냐."

 

덕선이 한 번 고집을 피우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이번에는 택이도 양보할 수가 없었다. 발이 다 나와 있는 슬리퍼는 보기에도 추워보였다.

 

", 감기 들어. 운동화라도 하나 사자."

 

"싫다니까. 나 절.. . ."

 

"덕선아. 내가 하나 사주면 안 돼? 그냥 싼 거라도 하나 사자."

 

"내가 싫다, 그랬지? ..은 절... 절대로!!! 안 사."

 

너무나 단호한 말에 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사주는 것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건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듯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으나, 덕선은 마치 금기라도 되는 듯이 거절했다. 자신이 사주는 게 싫어서 그런 거면, 직접 사라고도 했지만, 그것도 싫다고 했다. 결국 택이 졌다.

 

"알았어. 덕선아. 그럼, 택시 타고 빨리 집에 가자."

 

"택시? 너 오늘 차 가져갔잖아. 아니야?"

 

"? ......"

 

뭔가 놀란 듯 얼버무리는 듯한 택이의 태도가 수상했다.

 

"기원에 놔두고 온 거야?"

 

"......."

 

대답도 이상하게 얼버무리는 걸 보니, 분명 이상한 것이 맞았다.

 

", 빨리 말해라. 차 어딨냐?"

 

택은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듯이 입을 열었다.

 

"아까 올 때 밀려서....."

 

그러나 뭔가 덕선의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그걸 놓칠 덕선이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택이를 잘 안다는 성덕선이 아니던가.

 

"그래서?"

 

"급하게 대놓고....."

 

"어디에? 길가에?"

 

"...."

 

"!!!! 최택!!!"


순간 덕선이 소리를 지르자, 택은 아까까지의 상남자는 어디로 가고 두 손으로 심장을 꼭 눌렀다.

 

", 불법주차 한 거야? 야 그거 전부 다 딱지 끊겨.

여기 주말에 복잡해서 경찰들 쫙 깔린다고."

 

덕선이 씩씩거리자, 이제 택은 덕선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 택을 보다가 덕선은 택의 손을 잡고 끌었다.

 

"빨리 가자."

 

"어딜?"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차 세워 둔 데지."

 

이번에는 택이가 덕선을 당겼다.

 

"?"

 

"내가, 나중에 가지고 올게. 너 너무 추워."

 

"이 근처 아니야? 뭐하러 귀찮게 가지러 와. 그냥 지금 걸어가면 되지."

 

그런 덕선을 당황한 듯 바라보던 택은, 결심한 듯 길가로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까지 타야 돼?"

 

", 슬리퍼로 걷는 건 무리야."

 

덕선은 처음에 길가에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그저 근처에 세웠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멀었다. 이 거리가 걸어올 거린가 싶을 정도였다. 서너 정거장은 족히 되어보였다.

 

", 여기 세우고 온 거야?"

 

"."

 

덕선은 기가 막혔다. 길을 건너서 차를 찾는 듯한데 주변에 차라고는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 쪽쯤인데....."

 

택은 순간 어느 한 자리에서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바닥을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뭐야?"

 

덕선이 달려 가보니, 바닥에는 아까 내린 비에 젖은 노란 스티커 한 장이 붙어 있었다. 강남구 견인보관소에서 차를 찾아가라는 통보문이었다.

 

", 빨리 말해. 이게 뭔 일이야?"

 

"아까 오는데 많이 밀려서... 잠실역 지나면서 송파구청 앞에서 많이 밀렸어."

 

"그래서?"

 

"시계를 보니까 445분이 다 되어 가길래......"

 

"그래서 이 거리를 15분만에 뛰어왔다고?"

 

"정확하게는 16....."

 

덕선은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피곤해서 느릿느릿 걷는 희동이가 이 거리를 15분만에, 아니 어쨌든 그 시간 안에 뛰어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내일 내가 가서 찾을게. 그냥 택시 타고 집에 가자."

 

아까부터 덕선의 얇은 옷차림이 신경 쓰이던 택은 그저 집에 가자며 덕선을 설득하려 했다.

 

", 내일 바쁘잖아. 그냥 찾아서 가자."

 

"벌써 열 시가 다 돼 가는데..."

 

"어쨌든. 이런 덴 24시간 할 거야. 아님 열두시까진 하겠지. 찾아서 가."

 

그렇게 둘은 또다시 견인보관소가 있는 대치동까지 택시를 탔다. 다행히 12시까지는 하는 듯 보관소는 문이 열려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불법 주차에 견인비까지 과태료 폭탄을 맞은 건 여전히 속이 따갑기는 했지만 말이다. 택이 과태료를 내고 차문을 열자, 덕선이 운전석으로 왔다.

 

"내가 운전할게."

 

"내가 해."

 

"택아."

 

"내가 한다고."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리고 그 말에 덕선은 그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2

 

차 안에는 어색한 기운만 가득했다. 운전에 집중해서 그런지, 택의 얼굴도 한층 긴장한 듯했다. 언제부턴가 둘이 있을 때면 이렇게 숨이 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로를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모든 감각들은 서로를 향해 있었다. 가는 동안, 택과 덕선은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택이가 주차를 하는 동안 여러 번 차를 빼고 넣고 하는 동안에도 덕선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빨리 내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내리고 싶지 않은 이 양가적인, 모순적인 감정 앞에서 덕선은 그저 긴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정작 택이가 시동을 완전히 끄고 주차를 끝낸 후에도, 덕선은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택이는 그저 화난 사람처럼 앞을 보며 앉아 있었다. 덕선은 자신이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니, 내리고 싶은 건지, 계속 택이와 같이 있고 싶은 건지, 자신의 마음도 알 수가 없었다. 이 숨 막히는 긴장감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래도 택이와 함께 있고 싶기도 했다.

 

오늘 하루, 드라마틱하다면, 정말로 드라마틱했다. 덕선은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내려와야 하는데, 올라갔던 만큼 또다시 현실에 발을 딛기가 어려웠다. 정신없었던 하루 동안, 덕선의 심장 아래에서 자꾸만 서걱대게 하던, 그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묻고 싶었던, 그러나 물을 수 없었던 질문. 택이는 오늘 왜 콘서트장에 온 걸까. 정말 여기에 오려고 기권을 한 걸까. 기자들로부터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가슴 한 구석에 무거운 돌처럼 얹혀서는 덕선의 가슴을 짓눌러오고 있었다.

 

차 안은 고요했다. 그 정적 사이로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

 

이윽고 덕선의 입이 열리자, 택의 눈은 또다시 긴장했다.

 

"오늘 왜 왔어?"

 

택의 목울대가 울렁였던 것 같기도 하다.

 

"너 아무리 아파도 기권한 적, 없었잖아.

열이 펄펄 나도, 쓰러질 것 같아도, 바둑 두다 쓰러질지언정, 너 기권한 적 없었어."

 

택은 가슴이 타는 듯 마른 침을 삼켰다.

 

", 온 거야?"

 

하아......

 

택은 대답대신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속에서 긴장감을 읽은 건, 덕선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고 싶어서......"

 

택의 검은 눈이 덕선을 향했다. 그러나 덕선의 눈은 앞을 향하고 있어서 택이 자신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

 

택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어쩌면 마음을 드러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느낀 순간, 덕선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 혼자 있을까봐?"

 

"?"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오늘 내 꼬라지가 아주 비운의 여주인공 같았냐?"

 

"무슨 뜻이야?"

 

"딱 차인 포즈였냐고 묻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덕선은 동룡의 차를 타고 가던 그 순간부터 내내 마음에 걸렸던 그 말을 꺼냈다. 그래 옷도 그렇고, 슬리퍼까지 딱 봐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꼴은 차인 모습이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그렇게 빠득빠득 우기며 동룡의 차를 탔는지, 심지어 택이가 기권까지 하고 달려오게 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번에 소개팅한 그 남자는....계속 만날 거야?"

 

"아니. 그 남자, 애인 있대. 애인이랑 싸우고 홧김에 소개팅 했다더라.

내가 딱 처음 볼 때부터 애인 있을 각이었어."

 

"?"

 

택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굳어갔다. 그러나 아는지 모르는지 덕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나한테 삐삐 왔었어. 미안하다고. 나중에 탑 언니도 연락오고. 언니도 몰랐대."

 

"근데 왜 간 거야?"

 

"왜긴 왜야. 내가 그 남자랑 가려고 콘서트 간 줄 아냐?

난 승환 오라버니가 좋았을 뿐이라고. 공짜표도 생겼고.

,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동룡이 아니었으면 귀찮아서 집에 있었겠지.

어차피 왔는데 아깝기도 하고, 뭐 그랬어."


덕선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고 있다. 그렇게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택은 알고 있다. 언제나 덕선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한 척 하고 싶어한다는 걸. 지금 이 순간도, 친구인 자신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한다는 걸. 그 모습이 택은 답답했다. 아니, 가슴이 아팠다. 지금 덕선은, 행복하지 않다. 그것이 택을 못 견디게 아프게 했다. 그래서 가장 아픈 말을 던져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덕선이 아픈 게 자신이 아픈 것보다 더 싫기 때문이다.

 

"덕선아, , 왜 헤어진 거야."

 

"?"

 

"그 남자랑...서우진이라는 사람....."

 

지금 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지금 자신이 들은 말이 맞는지 덕선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택의 눈은 단호했다. 덕선의 눈을 마주보며 단호하게 묻고 있었다.

 

"좋아한다며....."

 

"?"

 

", 그 사람 좋아했잖아."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착해서 좋아한다고, 그랬었잖아."

 

덕선은 그 물음에 뭐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분명 그 대답은 자신이 한 것이 맞았다. 모두의 앞에서, 그리고 택에게 착해서 좋다고, 분명 말했었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을 그대로 택의 입을 통해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택의 입으로 듣고 있는 것이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왜 가슴이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너 그래서 힘들어서 소개팅 한 거야? 그 남자 잊으려고?"


"아니야, 그런 거, 탑 언니가 밥 먹자고 했는데 나가 보니 소개팅이었어."

 

"그래도 그 후에도 만난 거잖아."

 

그래 분명 맞는 말이다. 처음은 덕선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영화를 본 건, 또 오늘 콘서트를 함께 보러가기로 한 건, 분명 덕선이 의도한 일이었다. 그에 대한 덕선의 마음이 어떠했든, 탑 언니가 눈치 보였든, 분명 겉으로 드러난 현실은 그러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택의 한 마디가 또다시 던져졌다.

 

"그 남자, 만났어."

 

"누구? 누구를 만나?"

 

"서우진."

 

"그 사람을 니가 왜 만나?"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너 비행 갔을 때."

 

"?"

 

"덕선아, 너 그 사람한테, 생일 왜 안 알려줬어?

너 거의 석 달 가까이나 만났잖아.

그런데 왜 니 생일 얘기 안 했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 지금 왜 이런 얘기를 택의 입으로 들어야 할까. 그리고 왜 이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은 이토록 고통스러워야 할까. 덕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자꾸만 그렁그렁해지는 눈을 참아내려 몇 번이나 깜빡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 다음 던진 택의 마지막 말에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덕선아....그 남자...하아......"

 

택의 한숨이 길었다. 마치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억지로 꺼내는 것처럼, 누군가 억지로 시키는 것처럼 그렇게 택의 목소리는 낮게 조금은 거칠게 흘러나왔다.


"아직 너, 많이.....좋아해."

 

그 순간이었다. 그토록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이 그만 덕선의 볼로 흘러내린 것은. 그리고 그 눈물을 택이가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것은. 왜 내가 너의 입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왜 이토록 잔인할까. 그래서 터져버렸다.

 

"그걸 니가 왜 물어봐? 그리고 그 남자를 니가 왜 만나고, 나한테는 왜 얘기하는데? 그런 말은 왜 하냐고!!!!"

 

툭툭 떨어지는 눈물 사이로, 덕선에게로 향하다 멈칫하는 택의 손이 보였다. 다시 되돌아가는 그의 손이 왜 그렇게 서운한지 덕선도 모르겠다.

 

"...힘들어했잖아."

 

"?"

 

"....그 남자랑 헤어지고 울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너 기원 회식 때 그렇게 술마셨던 거, 그 남자 때문이잖아."

 

"?"

 

"너 헤어지고 나서,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거, 처음 봤어.

지금도, 하아.... 그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잖아. 덕선아."

 

하아.....

 

이 바보 같은 최택은 정말 바둑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른다. 이 바보 같은 최택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덕선은 자꾸만 울컥한다.

 

"최택!! 너야말로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

 

"대답해줄까? 내가 왜 내 생일을 안 가르쳐줬는지?"

 

택의 눈빛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덕선은 개의치 않기로 한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야."

 

택은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했다. 그러나 덕선은 거침없이 자신의 속내를 쏟아내었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데,

생일 가르쳐주고, 선물 받고 받을 거 다 받는 거, 너무 이기적인 거잖아.

그래서 그랬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어서 내가.

좋아해주는 것도 미안하고 고마운데, 다른 것까지 받을 수가 없어서 그랬어."

 

"덕선아..."

 

"왜 내가 안 돼 보였어?

오늘은 애인 있는 남자한테 차이고, 옛날 남자 찾아오고 하니까.

, 내가 그 남자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 하아.....그만 하자."

 

이제 제어가 되지 않았다. 감정도 눈물도 이 아이 앞에서 완전히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덕선은 차에서 내렸다. 지금 뭐하나 싶었다. 대회 기권까지 하고 뛰어와 준 의리 있는 친구에게 지금 뭐하자는 거냐 싶었다. 뭐가 이리 초라한지, 뭐가 이리 가슴 아픈지, 뭐가 이리도 억울한지, 그래서 뭐가 이리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 건지. 그저 빨리 집에 가자, 그 생각밖에 없었다. 나중에, 진정하고 나서, 그 때 택이에게 내가 잠시 미쳤나 보다 라고, 실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대충 둘러대자 싶었다. 그러니 지금은 어서 도망가자고, 지금 이 감정의 폭발로부터, 너라는 존재로부터 그렇게 도망가자고 그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한 걸음도 채 옮기기 전에, 덕선의 팔은 택에게 붙잡혔다. 아니 그대로 당겨져서 택의 단단한 가슴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택의 힘은 강했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강하고 넓었다. 덕선의 귓가로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아니, 싫어!"

 

덕선의 어깨를 안고 있는 팔에, 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에 힘이 점점 들어갔다.

 

"싫어! 덕선아!"

 

덕선의 어깨가 떨리는 만큼, 택의 가슴이 점점 젖어들었다. 덕선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몇 번이나 손이 먼저 나가려는 것을, 아니 이미 먼저 나가 있던 손을 겨우 거둬들였다. 니가 울지 않았으면, 니가 웃을 수 있었으면, 택의 마음은 늘 한결 같았다. 그러나 오늘, 지금 이 순간, 택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지금 너의 슬픔 앞에서 자신은 아프면서도 안심하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덕선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때 택의 마음도 터져버렸다. 이제 숨기고 싶지 않다고, 이제 내 사랑을 드러내고 싶다고, 너에게 내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지금 니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내 사랑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택은 그저 덕선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뒤돌아 서 있는 그녀를 당겨 자신의 품 안으로 안아 왔다. 가슴으로 젖어드는 눈물을 보면서도, 택은 자신의 품 안에 그녀가 있어서 살 것만 같았다. 이렇게 안을 수 있어서, 그녀를 느낄 수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백했다. 싫다고, 니가 다른 남자 만나는 거, 그 남자를 다시 만나는 거, 이제 견딜 수가 없다고, 이젠 나도 참을 수가 없다고, 그렇게 5년도 넘게 묻어둔 말들을 쏟아내었다. 너는 모를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텨왔는지, 너는 정녕 모를 것이다.

 

"어이, 둘이 뭐하냐."

 

그 소리에 덕선이 황급히 택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골목길 돌아서는 길에서 동룡이 검은 봉지를 하나 들고는 비틀대며 둘에게로 걸어왔다. 이미 어디선가 술을 한 잔 하고 오는 듯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 오늘 내가 참 기가 막혀서...끄억

나 정팔이한테 바람맞았어. 그 놈이 날 버리고 갔다고....

이 자식을 믿었던 내가 잘못이지. 끄억."

 

연신 딸꾹질을 해대며, 동룡은 뭐가 서러운지 주저리주저리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택이와 덕선이 서로 안고 있었다는 것도 잊은 모양이었다. 덕선은 그저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나 동룡의 다음 말에 덕선도, 택이도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고 말았다.


"최택, 넌 근데 왜 기권패냐, 너 도대체 뭐 한 거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는데, 동룡은 정말 술에 취해서 이말 저말 생각나는 대로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택아, 나 오늘 너무 열 받아서 니 방에서 소주 한 잔 해야겠다.

덕선이 너도 같이 가야지. ?"

 

"됐어. 난 들어간다."

 

덕선은 자신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택이를 바라보았다.

 

"택아."

 

"."

 

"오늘...고마웠어."

 

약간 놀란 듯하던 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긴장하고 있던 택의 입가로 조금씩 미소가 번져나갔다.

 

"뭐야, 뭐야, 너네 둘, 나만 빼놓고 뭘 한 거야? ? 니들까지 배신하는 거냐?"

 

"가자."

 

택이 비틀대는 동룡을 부축해서 데려가려는데, 뒤로 덕선의 한 마디가 더 울렸다.

 

", 이제 소개팅 안 하려고..."

 

택의 얼굴이 덕선에게로 천천히 돌아섰다.

 

"?"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택이 한 번 더 묻고 있었다.

 

", 소개팅 안 한다고, .."


아직 택의 머리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심장은 알아들었는지 쿵쿵거리며 뛰어대기 시작했다.

 

"뭐야, 성덕선이 소개팅을 안 해? , 너 완전 차였구나. 실연의 상처가 큰 거냐?"

 

어쩌고저쩌고 궁시렁대는 동룡을 데리고 가는 택의 가슴 안으로 자꾸만 무언가가 살랑거리며 떠다니며 간지럽히고 있었다.

 

3

 

 

다음 날 아침, 택은 그저 웃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자꾸만 실없이 웃기만 해서 선우는 얘가 드디어 맛이 갔나 싶기까지 했다. 정환이 내일 내려간다고 오늘 저녁 모임 올 수 있냐는 말에도 택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웃어댔다. 심지어 대국이 있는데 일찍 끝날 것 같다고까지 했다. 열 몇 시간씩 대국하던 놈이 맞나 싶었다.

 

사실 가족들을 모두 놀라게 한 것은, 택의 식탐이었다. 밥 한 술 제대로 먹는 게 소원이라는 부모님 앞에서, 택은 오늘 아침, 국 한 그릇을 더 달라는 말까지 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선우가 택을 보아온 17년의 세월 동안 처음 들은 말이었다. 대문 밖을 같이 나오면서, 선우가 택의 어깨를 툭 쳤다.

 

"택이 너, 좋은 일 있지?"

 

"? ..아니....."

 

"아닌데, 분명 있는데?"

 

", 아니야...."

 

아니라고 하면서도 택의 입술은 웃고 있었다. 정말 이 자식이 정신이 나갔나 싶을 만큼......

 

"최택, 너 분명 어제 기권패 한 거랑 상관있는 거지? 맞지?"

 

택은 놀란 듯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표정이 다 드러나는데 정말 이 놈한테 지는 사람은 뭘까 싶었다. 어젯밤 아저씨도, 어머니도 택에게 그 어떤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동룡이와 함께 술 한 잔 하겠다며 들어오는 택의 어깨를 아저씨는 그저 수고했다며 두드려주셨다. 참 대단한 부자다 싶었다. 절대적인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택이를 향한 무한한 믿음. 그 믿음이 지금의 택이를 만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무엇인지 선우도 알 것만 같았다. 지금 자신의 마음과 같을 것이니 말이다. 물론 아저씨만큼의 어마어마한 믿음은 아니라 할지라도, 택이니까, 택이라면 분명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묻고 있었지만, 사실 선우는 답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확인일 뿐이었다. 그 확인보다도 더 큰 것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최택, 너 지금 이 표정이면 됐다."

 

"뭐가?"

 

"너 웃고 있잖아. 그거면 됐다고."

 

그랬다. 선우에게는 택이가 힘들어하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심지어 웃고 있으니까, 분명 행복한 어떤 일이 있는 거니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저 이 자식이 행복하기를, 그저 이 자식이 웃을 수 있기를, 그저 이 자식의 어깨의 무게가 조금만 가벼워지기를, 17년간 이 자식과 함께 하면서 단 한 번도 바라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택이도 알고 있었다. 뭔가 뭉클한 듯, 택이 선우의 어깨를 툭 쳤다.

 

"나도 그래."

 

"뭘 그래?"

 

"좀 잤냐?"

 

그 말에 의아한 듯, 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뭔가를 눈치챘다는 듯, 택이가 미소를 띠었다.

 

"너도 웃고 있다고......"

 

선우가 그제야 풋 하고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무디고 눈치 없는 녀석이 어떻게 이런 건 아는지..... 아직은 말해줄 순 없지만, 어쩌면 이 쌀쌀한 가을날에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봄이 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4

 

정말 택은 이제껏 보지 못한 공격형 바둑을 구사하며 순식간에 이겨버렸다. 마치 어제의 기권패를 만회하려는 듯, 3시간도 되기 전에 상대방은 돌을 던졌다. 입꼬리로 자꾸만 미소가 머금어지는 택을 보며, 아니 기원으로 들어설 때부터 최택 9단이 이토록 밝은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국 기원 개원한 이래 진정 초유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가 기원으로 연락했을 때는 이미 최택은 출발하고 없었다. 그 전에 선우가 유 과장님 편으로 알려 준 약속 장소로 바로 출발했다고 했다.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싶어서 택은 아침에 차를 두고 왔었다. 기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갔다. 바깥 창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문 손잡이를 잡는데, 택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덕선의 앞에 놓인 작은 반지함. 택이도 알고 있는 반지였다. 정환이 공사를 졸업하고 아이들이 모두 모여 있을 때, 모두에게 보여주었던 그 반지였다. 피앙세 반지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준다는 반지였다. 그 때도 택은 정환이 덕선에게 그 반지를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날 정환은 줄 사람 있다며, 가슴 안으로 다시 넣었었다. 택은 알고 있었다. 그 반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환이 누구에게 주고 싶어 했는지....

 

그런데 바로 그 반지가 덕선의 앞에 내밀어져 있었다. 정환은 덕선만을 보고 있었다. 덕선은 그저 그런 정환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택이 아주 조용히 문을 조금 밀었다. 그 틈 사이로, 정환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사랑해.

 

택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다시 천천히 문을 닫았다. 택은 문을 벗어나 벽에 기대어 섰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마치 물감이 물에 퍼져나가듯이, 고통이 천천히 온 몸으로 스며들었다.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보지 못한 말. 그 말을 친구의 입으로 들었다. 내 사랑을 향해서 말한 그 고백을 친구의 목소리로 들어야 했다. 그러나 알고 있다. 지금은 친구의 시간이다. 지금은 오 년도 더 묵혀 두었을 그 친구의 고백의 시간이었다. 그러니 자신은 이 무대를 피해주어야 했다.

 

택은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한국기원으로 향했다. 기원으로 올라가니 연구생 하나가 다시 들어온 택이를 보며 놀란 듯이 인사를 해왔다.


", 사범님, 퇴근 안 하셨어요?"

 

", . , 잠시만요."

 

그에게 부탁해서 기원 전화로 선우에게 삐삐를 넣었다.

 

"여보세요."

 

", 최택, 너 뭐야. 분명히 유 과장님이 아까 너 나갔다 그랬는데....

너 왜 거기 있어?"

 

"미안. 일이 있어서 다시 들어왔어."

 

", 그럼 오늘 못 오는 거야?"

 

". 미안. 아무래도 그럴 거 같다."

 

"에이 오늘은 와야 됐는데... 정팔이 내일 내려가잖아."

 

"그러게 미안하다고 전해주라."

 

그 말에 선우가 뭔가 주저주저하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 근데 너...그래, 오늘 안 오는 게 나았다."

 

"?"

 

"너 혹시 지금까지 고백 안 한 거.....그거...혹시...., 아니다. 됐다."

 

지금 선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택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5

 

 

방 안은 고요했다. 바둑판 앞에 앉아 있었지만, 택의 눈은 바둑판을 향해 있었지만, 택의 귀는 오로지 밖을 향해 있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는 동안, 골목이 왁자지껄해졌다. 그제야 택은 전화기를 들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화기를 수십 번도 더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몇 번이나 수화기를 놓고서야, 그리고 몇 번이나 다시 수화기를 들고서야, 택은 결심한 듯, 삐삐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1번을 누른 후,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덕선은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의심이 되었다. 정말 자신의 삐삐에 1번이 들어온 건지. 정말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곁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노을이를 불러 이거 맞냐고 몇 번을 확인하고, 노을에게 미친 거냐는 욕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랬다. 삐삐를 사서부터 그렇게 쳐다보고 쳐다보던 번호였다. 단 한 번만 울려주길....그렇게 기다렸다. 어제 콘서트 이후, 어쩌면 삐삐가 와주지 않을까, 어제도, 오늘도 그토록 보고 또 봤었다. 혹여나 너에게서 삐삐가 올까, 그렇게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 그걸 현실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택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택아....."

 

"덕선아, 잠깐 나올래?"

 

"? ."

 

안 그래도 오늘 하루 종일 택이를 기다렸다. 2차를 가서는 오겠지 했지만, 정작 택이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뭔가 씁쓸한 마음으로 막 집에 온 참이었다. 그런 택이가 나오라는 것이었다. 덕선은 왜 그러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대답을 했다. 배알이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저 택이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파란 대문 밖에는 이미 택이가 덕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 참 웃기지.... 덕선은 생각했다.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나온 택이가 너무 멋있어서, 자신을 향해서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택이가 너무 좋아서, 자꾸만 가슴이 서걱거렸다.

 

"덕선아...."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처럼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 저토록 깊은 숨을 내쉬며, 낮게 울려 퍼져 가는 내 이름이 좋았다.

 

", 오늘 많이 바빴어? 왜 안 왔어?"

 

"......일이 있어서...."

 

"...."

 

고개를 끄덕이던 덕선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근데 왜 불렀어?"

 

"오늘, 별일 없었어?"

 

"? 별일, 없었는데?"

 

"혹시....."

 

"?"

 

덕선이 무슨 소린지 물어보려는 찰나, 택의 눈이 덕선의 손을 살피고 있었다. 덕선은 마른 침을 삼켰다. 설마....택이 아는 걸까.

 

"오늘 반지 받지 않았어?"

 

정확했다. 택이가 묻고 있는 건 그거였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게....."

 

택이가 당황하고 있었다.

 

"혹시 선우가 그래? 그거 그런 거 아니야. 반지 내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안 받은 거야?"

 

택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덕선은 그런 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내 것도 아닌데 왜 받아."

 

덕선은 한 가지만 생각했다. 이젠 소개팅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택이가 갑자기 오해하면 안 되는데, 싶기만 했다. 그러나 덕선은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처량 맞기도 했다. 택이의 마음도 모르면서, 택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혼자서 이러는 것도 웃긴다 싶었다.

 

"덕선아, 저번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

내가 할 말 있다고, 줄 것도 있다고 했던 말."

 

덕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내 생일날 얘기하려고 했었는데....못했어."

 

무슨 말인 건지, 택은 긴장이 되는지 자꾸만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더니 코트 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덕선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주고 싶어서...."

 

덕선의 눈앞으로 작은 선물상자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이게...뭐야?"

 

"덕선아....."

 

택이 또다시 낮게 덕선의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 하나하나가 덕선의 가슴으로 떨어져 물결을 만들어냈다.

 

"많이 늦었지만, 생일...축하해."


그랬다. 고백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고백을 침묵 당한 채, 111국을 쳐내면서 택이 숨이라도 쉬고자 했던 일은 덕선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선물이라도 준비하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할 때마다, 그래도 조금은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래도 버틸 수가 있었다.

 

89915. 대국을 마치고 그저 무작정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그토록 간절히 바라며, 백화점 안 처음으로 오픈했다는 쥬얼리샵으로 이끌리듯 들어갔다. 샵 주인의 물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무작정 백화점 1층을 걷고 있는데, 그 가게 주인이 물었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거 찾으세요?"

 

뭔가 머뭇대는 택이의 모습을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듯했다. 그 유명한 최택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주인은 내색하지 않았다.

 

"특별한 걸 찾으시면, 우리 가게에서 사시면 좋을 거예요. 얼마 전에 오픈해서.... '처음''처음' 선물하실 수 있으니까...."

 

그 말에 그 '처음'이라는 말이 무언가 끌렸다. 사실 다른 대안도 없었다. 무엇을 사야 할지, 어떤 걸 골라야 할지 택에게는 그 어떤 상식도 지식도 없었다. 가게에 들어가서도 머뭇대는 택에게 주인이 물었다.

 

"혹시, 짝사랑?"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자신 없어하고, 그러면서 머뭇대고,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산다면 무엇을 살 것인가 한 없이 고민하는 남자를, 아니 이제 막 남자가 되려는 소년을 본다면 말이다.

 

"여자분에게 선물할 거면, 그리고 비슷한 나이시라면, 셋 중에 하나를 고르시면 돼요. 반지, 목걸이, 귀걸이. 근데 각각의 의미가 달라요."

 

이런 보석류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결혼할 때, 혹은 애인 사이에 반지를 나눠 낀다 정도밖에 택은 아는 것이 없었다.

 

"반지는 넌 내 거다,

목걸이는 널 내 곁에 두고 싶다,

귀걸이는 좀 독특해요. 원래 역사적인 의미로는 저는 당신의 노예다, 라는 뜻인데,

그걸 선물의 의미로 조금 미화한 것이 일편단심 민들레 정도?

뭐가 좋으세요?"

 

택의 손이 무언가를 향했다. 택의 손 끝에는 귀걸이가 있었다. 그 때 생각했다. 노예라는 말이 가장 맞는 말인 것 같다고.... 그 순간부터 그 작은 함의 의미는 "일평생 당신만을 바라보고 당신만을 섬기겠습니다."였다. 택에게는 그랬다. 온전히 그 사람에게 속하는 것. 택에게는 진정으로 그랬다.

 

그렇게 매년 915일이 되면, 마치 의식처럼 택은 그 가게를 들렀다. 올해는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가지고 선물을 골랐다. 샵 주인은 그런 택을 보며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올해는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하나를 발견했다. 수련. 마치 예전 덕선이 잠시 불렸던 수연이라는 이름처럼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자신의 못에서 그 연꽃이 피어나주길 그런 바람을 간직한 채 택은 그 작은 함을 가져왔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연꽃에게 건넸다.

 

택에게는 그랬다. 택의 사랑은 그랬다.

 

감히 너라는 존재가 내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감히 내 곁에 있으라고 그렇게 명령할 수도 없었다. 택에게 덕선은 자신이 한없이 곁에서 채워줄 수 있는, 섬길 수 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감히 니가 내 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의 것이라고, 나는 일평생 당신만을 바라보고 당신만을 섬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말하고 싶었다.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아름답게 꽃을 피울 수 있게, 그 크고 아름다운 광채를 낼 수 있게, 그렇게 연꽃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그저 자신은 그런 연꽃을 키우고 보살피고 북돋아주고 지키는, 한없이 넓고 깊은 연못이고 싶었다. 그러니 그 연꽃이 세상을 밝힌다면, 세상을 향해 그 아름다운 향을 뿌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믿었다.

 

택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다. 택이 건넨, 십칠 년이란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그 사랑이었다.

 

작은 함을 쥐고 있는 택의 손으로 덕선의 손이 천천히 다가왔다. 택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같았다. 손끝이 스쳐가며, 그 무게가 덕선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 어느 때보다 택의 눈이 깊고도 깊었다. 그 눈을 바라보며 덕선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덕선은 몰랐을 것이다. 알지 못할 것이다. 택이 덕선의 손으로 전한 것은 자신의 사랑이었음을, 가슴으로 외쳤던 고백이었음을, 덕선은 알지 못할 것이다. ... ... 한 자 한 자 가슴으로 새겼던 그 고백이었음을, 입 밖으로 외치지 못한 사랑이었다고 해도, 그 침묵의 고백이었음을.....

 

덕선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갔다.

 

"...마워...."

 

그 말을 하는데, 왜 그렇게 떨었는지 모르겠다. 덕선의 목소리가 목이 멘 듯 떨리고 있었다.

 

"..들어..갈게."

 

덕선은 황급히 돌아섰다. 그저 부끄러웠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정신으로 서 있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파란 대문 안으로 들어와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 덕선을 보며, 택은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자꾸만 심장이 울렁거려서 자꾸만 가슴이 살랑대서 파란 대문 옆 벽에 기대어 한참이나 눈을 감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6

 

 

예뻤다. 아니 예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정말 사람이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니 어떻게 이런 걸 택이가 고를 수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예뻤다. 무서워서 귀도 뚫지 못했는데, 당장 귀를 뚫고 싶을 만큼 예뻤다. 보고 있는 내내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대다 못해 세계가 울려댔다.

 

내게 왜 준 걸까. 생일이라서? 생일이라고 이런 걸 주는 건가. 혹시....

 

자꾸만 기대가 올라오려고 한다. 안 된다고, 마음에서 일어서는 그 기대에 추를 달아두고 싶지만, 어느 새 기대는 한 아름 커져서는 자꾸만 심장을 뛰게 만든다. 아주 조금은, 택이가 나를 생각해 주는 걸까 싶어서, 혹시 그 사람을 이제 잊을 수 있게 된 건가 싶어서, 아닐 거라고 고개를 흔들어 보지만, 또다시 그 마음이 불쑥 솟아나와 버린다.

 

혹시 어제 내가 화를 내서 미안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했다. 어제도 택이는 싫다, 라고 했었다.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덕선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곧이곧대로 믿고 싶었다. 너는 정말 내가 다른 남자 만나는 게 싫은 거라고, 우진 씨와 만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 순간 갑자기 방문이 열리자, 덕선은 황급히 보석함을 책상 서랍 안으로 밀어 넣었다.

 

", 노크 좀 해라. ."

 

"뭐야? 갑자기? 엄마가 군고구마 했다고 먹으래."

 

"됐어. 배불러."

 

"웬열? 내가 다 먹는다, 오예!"

 

", 잠깐만, 노을아."

 

"?"

 

노을은 벌써 한 손에 군고구마를 까서는 후후 거리며 한 입씩 베어 물면서 물었다.

 

", 혹시 남자들이 귀걸이 선물하는 거, 무슨 의민지 아냐?"

 

"뭐야, 작은 누나한테 누가 선물했어? 미쳤어? 누가? 소개팅남?"

 

"아니, 그냥 내 친구가 받았대. 나한테 궁금하다 그래서."

 

"오올....그거 나도 내 여친 선물할 때 봤는데, 장난 아니야.

최고로 비굴해."

 

"뭔 소리야?"

 

"난 너의 노예다. 뭐 그런 거라고."

 

"?"

 

"넌 내 거, 너 이제 나한테서 못 나가, 뭐 그런 박력 있는 의미가 아니고,

반대로 내가 너의 것이란 뜻이라고.

내 친구 하나가 그걸로 짝사랑 고백했잖아.

남자가 그 여자 없으면 죽을 것 같을 때, 간 쓸개 다 꺼내놓고 고백하는 거라고."

 

노을이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하는 말에, 덕선은 숨이 턱하니 막혔다.

 

"그거 약간 마음 아픈 건데...

너의 마음과 상관없이, 나는 영원히 너만을 사랑하겠다. 뭐 그런 거야.

주인과 노예처럼....."

 

택아... 설마.....

 

", 맞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작은 누나 근데 그거 알아?

택이 형 좋아하는 사람 있나봐."

 

"...?"

 

"요즘 나우누리 가십란 완전 유명한 거 알지? 애들이 프린트해서 보더라고.

근데 거기서 봤는데 택이 형이 9월만 되면, 매일 찾는 보석집이 있대."

 

"?"

 

덕선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닐 텐데.....아닐 텐데.....

 

"그것도 5,6년 됐다는데, 매년 같은 날 왔대.

좀 가짜 같긴 해. 택이 형이 그런 거 사러 갈 수나 있는 사람이야?"

 

아니겠지. 덕선은 또다시 올라오는 기대를 눌러보려 한다. 자꾸만 설레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해댔다.

 

"잠깐. 9?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설마....작은 누나 혹시 택이 형한테 생일 선물 받았어?"

 

"? 받긴 뭘 받아. 시끄러!! ,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럼 그렇지. 택이 형이...미치지 않고서야...~~.......그럴 리가...."

 

노을은 혼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방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덕선의 심장이 자꾸만 쿵쿵거리며 소리를 냈다. 아니라고, 아닐 거라고, 이렇게 기대하면 무너지는 건 자신일 뿐이라고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서걱대는 심장은 자꾸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덕선은 택에게서 받은 보석함을 꺼내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마치 택이의 마음인 것처럼, 마치 택이인 것처럼......

 

덕선의 마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언제나 그 자리다. 아무리 도망가려 해도, 아무리 피해 보려고 해도, 언제나 같은 자리다.

 

사랑해. 택아.....

 

언제나 그 고백 앞에, 언제나 그 사랑 앞에 서 있다.

 

그날 밤, 마음을 건넨 그 남자도, 마음을 받은 그 여자도, 쿵쿵대는 심장 때문에 그렇게 하얗게 지샐 수밖에 없었다.

 


 

 

 

 

 

<골/ㄷ/듀/ 귀걸이> 위의 사진은 18회, 19회 때 덕미연이 했던 귀걸이임. 그리고 <9.어.면> 17회에서 덕선이 선물 받은 바로 그 귀걸이랑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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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회는 %8 18회와 겹쳐지는 내용이었어.
<9.어.면> 은 18회에서 마무리 될 듯하다. 그리고 남은 <9.어.면>18회는 나머지 %8의 19회, 20회가 들어올 거야. 

이제 마지막 대망의 한 회를 남겨두었네.
단관이 오늘 끝나서 내용 이해도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어.
다음 회에는 전체 <9.어.면> 시간과 %8의 시간을 완전히 합쳐서 올릴게. 분량이 안 되면 따로 올릴 수도 있겠다.

 

* 택이가 뛰어간 거리는 차 세워둔 곳부터 경기장까지 1.7km,(길에서 경기장 까지 610m 포함) 약 도보 26분 거리야.

 

* %8의 내용과 겹쳐지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어. 상플을 빙자한 나의 허접한 리뷰가 아닐까.

그리고 택이의 삶과 사랑에 대한 나의 리스펙트.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

 

* 택이 준비한 덕선의 생일 선물, 이것 때문에 18, 19, 20회를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덕미연.

알고 보니 기사로도 떴더라능. 진작 알았으면 그 고생을 안 해도 됐는데.

여튼 골/ㄷ/듀/ ㅈㅇㄹ 샵도 89년에 처음 오픈했어. 원래는 시계 등으로 시작했다가 쥬/ㅇ/ㄹ 사업을 하게 됐음.

국내 ㅈㅇㄹ의 시작이라고 하더군. 여튼 택이가 고른 건 루/체/라/귀/걸/이/

가격은 ㅎㄷㄷ 하다. 금과 다이아몬드의 향연. 택이는 역시 더영앤리치, 현재 가격 172만원. ㅜㅠ


* 부족한 글, 지금까지 계속 읽어줘서 고맙다. 지난하고, 힘들고, 맴찢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지금까지 버텨주며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