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바다 아닌, 바다인 듯한 사진, 홋카이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찍은 구름 사진>
처음 글을 시작한 건 <가락국의 이녹>이었다.
그 당시 있었던 <텔존>이라는 곳에서 '팬픽'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었다.
<쾌도 홍길동>의 세계관이 좋아서, 그렇게 맞닿아 있는 가야를 찾아내고 가락국의 이야기를 썼었다.
2008년.....암울했다.
정치도, 사회도, 내 환경도 모든 것이 암울했다.
제대로 된 직장으로서의 첫 시작.
그 해는 밤에 집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의 강도는 셌고, 나는 버벅댔다.
버벅대고 서툴렀던 만큼, 밤을 새는 횟수는 많아져만 갔고,
거의 이틀의 한 번씩은 밤을 샜던 것 같다.
아이 얼굴 보기도 힘들어,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밤에 나를 찾아오기도 했었고......
그 시기에 선배 한 명이 내게 말했다.
이대로 스트레스를 안으로만 쌓아두면 큰 병 걸린다고.
혼자 노래방을 가든, 뭘 배우든,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고.....
그래서 살고자 시작한 것이 글과 해금이었다.
해금은 지금은 한참이나 멈추어 있지만, 그래도 그 시절 나를 정화시켜준 악기였다.
글은.....내게 숨통이었다. 일종의 산소통이랄까.
10년 동안 글을 썼다고는 하지만, 중간에 2년씩 두 번을 쉬었다.
어쩌면 생활의 문제가 내 발목을 잡았는지도 모른다.
글과 생활을, 일을 병행할 수가 없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일과 실적, 또 이직의 문제가 겹치면서 2번 쉬어야만 했다.
실망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맞는가, 쓰레기는 아닌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나....등등.
나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괜히 웹소설 등에 일을 벌였나 싶어 자괴감도 들고, 쓸데없이 시간낭비만 한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팬픽, 혹은 상플에 빚진 글이었으니,
원작의 아우라를 입지 않고서는 내 글만의 매력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해서 아주 많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내 첫 번째 글인 가락국은 내 최애이자, 또 최고로 부끄러운 글이었다.
가락국을 더 써나갈 수가 없어서 웹소설을 접은 것도 같다.
여전히 애정하는 글이었지만, 소통이 안 되고 어렵기만 한 글이 아닌지, 재미도 감동도 줄 수 없는,
그저 팬픽이라서 원작의 주인공들에 기대어서 겨우 연명했던 글은 아닌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글을 놓았다.
중간에 다시 선택 상플을 쓰기도 했지만, 그건 불가항력에 의한 글이었다.
상플은 사실 불가항력이다.
내가 헤어나오기 위해서, 캐릭터가 마구와구 내 안에서 시끄럽게 해대서 일상생활이 안 될 때 글을 쓰게 된다.
진짜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적는 글이었다.
<가락국>도, <신우>도, <당.기.못>도, <9.어.면>도 모두 그랬다.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내가 살기 위해서 적었던 글인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길이었다.
어쨌든 애증의 <가락국>.
어느 순간 부끄러웠다. 이 글이.....
내 글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싶고. 이 글을 전체적으로 다 갈아 엎어야 하나 싶고....그랬었다.
그런데 며칠 전, <가락국>을 다시 정독하게 되었다.
웃기게도,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서 밤을 새워 읽었다.
내가 쓴 글인데, 다음 내용이 궁금했다. 거의 치매가 아닌가 싶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읽으면, 맞아, 이런 내용이었지 싶지만, 글을 보기 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남의 글인 것처럼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내가 적었으니, 내 마음에 들 수밖에 없다.
내가 적고 싶은 대로 적었으니, 나 자신은 이 글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금은 손 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독하고 나서, 다시 조금은 용기가 생긴다.
다시 못 볼 것 같았는데, 부끄러워서 다시 읽기도 싫었는데, 읽고 보니 다시 쓰고 싶다는, 다시 정리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긴다.
이번 내 목표는 마무리다.
한 개씩 한 개씩 마무리 짓는 것.
끝을 내고 싶다.
10년을 쓰면, 어느 정도 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저 글을 어떻게 썼지, 싶다.
가락국도 지금 쓰라고 하면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미흡하더라도 내 영혼을 갈아 넣은 듯도 하다.
어쨌든 10년의 습작 시간에도 내 글은 늘지 못했다.
그래도 배움은 있다.
못 써도 된다는, 아니 내 자신의 크기가 이 정도이니 받아들이라는, 그리고 누군가 읽어주지 않더라도
결국 글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을 배웠다고나 할까.
그래서 끝을 내볼까 한다.
미완인 상플도, <발해>도, <가락국>도, <태왕>도 그렇게 천천히 끝내볼까 한다.
내 스스로 끝을 내고 다음 단계로 나가볼까 한다.
내 책을 갖고 싶은 꿈을, 그 언젠가 이루기 위해.....
자비로라도 출판하려면, 열심히 월급노예로 빼빠를 치면서....
그래도 끝을 맺어야겠다.
한 개씩 천천히......
욕심 부리지 않고.......
한 걸음씩.....
<블로그 시작한 지 3,705일. 이미 3650일은 지나가 버렸다. 나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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