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40 – 1255일(전체)

그랑블루08 2018. 9. 11. 20:41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40 1255(전체)

 





  

 

 

1

 

 

 

 

그저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을 뿐이었다.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혀가 얽히며 서로를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그의 입술이 서서히 떨어진다. 그 바람에 재신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눈을 뜬다. 마주한 그의 눈은 갈등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다 또다시 불꽃이 피어오른다.

 

아까보다 더 강하게 재신을 밀어붙였다. 그의 입술이 강하게 밀려오자 재신은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고, 그는 작정한 듯 그녀를 소파 위로 눕히며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고 자글거리는 감각 사이로 그의 혀가 밀려들어온다. 여전히 익숙지 않은 느낌, 여전히 두렵고 떨리는 느낌, 그래서 더 자극적인 그 느낌이 그녀의 입술 안에서 헤매고 있다.

 

그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리본으로 묶여진 블라우스 끈을 풀어낸다. 하지만 그의 입술에 빠져 재신은 알아채지 못했다. 첫 단추를 풀어내고 어느 샌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모두 풀고서야 재신은 시경을 밀어낸다.

 

...경씨!!”

 

그러나 단단한 시경의 가슴은 밀려나지 않고, 여전히 그녀의 블라우스를 만지작거리며 다가왔다.

 

싫으십니까?”

 

그의 목소리가 깊게 가라앉았다.

 

아니...싫은 게 아니라.....”

 

무어라고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시경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또다시 다가왔다.

 

싫은 것만 아니시면, 됩니다.”

 

뭐가 된다는 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말은 이미 그의 입술 안으로 먹혀버렸다. 그녀의 입술을 빼앗은 채로, 그의 손은 어느 새 그녀의 블라우스를 풀어헤친다.

 

(중략)

 

재신의 입에서는 한숨 같은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시경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시경은 그녀의 입술에서 그녀의 하얀 목으로 내려와 그 사이에 입술을 묻었다. 그녀의 향이 훅 하고 심장까지 퍼져나간다. 그녀의 목을 지분대는 그의 입술 때문에, 재신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할딱대고만 있었다.

 

(중략)

 

...시경 씨. 누가 들어오면...어쩌려고....”

 

시경은 부끄러워하는 재신의 모습에 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얗고 순결한 여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순결한 여인을 범하고 싶은 사내의 욕정이 자신도 제어가 되지 않을 만큼 솟아올랐다.

 

(중략)

 

그가 주는 감각에 몸을 비틀면서도, 재신은 시경의 손을 잡았다.

 

하아...언니가.......올지 몰라요.”

 

(중략)

 

재신은 신음이 새어나갈까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래도 참을 수가 없었다. (중략) 그녀의 입 사이로 참지 못하는 희열이 새어나오고 눈에 눈물이 맺히고서야 정적이 흘렀다.

 

하아....하아.....

 

재신의 입에서 가쁜 숨을 밭아내자, 시경은 그녀의 입술에 고요히 입을 맞추었다. 마치 재신 혼자 이 상황을 모두 겪어낸 듯이, 시경은 담담해 보였다.

 

재신의 옷을 여며주는 시경을 보며, 재신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 혼자 들떠 있는 듯이, 자기 혼자 19*금 영화라도 찍은 듯이 뻘쭘했다.

 

시경 씨는.....왜 멀쩡하지?”

 

?”

 

묵묵히 그녀의 옷을 여며주던 시경이 재신의 말이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본다.

 

멀쩡한 것 같은데?”

 

재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경을 바라보자,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안 듯 시경의 얼굴이 붉어진다.

 

멀쩡하지 않습니다, .”

 

? 아닌데? 멀쩡한 것 같은데?

난 얼마 안 돼서 그렇다 치지만, 당신은 아니잖아.

얼마나 된 거죠?

호르몬은 3년이 최대라는데, 나 안 지겨워요?”

 

그래 솔직히 재신은 궁금했다. 자신이 이 남자에게 반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남자는 한참이나 흘렀을 테니, 지겹지 않을까? 어쩌면 재회의 기쁨에 잠시 상남자로 탈바꿈되었지, 좀 지나니 별 느낌이 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활 끝내고 돌아와 그 날 이후로 둘 사이에 이렇다 할 진도를 나가지 못한 것도 말이다. 오늘 일도 그렇다. 사실 재신이 온갖 유혹을 다해 가진 시간이었다.

 

공주님은, 제가 지겨우십니까?”

 

이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어온다. 저 목소리조차 이상하게 설렌다.

 

...얼마 안 됐다니까? 당신한테 반한 거.”

 

재신은 대답을 하면서 또 느끼고 있었다. 뭔가 시간이 맞지 않다고. 한 사람은 오래된 사랑이고, 한 사람은 금방 사랑에 빠졌으니, 속도가 맞을 수가 있냐고 말이다.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라 이상하게 억울했다.

 

시경의 눈이 검게 잠겨 들어간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 남자. 저 눈 앞에서, 저렇게 검고 짙은, 그것도 심연으로 가라앉는 눈 앞에서 재신은 늘 약해지는 것 같다. 그의 눈은 늘 재신의 심장에 바람을 일으킨다.

 

“201245일입니다.”

 

?”

 

별안간 무슨 소린가 싶어 재신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2015911일 현재 1255일입니다.”

 

뭐라구요? 1255? 그걸 어떻게 알아요?

가만, 20124월에서 20159월이면.....”

 

재신이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3년하고도 5개월이네, 하며 놀란다.

 

근데 당신은 날짜까지 세는 거야?

매일 세고 있는 거예요? 이걸?”

 

시경은 쑥스러운지 눈썹 사이를 또 매만진다.

 

, 그건 아닌데, 염동하 대위가 어플을 깔아줘서.....”

 

무슨 어플요? 날짜 어플요?”

 

. 그래서 매일 며칠인지 화면에 떠 있습니다.”

 

.

 

진심 헐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뭐야, 이 남자는 그런 걸 세고 있었어? 나는 기억도 안 나는 그 시간부터 이 남자는 그 시간을 간직하고 있었던 거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작년, 우리가 처음 마음을 주고 받았을 때 840일이라 했었는데, 어떻게 1255일이나 되어 버린 건지.

 

시경 씨, 근데 작년에 나한테 만 24개월이라 하지 않았어요?

그때 대충 계산했을 때 한 840일이었다고 기억나는데.....?”

 

시경이 아...하며 작은 소리를 뱉는다. 뭔가 쑥스러운 듯, 또다시 눈썹을 매만지고 있다.

 

제가 처음 공주님께 반했던 날, 그 클럽에서 처음 뵈었던 날이 201245일입니다.”

 

그럼, 작년에 만 24개월이라는 건 어떻게 계산한 건데요?”

 

그건.....제가 공주님께 첫 키스한 날부터.......”

 

시경의 귀가 빨개진다. 재신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지만, 덩달아 당황이 되어 목을 흠흠거리며 가다듬었다. 아마 예전 비디오에서 봤던 키스했다던 그 날인가 보았다. 좀 쑥스럽기는 해도 오늘 정확히 해야겠다 싶다. 이러다가 사귄 날짜 계산이 안 돼서 계속 우왕좌왕하는 것도 웃기고, 혼자서 시간을 엮어가고 있었을 이 남자에게도 미안했다.

 

그러니까...흠흠...그 날이 정확히 며칠인데요?”

 

? 언제 말씀이십니까?”

 

, 진짜. 그냥 알아먹지 꼭 그걸 말로 하게 만든다.

 

아까 말했던 그 날요. ......흠흠...키스날.....”

 

....2012517일입니다.”

 

이 남자는 그걸 또 기억하고 대답한다. 정말 육사에서 최고의 엘리트라더니 맞나 보다 싶다. 재신은 날짜를 듣자마자 휴대폰에서 날짜 계산기를 켰다. 1000일을 계산해보니 이미 7달이나 지나 있었다. 재신이 열심히 재활을 하는 동안, 시간은 성큼성큼 지나가버렸다. 이 남자 혼자 그 날들을 품고 있었겠지. 오늘 날짜로 검색하니 1213. 작년에 1000일은 자신이 챙겨주겠다고, 그렇게 장담을 했는데, 재활이네 뭐네 하면서 모두 잊어버렸다. 그동안 이 남자의 1000일도, 1200일도, 모두 지나가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날들로는 이제 1년이지만, 이 사람에게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2/3의 시간들이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혼자서만 간직한 채, 사랑하는 이와 공유하지 못한 채. 그것이 자꾸만 재신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1000일 챙겨주고 싶었는데.....미안해요.”

 

, 아닙니다. 공주님.”

 

미안한 건 재신이지만, 괜히 공주님을 신경 쓰이게 해드린 것 같아서 민망한 시경이었다.

 

그래도 나 약속해 놓고 지키지도 못했네.”

 

시경은 미안해 하는 재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녀의 팔을 당겨 자신의 품 안으로 안아온다.

 

"선물, 이미 주셨습니다."

 

"?"

 

"공주님이 제겐 선물이죠. 제 인생을 통틀어 이런 선물은 제 생에 다시는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이 이상하게 뭉클하게 한다. 존재 자체만으로 선물이라는 사람 앞에서 재신은 받아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던 위로를 받고 있었다.

 

 

 

2

 

 

 

일상은 여전히 바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국왕과 근위대장, 그리고 대한민국 왕실재단의 기획실장인 혜원이만 바빴다. 얼굴마담인 재신은 남친이 내린 금족령 때문에 어떤 일을 벌일 수도 없고, 남아도는 시간을 불안해하며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원래는 지금 재신이 가장 바빠 죽었어야 할 시간이었다. 얼굴 마담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다 뛰어다녀야 할 마당이었는데, 그 길이 다 막히니 실제 실무를 맡은 혜원이만 죽어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재하는 국내 행사에도 재신이 나가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는 듯했다. 국왕 선에서 모두 커트시키는 것 같은데 재신은 그것도 이상했다.

 

진짜 대한민국 국왕이랑 근위대장이랑 둘이서 다 말아먹고 있는 거 아니야?

 

혼잣말처럼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오빠 방에 쳐들어가서 땡깡을 피울까, 아니면 언니 방에 가서 고자질을 하며 험담을 할까 엄청 고민하는 중이었다.

 

, 너 진짜 고백할 거야? 진짜?”

 

당연하지. 저렇게 돌부처 같은 남자는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가야 돼.”

 

복도 모퉁이를 돌아서 두 궁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 명은 이름을 모르는 궁인이었고, 한 명은 궁에서 유명한 김하나라는 궁인이었다. 들어온 지는 1년이 채 되지는 않았으나 궁에서 김하나를 모르는 인물들은 없었다. 아마 대한민국 개국 이래 최고의 미모 궁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나름 재신을 위협할 만한 인물이라 했다.

 

재신도 워낙 궁인들에게 들어 김하나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궁금한 나머지, 황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얼굴도 확인했었다.

 

그때의 느낌은 웬만한 남자들 꽤 애먹였겠네, 정도였을까. 그저 호기심이었지 별반 생각은 없었다.

 

궁 안에서 괜찮겠어?”

 

, 기회를 노리는 거지. 근위대도 쉴 때가 있잖아.”

 

궁 안에서라는 걸 보니, 그것도 근위대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근위대원들 중 한 명에게 고백할 모양이었다. 저 정도 미모면, 근위대들 다 쓰러질 텐데.... 사실 고백이 아니라 간택이 아닐까 싶었다.

 

혼자 피식 웃던 재신은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친 건 안 비밀이었다.

 

참 어디서나, 남녀가 있는 곳에서는 연애가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다음 날이었다. 여전히 무료한 하루였다. 뭐가 바쁜지 궁은 이토록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재신만 놈팽이에 백수가 된 기분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국왕이 현 수상과 오찬을 호텔에서 가지는 바람에 근위대장은 당연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국왕이 궁을 벗어나는 그 순간 근위대는 일급 전시체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텔에 테러 위험은 없는지 사전 조사에 저격수 배치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총괄을 맡은 근위대장은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

 

어휴, 오늘도 못 보네.

 

카톡을 보내 볼까 하다가도, 일하는 남자 괜히 방해하지 말자 싶어서, 연락 없다고 징징대고 떼쓰는 여친은 되지 말자 싶어서 열었던 카톡 창을 다시 닫았다.

 

이건 뭔가 자기 혼자 짝사랑하는 것 같다. 재활한 시간 빼고 나면, 자신이 이 남자에게 반한 시간은 정말 몇 달이 되지 않으니, 호르몬이 가장 왕성할 수밖에 없었다. 재신 스스로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이 남자한테 뿅 가 있는 상황이지만, 그 상대는 묵어도 묵어도 이보다 더 묵을 수 없는 묵은지 상태이니 이게 어떻게 속도가 맞겠느냔 말이다.

 

책을 읽기도 하고, 괜히 새 언니에게 가서 현이, 준이 재롱 떠는 것 보고 그래도 안 돼서 엄마 말벗도 해 드리다가 그래도 못 참아서 바빠 죽겠다는 혜원이 곁에서 뭐 도와줄까 하다가 결국에는 방해 된다며 쫓겨나고 말았다. 이제 5시가 다 되어가니 지금쯤은 도착해야 하는데 말이다.

 

자신의 방으로 향하다가 혹시나 해서 결국 국왕 집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정말 이재신 배알도 없다, 배알도.

그걸 못 참아서 또 제 발로 이렇게 가요.

괜히 다리 나았나봐, 진짜.

예전 다리였으면 차라리 시경 씨가 경호도 계속 해주고 했을 텐데......

 

혼자 궁시렁 궁시렁 대며 정원의 숲길로 들어서는 참이었다.

 

!!

 

어제 봤던 김하나였다. 길이 나 있는 쪽 말고 숲 안쪽으로 두 사람이 서 있는 듯했으나, 재신이 보고 있는 쪽에서는 남자는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볼이 빨개진 김하나만 보였다.

 

! 고백하나 보다.

 

어제 한다더니 오늘 하는 모양이었다. 뭔가 흥미로운 일이라도 생긴 듯, 재신은 나무 숲 사이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도 이제 막 만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재신은 앞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자신이 지금 보러가려던, 자기 남자의 목소리였으므로.

 

뭐지? 고백이 아닌 건가?

 

순간 판단이 되지 않는 재신의 귀로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이 들리고 있었다.

 

근위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말씀하십시오.”

 

....그게......”

 

정작 그를 대하면서 김하나는 수줍은 듯 말을 멈칫댄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시경은 혹시 현재 궁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었다.

 

혹시 대비마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

 

? 아닙니다. 그건.”

 

시경의 입장에서는 김하나 궁인이 대비궁에서 일하고 있으니 자신을 보자고 한 건 대비마마와 연관된 일일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비궁의 보안체계나 근위대 상황을 자신도 모르게 머리로 스캔하고 있었다.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무슨 일입니까?”

 

시경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또한 부드러웠다. 저렇게 대답해주는 시경에게 재신은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자신이 듣기에는 너무 부드럽게 잘해주는 것 아닌가 싶어 괜시리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아...... 근위대장님!”

 

. 말씀하세요.”

 

김하나는 긴장되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여자친구, 있으세요?”

 

?”

 

잘못 들었나 싶어 시경은 다시 반문했다.

 

여자친구, 그러니까 애인 있으시냐구요?”

 

저런 썩을!! 재신은 진심 쌍욕이 나올 뻔했다. 지금 저게 어디 남의 남자에게 꼬리를 치냐 싶어 당장에라도 나갈까 말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선은 시경을 믿어 봐야 했다. 잘 대처하겠지. 시경에게 관심 있다는 여자들마다 재신이 나서서 훠이훠이 쫓아내는 것도 참 품위 없는 짓일 테니 말이다. 재신은 겨우 자신을 진정시키며 귀를 쫑긋 세웠다.

 

......”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알았다는 듯이 시경이 아, 하며 소리를 낸다. 그러고는 김하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 있습니다.”

 

? 있다구요? 여자친구, 진짜 있으세요?”

 

김하나는 진짜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

 

김하나는 진짜 믿을 수가 없었다. 주말도 없이 궁에서 일만 하는 근위대장이 여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늘 왕실의 일에 앞장섰고, 늘 전하와 함께였으며, 왕실 직계들의 대소사에 한 번도 빠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즉 이 말은 여자친구가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정말 연애를 한다면 귀신이랑 하는 거다. 이건 정말 불가능했다.

 

정신을 차린 김하나는 다시 전력을 가다듬었다.

 

그럼, 언제 만나세요? 그 여자친구?

만나실 수는 있으세요? 자주?”

 

시경은 이제 이 궁인이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사적인 물음이기도 했고, 지금 묻는 이 질문은 그야말로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을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자주 못 만나시겠네요. 너무 바.....”

 

딱딱 끊어 말하는 그 말에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해서 시경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재신은 부아가 치밀었다. 저걸 또 고개를 끄덕여, 아우, 열 받아, 진짜.

 

근데 참 이상하네요, 근위대장님.

애인 있으시다면서, 왜 반지는 없으세요?”

 

정말 그야말로 시경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질문들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은데, 궁인은 할 말이 더 남았는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여자친구 있으시면, 반지가 있으셨어야죠.

늘 이렇게 바쁘시고, 늘 전하와 함께 계시는데 있던 여친도 도망가겠네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근위대장님께 관심 있다고요.”

 

? 지금 뭐라고?”

 

이건 마치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전혀 이렇게 흐를 대화가 아니었는데, 방심한 사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시경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차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관심이.... 아니에요. 좋아해요, 근위대장님.”

 

“!!!!!!!!”

 

정말 많이 좋아해요. 그러니까 한 번 생각해봐 주세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있습니다.”

 

그러시겠죠. 그렇다고 쳐요. 그래도 생각해 보세요.

반지도 아직 안 끼신 거라면, 저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그 때였다.

 

길 저쪽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놀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보니, 재신이 미소를 가득 지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공주님!!”

 

시경은 반사적으로 재신을 불렀다.

 

두 분, 뭐 하세요? 심각한 이야기?”

 

그 말에 김하나의 얼굴이 확하고 붉어진다.

 

, 뭐야? 수상한데? 이거 완전 뭔가 남녀가..........수상해.”

 

아니에요. 공주님. 그런 거......”

 

김하나는 정말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친다. 그 모습에 재신은 공주답게 품위 있게 웃어준다.

 

농담이에요. , 근데 혹시 엄마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아까 낮에 뵀었는데 그때까지는 컨디션 좋아 보이셨거든요.”

 

? 대비마마 말씀이세요?

전혀 아무 일 없으십니다.”

 

그럼, 다행이구요.

근데, 은시경 씨는 여기서 뭐해요?”

 

재신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시경은 당황한 듯 눈썹을 매만졌다.

 

...그게........”

 

오빠한테 안 가요?”

 

? .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죠? 안 그래도 오늘 어떻게 됐나 싶어서 오빠 집무실로 가던 길이었어요.

갈 거면 같이 가요.”

 

.”

 

근데.....바닥에 나뭇가지가 많네.”

 

재신은 혼잣말처럼 슬쩍 흘렸다. 그 말과 동시에 시경의 손이 재신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넘어지십니다.”

 

단단한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다.

 

잡아드릴까요?”

 

이미 잡고 있으면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싶지만, 재신은 조금 더 여우짓을 하기로 한다.

 

내가 잡을게요. 그게 더 편해서.”

 

재신이 시경에게 팔짱을 끼자, 시경은 자신의 팔을 배 위로 붙여서 재신이 잡기 좋게 배려했다.

 

그럼, 김하나 씨, 나중에 또 봐요.”

 

재신은 뒤를 돌아보며, 뭔가 멍하게 서 있는 김하나를 향해 확인사살과 같은 미소를 날렸다. 그러고는 시경의 팔에 의지한 채 집무실로 향했다.

 

김하나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재신의 가슴이 근위대장의 팔에 완전히 기대 있는 것을, 심지어 가슴이 눌릴 정도로 기대어서 남자의 팔은 그 가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그 때문에 근위대장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있는 것을, 모두 보고 말았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근위대장의 눈빛이었다. 늘 사무적이고 단단한 그야말로 돌부처 같은 그 남자가 순식간에 따뜻하게 변하던 모습을 보고 말았다. 게다가 그의 눈 속에는 오로지 단 한 사람만 오롯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근위대장의 말은 진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친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사랑하는 사람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두 사람이 사귀는 건지, 아니면 혼자만의 짝사랑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분명 현재진행형이었다.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장은 지금 사랑에 빠져 있었다.

 

 

 

공주님.....”

 

?”

 

조금 팔을 떼시는 게.....”

 

?”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듯 재신이 말갛게 시경을 바라본다. 그 바람에 시경은 자신의 욕망이 들킨 듯 부끄러워진다.

 

...그게.....너무 자극적이어서.......”

 

자극? ......이거?”

 

재신은 재미있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시경의 팔 쪽으로 더 가져다 붙인다. 시경은 정말 진땀이 나는 듯했다. 그녀의 가슴, 게다가 마른 몸매와 다르게 원래 볼륨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 재활을 마치면서 살도 붙고 전체적으로 더욱더 육감적으로 변한 재신 때문에 그녀를 볼 때마다 시경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그런 시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쩌면 놀리시고 계시는지도 몰랐다. 그의 팔에 너무나 뚜렷하고 자극적으로 그녀의 가슴이 느껴졌다. 터질 듯이 솟아나와 있는 그녀의 가슴은 그냥 가만히 닿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질 마당인데, 그녀가 의도적으로 붙여오자 이건 정말 이보다 더 괴로울 수가 없었다.

 

하아......

 

시경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내가 너무했나?

 

재신은 자신이 너무했나 싶어 살짝 팔을 뗐다. 그 순간 시경이 걸음을 멈추었다.

 

왜요? 안 가요?”

 

잠시 서 있던 시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갑자기 이끌기 시작했다. 방향이 집무실이 아니었다. 길이 나지 않은 숲 속으로,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쪽으로 재신을 이끌고 있었다.

 

시경 씨, 어디 가는데요? ?”

 

뭔가 화가 난 듯 보이는 시경의 옆모습에 재신도 살짝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도 아까는 정말 열 받아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어디 내 남자에게 들이대?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여친 있다는데, 거짓말 말라는 그 여우같은 년 때문에 재신도 빡 돌 수밖에 없었다.

 

시경 씨? 화났어요? 잠깐만 멈춰 봐요, ? 시경 씨?”

 

어느 새 노을도 다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정원 숲길에도 등불이 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경이 이끄는 곳에는 등불도 없었고, 나무만이 빽빽했다.

 

어어!!!

 

그런데 갑자기 시경이 멈추더니, 재신을 나무에 기대어 세운다.

 

시경 씨?...!!!!!”

 

무슨 일인가 싶어 시경을 부르는 순간, 시경은 재신의 입술을 거칠게 빼앗았다. 뭔가 거칠고, 강하면서도 무언가 애달팠다. 미치도록 갖고 싶어서 죽도록 참고 있다가 터져버린 야수처럼 그는 그녀에게로 밀려왔다.

 

으응.......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었다.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이래도 되는 건지, 숲 속 안으로 들어와서 어둠이 내려앉아서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짜릿했다. 길 저쪽으로는 근위대원들이나 궁인들이 지나다니지만, 숲 안 쪽 큰 나무 사이에 숨어 그와 입술을 나누는 이 시간이 너무나 짜릿했다.

 

(중략)

 

...시경 씨...우리.....이래도...돼요? 여기서?”

 

재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공주님이.....먼저 시작하셨습니다.”

 

......

 

또다시 그의 입술이 밀려와서 그녀의 입술과 혀를 삼켜버린다. 거침없이 들어오는 그의 혀에 재신은 자꾸만 할딱이기만 할 뿐이었다. 분명 시작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 여우같은 여자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이 남자의 입술과, 이 남자의 손길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재신이 그의 목을 감싸 안자, 시경의 입술이 또다시 그녀에게 다가온다.

 

(중략)

 

....

 

그녀의 탄식 소리가 들리자, 시경은 마치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 입술로 베어 물고, 재신은 참을 수 없는 감각에 그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자 시경은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만큼 다가왔다.(중략) 그래도 그의 남성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아서 짐승처럼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또 탐했다. 재신은 신음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 입술 사이로 자꾸만 색스런 숨소리가 새어나가고 남자를 더욱 짐승이 되게 한다.

 

 

 

3

 

 

이게 나아요? 이게 나아요?”

 

둘 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 뭐가 다른 건지 혜원은 동욱에게 자꾸만 묻는다. 동욱은 구분도 되지 않는 것들을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

 

어휴. 도움이 안 돼요. 손 이리 줘 봐요.”

혜원은 뭔가 쭈뼛대는 동욱의 왼손을 확 잡아 당겼다. 그러고는 네 번째 손가락에 이것저것 끼워본다. 그 사이 동욱의 얼굴은 마치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머,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남자친구분이 여자친구를 넘 사랑하시는가 봐요.”

 

예에?”

 

혜원과 동욱이 놀란 듯 보석 매장 직원을 바라보자, 직원은 늘상 하던 멘트인 양 미소를 짓는다.

 

제가 이 백화점에만 10년을 있었는데, 남자친구분이 이렇게 얼굴까지 빨개지시면서 보시는 건 처음 봤어요.

남자친구분, 잘 만나셨어요.”

 

그 말에 멍하니 있던 혜원이, 대충, ,예 하며 얼버무렸다. 그러더니 동욱에게 반지를 끼워놓고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너무 복잡하면 더 고르기 어렵고, 2개만 보내면 되겠지.”

 

혼잣말처럼 하던 혜원은 사진 2장을 카톡으로 보낸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오케이. 이걸로 주세요.”

그런 혜원을 직원이 이상한 듯 보더니, “두 분 애인 사이 아니세요?” 하며 물어본다. 반지 고르러 와서 남친에게 묻지 않고, 다른 곳에 사진을 보내서 정하는 게 이상했나 보다.

 

? ....애인 맞아요.”

 

혜원이 어색하게 웃었다.

 

, 혹시 사이즈 안 맞으면, 바꾸러 와도 되죠?”

 

? 아까 남자친구분께 끼워보지 않으셨어요? 잘 맞으시던데요?”

 

...그렇죠. 근데 제 남친이 손이 붓는 스타일이라.

지금은 사이즈가 맞아도 나중에는 또 어떨지 몰라서......”

 

, 그러시군요. 그럼, 언제든지 오세요.

언제든 맞게 사이즈 맞춰 드릴게요.

잠시만요. 포장하실 동안 잠시만 기다리세요.”

 

갑자기 기다리라고 하자, 혜원과 동욱은 동시에 뻘줌해졌다. 늘 일로만 만나다가 둘만 이렇게 있으니 이것도 뭔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혜원은 괜시리 보석 진열대함을 바라보았다. 그거라도 보고 있어야 덜 뻘줌할 테니까.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예쁘다, 별이네. 하며 혼잣말을 한다. 별 모양의 작은 귀걸이였는데 굉장히 예뻤다. 가격을 슬쩍 보던 혜원은 핏 하며 웃더니 고개를 든다. 너무 비싸잖아.

 

,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혜원이 화장실을 가는 사이, 이번에는 동욱이 아까 혜원이 보던 보석 진열대함에 가서 살펴본다. 혜원이 보던 진열대는 귀걸이가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뭐였을까 싶은 순간, , 저거구나 싶은 게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것들과는 달리 정말 별 모양으로 심플하게 생긴 귀걸이였다.

 

마음에 드시는 거 있으세요?”

 

포장을 다했는지 어느 새 직원이 반지함을 내놓으며 물었다.

 

...저건 얼만가요?”

 

, 이 별모양 귀걸이요.

다이아몬드가 들어가서 가격이 좀 세긴 하지만, 굉장히 특별하고 예뻐요.

여자친구분께 잘 어울리겠네요. 짧은 커트머리에 별 모양 이어링 정말 잘 어울리는데.......”

 

직원은 이미 반쯤 넘어갔다 싶었다. 이쯤이면 곧 살 것 같은데 싶은 순간, 아니나 다를까 그럼, 주세요.” 하며 동욱이 말한다.

 

여자친구 몰래 드리는 선물인가 봐요.”

 

? . ......”

 

또다시 동욱의 얼굴이 붉어지고, 그 모습을 보며 직원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요. 정말 여자친구분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남자친구가 많이 좋아하는데...아유, 부러워라.”

 

그 말에 동욱은 얼굴만 붉힐 뿐, 아무 대답이 없다.

 

 

반지함과, 몰래 산 귀걸이함까지 다 받고 나서도 혜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싶은 순간, 저 멀리서 혜원이 막 뛰어온다.

 

큰일, 김동욱 씨, 큰일 났어요!!”

 

? 무슨 일입니까?”

 

일단, 반지함은 챙기고.....”

 

챙겼습니다.”

 

그럼, 빨리 가요.”

 

혜원은 직원에게 눈인사를 건넨 후, 황급히 동욱을 사람이 없는 쪽으로 이끌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혜원은 설명 대신 휴대폰을 내밀었다. 기사 사진인 것 같은데 혜원이 확대를 해준다.

 

...공주님?”

 

혜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검은 부분, 처음에는 그저 어둠 속인가 했으나 자세히 보니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등인 것 같았다. 그 부분을 다시 맞추어 확대해서 보여준다.

 

이게, 뭡니까?”

 

뭔 거 같아요?”

 

혜원의 물음에 동욱이 다시 보더니, 갑자기 헉, 소리를 낸다.

 

근위..대장님?”

 

그렇게 보이죠? 이거 언제인 것 같아요?”

 

사진을 다시 축소해서 전체 배경을 보니, 분명 공주님이 재활 치료 후 돌아오셔서 열었던 파티 때였다. 사진 주변으로 보이는 하얀 선은 아무래도 발코니인 듯했다.

 

그 날 공주님과 근위대장님, 발코니에 나가신 적 있죠?”

 

. 잠깐 쉬신다고. 저희가 그 때 발코니 쪽으로 아무도 못 나가게 통제했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떻게 찍은 거죠? 밖에서 찍은 건가?”

 

아마, 주변 빌딩에서 찍은 것 같은데....

저희가 드론은 아예 철저히 막았고, 전파 방해도 했었는데,

빌딩에서 줌으로 당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화질이 흐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나마 흐리고 어두운 게 다행인가 싶었다. 그러나 공주님은 공주님이었다. 하얀 드레스도 빼어난 미모도, 아무리 흐리게 나와도 공주님이었다. 다행이라면 찍힌 사진이 공주님은 얼굴 쪽이고, 근위대장님은 등 쪽이라는 것. 그래도 어쨌든 공주님의 스캔들이었다.

 

기사 제목을 보던 순간, 동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사의 제목은, “공주님의 이중생활-낮에는 왕실재단, 밤에는 비밀 연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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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오랜만에 당기못 가지고 왔습니다.

1달 안에는 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제 주변에 너무 많은 일이 갑자기 생겨서 글을 쓸 시간을 내는 것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틈틈이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직계 가족이 편찮으시게 되는 건, 보통 일이 아닌 듯합니다.

제 생활과 시간이 새롭게 다 재편되어야 하는 일이니......

 

이번 글은 친구 버전인 듯, 친구 버전 아닌, 친구 버전 같은 느낌이라서, 전체로 만들 수도 없고....참 애매해서 어쩔 수 없이 친구 버전과 전체 버전으로 나누어 올리나,

기대하셨는데 실망하셨을까봐 걱정입니다.(여튼 안 잤이라....)

전체 버전은 상당 부분 중략되거나 변형, 수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잘 보시면 모두 키스입니다.

그리고 지금 공주님과 근위대장의 시간은 2015년 9월 11일입니다. 지금부터 3년 전의 시간이네요.

제가 참 많이 쉬기도 했고, 많이 늦었습니다.

 

여튼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쓰더라도 끝까지 쓰겠습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__)